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3)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
주인공의 승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인물로, 루카의 이야기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
대대로 마법 의학으로 이름을 날린 가문에서 태어난 레오는 형의 독을 코어 강화제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지만,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내가 약재를 얻기 위해서는 교내에 연줄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주인공하고도, 루카하고도 동갑이야.’
나는 그 아래에 내가 기억하는 레오와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노트를 한 권 다 채워갈 때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출발까지는 반나절 넘게 남아 있었다.
‘슬슬 다음으로 할 것을 찾아볼까.’
아까 타깃을 적절히 설정한 것만으로도 1/3이 달성되었으니, 조금이라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면 너그럽게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점수를 좀 올리면 좋겠는데.’
지금 바로 체력이나 인상 점수를 높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나마 출발 전 접근할 수 있는 기술 항목에 대해 시험을 해 보는 게 낫겠지.
나는 집 구조도 익힐 겸 서고를 찾으러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소곤소곤 들려오던 대화와 작은 웃음소리가 뚝 멈추었다. 일감을 챙겨 복도를 거닐던 사용인들이 잔뜩 굳은 채 벽에 붙어 섰다.
소설 속 루카가 겪던 배척이 내게 그대로 닥쳐왔다.
‘직접 겪으니 새롭네.’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루카를 피하는 거지 진짜 나를 피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신선한 경험을 즐기며 소설 내용을 되짚었다.
하인들이 아버지나 형에게 줄을 타느라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다. 고작 그 정도였다면 사람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형이 어찌나 연기에 능한지 대부분은 형의 우애를 의심하지 않는다.
루카가 기피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형이 오랜 시간 꾸며 낸 소문 때문이다.
형은 내가 플레로마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오랫동안 만들어 왔다.
플레로마는 피로 타인의 마력을 흡수해서 영생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종교 단체다.
구성원 대부분이 오래전 죽었다가 10여 년 전에 환생한 자들로, 그들은 자신들이 신의 선택을 받아 부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미친놈들인데.’
플레로마는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산 사람을 죽였다가 살려 낸다.
부활에 실패하는 시체가 대부분이지만, 아주 드물게 의식이 날아간 채 살아나는 시체가 있었다.
그렇게 살아난 시체와 플레로마들은 육신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마력을 흡수하는데, 이때 마력을 직접 흡수해 생기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력 섞인 피를 섭취한다. 여러모로 꺼림칙한 집단이었다.
형은 사람들이 내 정상성에 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자잘한 논란거리부터 살인까지, 심혈을 기울여 온갖 사건들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입을 더럽히지 않고 추문을 퍼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한번 만들어진 거짓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형은 영지에 들이닥친 황실 조사원과 언론으로부터 루카를 보호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그게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다.
형은 10년간 끊임없이 거짓을 덧입히며 동생의 이미지를 저세상으로 보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한 인품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아버지를 비롯해 국민 전체를, 심지어는 루카 본인마저 속이는 데에 성공했다. 하인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차라리 잘됐어.’
이렇게 대놓고 피해 준다면 환영이다.
그게 내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모퉁이를 돌고 계단을 지나면서도, 사용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중에는 방어 기제로 흘려지는 겁에 질린 비웃음도 있었다.
나의 존재가 붕 떠 유리되어 가는 괴이한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루카의 기억이 합쳐져 그가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났고, 때문에 사용인들의 태도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대신, 루카와는 달리 내게는 조바심이 들지 않았다.
‘뭐 어쩌라고.’
당장 사라져 주기라도 해야 하나?
이럴수록 더 뻔뻔하게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싶어진다는 걸 모르나.
하지만 지금은 성질을 죽여야 한다. 내 입맛대로 저들을 놀려 먹을 시기가 아니니까.
한참 집을 누비다, 슬슬 체력이 고갈 날 즈음 1층에 있는 서고에 발을 들였다.
나는 서고를 돌며 역사책과 마법에 관한 책들을 뽑았다.
띠링―!
Chapter 1 특별 보상
당신의 지식을 기술로! 지금 습득하는 지식을 완벽히 체화시킵니다. (0/1)
‘음?’
이런 것도 주네.
태평하게 생각하기는 했으나 상황 자체는 태평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1이라는 숫자가 걸리는데.’
기회는 한 번이라는 뜻이다.
나는 책상에 쌓아둔 책을 훑어보았다.
이 기회를 역사책 따위에 낭비할 수는 없다. 그건 그냥 내가 알아서 암기하면 된다.
지식과 결과가 따로 노는 경향이 강한 분야, 수많은 연습을 거쳐야만 하는 분야가 적합하다.
나는 역사책을 치우고 뽑아 놓은 마법 서적을 늘어놓았다.
‘기초 마법학 개론.’
당연히 이것도 쓸모없다.
기초 정도는 내가 알아서 공부할 수 있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전투 마법 50선.’
이건 좀 끌리는데.
하지만 이것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저 정도는 학교에서도 배운다.
나는 책을 전부 책상 한구석에 몰아 두고 마법 서적이 꽂혀 있던 책장으로 갔다.
‘이것만 알면 인생이 바뀐다 ― 쉽게 공부하는 실생활 마법 약학.’
알아도 높은 확률로 바뀌지 않는다.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저주술.’
안 그래도 사람 피나 처먹는 종교 단체에 속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걸 강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게 황실의 검열을 통과하고 이 저택에 꽂혀 있는 이상 제대로 된 저주술일 거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기껏해야 교양서 정도겠지.
‘잠깐 생각 좀 하자.’
그냥 마법은 내가 익혀도 된다.
내가 익히기 어려운 것, 시간과 노력 등 기회비용이 ‘막대한’ 분야를 택해야 한다.
그럼 답은 하나지.
나는 곧바로 다른 칸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하나씩 책을 뒤적이다, 드디어 좀 쓸 만한 책을 찾아냈다.
‘권능으로서의 신력 연구.’
신력을 이용한 특수 마법이 적혀 있었다.
신력은 마력을 가공한 힘으로, 근본적으로 마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마력을 가공한’ 힘인 만큼, 신력 사용자들은 신력과 마력 모두를 능숙히 다룰 수 있으나, 마력만을 사용하는 이들은 신력을 다루는 데에 굉장히 애를 먹는다.
‘애초에 신력은 성직자들에게나 필요한 힘이지만….’
지금은 내게도 필요하다.
특히, 이걸 위해서.
나는 목차의 정신 조작 마법에 눈길을 주었다.
혹시 모를 일을 위해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해 입을 다물게 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이런 마법은 시전자의 체력과 정신력에도 큰 무리가 되는 데다, 여러 제약이 있어 익힌다 해도 형에게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형의 귀에 내 변화에 관한 소식이 들어가는 것은 늦출 수 있지.’
한마디로 행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신력을 익혀 두면 정신 조작뿐 아니라 신력으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특수 마법을 익힐 수 있다.
나는 책을 펼쳐 신력에 관한 지식을 죄다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습득까지는 내가 알아서 해야 했다. 이해는 되지 않았기에 무작정 암기부터 해 보았다.
띠링―!
Chapter 1 특별 보상
당신의 지식을 기술로! 지금 습득하는 지식을 완벽히 체화시킵니다. (1/1)
‘신력’ 특성이 추가되었습니다!
‘됐네.’
암기만 해도 성공이라니.
나는 숨을 돌리며 미소지었다.
* * *
나는 서고에서 밤새 시간을 보내다, 하인들의 기상 시각을 알리는 희미한 종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슬슬 학교로 출발할 시간이었다.
“도련님.”
때마침 어제 보았던 하인이 서고로 나를 찾아왔다.
나는 길을 안내하는 하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학교까지 거리가 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충 사나흘 잡으면 되나.
아마 공간 이동 도구는 쓰지 못할 것이다. 그건 마법사의 코어에 작용하는 물건이니까.
루카는 마법사로 태어나긴 했지만, 친절하게도 형의 약이 매주 코어를 박살 내 주고 있으니 사실상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못 한다고 봐야 한다. 높은 확률로 마차를 타겠지.
수많은 통로와 정원을 지나 내가 있던 건물의 가장 바깥으로 나가자 정말 마차가 하나 서 있었다.
‘역시나.’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나는 대충 마차를 향해 고갯짓하며 물었다.
“수도까지 보통 며칠 걸리지?”
“아, 저는… 사흘 좀 안 되게 걸렸습니다. 제가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련님의 경우에는 어떤지 듣지 못했습니다.”
사흘이면 사흘이지 내 경우는 또 뭐냐.
내 시중을 드는 하인이 똑 부러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냥 대꾸 없이 마차에 올랐다.
“다음 방학에 뵙겠습니다, 도련님.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나를 이곳까지 안내했던 하인이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루카의 숫기 없는 성격을 되짚어 그냥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분명 내 시중을 드는 이가 더 있을 텐데, 날 여기로 데려다 준 하인 말고는 나와 보는 인간이 하나도 없었다.
형이 떠날 때 그의 하인들이 이랬다면 전부 해고되었을 것이다.
‘뭐, 다음에 올 때는 전부 바뀌어 있을 테니까 상관없지.’
나는 마차 창을 소리나게 닫고 푹신한 등받이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도련님의 경우’를 왜 언급했는지 알게 됐다.
가문의 문장을 단 마차는 단 한 번의 검문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다른 영지들을 통과했고, 하루 만에 수도 코앞까지 도착했다.
‘확실히 가문 이름이 있어서 빠르네.’
나는 어제 서고에서 가져온 신력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굽어진 대로가 이미 마차로 가득했다. 개학 시즌인 데다 검문소까지 있어 더더욱 막히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 좀 걸리겠군.’
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마지막 장을 훑다 고개를 든 순간, 또다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직 갈림길을 지나지 않은 마차들이 다 같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다른 길로 빠져, 방금까지 복잡했던 도로가 시원하게 트이고 있었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마차에서 새된 외침이 들렸다.
“앗…!”
창으로 밖을 구경하고 있던 어린아이가 내 쪽을 보더니 마차 속 창을 쾅 닫았다.
왜 저러나, 하는 의문과 동시에 머릿속에 합리적인 의심이 스쳐 지나갔다.
‘이거 지금… 날 피하는 것 같은데?’
이제야 훤히 트여가는 도로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마법사 가문인 아스카니엔에서 굳이 마차를 쓸 이유가 없다. 워프 마법을 쓰면 되니까.
그럼 여기 대체 누가 탔겠는가.
당연히 나지.
“…하하하하!”
전부 알고 나니 웃음이 났다.
기분이 나빠서 웃는 게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어 나는 웃음이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건 좀 너무하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다짜고짜 마차에서 내려 이 도로를 날려 버리고 부활 제사를 지낼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 입장에서는 나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는 빠르게 생각을 지우고 평정을 유지했다.
아무튼 루카가 전 국민에게 기피 대상이 되었다는 건 진작 알았지만, 집 밖에서 그 서술을 몸소 겪는 것은 사용인 몇몇으로부터 겪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대되네.’
형을 기존의 내 위치로 끌어내리고, 동시에 내가 지금 형이 있는 곳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순간, 이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형은 완전히 뒤바뀐 처지에 어떻게 반응할까.
나는 창을 닫고 책을 펼쳤다.
‘흠.’
이제 여기 적힌 마법식도, 신력에 대한 부가적인 정보들도 전부 암기했다.
마침 할 것도 없는데 일찍 목적지까지 가게 되었으니 저들에게 큰 유감은 없다.
띠링―!
감은 좀 잡았나요? 앞으로도 이렇게만!
‘제안: 인생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으세요.’ 2/3 달성!
마침 새로운 알림이 나타났다.
서고에 도착하고 특별 보상을 줬을 때부터 대충 성공을 눈치챘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대신, 이게 지금 나타났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딱 여기 있는 내용을 익히고 나니 이게 나타났지.’
보상으로 얻은 특성 외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 아닐까.
‘상태창.’
루카스 르네 아스카니엔
칭호: 제국 제일의 멍청이
체력: -5
정신력: -10
마력: ?
기술: +0.002 (+0.002)
인상: -10
행운: -9.998 (+0.002)
특성: 여명777, 신력
기술이 미미하지만 오르긴 했다.
정말로 미미해 놀라울 지경이었다.
‘…뭐, 예상은 했다.’
정신력과 인상 점수가 굉장히 타당한 걸로 보아 항목마다 10점 만점인 것 같은데… 책 한 권 읽었다고 1점을 거저 줄 수는 없겠지.
나는 금세 수긍하고 창을 날렸다.
그보다는 행운 수치가 오른 것이 놀라웠다. 다른 항목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듯했다.
“도착했습니다.”
마부가 마차 문을 열었다.
저 멀리 누가 봐도 학교처럼 생긴 건물이 있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광장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챙겨 마차에서 내리고는 주위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할 게 있지.’
좀 뜬금없긴 하지만, 이거라면 아마 이번 ‘제안’의 마지막 항목을 달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머리를 잘라야 한다.
나는 손을 들어 머리를 헤집었다.
왁스를 발라 넘겼던 머리칼이 잔뜩 뭉친 채 내려와 눈과 귀를 가렸다. 이 정도면 대체 얼마나 오랜 기간 자르지 않은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날 찾지 않는 이상 내 시중을 드는 하인들마저도 내게 접촉하지 않았으니… 마지막으로 자른 것은 아버지를 뵈었던 입학 전일 것이다.
‘하인들이 피할수록 더 확실하게 할 말은 해야지, 하여간….’
됐다.
루카는 그럴 수밖에 없게 자랐는데 내가 뭘 어쩌겠는가.
어차피 나도 서고에 있다가 시간이 다 된 바람에 그냥 나왔으니, 결과적으로 할 말은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이런 꼴로 다녔다간 동료고 뭐고 아무것도 모으지 못할 테니, 외관을 평범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어디서 머리를 잘라야 하는지 모른다는 건데.’
나는 가만히 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가문의 마차가 보일 때부터 광장을 꽉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슬슬 눈치를 보며 빠지더니, 이제는 눈에 띄게 사람이 줄어 서넛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중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나를 발견하고는 멈칫하더니 급하게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사라졌다.
‘흠.’
여태까지 그랬듯 딱히 괘씸하진 않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루카를 피하는 거지 나를 피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좀 괘씸한 것 같기도 하고. 이번만 대충 그렇다 치자고.
나는 보폭을 넓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교복을 입은 누군가의 어깨를 잡아챘다.
“저기요.”
“으악!”
어깨의 주인이 펄쩍 뛰더니 천천히 얼굴을 돌렸다. 반응을 보니 그는 이미 어깨를 잡은 인간이 누군지 아는 듯했다.
나는 최대한 인상을 풀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상대방이 지금 이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만 벌리고 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왜…?”
“뭐 좀 물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