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46화 (46/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46)

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시계를 보았다.

다스로테 측에서 정화 발표를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그들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다스로테 입장에서 들 생각은 이것이다.

‘선한 척을 해 논란을 덮고자 하는 것이냐’.

당연히 그쪽에서는 내 의도가 선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대중의 감정을 가장 크게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은 나를 그들의 외집단으로 쫓아내는 것이므로, 비현실적인 마법의 보수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는 것은 다스로테가 쓰기에 좋은 방법이다.

돈을 포함해 욕망의 대상이 되는 모든 주제는 다스로테가 지겨울 만큼 활용하는 분야이니, 그들이 보수를 건드릴 가능성은 이미 충분했다.

“질문 있습니다.”

“예.”

“황실이 다스로테에 대한 수사 의사를 표명해, 제국법원이 곧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다스로테가 인터뷰와 전혀 관련이 없는 프로이센 왕국 신민의 사진을 이용해 허위 보도를 했다는 명목입니다.”

정화 주제와 관련된 질문은 아니지만, 보좌관은 눈치껏 제지하지 않았다.

올 게 왔네.

선제 기부로 놈들의 예상 반격 중 하나를 막았지만, 거기서 끝낼 수는 없다.

놈들이 예측 좀 틀렸다고 수그러드는 놈들인가?

아니다. 다시 초점을 살짝 옮겨 돈이 아닌 불륜에 집중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때 허위 보도 건을 터트리면 끝이지.’

시기상 바이에른 경고가 먼저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쪽이 먼저 왔네.

상관없다. 둘 다 큰 효과를 낼 테니까.

나는 미소 지으며 이어지는 기자의 말을 들었다.

“저는 이 건이 압수수색까지 가야만 하는 일인지, 영장을 발부해 준 제국법원의 대응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데요. 혹시 바이에른 왕국과 바이에른 연방 정부가 관여되어 있었는지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의문을 가질 수 있지.

다시 정리해 보자면, 그의 질문은 이것이다.

‘황실은 자기들이 피해보는 거 아니면 전부 모르쇠 하던 놈들인데 왜 고작 평민 사진 몇 장에 압수수색까지 하냐?’

솔직히 나도 검찰―이라고 쓰지만 황실―측에서 압수수색 영장까지 요청할 줄은 확신하지 못했다.

내가 타인의 심계를 꿰뚫어 보지 못하는 이상, 확신하고 움직이는 건 없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여긴 건 말이 안 되는 일은 아니다.

늘 상식적이고 공명정대하게 올바른 증거물을 따와 기사에 싣던 언론사가 특별히 이번에만 대대적으로 조작을 했을까?

‘그럴 리가.’

특히 그 주체가 다스로테라는 점에서 늘 그래왔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당연히 다스로테는 지금까지 온갖 조작을 행해 왔다는 자료를 넘겨주고 싶지 않을 테니, 모든 기록을 폐기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이전해 놓을 수 있다.

지금 압수수색을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왜 황실도 아닌 남의 이슈에 이렇게까지 반응하는가.’

다스로테가 지난 몇 년간의 보도에서 아주 교묘하게 황실이나 정부 요인에 대한 가십을 만든 적이 없을까?

당연히 있다. 놈들은 화제성이 있는 것이라면 뭐든 건드리니까.

물론 나에게 그런 것처럼 아주 막장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선에서 몇 줄로 끝내 규제와 처벌을 피해 갔다.

‘그리고… 그건 전부 다스로테에서 최초로 제작한 의혹이지.’

그리 큰 타격은 아니더라도 황실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해야 할 대상, 한번 단단히 손을 봐 주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정언유착이 이루어져 있는 사회답게, 황실과 다스로테는 자주 뜻을 함께한다.

황실은 제거하고자 하는 인물에 대해 다스로테에 언질을 주어 그들 뜻대로 상황이 굴러가도록 유도한 전례가 있다.

그러니… 마력 지원을 끊자니 버리기에는 아쉬운 패고, 그렇다고 말로 경고하자니 다스로테 측에서는 황실도 아쉬운 처지라는 걸 알아서 경고 정도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니 황실 입장에서는 좋은 빌미가 마련되었을 때 강하게 한번 눌러 주면, 장기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는 선에서 따끔하게 힘을 보여 주는 셈이 된다.

시기가 괜찮았다.

황실은 다스로테에게 유의미한 경고를 줄 기회를 원했고, 나는 다스로테가 불륜으로 초점을 옮겨 거짓 소문을 강화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바이에른 신민입니다. 다스로테의 허위 인터뷰와 사진 자료에 대해 저의 국적에 따라 바이에른 수사국에 신고했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인터뷰와 사진을 포함하면 총 5명이 다스로테에 실렸는데, 제국신문은 이 중 3명에 대해서는 이미 허위 정보임을 증명하는 녹취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스로테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보아도 되겠습니까?”

이쪽은 아예 다스로테 주장을 거짓으로 확정하려고 하네. 마음에 드는 태도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물론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 누구와도 애정 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스로테가 주장한 자료의 인물은 모두 일면식조차 없던 사람들입니다.”

그때, 기자석의 분위기가 변했다.

내 말 때문은 아니었다. 기자들이 가져온 종이에 무언가 적히는 것을 보더니, 재빨리 입을 열었다.

“질문 있습니다.”

“예.”

“2분 전, 바이에른 왕실은 다스로테가 왕실의 권위를 공격하는 허위 기사를 더 내보낸다면 다스로테 바이에른 지부를 영구적으로 추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니콜라우스 경께서는 이 일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마침 타이밍 좋게 연결됐네.

어쩌면 바이에른 왕실도 황실의 수사 과정을 전해 듣고 있었을 테니, 황실 발표에 맞추어 터트렸을지도 모르지.

압수수색 건으로 인해 다스로테에 타격이 갔을 테니 더 이슈를 이어나가는 건 어렵겠지만, 이걸로 다시 한 번 쐐기를 박게 됐다.

다스로테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 지금, 바이에른 왕실 차원에서 다스로테의 주장이 모조리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니까.

이걸로 완전히 끝났다.

나는 가면 아래서 미소 짓고, 송출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 * *

띠링―!

〈 Chapter 4. 끊임없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2) 〉

제안 3: [인상] 점수 5 방어 (?/N) (107시간 09분 58초)

* Route 1 — 〈 Chapter 5. 좋은 물건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1) 〉

* Route 2 — 〈 Chapter 5. 저녁이 되기 전에 하루를 칭찬하지 말라 〉

축하합니다!

‘제안 3: [인상] 점수 5 방어’ 성공!

‘Route 1 — 〈 Chapter 5. 좋은 물건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1) 〉’를 확정합니다.

나는 편히 드러누워 상태창을 바라봤다.

107시간이면 약 4일 반이다.

이틀이 조금 넘어서 제안이 끝났다.

n이라고 써 있었으니 일주일을 채울 때까지 그대로 둘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인상 점수 뒷자리가 2513이었지.

루카스 르네 아스카니엔

인상: -9.9 [+5.0025496]

정화 보도와 기부 소식이 오늘 아침에도 본격적으로 나간 덕에, 거의 10배로 뛰었다.

제안이 등장한 이후에 끝이 15000대였던 걸 떠올리면 그보다도 더 오른 셈이다.

‘일찍 끝낸 걸 보니 일주일 안에 여기서 더 인상 점수가 추락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긴가.’

선제 기부와 압수수색, 그리고 바이에른 추방 경고까지 한 번에 세 가지 변수가 겹치자 다스로테는 더 이상 화제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미묘하게 칭찬하는 쪽으로 기사를 적어놓기까지 했다.

여기서 더 긁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생각했겠지.

‘그렇다고 나까지 멈출 건 아닌데.’

법정 싸움이 얼마나 길어지든 저 새끼들은 꼭 족치고 간다.

물론 니콜라우스 신분으로 소송을 걸었다가는 되레 정보가 털리는 일만 남아 있으니, 내가 학생이라는 걸 밝힌 뒤에 실행할 것이다.

‘그나저나 점수 올리기가 쉽지 않네.’

42억을 털어도 6점대로 올라가지 않는 걸 보고 한 번 더 절감했다.

나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이어갔다.

인상 점수를 4점 더 올리려면 실시간 송출과 같은 일이 두세 번쯤은 더 있어야 한다.

같은 양수여도 수가 커질수록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전처럼 한 번의 활동으로 3점이 오르는 것은 바라기 어렵다.

‘이왕 품 좀 들일 거면 더 정교하게 이미지를 쌓아 두는 게 좋겠는데.’

내가 멀쩡한 행색으로 학교에 다니는 이상 루카에 대한 형의 불안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완전히 피할 수도 없으니, 사실 자퇴할 게 아니면 ‘루카’가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루카에 대한 경계는 받아들이되, 그런 만큼 니콜라우스를 더 확실히 안전하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그때, 누군가 구두 끝으로 바닥을 툭툭 쳤다.

눈을 떠 보니 레오가 내 머리맡에 서 있었다.

놀랍진 않다. 여기가 레오의 훈련장이기 때문이다.

레오가 나를 보며 고갯짓했다.

“일어나. 훈련하자.”

“미안한데 못 한다는 말을 하려고 왔다.”

“뭐? 왜?”

레오가 놀란 듯 눈썹을 들어올렸다.

“생각해야 할 게 많아서.”

“생각? 생각은 훈련하면서도 할 수 있는데. 오늘은 뭐라고 안 할게.”

“…….”

놈은 매번 내 실력이 늘어가는 만큼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 마당에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놀랍다.

무엇보다 이놈은 훈련 중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진지하게 충고하는 놈이다.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해 봤자 그냥 훈련하고 싶어서 회유하는 거 티 난다.

내가 말없이 다시 눈을 감자 레오가 한 번 더 나를 회유했다.

“안 그래도 의회랑 다스로테 때문에 나흘 넘게 못 했어. 이러면 기껏 익혀 둔 감 다 떨어져. 꾸준히 연습해야지.”

내가 이 마법에 미친 놈한테 뭘 바라냐….

나는 벌떡 일어나 벽에 기대앉았다.

“감도 중요하지만 일단 생각할 체력부터 쌓아야 해. 내일부터 하자고.”

“뭐… 아쉽지만, 그래.”

레오가 묘하게 수척해진 얼굴로 내 옆에 주저앉았다.

오랜만에 마법에 미친 모습을 계속 보니 반갑다.

그래도 할 생각 없지만.

엘리아스는 아직 다리를 치료하는 중이니 훈련할 수가 없고….

“나르케랑 해. 걔도 잘하잖아.”

“음….”

대답을 보니 아직 그럴 만한 친밀함은 생기지 않은 것 같다.

당연하다. 비밀 모임 외에 딱히 무언가 같이하는 게 없으니, 둘은 서로를 반 친구 1 정도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타인 사이의 호감도도 볼 수 있으면 유용할 텐데.

‘…아니, 취소.’

이러다 남들 호감도 보는 능력 받으면 안 된다.

써먹을 일이야 있겠지만 통찰 등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는 굉장히 쓸모가 없다.

통찰이 오히려 남들 사이 호감도 보는 데에 도움이 되겠네.

줄 거면 통찰 줘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레오가 지난 학년에 누구랑 훈련했는지 되짚었다. 루카는 반이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너 원래 누구랑 훈련했냐?”

“그냥 같은 반 친구들. 돌아가면서.”

“그럼 오늘 불러서 해.”

“굳이…. 훈련 외에도 쓸데없는 대화 받아 줘야 할 게 많아서. 그보다 뭐 생각하려고 쉬겠다고 한 거야?”

대체로 가십이나 집안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쓸데없는 대화가 맞긴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에 답했다.

“니콜라우스 업적을 좀 더 정교하게 쌓으려고. 계획은 자세히 짜 둬야지.”

“니콜라우스를 너희 형님처럼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치. 그 정도는 해 놓아야 나중에 형님이 뭐라 선동해도 안 밀릴 테니까.”

그러려면 토대부터 좀 닦아 놔야겠는데.

특히 아직 허점이 많은 내 과거와 신분증.

이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11월 15일인데, 월말평가는?”

전에 학교가 무작정 연기해 놓고는, 일주일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

레오가 눈을 찌푸렸다.

“사실 내일모레까지는 말하면 안 되는데… 그러고 보니 너는 좀 알아야겠다. 대신 모레까지 어디 가서 말하지 마.”

“뭔데.”

“축제 전에 하급 제한 구역 청소하러 간대. 마법학과만.”

“…어쩌려고? 다 죽어서 오는 거 아니냐?”

“…실기 꼴등이 이렇게 무시하는 거 알면 애들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지네….”

나는 레오의 헛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그거야 표면상의 꼴등이니까, 뭐.

“그래서, 내가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뭐야?”

“너도 코어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할 거야. 의미 없을 거라고 교수님께 말씀드려 봤는데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다 해 보시겠다네. 학교가 이번에 제한 구역 관련해서 말이 많으니까 관심이 생겼나 봐.”

“흐음….”

“그래도 이번에 적합성 문제로 보낼 장소가 부족해져서 일정이 틀어졌어. 검사 시켜 보고 괜찮은 학생들만 뽑아서 보내는 것도 논의 중인데… 확정된 건 없어서. 너는 어쩔 거야, 그냥 약 마실 거야?”

“그래야지.”

좋은 기회다.

형에게 내 코어 상태를 확실히 알릴 수 있다. 그렇다고 형이 아예 안심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자료가 된다.

나는 저 멀리 던져놨던 가방에서 니콜라우스의 신분증을 꺼냈다.

신분증이라고는 하나 마법사 등록증에 가깝다.

[Nikolaus Karl Bernhard Yoon Ernst]

굵은 글씨로 적힌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길이 탓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지만, 쓸데없이 길게 이름 만드는 건 귀족 특징이라 어쩔 수 없다.

중간에 뜬금없이 들어가 있는 한국 성씨는 첫 번째 제한 구역 방문 때의 기록 탓에 뺄 수는 없었고, 미들 네임 중 하나로 넣었다.

물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보려고 했던 건 이것이다.

바이에른 왕립마법협회 임시 등록증

마법 일반 5급

“5급으로 등록했네.”

“응. 임시 등록증 급수는 전부 중앙값으로 나와.”

언제까지고 임시 등록증으로 내버려 둘 수도 없지.

기한을 보니 올해 말까지다.

한 달하고도 3주가 남긴 했지만….

“지금 가야겠다. 너 시간 돼? 안 되면 혼자 가고.”

“뭐, 잠깐. 이렇게 바로 가게?”

“지금 시기여야 해.”

학교에서 코어 검사를 하면, 형 귀에 내 코어 급수가 몇인지 들어갈 텐데….

그 시기와 등록증 발급 시기를 맞추면 일정 부분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니콜라우스를 관찰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을 형의 의심 말이다.

학교가 학생들 동원해서 선행 좀 해 보고 싶었나 본데.

덕분에 좀 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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