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47화 (47/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47)

“마법일반만 검사하시는 게 맞나요?”

“예.”

나는 또다시 니콜라우스의 모습으로 바이에른에 도착해, 정식으로 마법사 등록증을 발급받으러 왕립마법사협회 검사 장소로 이동했다.

공문서에 올라가는 코어 관련한 모든 것은 학교가 뻘짓할 시기에 맞춰 전부 수정하는 게 좋으니, 늑장 부리지 말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저하께서는….”

“저는 아닙니다.”

옆에 서 있던 레오가 손을 살짝 내저었다.

직원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내게 말했다.

“그럼, 니콜라우스 경께서는 지금 바로 위층의 1검사실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검사는 얼마나 걸립니까?”

“다섯 개 부문인데, 각각 1분에서 5분 정도 걸립니다. 종합하는 시간까지 총 40분 안쪽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니콜라우스 경께서는 두 배로 걸리실 수도 있겠군요.”

두 배?

아무튼… 학교에서는 약식으로 코어만 검사하지만, 여기는 신분증에 올릴 값을 측정하는 것이라 검사하는 항목이 많다.

“부문은 뭐가 있습니까?”

“코어 검사를 처음으로 받으시고, 그다음으로 마력의 순도, 세기, 총량. 이 세 가지를 검사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현 과정에서 막힘이 없는지 마법 한번 최대치로 시험해 볼 거고요.”

미리 알아보고 온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간단히 인사하고 위층으로 올라 검사실 문을 열었다.

검사실은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아티팩트를 전부 풀어 보관함에 내려놓고, 바닥에 표시된 붉은 테이프 앞에 섰다.

안내판 하나가 그 앞에 올라 있었다.

‘자주 사용하는 손을 올리라고.’

코어의 경도와 용량, 안정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한다고 적혀 있다.

이왕 하는 거 10점 만점이면 8점 이상 나와 줬으면 좋겠다.

‘양심 어디 갔냐.’

0점이던 놈 약 두 달 끊고 훈련 시켰다고 8점이 오르기는 좀.

아무튼, 그 밑에 테스트용 마력이 흐를 때 피부가 따끔거릴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굉장히… 손을 올리기가 꺼려지는 멘트다.

하지만 어차피 할 일을 굳이 지체할 필요는 없어, 곧바로 손을 올렸다.

파직―!

“윽!”

나도 모르게 팔을 떼고 한 발짝 물러났다.

채혈 바늘이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흘러가 푹 꽂힌 기분이었다.

‘이거 쓴 놈은 따끔의 정의를 모르나.’

그보다, 중간에 뗐으니 다시 해야 하나.

다시 올리고 싶지는 않은데… 한번 살펴보자.

삑―

뭐라도 바뀐 게 있는지 살펴보려는 순간, 알림음과 함께 안내판 위쪽에서 빨간 글씨가 빛났다.

자체 평가 점수 아래, 백분율이 나타나 있었다.

코어 평점 상위 1%

“…1%?”

내가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어 한참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정말로 1%였다.

‘아무리 여러 요소가 종합되었다 해도… 독에 반평생 넘게 절여진 코어가 그리 좋을 리가 없는데.’

검사가 종료되었습니다. 2검사실로 이동하세요.

멘트가 나오자마자 나는 1검사실에서 빠져나와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방에서 출력된 등급 용지를 뽑아 다시 직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전부 1% 안쪽입니다. 어떻게 된 거죠?”

“그 정도인 건 니콜라우스 경께는 당연한 건데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됩니까….”

레오가 뒤에서 중얼거렸다.

마침 직원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조정된 검사라 그럴 겁니다. 각 항목에서 상위 1% 안쪽으로 나오신 분들은 특별 검사로 옮겨서 새로 측정하셔야 합니다.”

“검사가 또 있군요.”

“예. 추가된 지 얼마 안 된 방식이니 모르실 만도 합니다.”

1% 안쪽이면 특별로 넘어간다고 했지?

그럼 일단 나는 일반적인 수준은 그냥 넘겼다는 얘기다.

‘좀 놀랍긴 한데… 내가 너무 내 상태를 낮게 판단했나 보네.’

상태창을 살피다 보면, 마력 스탯이 0에서 1 사이인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세간에서는 그들을 굳이 마법사로 칭하지 않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마법사가 맞기는 하다.

코어의 기본 자질까지 점수에 합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마법사 인구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으니, 100명 단위로 환산해 보면, 내가 꺾은 100명 중 78명은 그런 자들이라 봐도 된다.

체력 점수가 높지 않은데도 코어 평점이 상위 1%로 나온 데엔 그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나처럼 100명 중 99명을 제친 놈들끼리 경쟁한다는 얘기다.

이들 사이에서는 과연 어느 수준에 위치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턱을 쓸었다.

‘그나저나 그 검사를 또 해야 하네.’

나는 묘하게 맥박이 빨라지는 걸 느끼며 다시 위층의 1검사실로 올라갔다.

손을 올리라는 안내판을 내려다보다, 생각을 지우고 오른손으로 안내판을 쳤다. 그냥 빨리 끝내자는 마음이었다.

쾅― 파직―!

“후….”

다행히 이번에는 어떤 강도로 닥쳐올지 알았기에 부드럽게 넘길 수 있었다.

삑―

코어 평점 상위 40%

‘음.’

상위 1%끼리 경쟁했을 때, 내 코어는 중간보다 조금 위에 위치한다.

‘괜찮긴 하네.’

루카의 코어는 9급이었다.

두 달 만에 일반 마법사 약 100명을 제치고, 다시 그렇게 통과된 상위 1% 마법사 100명 중 약 60명을 제친 셈이다.

솔직히 더 낮게 나올 줄 알았는데 보통보다 위로 나온 걸 보니, 선천적인 코어의 특성이 손상 정도를 억누를 만큼 좋았나 보다.

검사가 종료되었습니다. 2검사실로 이동하세요.

밖으로 나가 레오에게 내 백분율을 이야기했더니, 레오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혀를 찼다.

“확실히 코어가 안 좋긴 하네요. 나중에 비텔스바흐에서 한번 치료라도 받죠.”

“…….”

왜 여기서까지 격식체를 쓰냐고 물어볼 뻔했으나 그냥 입을 닫았다.

니콜라우스로 돌아다닐 때는 혹시 모르니 예의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긴 하지.

나는 레오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물었다.

“백분율 몇이신데?”

“…이건 뭔 화법이지…. 일단 도입된 후에 처음 쟀을 때는 1%.”

“특별 검사에서.”

“당연히, 그렇죠.”

“…….”

나는 그냥 말없이 다음 방으로 옮겨 갔다.

마법적 재능이 크지 않은데도 어떻게 이 경지까지 올라왔는지 알겠다. 코어가 받쳐 주니 어떻게든 노력으로 올라올 수 있지. 마법약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크게 부하가 생기지 않을 테고.

‘이번 검사는 마력의 순도지.’

아까 다녀가서 알고 있다.

다행히 이번 검사는 내가 기계에게 공격당하는 방식은 아니고, 성수에 마력을 흘려 넣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신력의 기운이 감도는 물에 마력을 짧게 흘렸다.

삑―

상위 0%

‘음.’

아까 안내 문구를 보기로는 값을 반올림했다고 했다.

어쨌든 일반 검사에서도 0%였는데, 여기서도 0%네.

신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때 짐작하긴 했지만, 두 눈으로 보니 더 마음에 든다.

이후, 마력의 세기와 총량 면에서는 그대로 상위 4%와 상위 1%를 찍었다.

“그렇게 하루에 대여섯 번씩 워프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총량이 이 검사에서 상위 1%? 이게 정말 되는군요.”

레오가 헛웃음을 지었다.

워프 마법은 마력을 지나치게 많이 소모하기에, 우리 학교 학생들 기준으로 하루에 한두 번이 최대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것치고 레오가 워프에 애를 먹은 적은 없었는데.

“총량은 몇이길래 그래… 세요.”

“상위 13%였나, 11%였나…. 낮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또 모르겠습니다.”

학교 친구들이 들으면 한 대 치고 싶을 것이다.

뒤에 상위 1% 100명 중 89명이 서 있는 셈인데 낮은 ‘편’이 아냐? 그냥 아니지.

‘아무튼.’

코어는 상위 40%, 마력은 낮아 봤자 상위 4%.

코어와 마력 간의 괴리가 이렇게 크면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기 힘들고, 코어가 지속적으로 손상된다.

강화제를 꾸준히 마시며 훈련하고 있는데도 이 수준이니 이제는 다른 방법을 써 봐도 좋겠다.

‘정말 비텔스바흐에서 치료받든 뭘 하든 해야겠네.’

또 문제는….

이상하게 코어 점수만 후진 걸 알면 형이 의심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차음 마법을 걸고 말을 걸었다.

“레오, 여기서 검사 결과 열람할 수 있는 사람 누구누구 있는지 알아?”

“뭐야, 평소에는 잘만 쓰더니 이제 격식체 못 쓰겠어?”

“어.”

평소에는 일터라는 느낌이 딱 있으니 그렇지.

놈은 학생이면서 정치인이고,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도 격식체를 써야 하는 위치에 있었으니 별생각 없겠지만 나는 아니다.

물론 누가 어디서 듣고 있을지 모르니 차음 마법을 걸기는 해야 한다.

레오가 내 부적응에 순순히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네 정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까 안내해 주신 분밖에 없어. 그분이 여기 총괄 책임자시거든.”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형님께서 확인하실까 봐 그래?”

“그렇지. 충분히 그럴 사람이니까.”

“걱정 마. 여기 설립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생각보다 코어만 나쁜 사람들도 많고.”

“흐음, 그래….”

정말 코어만 나쁜 사람들도 꽤 있긴 하다.

내용물은 좋은데 그릇이 나쁜 경우지. 타고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이제 마지막이다.

나는 복도 맨 끝의 검사실로 들어갔다.

* * *

마지막 항목인 마법 시연의 백분율은 상위 10%.

그리 마음에 드는 수치는 아니나 코어의 상태가 좋지 못한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게 나온 점수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자, 직원이 우리를 불렀다.

“종합까지 끝이 났습니다. 지금 드리는 결과지는 가중치까지 포함해 계산한 값입니다.”

4급, 1급 3개, 2급.

가중치까지 계산한 평균값은 92.2다.

“경께서는 최종 2급이네요.”

“1% 내에서 2급이라는 말씀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내 예상보다 훨씬 좋다.

코어까지 완전히 회복하면 여기서 더 나아지겠지.

직원이 손바닥만 한 신분증명서를 두 장 내밀었다.

특이하게, 하나는 새파란 색깔의 종이에 인쇄되어 있었다.

“아마 평소에는 표준 마법사 증명서를 쓰게 되실 겁니다. 여기 파란색 증명서는 주로 특수한 상황에 기관에서 요구하실 거고요.”

나는 증명서를 말없이 내려다봤다.

‘마법일반 표준 1급, 마법일반 특별 2급.’

이미 증명 없이도 잘 살고 있었지만, 이걸로 서류상의 구멍은 메웠다.

이건 딱 봐도 재능을 시험하는 검사였다.

물론 그동안 코어를 회복시켜 놓은 것은 노력의 영역이지만, 형이 망쳐놓지만 않았어도 지금을 넘는 수준이어야 했으니 제외해도 무방하다.

이런 증명은 루카가 평생 볼 수 없는 결과였을 텐데, 이걸 직접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가죠, 경.”

나는 뒤에서 레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증명서를 챙겨 자리를 떴다.

* * *

다음 날, 학교는 귀신같이 코어 검사 이야기를 꺼냈다.

모레까지 얘기하지 말라더니 정말로 모레에, 그러니까 내일 제한 구역에 가는 것을 공지할 생각인 듯했다.

‘기숙사 있다고 이렇게 막 일정 잡네….’

그나저나 코어 죽이려고 약을 두 병 반이나 마셨더니 잠만 온다.

강화제도 기본적으로 같은 성분이기에 여기서 그걸 마셨다가는 역효과만 날 것이다.

그렇다고 정말 자면 영영 눈을 못 뜨는 수가 있다. 최대한 잠에서 깨어야 한다.

아무튼,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나누어 준 표를 확인했다.

코어 평점 상위 97%

마법일반 표준 ― 코어 9급

‘표준에서 9급이라니, 니콜라우스랑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니냐.’

다른 것도 죄다 9급이라, 루카의 신분증에는 완벽히 [마법일반 표준 9급]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도 총 9급제에서 9급이면 형을 속이기에 딱이지.

이렇게 된 거 많이 안심해라.

그때 모임 장소로 워프해 온 나르케가 등을 소리 나게 치며 정화 마법을 걸었다.

“웬일로 혼자 웃고 있어?”

“등급 원하는 대로 뽑혔거든.”

“하하, 9급을 원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겠는데. 물론 네게는 9급이 더 좋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신기하네.”

“그럴 만하지. 정화 고마워.”

덕분에 무겁던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졸음도 한 겹 걷혔다.

이쯤에서 생존 가능성 좀 볼까.

여명777

—최종 결말 ‘Chapter X. 사망’까지 702일 23시간 31분 58초

—변경 가능성: 15.4% (+1.0%p)

‘15.4?’

나는 그 숫자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헛숨을 내뱉었다.

2주 전, 마지막에 확인한 기억으로는 7.9%였다.

‘그새 7.5%p가 올랐다는 말인데.’

2주 사이에 2개월 동안 쌓아온 양만큼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 9급을 따내면서 형에게 들어가는 정보를 확실히 교란했는지, 1%p가 올랐다.

그 1%p를 빼고 봐도 6.5%p이니, 니콜라우스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겠다.

나르케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까 애들이 말해 준 게 있었는데. 루카스 네 등급은 작년부터 유명했다던데? 기사학과도 코어 평균이 3급인데 마법학과에 9급짜리가 있다고.”

“…촌철살인 하네.”

오늘도 별의별 말을 다 들었다.

‘여긴 정말로 어떻게 온 거냐’부터 시작해 ‘표준검사에서 97%면 어쩌자는 거냐’, ‘쟤는 진짜 공부라도 잘해야겠다’, 등등.

물론 면전에서 한 건 아니지만 다 들렸다.

‘사실 그놈들이 남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마법학과 학생들의 대부분은 표준검사의 상위 5% 언저리에 위치했다.

전체 마법사 풀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 해도 특별 검사로 넘어갈 자격은 없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많이 걱정해라.

“하하, 그래도 상황 면에서는 좋은 일이지~ 어차피 이번 급수는 네가 유도한 결과였잖아. 그보다….”

나르케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특2급이면서 표준검사에서 9급 따낸 기분이 어때? 다른 것보다 이게 진짜 궁금한데?”

“…….”

내가 언제 말했던가? 당연히 그런 적 없다.

나르케의 말에 그냥 헛웃음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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