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78화 (78/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78)

“잘됐네. 고맙다.”

“뭘.”

레오가 미소지으며 답했다.

엘리아스가 레오 쪽을 고갯짓하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안 궁금해? 나는 지성인답게 플레로마랑 논리정연하게 대화하고 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주먹부터 날리더라.”

“…지성인…?”

레오가 기가 찬다는 듯 대꾸했다.

“주먹부터 날리지 않았어. 처음에는 교황령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냐고 물었지.”

‘그다음에 날리나 처음부터 날리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의외네. 네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우리는 정신 계열 마법을 못 쓰니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려면 무력을 쓰는 수밖에 없지.”

레오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그건 그렇긴 하다. 소설에서도 마법사라는 것들이 끊임없이 몸싸움을 해댔었다.

웃음을 띠고 이야기를 듣던 엘리아스가 손뼉을 쳤다.

“친구 하나는 잘 사귀었다니까. 어떻게 그 마당에 아드리안 아스카니엔 일거리 늘릴 것까지 생각하냐. 그 타이밍에 그걸 생각해 낸 게 기특하지 않아, 루카~?”

“네가 내 선생님이야? 기특하게?”

“그러게.”

“…….”

레오는 나까지 엘리아스의 말에 동조하자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반응이 즉각적이라 엘리아스가 계속 장난을 치는 것 같다.

레오는 내 대답까지 엘리아스의 탓으로 여기는지, 엘리아스와 한참 눈싸움을 하더니 한숨을 푹 쉬고 신문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됐는지 궁금할 텐데. 신문 좀 읽어.”

나는 레오가 건네는 신문을 받았다. 그리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글씨를 보고 굳었다.

니콜라우스 에른스트, 제2의 아드리안 아스카니엔 되나?

“…….”

시작부터 굉장히 재수가 없다.

물론, 제삼자의 시선에서 보자면 성공적이다.

지지도 면에서는 이견이 나올 수가 없는 자이니, 과거의 형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면 결과물도 그만큼 탄탄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보니, 슬슬 어떻게 됐는지 볼까.’

루카스 르네 아스카니엔

칭호: 니콜라우스 경

체력: +2.5 (+0.3)

정신력: +0.9 (+1.0)

마력: ?

기술: +4.1 (+0.1)

인상: -9.9 [-6.8] [+7.50587849]

행운: +2.25 (+0.5)

특성: 여명777, 신력, 매력 (Lv.2), 재시도 (Lv.1)

‘7.5.’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최소로 목표하던 8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게다가, 드디어 인상을 제외한 모든 점수가 양수로 올랐다.

‘레오 덕에 형 발목도 잡았겠다, 시간만 받쳐준다면 10점도 가능하겠는데.’

다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원래는 이 일을 엘리아스가 해결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사건이 전국 단위로 커지지는 않았지만, 이때부터 엘리아스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물론 곤충 발표 때부터 소설보다 반응이 크게 오긴 했지만, 확 터지는 건 이번이어야 하는데.’

전개가 달라질 것이 우려된다.

그리고, 나는 걱정이 기우임을 5초 만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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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을 뒤져도 나와 엘리아스의 이름이 동시에 등장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래 두 개의 소식은 내가 캐낸 것이 아니다.

‘엘리아스랑 레오가 찾아낸 거겠지.’

나는 기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주인공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만하면 엘리아스의 지지도 역시 소설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는 엘리아스의 회견장 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네가 제복을 입고 왔구나.”

“아하, 이걸 알아봤네~ 이런 옷 입는 거 흔치 않으니까 뇌에 잘 새겨 둬.”

“으휴….”

레오가 진심으로 질색하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엘리아스가 그 반응에 낄낄대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사실 좀 나중에 터트리려고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보니 내가 찾은 주제에만 엠바고를 걸기는 어려웠어. 그게 엄격히 지켜질 만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전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각자가 플레로마를 쫓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

엘리아스도 내가 형에게 대항하기 위해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키는 중이라는 걸 안다. 딱히 날 위해 본인이 한 일의 발표를 막을 필요는 없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나 보다.

“괜찮아. 이걸로 너랑은 계속 같이 움직이는 걸로 여겨지고 있겠네.”

콰앙―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군가 들어오지 않게 조치해 두었던 건지,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미안해, 레오. 얘기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급한 일이라서.”

주교복을 입은 나르케가 가면을 벗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구나, 루카스. 몸은 좀 어때?”

“멀쩡해.”

“멀쩡~? 내가 아는 멀쩡의 정의가 잘못됐나?”

옆에서 엘리아스가 팔이 파란색이라느니 딴지를 거는 것이 들려왔다.

보기에만 그럴 뿐 단순한 멍이기에, 나는 나르케가 또다시 내 안위를 걱정하기 전에 입을 열었다.

“정말이야. 그런데 너 교황령에 있던 거 아니었나?”

“방금까지 그랬지. 나도 늦게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오늘 네게 말해야 할 게 있어서 말이야. 혹시, 전에 말했던 것 생각해 봤어?”

말한 게 한두 가지여야 말이지.

“뭔데.”

“명예 사제직 말이야. 어때, 포탈 열린 지금이 기회이지 않겠어?”

* * *

레오의 격한 만류가 있었지만, 걸을 체력은 충분했다.

애초에 내게 있던 문제는 피를 뽑힌 것과 며칠 굶은 것밖에 없었기에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스트라우치가 내게 뇌진탕을 입혔던 것과 비교하면 괜찮은 상황이었다.

‘마침 시기가 좋았어.’

포탈이 열린 것을 이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지만, 다행이었다.

기차로 며칠은 잡아야 하니 성직을 받으러 직접 교황청까지 가는 건 무리다.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해. 아직 그리 좋아 보이는 상황은 아닌데.”

나르케가 내 파란색 팔을 보며 중얼거렸다.

―“걱정 마. 보기에만 그래.”

―“사실 포탈이 다섯 시간 뒤면 닫히거든. 그것도 교황청에서 네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열어 둘 수 있었던 거라, 오늘 말해야만 했어.”

나는 가면을 고쳐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직이 있다면 생존 가능성을 비롯해 많은 면에서 플러스를 얻을 수 있다.

플레로마도 신력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지금, 교황청으로부터 무결함을 공인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올라도 괜찮은가.

이 부분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거 하나만 묻자. 너도 알겠지만, 나는 특별한 믿음이 없어.”

―“그래, 너 무신론자지.”

나르케가 웃으며 답했다.

―“…….”

전에도 그러더니 날 무신론자로 딱 잘라서 말하네.

어릴 때는 표면상으로는 종교를 믿기는 했지만, 부모 따라서 간 것에 가까웠기에 무신론자가 맞기는 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명예 성직에 오른 마법사들은 전부 형식이거든. 기준은 오로지 신력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

더는 묻지 않고 말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그때, 나르케가 다른 주제를 꺼냈다.

―“루카스, 로마에 가 본 적 있어?”

―“아니.”

21세기에서는 여행으로 가 본 적 있다.

하지만 여긴 지리와 이름만 같을 뿐, 마법이 있는 이상 더는 현실과 같은 세계라고 볼 수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세계지도에서 대한제국을 찾을 수 있기는 하나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본 결과 내가 알던 대한제국과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교황령의 범위도 이곳에서는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그래? 이거 기대되네~ 끝나고 나와서 도시 구경이라도 시켜 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

―“괜찮아. 구경하고 있으면 형이 나 만나러 올걸.”

―“…으음, 이건 생각을 못 했는데. 정말 그러겠네.”

나르케가 고개를 저으며 헛웃음을 쳤다.

우리는 황궁에서 진입 허가를 받고, 본궁으로부터 10km는 떨어진 정원 끝자락으로 워프했다.

지하에 설치된 포탈에 가까워지자 무장 경비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서 한 사제가 나르케를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오셨습니까, 예하.”

사제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려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에른스트 경. 저는 파콘도 팔레르마입니다. 지금 건너갈 테니, 예하와 경께서도 바로 건너오십시오.”

사제가 우리에게 눈짓하고 포탈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포탈이라고 해도, 평상시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였는지 보기에는 그냥 돌로 된 벽이었다.

손을 대자 벽이 물 표면처럼 일렁였다.

―“처음 보지? 벽에다 얼굴을 갖다 대야 하는 게 왠지 거북하지 않아?”

―“그러네.”

아무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도, 당장 머리부터 깨질 것만 같은 비주얼이기에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다들 그래. 좀 도와줄게.”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나르케가 내 등을 다짜고짜 떠밀었다.

“…!”

보면 이 자식도 엘리아스 못지않다.

나는 꽉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들어왔던 곳과 같은 어두컴컴한 지하 복도가 있었다.

“지금 오신 곳은 바티칸 정원의 서쪽 끝입니다. 로마 교황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사제가 내게 간단히 안내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르케가 보폭을 맞추어 걸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경을 명예 사제 자리에 제안해 두었습니다.”

“그렇군요.”

나르케는 신력을 사용하지 않고 내게 직접 말하며 경어를 쓰기 시작했다.

‘명예’가 붙으면 일반적인 성직과 달리 신력을 기준으로 하는 성직을 뜻한다.

본래 명예직은 교황군에 속했으며 현재도 교황청의 마법적 권위를 드높이는 상징적인 자리에 그치기에, 신학 학위와 같은 자격 면에서는 훨씬 자유로운 경향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나르케가 자격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자격 요건은 총 네 가지로, 그중 니콜라우스 경이 견진성사는 고사하고 세례조차 받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당연히, 올해 만들어진 가짜 신원인 니콜라우스는 교회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나머지는 간단합니다. 당신에게 순수한 선교 및 봉사 의지가 있는지, 주교나 추기경의 추천을 받았는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신력을 공인받았는지. 이 세 가지가 전부니까요. 그 뒤부터는 로마교구 내 주교단의 승인을 통해 서품식이 완료됩니다.”

“승인이 문제군요.”

“그래요. 최대한 찬성표가 나오도록 이끌어 보겠지만, 경의 이름으로 된 세례 증서가 없다는 점에서는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르케가 사제를 향해 물었다.

“얼마나 남았지요?”

“이제 곧 성 베드로 대성당의 지하로 진입할 겁니다, 예하.”

“정말 거의 다 왔군요.”

나르케가 다시 내게 신력으로 말을 건네며 웃었다.

―“조금 날카롭겠지만, 긴장하지 마. 알겠지?”

―“그렇게 말하면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데.”

―“하하, 그렇지. 그래도… 이제 막 온 네게 뭔가 시킬 생각은 없어. 이번에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만 믿어.”

뭔가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 보네.

나르케의 들뜬 말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지상의 빛이 들어오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계단에서 올라와, 수많은 회랑과 건물을 지나쳐 가장 중심이 되는 문 앞에 섰다.

대기하고 있던 근위병이 문을 열어 주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파르네세 추기경 예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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