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48화 (48/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48)

“…네 능력이 좋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알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어? 특2급 맞아? 맞혔네~”

나르케가 해맑게 웃으며 옆자리 의자를 빼 앉았다.

‘맞혔네’ 라니?

나는 허탈함에 피식 웃으며 물었다.

“찍은 거야?”

“완전히는 아니고 여러 단서로 추측했지. 정말 맞았을 줄이야. 내가 이제 루카스 널 어느 정도 알고 있나 보다.”

오래 알수록 능력이 더 잘 먹히나 보네.

하긴, 그러겠지.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을 테니.

어쩐지 레벨 2짜리 능력치고 굉장히 세밀한 것까지 알아차렸다 했다.

그때, 현관에서 워프 마법으로 생겨난 바람이 훅 일었다.

“루카스.”

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본의 아니게 훈련에 빠져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

내가 왜?

마법 광인을 상대하다 보니 괜히 내가 죄책감을 느끼게 됐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없지.

생각을 고쳐먹고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친 레오가 바깥을 향해 고갯짓했다.

“가자. 코어 치료받으러.”

“내가 오늘 간다고 말했던가?”

“아니, 그래도 다른 할 일 없잖아. 어차피 너 약 마셔서 훈련도 못 할 테고.”

잘 아네. 그래도 상식이 있어 다행이다.

나르케가 대화를 듣다 말을 꺼냈다.

“나도 가도 돼? 궁금한데.”

“뭐… 그래.”

레오가 잠시 고민하다 종이에 워프 좌표를 적어 나르케에게 건넸다. 나르케가 웃으며 좌표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

“뭘. 자, 그럼 지금 바로 건너와. 병원에서 만나자.”

* * *

치료는 굉장히 험난했다.

코어를 건드리는 건 전부 그런 건지, 코어 검사를 할 때처럼 충격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심장에 전기 충격 주는 거랑 다른 게 없지….’

치료 마법 시전자도 힘이 많이 드는지, 의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숨을 내쉬었다.

“후우… 굉장히 손상이 심해서 한 번으로는 안 되겠군요. 그래도 작은 균열은 상당 부분 메워졌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번에 다시 치료합시다.”

“앞으로 몇 번을 더 해야 합니까?”

“적어도 다섯 번은 더 오셔야지요. 그나저나 가면은 안 불편하신가요? 더우실 텐데 좀 벗고 계십시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의사가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허! 궁금했는데 아쉽군요.”

“…….”

궁금해서 벗으라고 한 거냐….

허탈함에 헛웃음이 났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조금 쉬시다 돌아가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인사하고, 문이 닫히자마자 눈을 감은 채 쿠션에 편히 몸을 기댔다.

왜인지 10초도 되지 않아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어어~”

나이가 대체 몇인지 알고 싶어지는 걸걸한 인사부터 걸음마다 두 번씩 겹치는 목발 소리까지,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누가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엘리아스가 내 옆자리 의자에 힘겹게 앉으며 숨을 내뱉었다.

“후…. 경께서도 여기 왔네요? 나르케도.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 왔습니다.”

나르케가 환히 웃으며 인사했다.

“엘리아스도 병원에 있었네. 여기서 보니까 반갑다.”

“그치~? 그 토끼는 어디 갔어?”

“하하, 병원에 데려올 수는 없어서 방에 두고 왔어.”

그새 엘리아스도 파이의 존재를 알았다. 물론 말하는 것까진 모르지만.

나르케는 파이의 안위를 생각해서 동물이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걸 최대한 알리려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제대로 아는 사람도 나밖에 없다.

애초에 레오와 마찬가지로 모임을 제외하고서는 엘리아스와 특별한 접점이 있는 게 아니니, 굳이 말할 이유가 없기는 하다.

엘리아스가 아쉽다는 듯 입을 다셨다.

“그렇구나. 보고 싶은데 아쉽네.”

“엘리아스! 걷지 말라니까?”

옆방에 있던 레오가 엘리아스를 따라 들어와 성을 냈다.

“안 돼. 니콜라우스랑 할 일이 많다고.”

“할 일?”

“한번 난리 치고 나니까 이제 가만히 있기에 좀이 쑤셔. 안 그래? 또 때려잡을 거 좀 찾읍시다. 전에 말했던 계획 설명 좀 해 줘요.”

“하하….”

내가 주인공을 좀 일찍 세상에 풀었네. 이렇게 구는 건 내년쯤이어야 하는데.

어쨌든 그리 차이 나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그 일은 지금 하나 처리할 게 있어서 바로 못 갑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설명할게요.”

“이번엔 또 뭐길래? 전에 말했던 대로 깽판 안 칠 거죠?”

레오가 급했는지 비속어를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입 밖에 냈다.

“안 쳐요…. 이건 나만 갈 생각이라서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엘리아스 공작과 함께 움직일 일은 그다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 혼자 가는 건 뭔데요.”

나는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건넸다.

[연방위원회 메클렌부르크-슈베린 연방의원, 베르너 스트라우치]

연방위원회에서, 바이에른의 내 사무실로 온 편지였다.

편지를 받아든 레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연방위원회? 설마….”

엘리아스가 레오가 든 편지를 흘끗 보고 말을 던졌다.

“진짜 제 발로 찾아왔네.”

“그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직접 와 줬으니, 처리하러 가야죠.”

* * *

“살다 살다 같은 반 친구를 세 명씩이나 초대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는 지금, 전략 회의를 하러 레오의 방에 와 있다.

엘리아스가 감탄하며 주위를 휙휙 돌아보았다.

“방이 거의 층 하나인데? 좋겠다!”

“너 어릴 때부터 매주 왔으면서 뭐 처음 온 사람처럼 굴어?!”

“아, 이걸 말하면 어떡하냐~”

엘리아스가 낄낄대며 방 한가운데의 테이블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복도 끝의 문을 고갯짓했다.

“참고로 저기가 침실이야, 얘들아. 졸리면 가서 자. 이 저택에 방만 쉰 갠데 방 주인은 다른 곳 가서 자겠지.”

“그냥 무시하면 돼.”

레오가 포기했는지 웃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르케가 웃으며 턱을 괴었다.

“하하, 너희 많이 친하구나~ 교실에서는 크게 못 느꼈는데.”

“그래. 잠깐, 교실에서 못 느꼈다고?!”

“목소리 줄여, 엘리아스. 그리고….”

레오가 웃음 섞인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 쪽을 바라봤다.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여긴 누가 들을 위험 없으니까 편하게 말해. 의회 플레로마를 왜 너 혼자서 처리하겠다는 건데?”

“그래, 우선….”

가면부터 좀 벗자.

나는 커튼이 전부 쳐진 것을 보고 가면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시원한 공기가 피부에 내려앉았다.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인다.

“오우.”

엘리아스가 내 얼굴을 훑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나르케도 엘리아스의 반응과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와, 정말….”

“왜.”

예상되는 바는 있었으나 자연스레 물음이 튀어 나갔다.

내 물음에 엘리아스가 고갯짓했다.

“너 색깔 바꾸고 제대로 가면 벗은 건 우리 앞에서도 처음인 거 알아? 머리색까지 보니까 정말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인 줄 알았어.”

“…….”

레오에게 반박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레오 역시 어깨만 으쓱였다.

유전자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

그보다 사람이 많으니 소리가 비는 틈이 없네.

나르케는 평소대로 거의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는데, 엘리아스가 말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엘리아스의 장난 섞인 끈질긴 시선에 손을 내저었다.

“그만하고 할 얘기나 하자. 시간이 많이 늦었어.”

“그래. 왜 혼자서 그놈을 상대하겠다는 건지 얘기해. 이 얘기 하려고 모인 거잖아.”

레오가 다시 한번 다그쳤다.

나는 편지를 펼쳐 레오의 앞으로 밀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확인했어?”

“플레로마 관련해서 너한테 의뢰할 게 있다고 했지. 네 신력이 필요하다고.”

“그래. 내가 혼자 가려는 이유는 간단해. 그놈은 나에게만 의뢰했어. 그 마당에 너나 나르케나 엘리아스를 데려갈 수 있을까?”

“…….”

레오가 말뜻을 알아듣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데려간다 해도 그놈은 어떻게든 나와 둘만 있는 자리를 만들 거야. 목표물은 나 하나고, 여기에 다른 마법사가 끼는 순간 그쪽이 패할 건 분명한 일이니까.”

“사실 처음부터 뻔했지. 최초 제보자로 감투를 쓸 때부터 루카가 타깃이 되는 건 예정된 일이었어.”

엘리아스가 슬슬 진지한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뭐, 네가 하겠다는 걸 막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아무리 그래도 너 혼자 보내는 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네.”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의견을 말하더라도 그 전에 이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들어 봐야지.

“뻔한 일이지. 네가 전에 말한 대로, 철저히 감춰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전국적으로 드러나서 임무에 제동이 걸렸으니, 플레로마 측에서는 곤충 실험을 맡았던 놈을 좋게 보지 않겠지. 분명히 입지가 곤란해졌을 거라고.”

“그래.”

“그놈은 최초 제보자인 너에게 굉장한 원한을 가지고 있을 테니, 널 추락시키는 데에 거리낌이 없을 거야. 내 시나리오를 말해 볼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아스가 전처럼 두 손가락을 펼쳤다.

“네가 그곳에 끌려가서 플레로마가 되거나, 아니면 플레로마들의 앞에서 죽거나. 당연히 둘 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지? 특히 전자는 대우 면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걸.”

“맞는 말이네.”

정말 그렇게 될 것이다.

그 첩자가 받을 징계의 수위에 따라 내게 돌아오는 보복의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저 두 경우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

내가 막 입을 열려 할 때, 레오가 차분히 물었다.

“맞는 말인데 가겠다고.”

“그래. 내가 여기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우선,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내 봤자 소용이 없는 건 알겠지.”

“나는 소용이 있을 텐데?”

엘리아스가 가볍게 말을 던졌다.

그건 맞다.

놈이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은 최초로 곤충 문제를 가시화한 나, 그리고 그다음이 엘리아스다.

나만큼 화제가 되어 있는 엘리아스가 나 대신 나간다면, 놈은 나름 만족하고 엘리아스를 플레로마의 본거지로 끌고 가 명예 회복과 복권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당연히 주인공이 순순히 죽어 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하지만 내가 겪어야 할 위험을 굳이 한국 나이로 열여덟밖에 안 된 자에게 안길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어차피 인상 점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니 내가 간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

물론 결말쯤의 주인공은 원래의 나보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이 중요하지.

“안 돼. 다리도 안 나았잖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멧돼지 보자마자 다 먹어 버리던가 할걸…. 이제 와서 보니까 억울하네!”

엘리아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머리를 싸맸다.

“아무튼, 나와 엘리아스를 제외한 둘은 아무리 놈의 앞에 가도 별 의미가 없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놈을 우리가 직접 상대해야만 하는 이유는 하나야.”

나르케는 이미 내 생각을 읽었는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놈을 당장 집어넣을 방법이 없어. 신고라도 할까, ‘베르너 스트라우치가 플레로마이니 당장 체포해라’? 글쎄, 나의 뭘 믿고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나는 놈이 플레로마라는 증거를 아무것도 내밀 수가 없는데.”

팔짱을 낀 채 탐탁잖은 얼굴로 내 말을 듣던 레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너는 당장 우리한테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말을 안 해 줬지. 네가 헛소리할 사람이 아니니 그냥 이해했지만.”

“그래도 이제 확실히 믿어 볼 만하지. 루카가 말한 그 사람한테 편지가 왔잖아.”

엘리아스가 편지를 집어 흔들었다.

“그렇지, 놈이 알아서 증명해 준 셈이야. 그렇다고 해도 이건 우리끼리 아는 증거지, 수사 요청을 할 만한 증거는 되지 못해.”

레오가 말을 이었다.

“만약 바이에른 왕실이 황실에 수사를 요청한다면 실제로 착수할 가능성이 있기야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과가 불확실하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약 놈이 철저하게 집무실과 저택에 아무런 증거도 남겨 놓지 않았다면? 그대로 이 건은 끝이야.”

“와, 진짜 짜릿하네. 황실 상대로 거짓말쟁이로 찍히기~”

엘리아스가 킬킬댔다.

나르케는 황가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게 신기한지 엘리아스를 뚫어져라 보며 관찰했다.

레오가 양손을 맞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그 이유 때문에 네가 정면돌파하겠다는 이야기지. 직접 증거를 잡아내기 전까지 공권력을 이용할 수 없어서.”

“맞아.”

황실은 제국을 이루고 있는 국가들과 굳이 척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때, 베르너 스트라우치가 연방의원으로 있는 메클렌부르크슈베린은 대공국을 이루고 있다.

황실 입장에서는 아무 증거도 제시할 수 없는 바이에른 마법사의 주장 하나만 듣고 대공국의 연방의원을 체포할 이유가 없다.

내가 무언가 제시할 수 있다면 또 모를까,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수사를 이끌어 낼 수 없고, 이끌어 낸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다면…. 베르너 스트라우치 자신의 입으로 플레로마라는 걸 말하도록 유도하면 되지.”

그러기 위해서는 놈이 본모습을 드러낼 시기를 노려야 한다.

그리고, 그 시기는 놈이 원한을 품은 대상인 나를 마주할 때 올 테고.

* * *

나는 귓가를 매만졌다. 투명한 아티팩트가 귓바퀴에 걸려 있었다.

“이거 한 대 맞으면 날아가겠는데.”

“그전에 막아야지!”

레오가 어이가 사라진 표정으로 뒤돌았다.

“한 번 더 시험해 볼 수 있었으면 훨씬 안정적이었을 텐데.”

“더 만들 시간이 없잖아. 전달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야.”

일반 기술로 제조한 녹음기는 마법이 관여되는 상황에서는 쓰지 못할 수 있어, 아예 감각 전이 마법을 빌리기로 했다.

마법 수식을 빈 아티팩트에 걸어 임시로 효과를 냈는데, 손을 댈 때마다 전달을 끊고 다시 시작하는 기능을 넣으니 수식이 열 배로 늘어 충돌 탓에 고생 좀 했다.

그래도, 놀랍게도 실험 때와 달리 귓바퀴에 걸고 나니 효과가 확실히 보여 금방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아티팩트의 성능을 높이려면 신체에 최대한 밀착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물론 놈이 만드는 환경에 따라서는 아티팩트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즉, 두 상황이 모두 발생할 수 있으니 그냥 일반 기술과 마법 기술을 모두 동원했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슬슬 이동할 시간이 다가와, 마지막으로 레오에게 말을 꺼냈다.

“다시 한 번 하나씩 짚어 보자. 수사관에게 들어가면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팔에 연결된 아티팩트 한 번 칠게. 그러면 끊길 거야. 너희 쪽에서 끊을 수도 있다는 거 알아 두고.”

“알아. 나도 30초 정도 지연되게 저쪽이랑 조절했으니까 너무 컨트롤에 신경 쓰지는 마. 우리가 알아서 차단하고 다시 연결할게.”

저쪽은 바이에른 수사국을 의미한다.

그곳에서 일이 커지는 걸 확인하면, 그때부터 이 일은 황실 수사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브 브로치 뒤에 연결한 녹음기를 툭 쳤다.

“녹음기는 어차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없으니까 내버려 둔다.”

“그래, 그렇게 해. 그건 우리가 보관했다가 개인정보만 삭제해서 보도해도 되니까.”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3시가 되어 있었다.

슬슬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갔다 온다.”

나는 편지에 적혀 있던 장소의 좌푯값을 워프 수식에 넣고, 손을 튕겼다.

연방위원회 청사의 본관이 눈앞에 나타났다.

역시나 사전 조사를 통해 눈에 익혀 둔 사람이 그 장소에 있었다.

나는 저 멀리 뒤돌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베르너 스트라우치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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