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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연애편지-498화 (498/649)

〈 498화 〉 6.5 고요한 밤, 성스러운 밤(10)

* * *

흔들리는 불 그림자가 낭만적인 정취를 연출했다.

등불의 희미한 조명에 의존한 망막 위로 새하얀 나신이 반사됐다. 스르륵, 하고 여인의 몸을 가리던 수건이 떨어져 내리자 내 심장이 일순 정지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풍광이었다.

목부터 쇄골, 흉부부터 둔부를 거쳐 허벅지와 발끝까지 떨어지는 곡선이 숨이 막힐 듯 아름다웠다. ‘뇌쇄적’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범죄적’이라든가, ‘폭력적’이라든가.

나는 좀 더 강도 높은 어휘를 떠올리기 위해 골몰해야 했다. 특히 언제나 눈길을 끌던 성녀의 젖가슴에 이르러서는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예쁘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 연분홍빛 첨단이 보이고 있었다. 겉모습만으로도 그 탄력과 상반되는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양감뿐만 아니라 질감 또한 뛰어나 보이는 젖가슴.

나는 무심코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쥐었다 폈다.

이윽고 시선을 아래로 훑어 내리면, 군살 없이 잘록한 허리와 골반의 굴곡이 이어졌다. 둔부 또한 흉부 못지 않게 발달한 육체였다.

나신도 이처럼 아름다우니 경건한 마음마저 들 지경이었다.

물론 이는 찰나에 불과했다.

어디선가 힐끔힐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실내에는 단 둘밖에 없었으므로, 당연히 그 눈빛의 주인은 성녀였다. 일단 내 강한 어조에 순순히 나신을 드러냈으나 뒤늦은 수치심이 인 모양이었다.

살짝 달아오른 볼과 제 중요 부위를 가리려 시도하는 가녀린 팔이 그 증거였다.

마지막 자존심인지, 성녀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도도한 체를 했다.

“어, 어때… 흐으읏?!”

당연히 그 말은 채 끝맺어지지 못했다.

나는 곧장 덮치듯이 성녀의 쇄골어림에 입을 맞추었다.

쪽, 쪽, 쪽.

내 갑작스런 공세에 당황한 성녀의 몸이 빳빳이 굳었다가, 이내 희미한 신음과 함께 애달픈 몸부림을 쳤다. 성녀의 목소리에 달콤한 비음이 섞여 들었다.

성녀의 살갗에서는 향만큼이나 달콤한 맛이 났다.

보드라운 살결을 빨아들일 때마다 흐릿한 붉은 자국이 남았다. 쇄골부터 시작한 입맞춤이 목까지 이르자, 성녀는 파르르 떨리는 음색으로 말했다.

“자, 잠까… 흐으, 하아…. 가, 간지러……!”

“손 치워.”

그러나 성녀의 저항을 돌파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내 단호한 한 마디에, 곧장 성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눈동자에는 여러 감정이 비치고 있었다.

첫 경험에 대한 공포.

달아오르는 정욕과 사랑해 마지 않는 사내를 향한 애정, 그리고 희끗희끗 비치는 기대감까지.

성녀가 머뭇머뭇 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 이후에는, 나는 성녀의 젖가슴을 움켜쥐며 성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

옷으로 가려도 음란한 자태를 숨기지 못하던 몸뚱어리였다.

얇은 천쪼가리가 제거된 여체는 그 이상으로 야하고 예민했다. 특히 벽에 몰려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이 성녀를 더욱 흥분시키고 있는 듯했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심 성녀의 가슴을 만지며 감탄하고 있었다.

옷 너머로 만질 때와는 확연히 다른 감촉이었다.

탄력 있는 살덩어리가 손 안에서 넘쳐 흘렀다. 아무리 큼지막하게 쥐어 보려 해도 그 크기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젖가슴이 반죽처럼 변형될 때마다 성녀의 입에서는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성녀의 반응이 격해진 것은 그 직후였다.

“흐윽?!”

꾸욱, 하고 나는 성녀의 가슴을 쥐어짜듯 꽉 쥐었다.

그러자 여인의 입에서는 노골적으로 달아오른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과즙이 튀듯 상큼한 소리였다.

어느덧 성녀는 허벅지를 바짝 오므린 채 비비고 있었다. 벌써부터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음탕하기는.

나는 이 야한 몸뚱어리를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누구의 말마따나,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내가 한창 성녀의 몸으로 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다.

“그, 그만!”

성녀의 다급한 부르짖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슬쩍 불만스러운 눈빛을 하며 손짓을 멈추었다.

하아, 하아.

달아오른 여인의 숨결에서 단내가 났다.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와 달구어진 볼,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 이 꼴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애무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왜 나를 멈추게 한 건지

그 해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성녀도 뜸을 들일 여유까지는 없었던 탓이었다.

“나, 남잖아요…….”

“뭐가?”

어느덧 반말로 변한 말투였으나, 성녀는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쭈뼛거리며 공손한 어조로 답했을 따름이었다.

“입술 자국이, 남잖아요… 목에 남으면, 다 볼 텐데.”

“그래서?”

나는 짓궂게도 그렇게 반문했다.

그러자 성녀는 노골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 입술은 쇄골을 너머, 노골적으로 목과 그 위를 노리고 있었다.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위치를 향해서.

흔적은 다음날까지 지워지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성녀가 업무를 처리하러 성국에 돌아가면, 이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야겠지.

교단의 성인(?人)씩이나 돼서 전날 밤 사랑을 나눈 티를 팍팍 내고 다니다니.

아무리 그래도 양심에 찔리겠지. 심지어 그 상대가 누구일지는 뻔했다.

성녀는 당황해서 무어라 반론을 내뱉으려 들었다.

“그, 그래도 성녀인데… 읏, 흐으응?!”

하지만 나는 얌전히 성녀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성녀의 숨소리가 삽시간에 거칠어지더니, 이내 입술을 짓씹으며 짙은 신음을 토해냈다.

내가 성녀의 연분홍빛 첨단을 꾹 쥐었기 때문이었다.

강한 통증은 쾌락을 동반한다. 성녀의 고개가 절로 꺾이며, 어깨가 파르르 경련했다.

“성녀라서, 뭐?”

“흐으, 하아… 나, 헤일로까지 받은 성인인데… 으긋?! 응, 읏?!”

꾹, 꾹, 꾹.

내가 첨단에 압박을 강할 때마다 성녀의 입에서 운율을 갖춘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난생 처음 겪는 자극에 성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성녀의 탐스러운 엉덩이가 무심코 뒤로 빠지며, 맞닿은 허벅지가 비비적거리며 마찰을 일으켰다. 그러나 벽 끝까지 몰린 터라 성녀가 엉덩이를 뺄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더욱이 내 손길을 피할 곳도 없었다.

이윽고 내가 성녀의 분홍빛 첨단을비틀듯 자극하자, 성녀의 덜덜 떨리는 턱에서 토막 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으, 으긋, 흐윽, 하악……!”

“사기 치려 하지 마. 이제 처녀도 아닌데, ‘천신의 가장 사랑하는 처녀’인 척 하고 다니려고?”

“아, 아직 처녀에요오…….”

건방진 소리였다.

나는 성녀의 뻔뻔한 말에 화가 난 나머지 한 손을 사타구니까지 내렸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어, 앙다물어진 균열 사이에서 부풀어 오른 또 하나의 첨단을 찾아냈다.

그리고 한 번 꾸욱, 하고 누르듯이 미끄러지는 손가락.

“흐갹?! 히이, 으이이잇?!”

성녀의 허리가 한 번 퉁겨 오르며 강렬한 쾌감을 호소했다. 나는 멈추지 않고 성녀의 균열 사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찰박이는 물 소리가 고요한 밀실 속을 울려 퍼졌다. 어찌나 액이 많이 나왔는지, 손가락을 타고 물이 줄줄 흐를 지경이었다.

“이래도? 이래도 아직 처녀야?”

“흐극, 응?! 자, 잘못… 흐아, 해써요…….!”

성녀는 그렇게 애걸하며 내 팔을 두 손으로 꾹 쥐었다.

흘러 넘치는 자극에 어찌할 줄을 모르는 모습이었다. 엉거주춤 굽힌 상체 탓에 성녀의 달짝지근한 숨결이 내 목덜미를 한껏 적셨다.

엄밀히 말해, 성녀는 아직 처녀였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성녀가 사죄해야 할 까닭은 없었으나, 이미 나도 성녀도 제정신이 아니게 된 지 오래였다. 성녀는 그저 밀려오는 쾌락의 파도에 반사적으로 용서를 빌 뿐이었다.

나 또한 슬슬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기가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옷을 벗어던지는 갑갑한 과정까지는 필요없었다. 이미 젖은 몸을 씻고 나온지라, 내 몸을 덮고 있는 것은 고작 가운 한 장뿐이었다.

나는 내 팔을 꾹 쥐고 있던 성녀의 손 하나를 인도해서, 허리보다 조금 낮은 자리로 가져갔다.

갈피를 찾지 못하던 손은 이윽고 가장 존재감 넘치는 신체 부위에 이르렀다.

탁, 하고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물건에 서늘한 감촉이 맞닿았다.

직후, 성녀의 거친 숨소리가 멎었다.

마치 전원이 내려가듯 성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더듬더듬, 내 물건의 크기를 가늠하는 여인의 손길.

대력적인 추정을 끝마친 성녀는 그만 얼이 빠지고 말았다.

“앞으로는 ‘처녀’라고 말 못하겠네.”

“그으, 아…….”

성녀는 꼴깍, 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눈치였다. 성녀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올라갔다.

어색한 미소였다.

“저, 저 천신께 맹세한 바가 있어 처녀는… 흐긱?! 읏, 읏, 응?!”

헛소리에 굳이 반박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손가락을 거칠게 움직여 성녀의 은밀한 비부를 파냈다. 그럴 때마다 찰박이는 물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성녀의 뻔뻔스러움을 드러냈다.

“이렇게까지 젖었는데? 자꾸 거짓말 할래?”

“하악, 자, 잘못… 으극, 응, 잘못해써요……!”

찰박찰박.

성녀의 두 번째 사죄가 이어졌으나, 욕심 많은 몸뚱어리는 부끄러움을 몰랐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즙에 내 손가락은 흠뻑 젖어 버린 지 오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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