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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81화 (81/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81)

한순간에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뭐라고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세례도 받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르케가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교황 성하의 말씀이십니다. 니콜라우스 에른스트 경은 네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했습니다.”

“정말 교황 성하께서 보증하시는 겁니까?”

“설마 성하께서 이제 세례를 내려 주신 것이…. 분명히 자격이 되지 않는 자였습니다!”

온갖 공의회를 들어 서품을 막으려 했던 신부가 목청을 높였다.

나르케가 짐짓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로마니 신부님께서는 교황 성하의 무류성을 의심한다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교황은 신앙과 믿음의 차원에서 절대로 그르치지 않는다, 바티칸 공의회에서 공인된 내용이었지요. 로마니 신부님께서 직접 언급하셨으니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때마침 창문에 아까의 전서구가 앉았다.

나르케가 다리에 묶인 종이를 풀어 읽더니, 말문이 막힌 신부와 주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걸로 교황청에서 인정하는 심사 회의는 끝입니다.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죠.”

* * *

―“충실히 봉사하는 것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텅 빈 고해소 내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의 공식적인 자문기관으로서, 직접 신력과 안보에 관한 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길 바랍니다.”

교황의 자문기관.

추기경이 되라는 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영광입니다, 교황 성하.”

―“좋습니다. 이제 40분 뒤, 11일 자정이 되는 순간 에른스트 경은 추기경단의 일원이 됩니다. 교회의 한 축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순간 허공에 교황청의 완드가 나타났다.

나르케에게서 보았던, 오로지 교황청의 성직자만이 들 수 있는 완드였다.

교황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번 들어 보죠.”

조심스럽게 완드를 받아 들자, 마치 처음부터 내 물건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에 감겼다.

한 바퀴 돌리니 놀랍게도 내가 사용하던 아스카니엔의 완드로 변했다.

―“서임식에서 제대로 된 것을 드리지요. 아직 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니까요.”

―“…몰랐습니다. 이미 충분히 완벽해 보였는데 말입니다.”

―“서임식 때에 한 번 더 놀라겠군요.”

교황의 웃음 섞인 말투가 들려왔다.

―“경의 추기경 서임 역시, 지금이 아닌 서임식 때에 처음으로 세상에 발표될 겁니다. 서임식은 경이 준비가 되었을 때 잡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흠.’

교황도 생각을 읽을 수 있나.

안 그래도, 발표가 최대한 늦춰지길 바라고 있었다.

형에게 들어가는 니콜라우스의 정보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정체를 밝히면 분명 형에게서 온갖 공격이 들어올 텐데, 내가 추기경이 되었다는 걸 알면 니콜라우스를 공격하는 대신 본색을 감추고 방어할 확률이 커진다.

‘안 되지.’

내가 이길 수 있는 분야에서는 마음껏 공격하도록 하는 게 낫다. 나도 형의 패턴을 익혀야 하니까.

―“로마 교황청의 일원이 된 것을 미리 축하합니다, 에른스트 추기경. 나중에 보지요.”

그 말과 함께, 고해소 안으로 바람이 훅 빨려 들어갔다.

* * *

“예하, 잠시만 제 말을 좀…!”

콰앙―!

나르케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신부를 밀치고 지하 통로의 문을 닫았다.

내내 웃음을 짓고 있는 걸 보니, 나고 자란 곳을 떠나는데 별 미련도 없어 보였다.

“추기경 서임 건에 대해서는 함구령이 내려왔습니다. 겉보기에만 저렇게 굴지, 이제 다들 서임식 전까지는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군요.”

“아, 경의 서임 소식이 나중에 발표되는 건 알고 있습니까?”

“예, 들었습니다.”

그 뒤로 나르케는 신이 났는지 길을 가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

포탈에 도착할 즈음,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신분을 감춰야 한다고 하셨는데, 예하께서는 비밀 추기경이 아닌 겁니까?”

“아뇨, 맞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티 내던데?”

“보통 비밀 추기경은 해외에 있지만 저는 쭉 바티칸에 있었기 때문에 철저히 숨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들 함구 명령을 받으신 걸로 아는데… 나름 잘 지켜지고 있네요.”

“도착했습니다, 예하.”

안내를 맡아 준 사제가 막힌 길 앞에서 뒤돌았다.

우리는 사제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포탈 앞에 섰다.

벽돌을 노려보고만 있자 나르케가 내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웃었다.

“도와줄까요?”

“아뇨….”

그래도 두 번째라고, 이번에는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다시 레오의 저택으로 워프하자, 저 멀리 있는 시계탑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포탈은 완전히 닫혔을 것이다.

나르케가 신력을 써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바이에른에도 잘된 일이 됐네. 국왕 전하께서 굉장히 기뻐하시겠는데~”

―“발표까지 조금 기다려도 괜찮다면, 그렇겠지.”

―“친구들이랑 왕실에는 지금 알려도 괜찮아. 그리고 그 자리면 일 년 뒤여도 기다릴 가치가 있을걸.”

―“그렇지. 고맙다. 덕분에 좀 더 안심할 수 있게 됐어.”

―“뭘. 하하, 이 정도면 레오가 준 선물과 비슷한가? 엘리아스가 레오 얘기를 그렇게 하던데.”

나르케에게도 그 표현을 쓰면서 말했나 보네.

덕분에 성직이라는 안전장치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

―“다행이다. 네게 안전장치가 하나 더 생겨서 기뻐.”

―“…….”

나는 헛웃음을 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문을 열었다.

―“능력 그만 써라.”

―“하하하, 알았어.”

다시 방으로 돌아가자, 엘리아스와 레오를 만날 수 있었다.

의자에 반쯤 누워 있던 엘리아스가 히죽대며 일어났다.

“오, 우리도 이제 막 왔는데. 루카 드디어 명예 사제 되어서 온 거야~?”

엘리아스가 목발 없이 걷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나는 평소보다 좀 더 높아진 것 같은 엘리아스의 눈높이를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으음?”

“뭐?”

엘리아스와 레오가 동시에 반응했다.

“네가 안 될 리가 없는데? 말도 안 돼! 뭐… 학교 가기 전에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

맛있는 거라도 먹자니, 말하는 게 딱 이 나이대 학생들 같아서 웃음이 났다.

“뭐 먹을 건데?”

“샤토 라투르 어때. 양고기에 마시면 딱인데.”

“야!”

음주 이야기가 나오자 레오가 버럭 소리쳤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나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은 자주 마시지 않기는 했다.

“왜~ 어차피 너도 연회 가면 마시잖아.”

“그거야 연회니까. 당장 일곱 시간 뒤에 출석해야 하는데 술을 마시겠다고?”

나는 문제가 있네 없네 토론하는 둘을 구경하다 입을 열었다.

“얘들아.”

“응?”

“먼저 말 안 해서 미안한데, 마시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

“사제가 아니라 부제급 추기경으로 서임됐어.”

엘리아스의 움직임이 덜컥 멈췄다. 레오 역시 금세 충격받은 얼굴이 되었다.

“…뭐?”

어떻게 하면 저렇게까지 될 수 있나 궁금해질 만큼 입을 쩍 벌린 엘리아스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다 손뼉을 크게 쳤다.

“…더더욱 마셔야겠는데!”

“…!”

“하하, 성직자는 취하면 안 돼~”

혈압이 올라 말을 못 하는 게 분명한 레오 대신 나르케가 엘리아스를 제지했다.

“…축하해, 루카스. 이제 공식 석상에서는 추기경 예하라고 불러야겠네.”

레오가 엘리아스를 외면하고 내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그런데 아직이야. 서임식 전까지는 비밀로 해야 해.”

“서임식은 따로 해? 하긴,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

“아, 이런 건 떠들고 다녀야 하는데~ 아드리안 아스카니엔도 24년 동안 못한 걸 네가 해냈다고!”

엘리아스가 고개를 저으며 손뼉을 치다 물었다.

“맞다, 내일 학교는 갈 수 있겠어?”

“가야 해. 보도 직후에 빠지면 괜히 의심 살 수 있으니까.”

어차피 이번 주만 다니면 방학이다.

나는 겨울방학 중 학교에 남기로 했으니, 제대로 된 치료는 그때 하면 된다.

“그래? 다행이네. 안 그래도 국왕 전하께서 우리한테 네 이야기 해 주셨거든.”

어떤 이야기?

내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 엘리아스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루카스 아스카니엔 이미지 바꿀 거라며? 그거 말이야.”

* * *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분명 어젯밤에도 누웠던 침대가 마치 한 달은 못 누웠던 자리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실제로 나흘 넘게 못 눕긴 했네.’

현실의 18시간이 플레로마의 세계에서는 4일 12시간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두툼한 이불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느적거릴 시간은 없다. 빠르게 회복해야 하니, 오늘부터 잠을 푹 자 둬야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촤악―

나는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잠이 안 온다.’

아스만부터 추기경 서임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닥쳐 쉽게 눈이 감기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이번 일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겔다 아스만은 잡아 온 사람들을 상부에 보내지 않았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았다.

‘네 시간뿐이었지만… 바티칸에 다녀오면서 이번 일을 조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판단했다.

내가 여태까지 했던 활동은 대체로 미래의 문제를 예방하거나 피해자가 나뿐인 일이었다.

이번에도 일의 초기에 사건을 저지하기는 했으나, 이미 한두 달 전부터 계획이 실행되었던 지역은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었다.

내 잘못도 무엇도 아니지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황제와 제국 재상이 갈아 치워지지 않는 이상 이런 문제들은 바뀌지 않을 테다.

‘일단, 지금 해결되지 않는 생각은 그만하자. 최소한 두 시간은 자야 해.’

뭘 바꾸려 해도 체력이 받쳐줘야 바꾸지.

잡념부터 지우려면 바람이라도 쐬는 게 빠르겠다 싶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루카스!”

언제 왔는지 파이가 어깨 위에 올라 있었다.

“안 잤어?”

“응! 나르케가 올라가 보래.”

“나르케도 안 자?”

“으응. 생각할 게 있대. 지금까지 나랑 같이 놀았어~”

“그렇구나.”

나는 옥상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밀려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는 것을 느끼고 있자니….

콰아아아―

‘잡념이 사라지기는 한다.’

숨쉬기조차 힘들어 그런 것이 맞다.

파이가 몸을 떨며 로브 주머니로 들어갔다.

“추, 추, 추워어어.”

“나도.”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반대편 복도에서 누군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르케였다.

“루카스, 잠 안 와?”

“응, 너도 그런가 보네.”

“뭐, 그렇지. 지금 레오 훈련장으로 갈 건데, 너도 갈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레오의 훈련장으로 워프했다.

“…엥? 뭐야?”

엘리아스와 훈련장에 앉아 있던 레오가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고 어이가 사라진 듯 물었다.

“하하, 너희랑 놀려고 왔어~”

“우리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쟤 능력 하루 이틀이냐.”

내 말에 레오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르케는 그렇다 치고 넌 왜 안 자? 빨리 회복해야지.”

“안 잔 게 아니고 못 잔 거야. 그리고… 너희도 마찬가지 아니야?”

나는 그들 앞에 앉으며 말했다.

사람이 많아져 좋은지 웃고 있던 엘리아스가 대답했다.

“맞아. 루카 너는… 아스만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일부 사실이기는 했다.

“…그것도 그렇고.”

“그렇고, 또?”

“오늘 기사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읽어서.”

“음, 뭔지 알겠어. 나도 그래. 황실은 뭘 하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고 있거든.”

같은 생각일 줄 알았다.

이번에는 레오도 반응하지 않았다.

매번 엘리아스를 말리는 건 순전히 친구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을 뿐, 늘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을 테니 당연했다.

엘리아스의 눈이 가라앉았다.

“내가 그쪽에서 새로 만났던 플레로마는 이미 사람을 전부 위로 보낸 상태였어.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더라. 하루 만에 피를 다 뽑혔다고 했거든.”

“…….”

“사람들이 우리보고 하는 말 들었어? 세기의 영웅이라느니, 별말을 다 하던데.”

엘리아스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저 낯 뜨거운 칭호는 이 사회가 기본조차 하지 못한다는 뜻이지. 황실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거야. 그런데….”

엘리아스가 진지할 때는 끝도 없이 진지해진다는 걸 소설에서부터 알고 있었지만, 비속어 하나 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니 새로웠다.

레오가 착잡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엘리아스가 숨을 후 내쉬더니 초연한 얼굴로 말했다.

“…됐다. 이렇게 파고들 필요 없어.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니까.”

“뭔데.”

“이제 우리는… 큰아버지 대가리를 깨는 수밖에 없어.”

“뭔 소리야?!”

“하하하! 나도 같이해, 엘리아스.”

“넌 외국인 아냐? 언제부터 이 나라 살았다고?”

“마음만 통하면 됐지~”

이 일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입장에서, 나는 혼자 웃을 수가 없었다. 진짜로 사실이 될 테니까.

‘그리고, 이 시점부터는 황제도 가만히 있지 않지.’

하이리겐지 이후, 황제는 엘리아스를 제거할 시기만 노렸다.

물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엘리아스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황제 퇴위 여론이 거세졌지만, 황제도 바보가 아니다. 당연히 초반에는 조카를 끔찍이 아끼는 것처럼 연기했다.

그리고, 엘리아스와 한 배를 탄 나 역시 황제의 타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없다. 주인공은 늘 상황을 잘 헤쳐 나갔으니까.

소설의 전개와 달리 발생하는 위험만 쳐내면 된다.

엘리아스가 낄낄대다 서서히 표정을 지웠다.

“진짜로 말이야. 나는 그 머리에서 왕관을 떨어뜨려야겠어.”

“…….”

“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어? 죽기 직전에, 내 군주는, 내 나라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모두 말없이 엘리아스를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하지 않을 거야.”

“…….”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큰아버지랑 다르게 죽을 때까지 노력할 거니까.”

“…엘리아스, 그건 직접 오르기 전까지 모르는 일이야. 물론 네가 프리드리히 폐하처럼 될 거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어.”

“아하, 이거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헛똑똑이구만~”

레오가 눈썹을 좁히며 엘리아스를 보았다.

“내가 좋은 정치를 해낼 수 없다면 나보다 더 훌륭한 자를 앉히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 올라가야 해.”

“…….”

엘리아스가 씩 웃으며 레오의 등을 때렸다.

“예를 들면 레오 너라든지. 아, 네가 호엔촐레른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냐. 마음 같아서는 바이에른을 제국의 맹주로 올리고 싶은데~”

“말도 꺼내지 마. 처형당하고 싶지 않으면.”

레오가 눈을 부릅뜨고 그 말을 잘랐다.

웬일로 무게 잡나 싶더니 또 헛소리를 한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히죽거리는 엘리아스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난 걱정 안 해. 잘할 거야, 너라면.”

엘리아스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아, 역시 바로 응원해주는 사람은 루카뿐이네~ 레오 본받아라!”

“뭘 본받아? 나라도 널 말려야지, 누가 널 말려!”

“하하하, 그건 그래.”

엘리아스가 거의 드러눕듯이 몸을 기울이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아, 맞다. 사실 이제 막 도착한 소식이 있어서 내일 아침에 부르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게 왔네.”

“음, 그래. 무슨 일인데?”

엘리아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황제가 널 보고 싶어 해,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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