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30화 (30/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30)

이전에 챕터 3의 제안을 성공시킨 뒤 나타나지 않았던 창이 이제 나타났다.

제안을 달성하고 나서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이 텀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나타난 걸 보면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챕터 4에 들어섰다는 이야기인데.

흐름상 지금 옳게 가고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아무튼.’

슬슬 전개가 바뀐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플레로마의 입장에서, 진행을 바꿀 만큼 중대한 사건을 꼽자면 나와 레오의 등장이 제일 유력하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 역시 제한 구역을 들쑤시고 다니지 않았나.

주인공이 황가로서의 신분을 숨기고 널리고 널린 하급 귀족 마법사 행세를 했다.

의심을 사거나 관심을 받을 것도 고려해 받아 가는 보상금 액수도 조절했다.

결과만 보자면 플레로마 입장에서는 위험 요인이 아니다.

하지만 레오의 등장은 다르다.

레오와 신력 쓰는 정체 모를 사냥꾼은 세간의 관심을 휘어잡았다.

거기에 원작과 달리 키메라 생물도 황실에 들켰지.

키메라 생물을 놈들이 만든 게 확실하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한 일이 된다.

어찌 됐든, 지금에 이르러서는 결론은 하나다.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으니 문제를 처리했을 때 얻는 이득이 크다.

잘만 하면 완벽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셈이다.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 준비하던 중, 문이 벌컥 열렸다.

레오가 인사도 생략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봤어?”

“뭘.”

레오가 신문 뭉치를 내밀었다.

장을 넘길 필요도 없었다. 첫 장부터 나와 레오의 이야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메펜의 제한 구역을 방문한 바이에른의 레오나르드 왕세자]

[‘파란 눈의 사냥꾼’ 니콜라우스 경의 자선 행사]

[손을 대자 피부병이 사라졌다… 니콜라우스 경이 메펜에 일으킨 기적]

“제목 심플하네.”

“…전에 한번 겪었다고 초연해진 거 봐라…. 여기 밖에 지역 신문 기자들 깔렸어. 사람들 나오자마자 인터뷰하더라.”

“음, 다행이네.”

“내일이면 전국으로 퍼지겠어.”

그러겠지.

레오의 방문을 놓칠 리가 없다.

거기에 겸사겸사 좋은 이야깃거리도 생겼지.

레오가 내 앞자리에 털썩 앉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래서, 알아낸 거 있어?”

“2주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더라. 어떤 사람은 10월 18일 전후로 모기 이야기가 들렸다고 했어.”

“그때부터 시작된 셈이네.”

“맞아. 환자들도 그때부터 생겼으니, 그때 곤충 오염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야. 오염이 됐건 안 됐건 결계를 빠져나오는 놈들은 늘 있으니 증상 발현 날짜와 오염 날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레오에게 신문을 건넸다.

“2주 전부터 지역 신문을 뒤져봤어. 마침 10월 17일에도 비가 왔더라.”

“공교롭네. 네 말은 비가 오는 날을 골라서 실험했다는 뜻이지. 그치?”

“그래,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

전에 잠깐 떠올렸다가 보류한 가설을 다시 꺼낼 차례다.

제한 구역을 오히려 부활 실험장으로 썼으리라는 그 가설이 맞다면, 지역 전체를 오염시키든 곤충 군집을 오염시키든, 증거가 남지 않도록 비가 오는 날 실험을 할 것이다.

특히, 레오와 그 수행원이 제한 구역에 출입하는 것을 알게 된 한 달 전부터는 더더욱 증거 인멸을 철저히 하려 했겠지.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인위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믿나 보네. 하긴, 곤충이 자연적으로 오염된 게 맞다면 진작 오염됐겠지.”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이 일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나는 적당히 맞장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자정이다. 돌아가자.”

* * *

우리는 남작의 저택에 들러 인사를 하고, 그로부터 바이에른령으로 워프한 후 학교로 이동했다.

혹시나 뒤가 밟힐까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상태가 답이 없네.’

나는 두통약을 커피와 함께 들이켰다.

그 와중에 교실은 평소보다 더 시끄러웠다.

“레오, 어제 뭐야?”

“기사 봤어! 이번에도 거기서 마수 잡고 온 거야?”

“응, 잡고 나서 잠시 마을로 들렀어.”

“메펜 남작이 너랑 니콜라우스 경한테 감사패 줄 거라고 기사 났는데, 들었어?”

“그건 몰랐네. 학교로 돌아오고 나서 발표하셨나 보다.”

어젯밤 지역 신문에 났던 이야기는 오늘 제국 신문에까지 나타났다.

[150명에게 행해진 기적… 니콜라우스 경의 자선 마법]

[이례적 규모의 자선 마법 행사에 제국 내 9개 가문 후원 의사 밝혀]

[‘파란 눈의 사냥꾼’ 니콜라우스는 누구인가?]

[메펜 남작 ‘금주 내로 감사패 및 명예 시민증 수여할 것’]

전부 오늘 지나가다 확인한 기사 타이틀이다.

나는 조례를 기다리며 책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을 끄려 해도 같은 교실에서 들려오는 호들갑스러운 소란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어떤 분이야? 그 정도로 오랫동안 신력을 쓸 정도면 되게 좋은 가문 출신인가 봐. 나이도 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알게 된 거야?”

“나르케, 니콜라우스라는 사람 알아? 교황령에서 유명해?”

“글쎄, 그런 이름은 많아서 잘 모르겠어.”

나르케가 웃으며 말을 맞췄다.

다 좋은데… 교실에서 자꾸 내 이야기를 하니까 집중이 안 된다.

커피 좀 마시고 정신을 집중시켜야지.

“근데 여행자 신분으로 그렇게 국내에서 마법 쓰고 다녀도 돼? 아! 물론 좋은 일을 하셨지만….”

그 물음에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바이에른 시민권자야. 왕국군 마법사로 고용했으니 문제 생길 건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구나!”

‘…….’

군?

언제부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 밀리는 소리에 레오가 눈을 내 쪽으로 돌렸다.

재킷 주머니에 있던 파이가 고개를 불쑥 들었다.

“왜 그래, 루카스?”

커피 도로 뱉어 내기 전에 교실 밖으로 나갈 생각이다.

막 문을 지나쳐 나왔을 때, 한 학생이 허겁지겁 뛰어와 문간을 잡고 교실 안에 소리쳤다.

“야! 내려와 봐, 와 봐 빨리! 지금 바로 봐야 해!”

* * *

어떻게 해서 신원 미상의 인간에 대해 비텔스바흐 가문을 설득했는지 알겠다.

문제가 생길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문제가 생길 시 군법에 의해 처벌받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다.

‘갑자기 살벌해지네.’

어차피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진 않을 테니 상관없긴 하지.

니콜라우스로 살려면 보증된 신원이 있어야 하니, 아무 노력 없이 왕국 시민권을 얻은 건 오히려 이득이다.

내가 일만 안 치면 된다.

파이가 재킷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루카스, 내가 주말에 뭘 했는지 알아? 고향을 만들어 봤어.”

“그걸 어떻게 만들어….”

“돌을 엄청 많이 쌓았어! 거기에 꽃도 넣어 놨어.”

“그렇구나.”

“이따 놀러 와!”

“그래, 초대해 줘서 고맙다.”

나는 거의 의식의 흐름대로 파이의 말에 대답하고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곧 조례 시작이다.

나는 강의동 옆 공원에서 나와 정문으로 다가갔다.

“으아아악!”

그때, 저 멀리 사람 하나 없이 텅 빈 광장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다가가 보니 목발을 짚은 한 학생이 넘어져 있었다. 학생이 이런저런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맞을 빗물… 이 정도면 전치 2주는 더 얻었겠네.”

과장이 심해 보인다.

아무튼, 그는 나를 보고도 놀라거나 피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의 옆에 앉아 어깨를 부축해 일어섰다.

학생이 시원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오,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뭘.”

“근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이름이?”

“루카스야.”

목발을 주워 그에게 건넸다.

내 대답에 상대가 눈을 찌푸리며 나를 관찰했다.

“음, 아스카니엔? 진짜로 몰라보게 변했네. 너 생각보다 인상이 좋구나.”

“만난 적이 있던가?”

“넌 몰라도 사람들은 널 알지. 아무튼, 우리 이제 같은 반이니까. 이따 보자.”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고 손을 흔들더니, 목발을 열심히 움직여 사라졌다.

같은 반?

그것도 이제?

‘본 적 없는데.’

루카의 기억에도 없다.

설마….

내가 그를 확인하려 다시 뒤돈 순간, 파이가 머리를 쑥 뺐다.

“루카스, 안 늦어?”

“아.”

시계를 보니 아직 늦지는 않았다.

나는 건물로 들어가는 계단을 올랐다. 로비에 들어서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꽉 차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

곧 있으면 조례가 시작되는데도 다들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가운데 선 학생이 시뻘건 얼굴로 계단 옆에 바싹 붙어선 채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인지 보니, 손이 계단 손잡이에 묶여 있었다.

‘…학교 넥타이 아냐?’

익숙한 보랏빛 천이 손목을 손잡이와 이어 두고 있었다.

‘저걸 왜 못 풀고 나오냐.’

다들 같은 생각인지, 나처럼 이제 막 도착한 학생이 같은 의문을 표했다.

“마법 걸린 거야? 왜 저걸 못 빼?”

“어. 보통 마법이 아니라던데. 교수님들도 못 풀고 계셔.”

넥타이에 붙들린 학생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 갔다. 그가 둥글게 모여 지켜보는 수많은 인파에 버럭 소리쳤다.

“아, 안 가?! 꺼져! XX 뭐 좋은 일이라고 구경이나 처하고 있어?!”

“학생, 수식 외는 중에는 가만히 있으세요!”

“누가 이렇게 했어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 진짜 짜증 나게 XX….”

“학생은 이것만 풀리면 학장실로 따라오세요.”

“아, 씨….”

별 이상한 놈을 다 보겠네.

저렇게 분별없이 굴고도 학교에 남아있는 것을 보니 1학년인 듯했다.

저렇게 곧 퇴학당할 놈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놈을 무시하고 인파를 뚫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예… 오늘 아침에 좀 소란이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데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우리 마법학과 2학년 2분반 학생들은 학업에만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교수가 목을 가다듬고 출석 명부를 펼쳤다.

“아그네스 미첼렌.”

“출석했습니다.”

“게르트 자일러.”

“네.”

호명이 거의 끝나갈 즈음, 내 순서가 다가오자 책에서 눈을 떼고 몸을 바로 세웠다.

“루카스….”

덜컥―!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문을 느긋하게 열고 나타났다.

“아, 제가 좀 늦었죠. 죄송합니다.”

마치 학기 초 내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처럼, 학생들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이 돌았다.

목발을 짚은 학생이 웃으며 들어와 교실을 휘휘 훑어보더니, 빈자리에 앉았다.

잔뜩 구겨진 제복 셔츠부터 빗물에 젖은 재킷까지 제대로 된 구석이 없었다.

아까 본 그 학생이다.

왜인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아까 봤다는 점에서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이유가….’

방금 말고도, 분명히 어디선가 마주친 적 있어 보이는데.

그때 교수가 눈을 찌푸리며 학생의 행색을 훑었다.

“학생, 넥타이는 어디에 두고 왔나요?”

“빌려줬습니다. 교수님, 저 지각인가요?”

“아직 안 불렀으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빌려줬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요. 얼마나 악을 써대던지 좀 웃기긴 했어요. 그쵸?”

“…….”

학생이 들어오면서부터 불쾌함을 담아 미간을 구기고 있던 레오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교수 역시 멍하니 학생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설마 학생이 1학년 학생을 로비에 묶어 뒀나요?”

“1학년 맞죠? 아직 퇴학 안 당한 걸 보니 그럴 줄 알았어요.”

“대답하세요.”

학생이 교수의 단호한 물음에 얼굴을 진지하게 굳혔다.

“예, 맞아요. 접니다.”

“유급 피하려고 등교해 놓고 이제는 학교폭력으로 제적당하고 싶은가요?”

학생이 한참 말없이 교수를 빤히 보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다리 X신이라고 하던데요.”

“…….”

“똑같이 부러뜨려 주려다 참았습니다. 다리를 묶어 두고 싶었는데 목발 때문에 앉을 수가 없어서요. 제가 그런 막말에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아십니까?”

그렇다기에는 표정은 딱히 그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미소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한 교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다리는 어쩌다 그렇게 됐죠?”

“절벽에서 떨어져서요. 소견서는 이미 교수님 연구실에 제출했습니다. 다행히 얕았으니 걱정은 마시고요.”

“후우….”

끊임없이 당황스러운 멘트가 이어진다.

내가 알기로, 아니, 이곳의 모두가 알기로 절벽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쳐 오고, 모욕받았다고 주저 없이 학생 손을 묶어 버릴 사람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루카의 기억에 없는 사람이지.

우리 분반에는 1분반에 있다가 옮겨진 장기 결석자가 있다.

소설에서도 반을 옮긴 장기 결석자가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그의 입장에서 쓰여 있었기에 결석했다는 느낌은 딱히 없었지만.

‘설마….’

착잡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린 교수가 빙글빙글 웃는 그를 말없이 쳐다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례 끝나고 따라오세요. 엘리아스 학생.”

“…!”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의 이름을 듣자 완벽히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소설 주인공이다.

띠링—!

〈 Chapter 4. 끊임없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2) 〉

제안 1: ‘엘리아스 호엔촐레른’을 당신의 동료로 만드세요. (0/1) (23시간 59분 58초)

* Route 1 — 〈 제안 2 〉

* Route 2 — 〈 Chapter 5. 저녁이 되기 전에 하루를 칭찬하지 말라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