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34화 (34/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34)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연간 2억 5,000만 펠이라니요! 돈을 지역 발전에 투입한다면 우리 제국은 20년, 30년, 그 이상까지 제국을 먹여 살릴 산업 특화 단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엘리아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전용 필터에 신문지를 갈아 끼웠다.

1월, 첫 결계 설치를 논할 때 발행된 신문이었다.

사진이 움직이며 그 안에 녹화된 말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다른 인물이 앞서 나온 의원을 신랄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헤닝 베렌드 씨는 수년 전부터 방산 물자 생산 특화 단지 건립을 추진해왔습니다. 어디에요? 당연히 그쪽 영지죠! 저도 면직 산업 단지 하나 가지고 싶군요. 마수 결계보다는 뭐라도 창출이 되겠죠?]

엘리아스가 킬킬댔다.

“엄청 비꼬네.”

“너 같아.”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어. 자, 다음은 누굴 볼까.”

레오의 말에 엘리아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손에 집히는 신문지를 꺼내 필터에 끼웠다.

[―베르너 스트라우치 의원님, 의견이 있으십니까?]

[저는 그저 신민들의 편에 설 뿐입니다.]

“베르너 스트라우치 씨는 본회의 때 결석한 이유가 있네.”

“불참.”

“그거나 그거나.”

엘리아스가 신문지를 필터에서 뽑아내고 주위를 둘러봤다.

“모기는 어떻게 됐어?”

“이제 특성 분류 끝냈어. 나눠 담았으니 이제 연구소에 보내기만 하면 돼.”

교배 후 보고서까지 쓰기에는 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업체에 실험 예약을 해 뒀다.

이걸 말했을 때 멜빈의 얼굴빛이 30초 만에 급격히 화사해지는 걸 목격했다.

나는 업체에 전달할 요청서를 작성하며 레오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린대?”

“성장까지 적어도 3주 걸리나 봐. 보고서까지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5주는 잡아야 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결계 비용과 내부 청소비를 예산안에 편성하고 통과시키려면 족히 두세 달은 걸릴 것이다.

여기에 연구 보고서 한 달.

그사이 플레로마 측에서 곤충을 활용하거나, 여러 세대를 거쳐 자연적으로 더 강한 모기들이 나타난다면 피해가 커진다.

엘리아스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팍 구겼다.

“뭐? 그 전에 사람 다 죽겠네. 지금 용역비로 10만 펠 썼지?”

“어.”

“흐으음….”

엘리아스가 의자 등받이에 철퍽 기대며 신음했다.

그가 잠시 미간을 구기더니, 금세 명쾌한 얼굴로 일어났다.

“더블 가자.”

“…중고등학교 수준 실험에 20만 펠을 투입하겠다고?”

“걔네 빨리 성장시킬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잖아. 전보 줘 봐. 내가 협상할게.”

레오가 들고 있던 전보를 엘리아스에게 넘겼다.

엘리아스가 내용을 훑어보더니 이곳에 비치해 놓았던 전보 신청서에 무언가 적으며 중얼거렸다.

“2만 펠 더 줄 테니 보고서까지 사흘 안에 끝내.”

“…….”

방금 더블 가자면서 고작 2만?

레오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엘리아스를 내려다봤다.

“왜 그래? 협상하려면 처음엔 빡빡하게 잡아야지. 원래 더 줄 거 생각하고 후려쳐서 부르는 거야. 그쪽도 일부러 마법 안 쓴 기간으로 책정했잖아.”

“…뭔 소리야?! 세상 사람들이 다 너 같진 않아. 루카스.”

레오가 도움을 요청하듯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왜, 괜찮은데.”

“…….”

엘리아스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실험할 때는 보통 성장 가속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상대 업체의 말뜻은 10만 펠, 그러니까 한화 가치로 1,000만 원을 가지고는 성장 가속 마법을 써줄 수 없다는 말인데, 추가 비용을 명시하지 않았으니 우리의 제시를 듣고 조정하겠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실험용 성장 가속 마법 역시 공식 너덧 줄에 불과하기 때문에 웃돈 200만 원 정도면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다. 엘리아스가 굳이 저걸 말로 해서 그렇지.

“…어휴.”

레오가 엘리아스가 넘기는 전보 신청서를 빼앗듯 받아 들고 왜 빠른 결과가 필요한지 심각성을 알리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마법을 결합한 기술이라 나름 일반적인 전보보다는 글을 길게 쓸 수 있었다.

우편국으로 나간 레오가 얼마 뒤 새 전보를 들고 왔다. 그가 종이를 흔들었다.

“4만 펠.”

“좋아, 두 배로 퍼다 바칠 생각도 했는데 다행히 반도 안 썼네.”

엘리아스가 씩 웃으며 새 전보 신청서를 찢어 당장 실험에 들어가라는 전보를 작성해 넘겼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업체는 정말 칼같이 날을 지켜 보고서를 학교 우편국으로 워프시켰다.

우리 역시 황실 치안본부에 곧바로 워프 우편을 보냈으나, 그쪽에서 받지 않아 곧바로 반송되어 우리 앞에 도착했다.

엘리아스가 우편국에 들른 학생들이 가져온 황색 봉투를 손으로 툭툭 치며 웃었다.

“내 이 새끼들 이럴 줄 알았지.”

“엘리아스, 좀….”

레오가 한숨을 내쉬며 엘리아스를 째려봤다.

그때, 한 학생이 두꺼운 보고서를 빠르게 넘겨보더니 기함했다.

“아니, 사흘 주지 않았어? 이 짧은 시간에 3세대까지 교배를 한 거야?”

“14만 펠 값어치 하네.”

“그래. 3교육원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 주제에 14만이나 들여야 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돈이 좋긴 하구나.”

엘리아스가 웃으며 덧붙였다.

계속해서 보고서를 넘기던 학생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다 읽어 봤어? 살아남은 3세대 절반이 1세대 위력 다섯 배를 보이고 있대.”

“징글징글하네.”

“마력 때문에 영하에도 살아 있을 거라는데 그럼 두세 달 뒤에는 저 모기들이 돌아다닌다는 거잖아.”

“그렇지.”

“심각하네…. 실험 결과 사진 있어?”

다른 학생들이 그 보고서 주위로 몰려들었다.

학생이 맨 뒷장을 펼쳐 사진을 보여 주었다.

모기에게 오염된 실험용 쥐의 피부색이 온통 까맣게 변해 있었다.

엘리아스가 한마디 얹었다.

“그런데 이런 걸 받지도 않고 돌려보내는 정신머리를 좀 봐라.”

“그러니까.”

다른 학생이 맞장구쳤다.

아무튼, 치안본부의 행태는 그리 놀랍지 않다.

소설에서도 그랬다.

의회에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부치려면 관할 부서인 치안본부가 상황을 알고 일차적으로 추가예산을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 치안본부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며 정부 관계자가 아닌 모든 이의 연락을 차단했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

이건 전부 ‘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는 명분을 위한 활동일 뿐이니까.

나는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지금,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전에 여기까지 얘기했었지. 이제 연방위원회 의원들을 공략해야 해.”

“이제 의회에 얘기하는 거야?”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될 일은 없어.”

학생들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 *

“편지 보냈어?”

“어.”

학생 몇이 우편국에서 받아온 영수증을 흔들었다.

연방위원회 의장과 의원 60여 명에게 전부 같은 편지와 보고서를 돌렸다.

역시나, 그날 저녁 의원 몇 명에게서 전보를 받았다.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만 사실관계 조사,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곧바로 해당 문제를 거론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그래도 해당 예산안을 치안본부와 긴급히 논의하면 반년 내로는 연방위원회 부서 회의에 부칠 수 있겠다는 말도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반년…? 이러다 메펜 사람들은 다 죽겠네. 이건 그냥 안 하겠다는 이야기 아냐?”

“…진짜 루카스 네 말대로네. 심지어 본회의도 아니고 연방위원회 회의야.”

놀랍지도 않다.

소설에서 엘리아스가 의회에 편지를 보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때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할 생각도 없으면서 의례적으로 답장만 했었다.

엘리아스가 협박에 협박을 거듭해 한 달 앞까지 당겼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언론을 협박했었지.’

당연히 반년까지 기다릴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안전 면에서도 그렇다.

3주에서 한 달이면 이미 한 세대가 교체될 시기다. 앞으로 그 지역 곤충들의 공격력은 더욱 강해질 텐데, 반년을 기다려라?

안 되지.

* * *

‘오랜만에 상태창 좀 확인해 볼까.’

다음날, 수업을 들으며 나는 앞으로 필요한 것들을 노트에 정리했다.

이쯤에서 매력 특성의 레벨을 올리면 좋을 것 같은데. 쓸 일이 있다.

마지막으로 내 상태를 확인한 게 중간고사 전날이었으니, 이제 2주 좀 넘게 지난 셈이다.

루카스 르네 아스카니엔

칭호: 니콜라우스 경

체력: +1.1 (+0.2) [+4.1]

정신력: -2.6 (+0.6)

마력: ?

기술: +2.45 (+0.3) [+5.45]

인상: -9.9 (+0.1) [+2.0]

행운: +0.05 (+0.95)

특성: 여명777, 신력, 매력 (Lv.1)

칭호가 바뀌었네.

점수도 2주 사이에 괜찮게 올랐다.

그런데….

‘뭐야.’

인상 항목이 0.1점 올랐다.

원래 음수일 때는 상승 폭이 크니 이 정도면 안 오른 셈이 아닌가 싶지만, 그거야 다른 항목의 이야기지 인상 항목에서는 놀라운 일이다.

인상 옆의 [+2.0]는 또 뭐냐.

내 인상 점수가 양수가 될 수 있다고?

‘아니….’

안 될 건 없지만, 꽤 놀랍다.

나는 의도치 않게 올라간 입가를 눌러 표정을 가라앉혔다.

들뜨긴 이르다. 의심 가는 건 있는데, 뭐라 설명이 쓰여 있지 않으니 확신하기 좀 그렇네.

일단, 레벨 올리는 법이나 한번 생각해 보자.

매력 Lv.1

―‘친해지고 싶다!’ 일정 대상 호감도 2점 상승

―‘네 말이면 옳겠지.’ 설득력 20% 상승

―다음 레벨까지 2.0 포인트

* 보유 포인트: 4.0 포인트

* 다음 포인트 획득까지 행운 0.95점

‘잠깐.’

보유 포인트?

분명 전에는 이런 항목이 없었는데.

그 밑의 문구를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이제 보니 행운 값이 양수로 올라 있었다.

‘+0.05점.’

음수를 벗어나면서 특성에 사용할 포인트를 얻은 건가. 드디어 저 의미 모를 항목의 쓸모를 찾았다.

잠시 창을 끄고 내 옆자리 놈을 바라봤다.

그때 그대로, 내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던 놈이다. 놈이 팔이 빠지도록 노트를 줄줄이 채워 나가다, 내 시선에 입을 뻐끔거렸다.

“…왜?”

나는 딴청 피우지 말고 얼른 쓰라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필립 괴링

[호감도 -5*]

이 새끼 설마 그새 미운 정이라도 들었나, 왜 -5밖에 안 되지? 특성 적용해도 -8이어야 하는데.

왜인지 강렬한 불쾌감이 밀려들었다.

아무튼, 저 별표를 보니, -5점에 내 특성이 반영된 것 같은데….

전후 비교 좀 해 봐야겠다.

나는 다시 특성 창을 켰다.

매력 Lv.1

—‘친해지고 싶다!’ 일정 대상 호감도 2점 상승

—‘네 말이면 옳겠지.’ 설득력 20% 상승

—다음 레벨까지 2.0 포인트

* 보유 포인트: 4.0 포인트

* 다음 포인트 획득까지 행운 0.95점

‘이거 포인트 어떻게 쓰냐.’

그냥 생각만 해도 되나.

그때, 빛이 번쩍이더니 창이 바뀌었다.

매력 Lv.2

—‘친해지고 싶다!’ 일정 대상 호감도 3점 상승

—‘네 말이면 옳겠지.’ 설득력 30% 상승

—다음 레벨까지 3.0 포인트

* 보유 포인트: 2.0 포인트

* 다음 포인트 획득까지 행운 0.95점

필립 괴링

[호감도 -4*]

‘…!’

진짜로 올랐다.

사실 그렇게 쓰여 있었으니 올라야 맞긴 한데, 직접 차이를 보니 놀랍다.

아무튼, 내가 계속 한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으니, 필립이 눈치를 보며 노트와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왜, 왜…?”

“아니라고. 너 할 거나 해라.”

“그, 수업 끝났는데.”

“그럼 팔이나 풀어, 인마.”

“루카스.”

하마터면 놀란 티를 낼 뻔했다.

저 말을 한 사람은 필립이 아니었다.

책상 앞에 선 레오가 표정 없이 나를 내려다봤다.

다행히 친한 티는 안 내고 있지만, 레오가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대놓고 나를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같은 반 학생 중 모임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놀란 얼굴로 행동을 멈췄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대로 돌아갔다.

“교수님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어. 지금 정문에 널 찾는 분이 계신대.”

“나를?”

날 찾아?

누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 밖에서 날 찾을 자가 없다.

“누구.”

“미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어.”

다행히 레오는 반장 역할에 충실했다.

둘만 있었으면 ‘몰라’ 정도로 간단하게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왜인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레오의 반장 자아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다. 지금 나갈 테니까 교수님께 전달해 줘.”

“그래.”

날 찾는다고?

어딘가 불길한 감각이 몸을 감쌌다.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한참 걸어, 드디어 정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제복에 익숙한 휘장을 단 노인이 손잡이가 달린 검은색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나를 발견하자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작은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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