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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50화 (50/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50)

“거기까지 들어가는 건 사양이라고? 누가 저 새끼한테 이미 들어갔다고 좀 말해 줘라.”

엘리아스가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레오가 귀에 꽂은 아티팩트를 고쳐 끼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시작부터 마법을….”

“반응 보니까 아직 직접 맞지는 않은 것 같아. 대신 루카가 아예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 게 문제지.”

“…그러니까. 좌표계가 다르다는 게 무슨 말이야. 너는 들어 본 적 있어? 전에 황실 자료도 봤다며.”

“아니, 그런 표현은 들어 본 적 없는데. 그래도 내가 턴 곳보다 더 높은 급수의 자료보관실에는 있었을지도 모르지?”

엘리아스가 말을 이었다.

“나는 털 곳 다 털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더 기밀의 자료를 보관하는 곳이 있을 수 있잖아. 진짜 기밀이면 그 존재도 알려지지 않으니까… 핵심이 되는 놈들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일단 황실에 연결이 되는 게 우선이네.”

하지만 만약 정말로 황실도 모르는 일이라면?

레오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초에 나도 모르고 엘리아스도 모르는 일이라면, 여기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대폭 줄어든다.

‘나르케는….’

그 친구가 알 만한 정보는 아니다.

학기 초에 가볍게 조사했던 자료에 따르면 교황청과 연이 깊은 성직자 집안 출신이긴 하지만, 딱히 나르케 본인이 교황청의 정무에 참여한 흔적은 없었다.

‘교황청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연락을 보내면….’

레오가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었다.

언제 여기까지 오지? 제국 안팎으로의 워프 마법은 금지되어 있다.

왕국 측에서 약간의 제재를 받을 걸 감안하고 포탈을 열어야 하나? 솔직히 보통 상황이 아니니, 사후적으로 긴급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황실 측에서도 그렇게 해 주어야 맞고.

삐익―

그때, 레오가 반대쪽 귀의 아티팩트를 잡더니 무언가 집중해 들었다.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하고, 엘리아스를 향해 말했다.

“지금, 황실 수사국으로 넘어갔어.”

* * *

“으윽!”

콰앙―

루카스의 발길질에 스트라우치가 옆으로 쓰러졌다.

앞으로 마법을 네댓 번 더 쓸 수 있다고 해서 놈의 공격이 닥쳐오는 족족 막겠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 이 상황은 모두 바이에른 수사국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수사관들이 상황 파악을 빠르게 끝냈다면 이제부터 황실 수사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피해는 내게 큰 위험이 아니다.

애초에 몇 번 맞을 것은 각오하고 왔다. 싸움판에 들어서면서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왔을 리가.

‘그리고, 계획이 틀어질 것도 대비해야지.’

일이 마무리될 즈음에 레오나 나르케가 나를 구조하기로 계획했는데, 지금 스트라우치는 일반적으로 아는 공간 마법 수식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동안 황실도 교황청도 크게 손을 쓰지 못했던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공간 마법을 사용해도 두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없다면 마법이 사용된 위치를 찾기 어려운데, 그걸로 모자라 아예 새로운 수식을 사용했다면 난도가 훨씬 올라간다.

‘그나마 매개체라도 있는 게 다행이지.’

레오와 연결해 둔 아티팩트 말이다.

스트라우치가 사용한 수식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공간 마법인 이상 매개체 하나만으로도 내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생소한 마법인 만큼 외부에서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 마법을 한두 번씩 쓰는 것보다는 생사가 갈릴 시기에 한 번에 터트리도록 모아 두는 게 좋다.

루카스가 의원의 앞에 앉아 웃음 짓더니, 입가로 흐른 피에 고갯짓했다.

“병원부터 가셔야겠습니다. 이건 뭐… 한 방 맞고 이래서야.”

“하하… 하….”

스트라우치가 실없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피 섞인 침을 바닥에 찍 뱉고 중얼거렸다.

“행적으로 봐서… 어떤 위험에도 개의치 않을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그야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왔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해서 정보를 줄 생각은 없다.

루카스가 무심한 말투로 답했다.

“이미 일어난 일 뭐 어쩌겠습니까.”

“이 정도면 병이군요. 지금 그 상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건 아니죠?”

“…….”

루카스가 말없이 그를 내려다봤다. 어차피 가면이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꾸며 낼 필요는 없었다.

스트라우치가 허리뼈를 누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으세요.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스트라우치가 실실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신 돌아가면, 플레로마는 전혀 관여되지 않았다고, 당신이 밝혀낸 것들이 전부 당신의 자작극이었다고 발표하세요.”

이렇게 바로 알아서 무덤을 파 주다니, 친절해도 이렇게까지 친절할 수가 없다.

루카스가 그와 시선을 맞추며 미소지었다.

“왜 그래야 하죠?”

“그거야… 내가 하나하나 말해 줄 필요가 있나요? 처지를 좀 떠올려 보시지요.”

스트라우치가 잔뜩 흔들리는 손가락으로 잽싸게 허공을 그었다. 새까만 비트리올이 루카스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콰앙―!

시야가 충격에 흔들렸다.

루카스가 목을 옥죄는 비트리올을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하필 바닥이 대리석이라 그런지, 머리를 부딪힌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다.

“…….”

“뭐 반응도 없고… 니콜라우스 경께서는 좀… 고집 세다는 말 많이 듣죠?”

스트라우치가 루카스의 어깨를 잡아 뒤로 젖혔다.

“아니지. 니콜라우스 경이 아니겠죠. 평소에는 본모습으로 살 테니까….”

“컥….”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 아래에 누가 있는지 궁금하단 말이죠. 아마 전 국민이 다 그럴 텐데, 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신성한 의회에 발을 들이면서도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지…. 그걸 또 승인을 받은 것도… 물론 그건 비텔스바흐의 덕이었죠.”

스트라우치가 가면을 툭툭 치며 말을 끌었다.

삐익―

루카스의 귀에 작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스트라우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니면 밝혀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있거나? 뭐, 차기 교황으로 점찍힌 분이거나, 황제 폐하의 친척분이시거나…. 그렇다면 명목상이라도 바이에른 왕세자 밑으로 들어가긴 좀 자존심 상할 텐데. 뭐, 왕족들 사정이야 계급 끝자락에 있는 귀족은 모르겠습니다.”

“…끄윽, 으….”

“어떻게, 좀 막아 보시지요. 아니면… 제가 확인해도 되겠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스트라우치가 루카스의 발길질을 피하며 웃었다. 그러더니 가면 끝을 붙잡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쨍―

가면의 검은 유리가 굵은 균열을 따라 부서져 떨어졌다. 스트라우치가 웃으며 루카스의 고개를 돌렸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스트라우치의 눈이 커졌다. 계속 불어넣고 있던 비트리올도 끊겼다. 그가 손을 놓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콰앙―

“아스카니엔? 왜 여기에….”

스트라우치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바닥에 쓰러진 루카스가 목을 붙잡고 한참 기침하더니, 숨을 크게 내쉬었다.

“허억, 헉, 후우….”

“분명히 교황령에 있다고 했는데. 아니지, 좀 어린데 설마….”

스트라우치가 루카스의 로브를 붙들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가 루카스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스카니엔은 아스카니엔인데… 그 동생이군. 그렇지. 색이 비슷해서 착각했네요.”

루카스가 주먹을 내질러 스트라우치를 떼어 냈다. 그가 로브를 놓아주며 일어나 한 발짝 물러났다.

“이거, 완전히… 제국을 뒤집을 만한 일인데. 그 플레로마가 니콜라우스라고.”

“…….”

“어때요, 좀 대답해 봐요. 대중을 기만하는 건 무슨 기분이에요. 가면 하나만 쓰면 거의 뭐 불가촉천민인 분께서 영웅이 되는데, 당연히 본인은 재밌겠죠? 전 국민이 다시없을 멍청이들처럼 보일 테니….”

“말이 좀 심한데.”

루카스가 입가를 로브 소매로 닦으며 날 선 목소리로 답했다.

다행히 연결은 끊겼다. 아까 작은 알림음이 들려온 걸 보니, 그쪽에서 눈치껏 끊어 준 듯했다.

이제 다시 전달하는 것은 내 쪽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떤 게 심하다는 거죠? 설마 이 상황에서 국민을 대변하려는 건 아닐 테고….”

스트라우치가 눈을 가늘게 뜨며 한 발짝 다가왔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나요? 아스카니엔이면 뭐합니까. 아무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데요. 잘 지내고 싶었으면 저처럼 눈치껏 굴었어야죠.”

“실험장 하나 제대로 간수 못 해서 다 털릴 것만 남은 주제에 잘도 그렇게 말하시는군요.”

“…….”

스트라우치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루카스를 비트리올로 밀치고 고개를 저었다.

“…좋습니다. 이보다 더 행운일 수가 없네요. 몸값이 두 배가 되었군요. 안 그래도 주교 회의에서 루카스 아스카니엔과 접촉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나와 접촉하겠다는 건 둘째치고….

정보 고맙다.

결정 난 것도 아니고 주장이 나온 것뿐인 사안을 알고 있는 걸 보니, 적어도 이놈은 플레로마 내부에서 평신도는 아니다. 정말 주교거나 그 바로 주위 급일 가능성이 크지.

‘그리고, 자작극 언급부터는 확실히 황실로 넘어갔겠어.’

그 세계의 스트라우치 저택은 이미 황실에게 수색 되고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지원이 오길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좌표계 문제까지 고려해서 한 30분에서 1시간 잡으면 되나.’

그동안 내가 택할 것은, 지금 놈을 제압할지, 아니면 놈이 내게 무슨 짓을 하는지 좀 더 지켜볼지 고르는 것인데….

‘지금은 후자가 낫겠지.’

내가 이 자리에서 플레로마를 반쯤 죽이는 것도 좋은 그림이 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능력치 면에서 인정은 이미 충분히 받았다.

지금 국민들에게 각인되어야 할 점은 내가 얼마나 강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정의의 편에 서 있느냐다.

녹취가 황실 수사국으로 흘러갈 것을 생각하면, 플레로마의 악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지 여론을 얻을 수 있는 지금 플레로마를 잡아내는 중 피해를 입는 그림은 내게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다.

그리고, 주교쯤 되는 플레로마를 마주친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이다. 그간 잡힌 플레로마들은 대부분 조직 내 말단으로, 중요도가 떨어지고 정보력이 없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이 자는 다르다.

잘만 하면, 다음 인상 점수 계획에도 써먹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놈이 어떤 방법을 써서 원하는 목적을 이룰지가 관건이네.’

스트라우치가 씩 웃으며 무릎을 굽혀 루카스의 앞에 앉았다.

“그동안은 알다시피 만날 기회가 없었지요? 자… 내 요구사항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라우치가 루카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씩 꾹꾹 눌러 말했다.

“돌아가서, 니콜라우스 경이 모든 것을 조작했다고 말하세요. 모든 건 다 경의 망상이었던 겁니다. 제국 경찰과 황실 수사원, 제국신문, 각종 기관의 연구원들, 신민 모두 당신의 망상에 휘둘렸던 거죠. 엘리아스 공작께서도 안타깝지만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걸로.”

“안 합니다.”

“그렇다면… 니콜라우스가 플레로마라는 걸 한번 대중 앞에서 까발려 보죠.”

루카스가 픽 웃음을 터트렸다.

이쪽도 지금 정체를 밝힌다면 루카스 아스카니엔의 이미지가 니콜라우스를 압도할 거라고 여기고 있다.

남의 의견을 들어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듣네.

물론 놈의 의견이 아니라도 지금 정체를 밝히는 건 여러모로 시기상조다.

루카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플레로마가 아니라면?”

“코어만 일반 코어지, 당신이 우리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건 확실하죠.”

“…하하….”

루카스가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끼들….

생각보다 허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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