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래에서 온 연애편지 (537)화 (537/649)

Chapter 537 - 7. 질투는 나의 힘(37)

‘흡혈귀’가 얽힌 풍문들은 무수히 많았다.

무려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 온 괴물이었다. 일신의 무력 또한 마스터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전해지며, 실제로 먼 옛날 대륙 남부를 잿더미로 만든 적도 있었다.

오메로스가 낳은 최악의 딸.

그 무위를 목도한 이들이 입을 모아 외친 말이었다. 당대의 강자들이 무리를 지어 토벌에 나섰으나, 도리어 목숨만 빼앗기고 말았다는 전설 속의 마인이 바로 ‘흡혈귀’였다.

‘대현자’와 ‘성자’가 아니라면 적수가 없다.

하지만 제국 황실과 성도 시엔델을 수호하는 그들이 함부로 남부까지 친정을 올 리는 없었다. 남부의 민중들은 이대로 삶의 터전을 뺏기고 마리란 절망 속으로 침전했다.

때마침 ‘대마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두 여인의 사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다만 ‘대마녀’가 ‘흡혈귀’를 ‘못난 언니’라 칭한다는 소문만이 암암리에 퍼져 있을 뿐.

이처럼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는 존재가 바로 ‘흡혈귀’였다.

그리고 ‘탐욕’은 말했다.

‘흡혈귀’가 암흑교단의 칠죄성 중 ‘질투’이며, 지금도 아카데미에 잠입해 있다고.

정보의 경중만큼이나 쉽사리 믿기 힘든 정보였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의심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흡혈귀의 행방이라고?”

“응, 맞아. 그걸 원하던 거 아니었어?”

침대 위에 엎어져 두 손으로 턱을 받친 소녀는 생글생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악의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탐욕’이었다.

아직 그 힘이 온전하지는 못하다지만, 눈앞의 소녀 또한 칠죄성의 일원이었다. 본질적으로 ‘흡혈귀’와 별 차이가 없는 괴물이란 뜻이었다.

그 아리따운 외모에 혹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 신세가 되고 말 테니까.

나는 애써 심장의 온도를 낮추며 되물었다.

“확실한 정보야? 애초에, 흡혈귀나 되는 마인이 어떻게 남몰래 이곳에 숨어들 수 있지?”

“’의체’를 쓰고 있으니까.”

그러자 상의를 탈의하던 내 손이 멈칫했다.

‘의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개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소녀는 내 동요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생소한 낱말에 당황했겠거니, 싶어 하는 듯했다.

“몰랐어? 남부 대수림의 옛 귀족들은 불사를 연구했거든. 그러는 동안 온갖 금기에 손을 대기도 했지… 그 빛나는 성취 중 하나가 바로 ‘의체’야. 영혼을 옮겨 담아서,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발상이었지.”

“……그 기술을 흡혈귀가 손에 넣은 건가?”

내 지적에 소녀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물음이었던 탓이었다.

그 기술을 흡혈귀가 손에 넣었다면 이전에는 의체를 만들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

이 문답에는 총 두 가지의 정보가 걸려 있는 셈이었다.

우선 의체를 만드는 기술을 최근에나 손에 넣었다면, 도대체 누가 그 기술을 넘겼는가.

그리고 두 번째로, 의체를 만드는 기술을 진작부터 지니고 있었다면 이전에는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가.

한동안 말없이 날 바라보고 있던 소녀는,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

“……흐응, 글쎄? 그 셔츠를 마저 벗으면 알 것도 같은데?”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허탈한 반문을 내뱉기도 전이었다.

탐욕은 재빨리 선수를 쳐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아아, 뭐 어때서! 그래봤자 상체뿐이잖아! 나도 보고 싶다고, 우리 오빠 등 근육!”

“……애도 아니고.”

결국 나는 쯧, 하고 혀를 차면서 셔츠를 마저 던져 버렸다.

그러자 탐욕은 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나름의 행복을 표하기 시작했다. 내 입에서는 흐, 하는 헛웃음만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암흑교단의 간부한테 질질 끌려 다니는 꼴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도저히 소녀의 시선을 정면에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하필이면 저 얼굴을 하고 나한테 어리광을 피우다니.

이따금씩 욱신거리는 가슴을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그저 입술을 짓씹으며 마음을 다잡는 수밖에.

한동안 병아리처럼 꺅꺅거리던 소녀는 그제야 제가 알던 정보를 털어놓았다.

“후후, 최근에나 의체를 만들고 다녔을걸? 그래도 수십 년은 되지 않았으려나~?”

“그게 최근이냐?”

이제 갓 성년이 되었을 햇병아리가 할 말은 아니라서, 나는 그렇게 핀잔을 주고 말았다.

정작 소녀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지만.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대륙의 어둠 속에 숨어왔어. 그에 비하자면, 수십 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잖아?”

“참 자랑스러운 역사겠어.”

내 조롱에도 소녀는 조금도 굴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나를 멍하니 응시했다면 몰라.

“아아, 오빠도 알아주는구나? 우리의 슬픈 역사를… 역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천생연분이야!”

“헛소리하지 말고 정보나 읊어.”

내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녀가 기가 죽는 일도 없었다.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일부러 냉정을 가장하고 있었다.

언젠가 죽여야 할 사이였으니까.

정이 들 여지를 남겨 둘 까닭이 없었다.

“하여튼, 중요한 점은 바로 ‘의체’라는 점이거든… 고생해서 쓰러트렸는데, 죽기 직전에 흡혈귀가 의체에서 의식을 옮겨 버리면 큰일이잖아?”

일리가 있는 소리였다.

흡혈귀의 본체는 지나치게 강했다. 토벌을 위해서는 마스터조차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소리마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의체에 갇혀 있을 때 죽여 버린다면?

그대로 의식이 본체로 되돌아 갈 수도 있지만, ‘탐욕’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냥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한데.

문제는 어떻게 의체에 의식을 가둔 채 죽일 수 있냐는 점이었다.

일순 머뭇거리고 있던 내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서?”

“관련된 문제 정도는 오빠가 해결해 줘,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위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여동생은 무슨.

그렇게 나는 코웃음을 치며 의문을 덧붙였다.

“결국 중요한 정보를 말 안 했잖아. 그 ‘흡혈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지?”

“으음, 그건 말이지…….”

그러면서 소녀는 슬쩍 볼에 홍조를 띄우면서 괜히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힐끔힐끔 내 눈치를 살피는 걸로 보아, 십중팔구는 숨은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다.

또 시작이구나.

나는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어조를 토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뭔데?”

“오, 오늘 같이 자 주면 알려줄지도……?”

아무리 미친년이라도 최소한의 수치심은 있는 걸까.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뱉은 소녀는 드물게도 슬쩍 시선을 내리깔았다.

당연히 안 된다고, 어떻게 암흑교단의 성녀와 동침을 할 수 있겠냐고.

그렇게 매정한 말을 잔뜩 준비한 내 눈이 등 뒤를 향했을 찰나였다.

“……안 돼?”

꾸욱, 하고 이불을 쥐며 울적한 표정을 짓는 소녀가 내 망막을 가득 채웠다.

입술을 달싹이고, 숨을 들이마시다 토해내고.

몇 번이나 번민을 반복한 끝에 나는 짜증스레 한 마디를 내놓고 말았다.

“마음대로 해… 대신,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죽일 거야.”

이처럼 싸늘한 허가에도 소녀는 두 손을 들며 쾌재를 내지를 뿐이었다.

“야호!”

속 없이 맑은 미소였다.

그렇게 잔뜩 긴장한 채로 누운 그날 밤.

소녀는 의외로 내 품에 머리를 기대자마자 새근새근 잠들어 버렸다. 바짝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던 내 꼴이 바보 같아질 지경이었다.

푹 잠든 소녀의 낯빛에는 헤실거리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평소의 의뭉스러운 모습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방비하지 않은가.

만일, 내가 이대로 잠든 소녀를 죽여 버린다면?

다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녀는 고문을 당하면서 내 여동생의 꿈을 꾸었다고 했다. 리아는 어린 시절부터 겁이 많았으므로, 곧잘 내 품에 안겨 잠을 청했던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무어라 말했었지.

리아의 등을 토닥이면서, 이제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오빠가 있으니까.

소녀도 그 광경을 보고 있었을 터다.

애꿎은 손아귀를 쥐락펴락하며 망설이기를 몇 분.

끝내 나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아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유일한 정보원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아마도, 그뿐이리라.

**

다음날, 나는 ‘의체’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가고 있었다.

내 옆에서는 검공이 보무도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이제는 동행이 익숙해져서 별다른 감흥조차 일지 않을 정도였다.

유일한 감상이 있다면, 귀찮다는 생각뿐.

“그래서, 대련은 언제 할 셈이냐? 자고로 검의 길은 끝이 없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정진해야 가까스로 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지. 암, 그렇고 말고……”

나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로 ‘젊을 때’를 운운하는 꼴이 살짝 우습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이처럼 무례한 생각을 겉으로 드러낼 만큼 멍청하지 못했다. 도리어 한숨을 푹 내쉬며 예의를 지키는 편을 선호한다면 몰라.

“검공 어르신, 그만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당장 ‘흡혈귀’의 행방이 눈앞에 있는 마당에…….”

“쯧쯧, 요즘 젊은 기사들은 하여튼 근성이 없어… 근성이! 그깟 대련이야 몇 분 걸린다고, 칫.”

슬슬 투덜거리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진지하게 마력을 일으켜 청각을 차단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일었을 때였다.

“아아, 제국 기사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도다! 어찌 기사가 소녀와 맺은 약속을 어긴단 말인가.”

나는 그 수상한 1인칭 호칭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경악을 담은 내 눈이 검공을 향했다. 그러자 검공은 드디어 내 약점을 찾았다는 듯 우쭐거리기 시작했다.

“이안 경, 어찌 소녀와 대련을 해주지 않는 것이오~ 참으로 서운하구려~”

“우, 우욱……!”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효과만은 확실했다.

급격히 속이 안 좋아진 나는 그만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그러면서 살짝 상반신을 굽히자마자, 내 등짝을 강타하는 소녀의 벼락 같은 일장(一掌).

내 입에서는 어린애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커헉… 아, 아아악! 아프잖습니까!”

“요놈아, 네 놈이 날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죄가 얼마나 큰지 알겠느냐? 좋은 말로 할 때 할망구한테 본체를 돌려달라 하는 편이 좋을 게야.”

그야 작전이 끝나고 나면 당연히 이루어질 요망이 아닌가.

내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애초에 마음만 먹으면 본체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이러한 반문쯤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검공은 한 손을 허리춤에 얹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우, 이러다가 진짜 소녀가 되어 버릴지도…….”

“말씀드리면 되잖습니까, 말씀드리면! 반드시 대마녀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결국 난 언어로 된 파괴공작에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외쳤다.

그제야 검공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팔짱을 끼었다. 주억거리는 고개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이 엿보이고 있었다.

“후후, 그래. 그래야지! 아무리 제자가 중요하다지만, 더는 손녀에게 암캐 취급을 받을 수는……!”

그때였다.

잠시 말끝을 흐리던 검공의 시선이 흘긋 등 뒤를 향했다. 그곳에는 가로수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뒤에서 회색 머리카락이 흘끗 비치고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나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눈치 챌 정도였으니, 검공이 모를 리가 없었다.

소녀는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래서, 저 꼬마는 언제 정리할 생각이냐?”

결국 나는 대답 대신 소리 높여 후배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세리아, 나와!”

그러자 화들짝 놀라 가로수 뒤에 몸을 숨기는 회색 머리카락.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알 수밖에 없었다. 내 목소리가 확신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빈말로도 세리아의 사회성을 정상이라 평가하기는 힘들었지만, 지난 몇 달 간의 수련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던 듯했다. 주춤주춤 가로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세리아를 보아하니 말이다.

세리아의 얼굴은 터질 듯이 붉어져 있었다.

“우, 우현! 으으… 우, 우연이네요. 이안 선배!”

우연은 개뿔.

오늘 아침부터 졸졸 쫓아다녔으면서.

내가 손짓으로 다가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세리아는 머뭇거리며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왜 두 손으로 검을 꼭 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가로수 대신 검 뒤에 숨으려는 걸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나는 의문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야?”

“그, 그으게… 아! 맞다! 언니께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원격통신을 하자는 말씀을 전해 달랬어요!”

델핀 선배로부터 온 첩보라.

무시할 수 없는 정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그 말을 뇌리 한 켠에 정리해 두었다.

하지만 세리아의 용건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 선배?”

“응?”

문득 나는 주위의 온도가 조금 내려갔다는 생각을 했다.

한낮의 아카데미는 뜨겁고 습했다. 난데없는 냉기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원인이야 뻔했지만.

세리아의 푸른 눈동자는 어느덧 서늘한 빛을 품고 있었다.

“……이 여자는 뭐에요?”

그러면서 검을 꾸욱, 하고 쥐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아차, 싶은 마음에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별 거 아니야. 단지 특례입학자라고 하길래 내가 잠시 동행하며 돌봐주는…….”

“그런 것치고는 둘 사이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스스럼 없이 손찌검까지 하고… 처, 천박해.”

으득, 하고 이 가는 소리가 울려퍼지자마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미 늦었구나.

이윽고 이성의 끈을 놓친 세리아의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러워, 어떻게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한테도 그럴 수 있죠? 아니, 아니… 이상하잖아요. 분명 이 암캐도 이안 선배를 노리고 있겠죠? 그러지 않아도, 최근 이안 선배를 눈독 들이는 암컷이 많아서 짜증나 죽겠는데…….”

그때까지도 검공은 하품을 내쉬며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하도 오해를 많이 사다 보니 이제 적응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검공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세리아가 어떤 여자인지.

“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요… 이안 선배 곁을 더럽히지 않도록, 제가 손수 정리를……!”

그렇게 세리아가 푸른 눈동자를 살의로 번뜩이며, 검 손잡이에 손을 얹은 직후였다.

빡, 하고.

세리아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일격이었다.

어느덧 검공의 검 손잡이가 세리아의 잔상에 닿은 뒤였다. 정작 그녀조차 이러한 전개를 예상하지는 못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이윽고 둥실 떠올랏던 세리아의 몸뚱어리가 풀썩, 하고 땅 위에 널브러졌다.

그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걸로 보아 혼절이 확실했다. 내 멍청한 눈빛이 검공을 향하자, 그제야 소녀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며 탄식을 내질렀다.

“……아차!”

“뭐가 ‘아차’입니까, 뭐가!”

아끼는 후배를 눈앞에서 잃은 내 절규를 뒤로 하고서.

그러든 말든, 정신을 잃은 세리아는 ‘흐에’하고 멍청한 소리를 신음처럼 토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대마녀를 만나기 직전, 내 후배가 일행에 합류하게 된 전말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