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63화 (63/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63)

“…?”

“이건 뭔 질문이냐?”

“아, 아니… 에스더가 아까 물어봐 달라고 했어.”

에스더는 아까 레오를 찾아온 세 명의 학생 중 하나다.

마지막에 뒤돌아보길래 뭔가 싶었는데, 이걸 물으려던 거였네.

그러니까, 내가 단기 기억력으로 학과 10등이 되었는지 묻는 거겠지.

그렇다고 하면 파우스트 역을 맡기려고.

“아니.”

일단은 묻는 말에만 답하겠지만, 괜찮은 발상이었다.

비록 벼락치기를 하지는 않았으나 기억력이 좋은 덕에 쉽게 전교권에 들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에게까지 맡길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놀랍다. 어떻게든 제대로 극을 올려 보고 싶은가 보다.

‘진짜 필사적이네.’

“알겠어. 답변 고맙다. 그리고… 엘리아스!”

부반장이 양손을 싹싹 비비며 어떻게든 외워 보라는 사인을 보내자, 엘리아스가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우며 대본집 표지를 넘겼다.

“뭐, 그래. 이거나 읽고 있자, 루카.”

“읽고 있어. 난 나르케 좀 찾아볼게.”

“어, 아까 애들이 나르케 오스왈드 찾으러 나갔다고 하던데.”

“그래?”

그러고 보니, 아까 들여다본 2분반 연습실에도 나르케는 없었다.

“걔 있었으면 토끼부터 뛰어왔을 것 같은데? 너 엄청 찾잖아.”

그건 그렇다.

파이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누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았다.

한 번쯤 몰래 내 옷 주머니로 워프해 오거나, 창틀 어딘가로 뛰어올 법도 한데 그러지 않은 걸 보니 정말 밖으로 나간 것 같다.

치직―

[마법학과 1학년 2분반 아말리아 카스텔 학생을 찾습니다. 다시 한번 안내하겠습니다….]

그때,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마법학과 1학년이라는 걸 보니 아까 그 학생을 찾는 듯했다.

‘학교에 얘기는 들어갔네.’

이제 대응은 학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사례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났다는 점이 신경 쓰이지만, 정작 학교가 두 건의 실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찝찝한데, 이야기는 해 볼까.’

나는 밖으로 나가 학교 경비원을 찾았다.

수사국에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한 뒤, 다시 학생회관으로 돌아와 엘리아스가 있는 소파에 앉았다.

“어디 갔다 왔어?”

“사라진 학생들 신고 좀 하러. 이제 다 했어.”

다행히 경비원은 나에게 거부감을 표하지 않고, 선뜻 그러겠다고 답했다.

학교도 실종으로 분류해 신고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중복으로 신고가 들어가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행동하는 게 낫지.

“그래? 그럼 이제 네 그 특별반 간 암기력으로 2분반 좀 구원해 줘.”

벼락치기 안 했다니까….

나는 엘리아스의 장난에 웃음으로 답하고 대본집을 펼쳤다.

웬일로 한참 조용히 읽나 했더니, 슬슬 하품이 날 때쯤 엘리아스가 상체를 벌떡 일으켜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입니까? 당신의 내면을 보십쇼. 당신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슈베르틀라인 씨의 죽음보다 많던가요?”

“…….”

갑자기?

받아쳐 달라는 거겠지.

나는 떠오르는 대로 대답했다.

“…자네는 당최 구원할 도리가 없는 궤변가로군.”

“오, 역시 중간고사는 벼락치기~?”

“아니.”

일부러 암기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공부하듯이 대본집을 읽고 있었다.

엘리아스가 더 작게 중얼거렸다.

“루카, 네가 딱이야. 지금 1시간 30분 남은 이 시점에서 40분짜리 대본을 전부 암기할 수 있는 인간은 너밖에 없어. 98등에서 10등으로 한 번에 올랐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뭐라 대답하기 전에, 엘리아스가 바로 말을 이었다.

“걸리는 거지? 네 형님은 네가 파우스트가 되는 걸 싫어할 테니까.”

“싫어한다기보다는 예상 밖이겠지.”

“그럼, 너는? 하고 싶어?”

“별생각 없어. 그래도 애들이 저러는 걸 보니 안타깝긴 하네.”

2주간 정말 열심히 하기는 했다.

시끄러워서 신력 공부에 방해가 되었기에 기억에 남아 있다.

아까 대화를 끝내고 나올 때 보니 나르케도 많이 들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이 상황에서 특별히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친절하네. 그래도 형님이 걸리는 상황이면 나도 더 권하진 못하겠다.”

“뭐… 먼저 나가진 않겠지만 못 나갈 것까진 없어.”

“으음?”

엘리아스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말하고 나니까 좀 이상한데.’

연극에 나가고 싶어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고, 슬슬 계획을 공유할 필요가 있어서 그렇다.

내가 눈짓하자 엘리아스가 차음 마법을 펼쳤다.

“고맙다. 엘리, 스트라우치 녹음 들었어?”

“들었지. 대체 뭔 소리를 했나 궁금해서.”

“그럼 이해가 빠르겠네. 니콜라우스 말고 이쪽의 인상도 바꿔야 해.”

엘리아스가 잠시 미간을 좁히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을 바꿨네? 그래, 지금 이런 이미지로 계속 가는 건 좀 무리긴 하지.”

“그래. 너랑 애들한테는 말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연극에 나가는 건 아니고~?”

엘리아스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떠밀려 나가는 거면 괜찮아도 그 외는 안 돼.”

이 상황을 해결한다면, 확실히 루카의 인상을 바꿔나갈 첫 번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잃는 것도 있지.’

소식이 들어간 며칠간은 형이 내 상황에 더 관심을 가질 테니까.

물론, 그렇기 때문에 판이 만들어질 때 극구 거부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내가 학생들의 기피 대상임이 전제로 깔린 상태에서, 떠밀려서 나갔다는 점이 형에게 들어간다면 상황은 복합적으로 변한다.

‘…이건 오히려… 괴롭힘 아니냐.’

아무튼, ‘행사에 나갔다’는 사실보다는 그 결정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 중요한 것이니,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섰는지에 따라 형이 느낄 위기감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떠밀려 나가는 건 괜찮다… 그럼 떠밀어 주는 수밖에 없겠는데? 네가 파우스트로 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니, 굳이 먼저 떠밀 필요는 없지.”

“관객도 확실히 끌겠는데?! 야, 전교생 다 오는 거 아니냐.”

뭘 또 그렇게까지.

나는 그냥 그의 말을 피식 웃어넘겼다.

9시가 되어서, 레오가 돌아왔다.

이제는 1분반의 공연 시간이 되어, 1분반 학생들이 전부 공연장으로 이동해 학생회관도 조용했다.

내가 읽던 대본도 이제 서너 장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엘리아스가 탄식하며 물었다.

“왜 네가 오냐?”

“너무하네.”

레오가 지친 얼굴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엘리아스가 교수의 말을 레오에게 전했다.

“교수님이 그랬는데 다른 학교에서도 못 찾았다더라.”

“그럴 것 같았어. 안 그래도 갔는데 거기서 오스왈드 찾는 방송 하고 있더라.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나오는 거면….”

“이제 와서 하기 싫어졌거나,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나는 후자에 한 표 던진다.”

레오가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래서 나가자마자 수사 요청해 놨어.”

“2분반 9시 30분까지 공연장 대기실로 이동하세요!”

그때, 누군가 복도를 돌며 외쳤다.

분명 곳곳에 2분반 학생들이 있음에도 복도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레오가 착잡한 얼굴로 복도 쪽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슬슬 가자. 그쪽에도 애들 있을 거야.”

* * *

“주인공은 찾았냐?”

공연장 뒷문으로 들어서자, 1분반 학생 몇이 레오와 엘리아스를 보며 물었다. 살짝 재수 없게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다짜고짜 아는 체를 하는 걸 보니, 둘과는 3교육원 때부터 알아 온 친구인 듯했다.

레오가 고개를 젓고 그의 곁을 지나쳤다.

1분반 학생이 레오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레오, 지금 우리 113명 모였다!”

“…어쩌라고….”

레오가 웬일로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113명이면 꽤 모여 있네.’

전교생이 1,000명 정도인 걸 생각하면 상당한 수다.

“오,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대체 날 뭐로 보는 건지 모르겠다.”

엘리아스의 말에 레오가 낮에 그랬던 것처럼 헛웃음을 짓고 대기실 문을 열었다.

2분반 대기실로 들어가자, 학생들이 활기차게 지나다니는 바깥과 달리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것이 곧바로 느껴졌다.

한 학생이 레오가 들어오자마자 불쑥 말을 꺼냈다.

“…레오, 우리 어떡하냐. 이제 40분 남았어.”

“…….”

레오는 입술을 깨물기만 할 뿐 별다른 답을 주지 못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나르케가 눈인사했다.

그러는 사이 한 학생이 의견을 내놓았다.

“청중을 파우스트로 만들까? 어때?”

“메피스토펠레스 혼자 연기하는 거야?”

“그치.”

“조연 다 빠지면 분량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짧은 의견 교환 후 정적이 찾아왔다.

다시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흠….’

많이 다운되어 있네.

준비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그르치게 생겼으니, 다들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

‘조금 도와줄까.’

생각이 하나 있기는 하다.

말이라도 꺼내 보려면, 일단 시험을 좀 해 봐야겠네.

나는 엘리아스의 팔을 툭 치고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내가 나간 지 5분쯤 되었을 때, 엘리아스가 대기실을 나와 나를 찾았다.

나는 그에게 손짓한 뒤 입을 열지 않고, 신력을 발동시켰다.

―“들려?”

“…?”

엘리아스가 눈을 둥그렇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

—“들었나 보네.”

“뭐…!”

엘리아스는 이제 곧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렸다.

전에 다스로테 인터뷰 사진을 조사하러 갔을 때 나르케가 내게 썼던 마법이다.

그때,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익혀 둬야겠다고 생각했었지.

학생들이 연극 얘기할 때 안 듣고 신력 공부만 한 보람이 있다.

‘그렇게 익힌 걸 애들 연극 돕는 데에 쓸 줄은 몰랐지만….’

—“통하니까 됐어. 너 즉흥극 할 자신 있어? 대본 읽었으니까 흐름은 아까보다 더 잘 알지?”

혼란스러운 얼굴로 듣던 엘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작게 속삭였다.

“분량은.”

—“35분쯤에서 끝내도 크게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아. 그즈음에 맞추는 건, 내가 도와줄게.”

“…아, 이렇게 돕는다고.”

엘리아스의 입꼬리가 위로 죽 올라갔다.

엘리아스가 손가락을 튕겨 마법을 발동시켰다. 다른 자가 내 마법의 흐름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

—“그래, 잘 들어. 나는 말을 얼마나, 무슨 내용으로 늘려야 할지 알려 줄 거야. 그 정도면 즉흥극으로 해도 분량은 맞출 수 있겠지.”

“그렇네. 타이밍은? 네가 대본 확인하고 나한테 전하는 데에 들어가는 시차를 생각해야지.”

—“좀 부자연스럽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래도 필요한 대사는 내가 다 외웠으니까 내 쪽에서 지연되는 시간은 최대한 줄었을 거야.”

“다 외웠다고?! 그럼… 괜찮겠네.”

엘리아스가 턱 끝을 매만지며 휘파람을 불었다.

“친구들한테는 루카 네가 직접 말해. 나한테 암기법 속성 과외 해 준다고 하면 되겠네.”

아까 말한 계획을 기억했는지, 엘리아스가 그렇게 말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애초에 나도 아예 뒤로 빠질 생각은 없었다.

부정적인 인상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기회가 된다면, 돕는 김에 겸사겸사 써먹어 주는 게 좋지.

“그럴 거야.”

“그런데, 잠깐만.”

내가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엘리아스가 내 앞을 가로막고 차음 마법을 걸었다.

“기다려 봐. 뭔가 애매하다는 생각 안 들어?”

“음?”

“네 형님의 정보원은 그 트라우트인지 뭔지 하는 마법검술학 교수지. 그리고 그 교수에게는 나르케가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그래.”

“물론 너는 철저하게 대비하는 걸 좋아하니까, 분명 그 외의 정보원을 고려하고 있을 거야. 내 생각이 맞아?”

맞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가 이득을 보려면, 내게 도움을 줬다는 걸 광고해야 해. 내가 말했던 암기법 어쩌고 과외처럼 말이야.”

엘리아스가 광고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기울여 눈썹을 까딱였다.

“아! 잠깐. 그냥 순수하게 돕겠다느니 하지는 말자. 솔직히 버리기 아까운 건 맞으니까. 2분반 영웅이 될 기회야.”

그 정도까지는….

엘리아스다운 표현법이다.

아무튼, 나 역시 그렇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미소를 지어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주고 엘리아스가 하는 말을 들었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주인공이 하는 말이라면 들어 볼 가치가 있었다.

“그렇다면 네가 연극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소식은 형님에게 안 들어갈까?”

“…….”

들어가겠지.

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정도는 문제없어. 애들이 암기력에 중간고사 이야기를 연결한 이상, 형에게도 그렇게 들어갈 테니까. 딱히 말이 안 되는 추론은 아니니 괜찮아.”

사실 형이 동생 특징도 모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동안은 암기고 뭐고 루카의 특징에 대해 형이 알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형은 쭉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루카는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애초에 루카는 어릴 적에 총명한 편이었다.

암기력과 지능은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으나, 대부분 크게 구분하지 않으므로 상관없다.

“자, 그래. 나도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면… 들어 봐.”

엘리아스가 장난기를 숨기지 못하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네 도움을 받아서 내가 나가나, 네가 떠밀려서 직접 나가나 형님에게 들어가는 소식은 어쨌든 본질적으로 네가 위기에 빠진 2분반을 구해줬다는 소식이야. 이건 기회야, 루카. 나를 앞세우는 것보다 네가 직접 얼굴을 들이밀 때 이미지가 확실히 바뀔 거라고.”

맞는 말이네.

그때 엘리아스가 손을 휘휘 저었다.

“잠깐, 정정할게. 이거 하나로 이미지가 한 번에 바뀌지는 않겠지. 하지만 초석 정도는 될 거 아냐? 그 초석을 지금 깔아. 이만한 스케일의 초석을 깔 기회는 몇 없어.”

‘이거 귀신 아냐….’

안 그래도 한 번에 바뀌진 않을 거라고 말하려 했는데, 눈치 빠르긴.

“흐음….”

계획에 없던 일이라 굳이 스케일을 키우려 하지 않았지만, 엘리아스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상황만 안전하게 조성된다면 둘도 없는 기회다.

현실에서 발을 담가 본 적 있는 분야라,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게 아주 낯설지는 않다.

내가 무어라 대답하려던 차에, 엘리아스가 얼굴을 귓가에 들이밀며 속삭였다.

“그리고 네가 나가면 1분 만에 사람 500명 몰린다.”

“…….”

관객수 경쟁도 신경 쓰고 있었나….

이제 2분반이 되었으니 나름 2분반을 생각하는 것 같긴 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아~ 재밌겠네. 연극 잘 볼게~! 안 그래도 너 포커할 때 보니까 연기 잘하더라.”

그것과 연극이 같지는 않지만, 내게 있어 아주 무관한 분야는 아닌 건 사실이니 굳이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극에 나가려면 지금부터 연기를 해야겠는데.

“그럼 이제 네 도움이 필요해, 엘리.”

그 말에, 엘리아스는 되묻지도 않고 자신 있게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어어, 알아. 나만 믿어 보라고. 제대로 말문 막히게 해 줄 테니까.”

“…말문을 막아?”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괜찮다는 저 제스처가 왜인지 신경 쓰인다.

그리고, 엘리아스가 왜 그렇게 자신 있었는지는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엘리아스가 마법으로 목발을 고정한 채 내 어깨를 꽉 붙들고 쩌렁쩌렁 소리쳤다.

“야, 얘들아. 주인공 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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