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4화 (4/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4)

띠링―!

‘제안: 인생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으세요.’ 3/3 달성!

축하합니다!

‘제안: 인생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으세요.’ 성공!

‘Chapter 1. 너 자신을 도우면, 신도 너를 돕는다 (1) 완료!

‘Route 1 — 〈 Chapter 2. 너 자신을 도우면, 신도 너를 돕는다 (2) 〉’를 확정합니다.

“이제 좀 시원하네.”

나는 짧게 잘린 뒷머리를 만졌다.

그래, 이거지. 머리를 기르려면 좀 다듬어 가면서 기르던가, 아니면 그냥 자르던가.

루카는 기를 생각도 없으면서 오랜 시간 내버려 둔 바람에 완전히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잘라 놓으니까 덜 초췌해 보이네.’

의식하지 않을 때 나오는 풀 죽은 얼굴 대신, 별 표정 없이 거울을 보았다.

몰랐는데 의외로 멀쩡하게 생겼다.

피부가 창백하긴 하지만,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해 혈색만 돌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 보일 것이다.

나는 가게를 나와, 한 보 뒤에서 따라오는 학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데려다 줘서 고맙다. 그래서, 우리가 같은 반이라고?”

“…그, 그래. 우리 학교는 입학하면 졸업 때까지 같은 반이야, 루카스…. 몰랐구나.”

“그건 알았는데.”

주인공이 이곳 학생이었기에 이렇게 소설에서 나온 정보는 잘 알고 있었다.

“아, 그래…? 하하! 그랬구나. 내가 잘 몰랐네. 하핫….”

“그래서 이름이 뭐지?”

“어, 나?! 나, 난, 멜빈이야. 그런데 그건 왜…?”

같은 반 친구가 이름도 못 물어보냐.

그리고 왜 이렇게 떨어.

왠지 삥 뜯는 양아치가 된 기분이 들어 그냥 입을 닫았다.

전 국민이 피하는 꼴을 눈으로 봤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일대일로 있을 때 떠는 놈을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한 건물 앞에 도착하자, 멜빈이 얼굴에 화색을 띠며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가 기숙사야. 이만 들어가고 내일 교실에서 보자.”

“야, 잠깐만.”

“응…?”

“방 어딘지 찾아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

멜빈은 다 죽어 가는 얼굴로 최대한 멀찍이 떨어진 채 나를 행정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반응이 웃기네.’

미안함은 잠시였다.

그새 저런 반응에도 적응이 된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정도면 어떤 수준인지 궁금해 호감도만을 불러내 보니, 역시나 점수가 -10을 찍고 있었다.

“고맙다. 나중에 보자.”

“으, 으응…. 난 진짜로 갈게…!”

뭐라 대답해 줄 새도 없이 학생은 복도를 뛰쳐나갔다.

나는 행정실에서 호수를 묻곤 내 방을 찾아갔다. 문을 여니, 집에서 보낸 짐이 들어와 있었다.

“정리부터 좀 해야겠네.”

짐은 옷 몇 벌, 수업에 쓰는 책, 필기구, 그리고 약이 전부였다. 루카에게는 쓸모없는 가문의 완드까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전부 옷장과 책상에 던져 두고 나니 남은 것은 약상자뿐이었다.

상자를 걷어차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뚜껑을 열었다. 빛이 들지 않게 감싸진 검은 보 위에 크림색 편지가 놓여 있었다.

아직 보낸 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누가 썼을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봉투를 뜯어 편지지를 꺼냈다.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안녕. 이걸 읽을 때쯤이면 너는 이미 학교에 가 있겠구나. 네가 그렇게 쓰러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조금이라도 옆을 지킬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일찍 떠날 수밖에 없었어. 약이 그렇게까지 널 아프게 할 줄은 몰랐어. 부디 용서해 주길 바라.]

저 사과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과일 것이다. 루카의 결말을 아는 나로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뒤로는 아버지의 근황이 어떻고 그가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했으며 또 성적을 평균까지는 올리면 좋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내용뿐이었다.

동태 눈깔을 뜨고 읽다 보니 어느새 글은 마지막에 다다랐다.

[앞서 잔소리를 조금 하기는 했지만, 네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잘 알리라 믿어. 언제나 건강을 제일 먼저 생각하도록 해. 특히 요즘은 변화가 심한 것 같으니,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내게 꼭 알려주렴.]

[네게 언제나 신의 가호가 있기를.

진심을 담아, 너의 형이.]

평범하디 평범하고 쓸데없는 편지였다.

착한 척하느라 굳이 시간 들여 이렇게 긴 편지를 썼다는 데에서 그의 악착같음이 느껴졌다.

나는 편지지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문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네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잘 알리라 믿어.]

그래, 잘 알지.

나는 그대로 상자를 들어 서랍 안에 약병을 털어 넣고 잠갔다.

마시란다고 이걸 마시는 불쌍한 놈이 여태까지 네 동생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

형을 매장하기 위해서 저 중 일부는 증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레오만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저건 더없이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남은 약효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이 달라지니, 일단 지금은 마법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나 확인해 봐야겠다.

‘사흘 전에 형이 한 병 먹였지.’

그건 사실상 바로 뱉어 내서 의미가 없을 것이고, 형이 약을 바꿔 오기 전, 마지막으로 두 병을 연달아 마셨던 날로 따지면 나흘 전이다.

일주일 주기로 복용하는 약이니 효력은 상당히 줄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법 한번 써 보자.

‘…근데.’

뭘 하려고 해도 기억이 적당히 오래되었어야 말이지. 마지막이 열두 살 때였나.

어쨌든 마법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코어만 좀 닫힌 건데,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일단 손을 쭉 내질러 보았다.

피잉―!

그 순간, 붉은 마법이 번쩍 일었다. 처음 보는 마법에 놀라기도 전에 심장에 격통이 찾아왔다.

“으윽…!”

진짜 되네. 무릎이 저절로 꿇어졌다. 버티고 서 있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이게 약효 떨어진 상태라니….’

이딴 약을 동생에게 먹이면서 잘도 두 다리 뻗고 잘 수가 있네.

루카가 아닌 독자 입장이었을 때도 어이가 없었는데, 당사자가 되어 보니 더더욱 어이가 없다. 실성한 것처럼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아무튼, 계획에는 이상이 없어.’

오늘이 평일의 마지막 날.

주말이 내일이다. 주말만 지나면 약효가 완전히 떨어지겠지.

식은땀이 흐르는 와중에도 웃음이 났다.

그래. 우선은 레오부터 내 편으로 만들어 보자고.

* * *

다음 날 아침, 방 밖으로 나서자 등교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의외로 안 피하네?’

나는 이 놀라운 상황에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한 학생이 태연히 옆을 지나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서 화들짝 놀라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사람이 많은 기숙사 로비로 내려가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

안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못 알아본 것이었다.

오늘은 매번 거지꼴로 다니다 머리를 깨끗이 다듬고 나타나 그 반응에 지연이 있었을 뿐, 학생들은 늘 루카를 기피하고 혐오해 왔다.

설상가상으로—무작정 피하기만 하는 외부와 달리—학교에는 좀 더 대담하게 루카를 무시하고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는 플레로마 소문 때문에.

둘째로는 마법도 못 쓰는 주제에 기부 입학으로 마법학과에 들어왔기 때문에.

마지막으로는 학교에서 견고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 하나가 나를 유별나게 싫어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학생이 바로 레오다.

‘갈 길이 머네.’

레오는 교우 관계도 성적도 행실도 모두 훌륭해 교내에서의 입지가 좋다. 마법 실력도 상위권에 위치한다.

그런 이가 노골적으로 루카를 싫어하고 있으니, 용기만 많고 인간은 덜된 학생 몇몇에게는 그것이 루카를 대놓고 괴롭혀도 안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외부와는 다른 대담한 멸시와 조롱이 루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막막한 상황은 아니다.

루카의 사망을 조사하며, 레오는 주인공에게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루카는 모르는 일이지만, 레오는 형에게 본격적으로 갈굼당하기 전의 루카를 본 적 있다.

의학으로 대를 이어온 집안 환경부터 일반적인 마법을 하기에는 미약한 재능까지, 마법과는 거리가 멀었던 레오가 본격적으로 마법에 목숨을 걸기 시작한 것은 루카의 마법을 목격한 후부터였다.

어릴 적부터 루카에 대해 맹목적으로 긍정적인 인상을 가졌기 때문인지, 레오는 플레로마에 대한 소문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불똥이 루카에게 튀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상한 소문에 굴복하는 것이 바보 같아 되레 퉁명스럽게 대했다’.

레오가 루카의 사망 사건을 파헤치는 와중에 주인공에게 털어놓는 내용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퉁명스럽게 대하는’ 시기일 것이다.

‘어쩌다 이런 문제에 엮여서는….’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

감정의 종류가 어떻든, 무관심한 것보다는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낫다.

그 깊이를 유지한 채 극적으로 방향을 뒤집을 수 있으니까.

드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평소 안 하던 모습을 하고 나타난 데에서 일어난 당황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그 반응을 모르는 체하고 적당히 맨 뒷자리를 찾아 앉았다.

저 멀리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말없이 책을 꺼내며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머리 하나 잘랐다고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까지 듣는 거냐….’

대체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거지꼴을 하고 다녔길래.

아무튼, 저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는 뻔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았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한 학생이 턱을 괸 채 고개만 살짝 틀어 나를 싸늘히 바라보고 있었다.

밀빛 금발에 푸른 눈, 선하게 내려간 눈꼬리와 고집스럽게 다물린 입매.

그리고 모범의 극치를 달리는 옷매무새까지, 루카의 기억이 아니라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저 학생이 레오다.

띠링―!

‘Route 1 — 〈 Chapter 2 〉’을 시작합니다.

「 Chapter 2. 너 자신을 도우면, 신도 너를 돕는다 (2) 」

〈 Chapter 2. 너 자신을 도우면, 신도 너를 돕는다 (2) 〉

제안: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를 당신의 동료로 만드세요. (0/1) (167시간 59분 58초)

* Route 1 ― 〈 Chapter 3. 미정 (1) 〉

* Route 2 ― 〈 사망 〉

‘…사망.’

167시간 59분, 일주일이다.

이런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퀘스트로 띄우다니.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아니.’

일주일의 제한이 생겼다 해도 승산은 있다. 레오와 같은 반인 지금, 나는 오히려 이 제안에 실패할 자신이 없다.

나는 레오의 새파란 눈에서 시선을 떼고 자리에 앉았다.

* * *

“안녕하십니까, 학생 여러분.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새 학기 첫 시간, 교수가 출석 명부를 강의대에 내려놓으며 힘차게 인사했다.

교수의 인사와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교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 소개를 이어 나갔다.

“작년에도 들어서 알고 있지요? 우리 수업은 마법의 역사를 배우는 과목입니다.”

첫 시간부터 부담 없는 과목이라니, 마음에 든다.

나는 교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뇌를 비우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아까 눈이 마주쳤을 때 빠르게 확인한 레오의 호감도는 -8.

대부분 -10인 이곳 학생들보단 높지만, 음수인 이상 좋다고만 할 수는 없는 숫자였다.

168시간, 일주일 내에 레오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기존 계획에서 속도를 좀 높여야 한다.

나는 노트에 한참 무언가를 끼적이다 시계를 보았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수업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과거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게 하는 초석입니다. 우리는 자신이라는 미시적 세상을 바로 대면하여 자주적으로 삶을 개척할 수 있고….”

“…….”

고등학교에서 한 시간 내내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가.

나는 노트에서 시선을 떼고 주위를 훑었다. 이미 학생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딴짓을 하고 있었다.

짝―

교수가 손뼉을 치며 학생들의 시선을 끌어왔다.

“자, 여러분. 집중하세요. 마지막으로 문제 하나만 내 보겠습니다. 마력이 발현된 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성찬식에 1회씩 참여하도록 결정한 회의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맞추는 학생에게는 이번 학기 태도 점수로 만점을 드리겠습니다.”

“교수님 또 저러네…. 아직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뭘 바라냐.”

내 앞에 앉은 학생들이 거의 들리지 않는 크기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리 거리가 있다 해도 저 깡은….

선생을 얕잡아 봐야만 나올 수 있는 태도였다.

‘고등학생 때 생각나네….’

한번 우습게 보이면 선생이고 뭐고 없지.

나는 내심 안타까움을 느끼며 교수의 말을 들었다.

“시험에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정도는 알아야 우리 자랑스러운 제국 2교육원의 학생이라 할 수 있겠지요. 교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않지만, 지금의 신력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아는 학생 없나요?”

당연히 강의실은 정적이었다.

나는 노트에 끼적인 행동 루트들을 훑으며 생각에 잠겼다.

2학년 첫 수업, 첫 시간.

이번 제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시작할 겸,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한번 시험해 볼까.’

과연 학교에서도 집에서처럼 연기해야 할까.

이미 길을 안내해 준 학생에게 루카답지 못한 언행을 보이긴 했지만, 그거야 고작 한 명에게 보인 것이니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교수의 질문은 이곳에 오는 내내 지겹게 암기했던 신력 서적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질문의 답을 알고 있는 지금, 이용하기에는 괜찮은 기회다.

‘뭐라도 안 뜨냐.’

나는 혹시나 해 퀘스트 창을 불러냈다.

레오를 동료로 만들라는 제안 말고 다른 제안은 없었다.

별 쓸데없는 것에도 잘만 뜨더니 정작 필요할 때는….

‘됐다.’

어차피 한 번이다.

어제 신문에서 형이 속한 황실 마법사 단체가 교황령으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형의 일이 끝나려면 적어도 일 년은 있어야 하고, 나라 간 워프 마법이 금지되어 있기에 돌아오려면 제국 국경까지는 알아서 마차를 타든 기차를 타든 해야 한다.

그 마당에 오로지 나를 지하실에 처박기 위한 목적으로 귀국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성적 좀 올리라고 먼저 말한 놈은 형이지.’

형이 무서워서 형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데, 그걸 트집 잡으러 온다?

수업 중 질문에 대답하는 정도라면… 경계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

이마저도 거기까지 소식이 전달된다는 전제하에 하는 생각이다.

소설에서 형은 루카에게 감시인을 붙이지 않았다. 그건 빙의 직후의 내 상태만 봐도 납득이 된다. 그렇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완전히 무너진 인간이 뭘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내가 수업 시간에 대답 한번 한다고 그게 형의 귀에 바로 들어갈 일은 없다.

나는 미소지으며 교수의 불만을 가만히 들었다.

“아무도 없나요? 이건 앞서 내가 이야기한 것들과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분명 작년에도 잠깐 이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데….”

“…….”

“어쩔 수 없지요. 지금부터라도 잘 기억해 두길 바랍니다.”

“2차 레이테룸 공의회입니다.”

강의실에 적막이 찾아왔다.

강의실을 빼곡히 채운 학생들이 몸을 내게 돌린 채 당황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교수 역시 내가 대답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저히 이 당황스러운 기류를 깰 인간이 없어 보였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분위기를 풀려 입을 열었다.

“틀렸나요?”

“학생?”

“예.”

“…학생이 대답한 것이 맞나요?”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예.”

“…틀리지 않았어요. 2차 레이테룸 공의회가 맞습니다. 작년에 아파서 수업에 자주 못 나온 걸로 아는데… 기억하고 있네요?”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대화를 끝냈다.

내게 꽂히는 수많은 눈길들을 마주 보자, 내 시선에 뭐라도 묻은 것처럼 학생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중요한 것은 다른 놈들이 아니다.

나는 레오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레오는 아까의 싸늘한 표정 대신,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눈앞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띠링―!

Chapter 2 특별 보상

Hint: 당신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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