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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연애편지-420화 (420/649)

〈 420화 〉 6. 존재 증명(8)

* * *

고아원은 곳곳에 공터를 두고 있었다.

놀이터라든가, 텃밭이라든가.

고아원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부지의 잠재적 용도는 무궁무진했다. 몇몇 아이들은 내심 이곳을 자신들만의 영토로 선포할 야망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낯선 귀족들 앞에서 그러한 배짱을 부릴 애들은 없었지만.

모든 아이들이 성녀를 따라가지는 않았으나, 남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우리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와 엘시 선배가 공터의 나무둥치에 걸터앉는 동안 우리를 방해하는 아이는 없었다.

도리어 저 멀리에서 경계심 어린 눈빛을 보내올 뿐이었다.

그야 낯선 어른이 오면 그럴 만도 했다. 도심에 위치한 고아원이 아닌 이상, 대개의 고아들은 어른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곤 했다.

그들에게 있어 세상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포식자 앞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층민일수록 법과 제도의 보호에서 유리되는 법이었으니까.

나는 씁쓸한 감상을 품으며 엘시 선배에게 물었다.

“엘시 선배, 성국은 어쩌다 온 거예요?”

의례적인 질문이었다. 핑계가 어떻든 간에, 그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나를 따라왔으리라.

예전이라면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엘시 선배쯤 되는 여자가 무엇이 아쉬워 나를 따라다닌단 말인가. 우쭐해져도 정도가 있다고 웃어넘겼을 테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엘시 선배는 질투심이 많았다. 나를 쫓아올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엘시 선배는 의외로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라고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아니, 아니… 물론 오고 싶긴 했는데.”

“했는데?”

나는 반신반의하며 그렇게 되물었다.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엘시 선배도 최근 한창 명성을 드높이던 도중이었다. 악신의 권속까지 처치한 공로자 중 하나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요즘에는 가문조차 엘시 선배를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을 텐데.

억지로 성국까지 끌려오다니, 나로서는 그 내막이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올 생각은 아니었지! 좀 더 우연을 가장해서, 응? 자연스럽게 합류할 생각이었는데!”

“엘시 선배치곤 나쁘지 않은 계획이네요.”

나는 순수한 감탄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나만큼이나 연애에 관해서는 눈치가 없던 엘시 선배가 아니었던가. 나름대로 체면치레를 할 발상을 했다는 점부터가 놀라웠다.

내가 기특한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자, 엘시 선배는 대번에 표정이 풀어지고 말았다.

“에헤헤, 그래? 사, 사실 평민한테 조언을 받긴 했는데… 아무튼 간에!”

그러나 헤실거리며 웃음을 흘리던 것도 잠시.

엘시 선배는 자그마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몰아 쥐며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블루 사파이어를 닮은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삼촌이 전부 망쳐 버렸어……!”

엘시 선배가 ‘삼촌’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선배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바로 레이놀드 씨였다.

그리고 이는 마침 내가 의문을 품고 있던 지점이기도 했다. 도대체 레이놀드 씨가 무슨 동기가 있어서 머나먼 성국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이후 화제의 중심은 자연스레 레이놀드 씨로 옮겨졌다.

“그러고 보니, 레이놀드 씨는 왜 성국까지 오셨대요?”

“낸들 알아? 개인적인 용무가 하나 있다던데…….”

엘시 선배는 그러면서 코웃음을 치기까지 했다. 절레절레 내젓는 고개에서 그 심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느닷없이 끌려온 그녀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다.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이야기에 나는 슬쩍 시선을 측면으로 돌렸다. 보다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단서들이 너무나 난잡했다.

성녀와 배신자, 고아원, 가족, 그리고 난데없이 등장한 레이놀드 씨까지.

이 모든 낱말들을 하나로 묶을 결정적인 화두가 부재하고 있었다.

내가 고민에 잠긴 사이, 엘시 선배는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피며 물어왔다.

“그, 그래도 나를 데리고 온 이유는 들었어.”

묘하게 쭈뼛거리는 기색이 수상했다.

내 눈이 엘시 선배를 향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볼을 긁적였다. 고깔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리는 폼이 꽤 귀여웠다.

아니, 사실 엘시 선배는 뭘 해도 귀엽긴 했다.

요즘 종종 혼란이 올 정도였다. 단지 엘시 선배가 예뻐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간 엘시 선배한테 정이 많이 든 탓인지.

어느 쪽이든 내가 엘시 선배한테 호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러한 나의 상념을 일깨우는 것은, 의외의 소식이었다.

“최근 아버님께서 마음이 급해지셨다고 들었거든.”

“라이넬라 백작께서요?”

제국에 몇 없는 대마법사이자, 굴지의 마도명문가의 수장이 애가 닳을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 의아하다는 반응에 엘시 선배는 더욱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말이야… 나, 결혼해야 하잖아?”

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동시에 끄응, 하고 신음을 흘리며 시선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는 나와 깊이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엘시 선배는 이미 나와 운명공동체로 묶인 지 오래였다.

대놓고 내 애완동물 선언을 했으니, 라이넬라 백작의 마지막 구명줄마저 거부한 이상 엘시 선배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오직 나와 함께하는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시간이 지나도 약혼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니, 라이넬라 백작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내 평가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 중이었다. 이대로 가면 황녀 중 하나와 결혼을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혹은 5대 귀족 가문의 후계자랑 결혼하던가.

그렇게 되면 라이넬라 가문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판이었다.

“그래서, 레이놀드 삼촌이 오신 것 같은데…….”

내 표정이 심상치 않자 엘시 선배는 더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예전에 내게 차인 경험이 있는 여인이었다. 당연히 내게서 또 다시 부정적인 대답을 듣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마음 같아서는 엘시 선배를 달래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새 내 주변 관계가 복잡해진 것이 문제였다. 델핀 선배나 엠마와는 달리, 엘시 선배와의 관계는 곧장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컸다.

즉, 나를 둘러싼 여자관계를 얼버무리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내게는 이미 델핀 선배도 있고, 엠마도 있다.

더불어 세리아에게도 기다려 달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만일 나와 엘시 선배가 약혼했다는 소식을 세리아가 듣는다면?

‘이안 선배, 그새 암캐가 두 마리가 돼버렸네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칼을 뽑아들 세리아의 모습이 벌써부터 보이는 듯했다.

그 후에는 아마 ‘역시, 애완동물은 한 마리로 충분하지 않을까요?’라며 칼을 휘두르겠지.

두려운 미래였다.

나로서는 진지한 고민이었으나, 내 속내를 모르는 엘시 선배로서는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씩씩한 목소리를 연기했다.

“너, 너무 걱정하지 마! 나도, 주인님이 아직 마음을 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쯤은 아니까… 그, 레이놀드 삼촌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그 의젓한 대응이 더욱 괴로웠다.

엘시 선배라고 마음이 없을까?

가뜩이나 여린 심장을 가진 여인이었다. 당연히 확답을 듣지 못하는 제 신세가 슬프고 처량할 만도 했다. 그리고 가문의 어른 앞에서 그 사정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문득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시 선배를 차마 져버리지는 못하면서, 그저 말뿐인 약속을 나누는 내 꼴이 우습고 역겨웠다.

그래서 나는 충동적으로 말하고 말았다.

“……그럴 필요 없어요.”

기나긴 망설임 끝에 나온 대답이었으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엘시 선배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내 말뜻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재차 선언했다.

“레이놀드 씨를 안심시키면 되는 거죠?”

“네, 네? 그렇긴 한데요…….”

한껏 소심해진 엘시 선배는 어느덧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아직 예전의 버릇을 온전히 지우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든 말든 내 약속은 이어졌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차피 결혼이야, 뭐… 나중에 한다 쳐도, 일단 저쪽에 확신을 줘야 하니까.”

이러자 당황한 쪽은 엘시 선배였다.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대답은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았고, 머쓱한 기분에 내가 헛기침을 하려던 그때.

“우으, 흑…….”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내 귓가를 적셨다.

소녀의 눈꼬리에 물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방울진 눈물은 이내 아래로,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지면에 투명한 유리 구슬이 부닥치기도 전에, 자그마한 몸이 내 품을 파고들었다.

나는 얼떨결에 그녀를 안아 드는 수밖에 없었다.

보드라운 촉감과 함께 간지러운 감각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나, 나 잘할게. 흐윽, 지, 진짜로 잘할 테니까… 흐어엉……..”

그 토막 난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쓴웃음을 머금는 수밖에 없었다.

엘시 선배도 많이 불안했을 터다. 그래서 더욱 질투하고 몽니를 부렸을지도 몰랐다.

고작해야 이 정도만으로 엘시 선배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약속할 수 있었다.

물론 다소의 오해가 있긴 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당장 약혼을 하자거나 한 것은 아닌데, 이에 대해서는 차차 풀어가야 할 문제겠지.

다만 나는 몇 가지 생각을 했다.

우선 성녀의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또, ‘레이놀드’라는 새로운 인물의 존재.

그는 왜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 엘시 선배와의 약속도 있겠다, 나는 곧장 레이놀드 씨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

하지만 나의 계획은 초장부터 난항을 맞이해야 했다.

“아가씨는 마수 시체를 거래하러 온 거였군.”

“네, 최근에는 마수 사업이 뜨고 있으니까요! 그러지 않아도 이 근방에서 마수 시체가 대량 발생했다고 들었거든요.”

고아원 측에서 준비한 숙소, 귀빈들이 묵는 곳으로 보이는 말끔한 건물에서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주로 리아와 레이놀드 씨의 대화였다.

리아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마수가 주기적으로 대량 발생하는 지역이 있죠. 이 지역도 마찬가지고요. 벌써 수십 년 동안 몇 년을 주기로 마수들이 나타난다고 들었어요.”

“나도 알고 있네. 예전에 이곳에서 용병 생활을 한 적이 있거든.”

“앗, 그럼 혹시 이 주변에 아는 용병단도 남아 있나요?!”

“글쎄, 찾아보기는 해야겠다만…….”

레이놀드 씨의 무심한 눈빛이 흘깃 나를 향했다.

물끄러미 그를 응시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그는 리아에게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남아있기야 하겠지. 곧 사돈지간이 될 사이인데, 내가 힘을 좀 써보겠네. 더불어 운송수단도 수매해 볼 수 있을 거야.”

“그, 그야 감사하긴 합니다만…….”

‘사돈지간’이라는 표현에 리아의 평정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상대가 웃어른이라 참고 있지만, 이대로 두다가는 폭발하는 미래도 머지 않아 보였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리아의 눈빛이 무시무시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리아와 기나긴 해명의 시간을 마련해야 할 듯 싶었다.

사업 이야기가 한창인데, 오빠가 돼서 방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쯧, 하고 혀를 한 번 차고는 숙소를 나섰다. 바깥에서는 성녀가 고아들에 둘러싸여 조곤조곤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신 아루스의 눈은 달이 됐고, 간은 태양이 되어 영원히 불타게 되었답니다. 순리를 거스르는 삿된 존재들이 태양 앞에 불타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간은 독소를 제거하는 장기거든요.”

묘한 의학적 지식을 곁들여 가며 말이다.

그렇게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성녀는 한 폭의 성화 같아 보일 정도였다. 그 진정한 모습을 알고 나조차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원아들은 어느덧 성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그새 많이 친해진 것인지, 이따금씩 해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가운데에서 성녀는, 글쎄.

행복해 보였다. 최소한 그 온화한 눈빛이 가식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였다. 이 풍경 속에 무시무시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래도 며칠 정도는 평화를 누려도 되지 않을까?

온화한 미소를 짓는 성녀를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편지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성녀가 앞으로 다가올 사건에 얽히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걸.

얼마간이라도 행복하게 두면 안 될까. 나는 감히 저 안온한 풍경화를 부수기가 두려워졌다.

그러한 상념을 일깨우는 것은 어떠한 목소리였다.

“……아저씨도, 우리를 데리러 왔어요?”

내 의식이 곧바로 현실로 부상했다. 나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목소리의 진원지를 쫓았다.

자그마한 사내아이였다. 이제 열살 남짓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는, 눈에 띄게 기가 죽은 낯빛으로 더듬더듬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상단 사람인 거죠? 매일 이상한 짐을 가득 싣고 다니는…….”

이 무렵에서 나는 이 사내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아이였다. 내가 처음 원장수녀와 소란을 일으켰을 때, 멀뚱히 나를 지켜보던 아이 중 하나.

다만 여자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겁이 많아 보였으니, 남자 아이가 대표로 나섰을지도 몰랐다.

나는 곧장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상단이라니? 그 사람들이 너희를 데려갔어?”

“모,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방금 전에, 그 누나랑 할아버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걸요.”

무슨 소리냐고, 내가 다급히 되묻기 전에.

어디선가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위기를 감지한 내 눈이 다시금 정면을 향했다. 그곳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아이의 목격담을 경청하는 성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 그 언니가 울고 있으니까 저 오빠가 안아줬어!”

그리고 나를 지목하는 어린아이의 가냘픈 손가락.

성녀는 웃고 있었지만, 그 낯빛에서 더는 온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슬쩍 옆에 있던 사내아이를 곁눈질했다.

아이는 이미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고 도망친 지 오래였다.

신이 나를 버렸다는 뜻이었다.

“그럼 두 사람은 사귀는 거야, 성녀님?”

“으음, 글쎄요… 사랑이란 무척 어려운 감정이랍니다.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실도 잔뜩 있죠.”

나긋한 어조로 답변한 뒤, 성녀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상냥한 미소에는 균열이 일지 않았다. 다만 소름이 돋을 만치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사뿐사뿐 걸어 내게 다가왔을 뿐.

내가 무어라 변명하기도 전에, 성녀의 손이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그리고 내 귓가를 적시는 속삭임.

“그 암캉아지랑, 무슨 일 있었어요?”

입이 험합니다, 성녀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성녀에게 인내의 한계가 찾아온 모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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