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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연애편지-500화 (500/649)

〈 500화 〉 6.5 고요한 밤, 성스러운 밤(12)

* * *

성녀의 반응은 기대대로였다.

“으극, 히이이이잇?! 지, 지금 무슨……!”

“당신이 먼저 시작한 거야.”

급작스런 자극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성녀를 보고 내가 한 말이란, 그 한 마디가 끝이었다.

나는 덮치듯이 성녀를 침대 위로 눕혔다. 어느덧 정반대의 구도가 되어 버렸지만, 성녀는 여전히 제대로 된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어차피 파악하더라도 달라질 것도 없긴 했다.

성녀의 다리는 이미 내 팔에 걸쳐져 있었다. 오므리고 싶어도 더는 오므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는 곧 성녀의 은밀한 균열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본능에 따라 허리를 퉁겼다.

“자, 잠까… 흐익?! 읏… 으으으으으응?!”

팍, 하고 몇 방울의 액체가 튀었다.

성녀는 갑작스러운 삽입에 몸을 벌벌 떨며 약한 절정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나는 성녀의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망치처럼 진자운동을 반복했을 뿐.

팍, 팍, 팍.

신음과 함께 애액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크으, 아윽?! 앙, 하으… 으극, 으으으으으응?!”

성녀는 해일처럼 몰려오는 쾌감에 저항하지 못했다. 절정조차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채로, 성녀의 바들바들 떨리는 몸뚱어리는 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다.

강하게 허리를 퉁길 때마다 성녀의 안쪽이 꿈틀대며 요란을 피웠다.

절정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참아내지도 못하고 천박한 비명을 토해내는 성녀의 모습을 보니, 내 가설에 신뢰도가 더해졌다.

물론 사정이 임박한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녀가 정신없이 가고 있는 탓에 내 물건에 가해지는 압박 또한 강해졌다. 이미 뇌리가 새하얗게 타버릴 듯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나는 무언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 까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성녀의 가슴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그 탄력 있는 움직임을 본 나의 머리에 얼핏 예전의 기억이 스쳤다.

이렇게 강하게 박으려면 차라리.

그렇게 나는 울컥, 하고 세 번째 사정을 마쳤다.

거친 숨을 고르며 내 몸이 다시금 성녀와 분리되었다.

“헤엑, 헤엑…….”

성녀는 품위 없는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헤, 벌려진 입과 반쯤 까뒤집어진 눈이 성녀를 덮쳤던 쾌감의 강도를 증언하고 있었다. 이처럼 엉망이 된 얼굴조차 예쁘다는 점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직 내 성욕은 불살라지지 않은 채였다.

나는 성녀의 몸을 슬쩍 뒤집었다.

가슴이 워낙 큰 탓에, 성녀의 얼굴이 이불에 파묻혀 질식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여인의 새하얀 엉덩이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이만하면 탄력은 충분해 보였다.

나는 지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성녀에게 말했다.

“엉덩이 치켜들어.”

하지만 성녀는 꼼지락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델핀 선배에게 써먹었던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짜악, 하고 내 손이 성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그러자 성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곧장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넷, 네엣!”

온몸에 힘이 빠졌는지, 그야말로 둔부만 치켜든 자세였다.

당연히 성녀의 은밀한 장소가 숨김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연분홍빛 균열 사이로 넘쳐흐르는 백탁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묘한 만족감이 가슴을 덥혔다.

그렇게 내가 성녀의 질내에 다시금 물건을 꽂아넣었을 무렵이었다.

“그, 그만…….”

흐릿한 애원이 흘러나왔다.

잠시 멈칫한 내 눈동자가 성녀를 향했다. 지칠 대로 지친 성녀는 이불에 머리를 기댄 채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너, 너무 좋아서…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아요… 조금만, 조금만 봐 주세요.”

그 와중에 ‘힘들어서’가 아니라 ‘좋아서’라고 하다니.

다만 성녀가 많이 힘들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차피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조금만 쉬어 볼까 싶던 참이었다.

“네? 제발요…. 여보오…….”

성녀는 제 진심을 보이고 싶었던 건지, 치켜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암컷의 본능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 음란한 광경에 침묵을 지켰다. 성녀의 질내에 내 물건이 삽입되어 있었으므로, 엉덩이가 살랑거릴 때마다 옅은 자극이 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착각일까.

슬쩍 나를 올려다보는 그 연분홍빛 눈동자에, 흐릿한 불길이 타고 있었다.

“용서해 주세요, 네? 처녀 보지도 바쳤잖아요… 여보가 너무 늠름해서, 찌를 때마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으긋?!”

푸욱, 하고.

내가 서서히 물건을 밀어넣자 성녀의 숨소리가 노골적으로 거칠어졌다.

헤엑, 헤엑.

그 기대감 어린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헛웃음을 머금어야 했다.

이 암컷을 도대체 누가 ‘성녀’라고 부르겠는가.

그보다는 ‘암캐’라는 표현이 더 알맞을 정도였다.

그래서 더 좋았지만.

짜악, 하고 내 손바닥이 엉덩이를 후려치자 성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기뻐했다.

“히익?!”

태생이 야한 여자였다.

그렇게 나는 몇 시간이고 성녀의 몸을 즐겼다.

장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시간은 한낮.

열락의 폭풍이 지나간 침실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니, 침실뿐만 아니라 성녀까지도.

엎어진 성녀는 움찔거리며 눈을 뜨지 못했다. 그 비부에서 흘러넘친 백탁액이 애액이나 처녀혈 따위와 뒤섞여 침대 위로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임신했으려나.

어제 끝까지 도발하더니.

나는 픽, 하고 웃음을 머금다 말았다.

지난 밤에 질리도록 본 성녀의 나체였으나, 한숨 자고 나니 또 다시 음심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어차피 성녀는 무방비, 아침 인사 대신 나쁜 짓을 해도 저항할 도리는 없었다.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내 손이 서서히 성녀를 향하던 그때.

“여보오… 헤헤.”

잠꼬대처럼 흘러나온 성녀의 목소리에, 내 몸이 흠칫 굳었다.

성녀는 어느덧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처럼 순수하고 무방비한 웃음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결국 나는 쓴웃음을 삼키고 말았다.

쪽.

성녀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성녀를 똑바로 눕히고 그 옆에 다시 내 몸이 뉘일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되찾은 평화였다.

나 또한 즐길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너무나 오랜만에, 나는 한낮의 단잠을 청했다.

밤이 끝나고 또 다시 밤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

셀린은 헐떡이면서 눈을 떴다.

그러자 손목과 발목에 달린 구속구가 철그럭거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자그마한 창문 한 켠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낯설었다.

밤인지, 낮인지.

이 자그마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뒤로 시간 감각마저 애매해졌다. 이안은 최소한 방이라도 좋은 곳을 쓰면 안 되겠냐고 애원했으나, 셀린은 제 자신을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또 조종을 당할지도 모른다.

지난번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무고한 이들의 피를 이 손에 묻혀야 할지도.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미래였다. 셀린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구속구는 튼튼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셀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에 대해 골몰했다.

어차피 매일 저녁 찾아오는 이안을 제외하면, 면회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였다. 셀린이 홀로 생각에 잠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한 꿈이었다.

달빛 아래에서 이안과 성녀가 사랑을 맹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이후 어디선가 들려오는 살이 마주치는 소리와 달콤한 신음.

가슴이 꾸욱, 하고 조이는 광경이었다.

셀린은 모자란 인간이었다. 그래서 이안의 곁에 설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가장 빛나는 여인이 그 옆자리를 차지하다니.

질투조차 일지 않았다.

그저 무력감과 열패감만이 셀린의 가슴을 차갑게 짓누를 뿐이었다.

그때였다.

“……화 나지 않아?”

흠칫 놀란 셀린의 시선이 어딘가를 향했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카락에, 금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감옥 한 켠에 마련된 책상 위에 걸터앉은 소녀의 낯빛은 태연자약하기만 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장구를 치는 그 모습은, 마치 소풍을 나온 악동 같아 보이기도 했다.

셀린은 으득, 하고 이를 갈면서 애써 소녀의 말을 무시했다.

또다.

이전에는 본체인 줄 알고 소란을 피운 적도 있지만, 어차피 저 소녀는 환영에 불과했다. 악의적인 계약에 당한 셀린은 자꾸만 이러한 환상을 마주하고는 했다.

“셀린 언니, 무시하는 거야? 기껏 사랑하는 이안 오빠가 무얼 하고 있는지 보여 주기까지 했는데…….”

“……보여달라고 한 적 없어.”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며, 셀린이 가까스로 내뱉은 한 마디였다.

살의마저 어린 시선이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기개가 없네, 언니… 나는 말이지? 그 아루스의 창녀가 우리 오빠한테 달라붙을 때부터 가슴에 천불이 이는 줄 알았다니깐? 아아, 델피렘 님의 명령만 아니었어도 당장 그 여자를 찢어 죽이러 갔을 텐데…….”

철그럭, 하고.

다시금 구속구에 연결된 쇠사슬이 마찰했다. 셀린이 몸을 웅크리며 두 귀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눈까지 질끈 감을 만한 까닭이야, 하나밖에 없었다.

듣기 싫다는 뜻이었다.

소녀는 그제야 말을 멈추고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기대되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소녀의 몸이 그림자로 흩어지며, 미처 사리지지 못한 읊조림이 잔향처럼 울려 퍼졌다.

“드디어, '질투'가 오는구나.”

그것이 끝.

아카데미는 다시금 정적에 잠겼다.

언제고 깨질 듯한, 살얼음판 같은 침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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