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82화 (82/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82)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나르케의 표정도 잠시 굳었다.

“…나라니, 누구?”

“니콜라우스.”

레오가 대신 말을 이었다.

“열기가 가라앉기 전에 간단히 축하연을 여시겠대. 주인공은 엘리아스랑 너야.”

레오는 이미지 소모를 우려해 보도에서 이름을 뺐다.

일이 더 커질 때에 나선다면 모를까, 먼저 플레로마를 공격하기에는 그 자리가 지나치게 무거운 탓이었다.

내게 연회 초대장을 건넨 엘리아스가 또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해. 놀라지 않고 들을 자신 있어?”

“말해 봐.”

“안할트 공국의 게오르크 공작도 초청받았어.”

“…….”

게오르크 아스카니엔.

아드리안과 루카의 아버지다.

“루카 너랑 한 번쯤은 인사하게 될 거야. 연회의 주인공인 만큼 피해 갈 수는 없어.”

“문제없어. 알아볼 방법이 없으니까.”

당연하게도 아버지는 어릴 때 이후로 루카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없다.

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루카는 지금보다 5cm는 더 작았다.

보이는 것이 눈뿐이고, 체격으로도 알아보기 어렵고,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변조했기에 알아보려야 알아볼 수가 없다.

‘진짜 문제는 황제지.’

곧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처음인 만큼 아주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경계는 확실히 해 둬서 나쁠 것 없다.

“그래~?! 좋아, 같이 가는 거야! 다행이야. 나 혼자 그 늙은이를 상대할 수는 없다고.”

엘리아스가 바닥에 드러누우며 외쳤다.

“가면 내 방에서 뒤풀이하자. 연회장에서는 적당히 마시고, 새벽부터가 진짜인 거지.”

“엘리아스, 너 진짜 세 병 넘게 마시기만 해 봐. 얘한테 억지로 먹이지도 마.”

“…….”

나는 이 순간만큼은 레오의 타박에 동의했다.

엘리아스가 에릭 아스만 대가리를 어떻게 깼는지 아는 입장에서 선뜻 그러자고 할 수는 없었다.

* * *

연회는 이번 주 토요일,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에 잡혔다.

“다음 주면 벌써 방학이군요, 도련님.”

한 학기 내내 다녀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찻집에서, 나는 시종장을 앞에 두고 차를 마셨다.

“이번 방학도 2주인가요? 제가 다닐 때도 그랬는데, 아직도 맞는지 모르겠군요.”

“맞습니다.”

이곳의 겨울방학은 기가 막히게 짧았다.

고작 2주뿐이지만,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있기에 다들 학교에 남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

‘루카는 학교에 남았지만.’

물론 크리스마스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집에 끌려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조리 빠질 것이다.

내가 기침을 참으려 얼음물을 마시는 동안, 시종장은 추억에 잠긴 얼굴로 창밖을 보며 말했다.

“방학 때 도련님의 아버지와 얼음낚시를 하러 다녔던 기억이 나는군요. 경쟁이 붙으면 항상 제가 이겼죠.”

“즐거우셨겠습니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얘기나 듣고 있을 거라면 이 자리에 남을 이유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곧 수업 시작할 시간이라서요.”

“아, 다음 교시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급하게 돌아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교수님께는 제가 미리 말해 두었습니다. 도련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조금 늦게 도착할 거라고요.”

드릴 말씀?

어딘가 모르게 불길한 감각이 엄습했다.

그가 내게 할 말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매주 약을 마시고 시시콜콜한 잡담 몇 마디를 나누고 헤어지기만 했다.

나는 일어난 채 그를 내려다봤다.

“이번 방학 때에 학교에서 자습하시기로 하셨더군요.”

“…예, 작년에도 그랬으니까요.”

“물론 그랬지요.”

그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올해 방학은 저택에서 지내셔야 합니다, 도련님.”

“…….”

나는 말없이 시종장의 눈을 바라봤다.

‘루카’에게는 집으로 돌아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집에 있어라?

“방학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급하게 말씀하실 줄은 몰랐군요. 누구의 명령입니까?”

“달갑지는 않으시겠지요. 이해합니다. 이미 잔류 신청서를 내신 지 한참 되셨으니까요. 하지만….”

“말씀하시죠.”

“공작 전하의 말씀이십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아스카니엔의 일원이신 분이 별다른 이유 없이 명절이 있는 방학에 학교에 남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별다른 이유라…’

핑계도 잘 만드네.

그렇게 걱정하면서 작년에는 잘도 학교에 뒀다.

“학업에 전념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표현하시니 굉장히 안타깝군요.”

“송구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학업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는 법이지요. 마침 아드리안 도련님께서도 루카스 도련님이 집에 오길 바랍니다.”

“형님께서요.”

“예.”

당연히 형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실질적으로 형의 뜻이었을 테니 말이다.

정말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납득되지 않는 변명 대신 아버지가 나를 부른 진짜 이유를 얘기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형님도 오십니까?”

“아쉽게도 아닙니다. 원래는 계획이 있으셨지만, 플레로마 탓에 교황령의 불안이 커져서요. 아드리안 도련님께서는 명절 전 교황령 치안에 힘쓰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이번 일이 아니면 제국에 왔을 거라는 말이네.

내내 별말 없었으면서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집에 있으라는 소리를 하다니.

‘이런 방식으로 행동할 줄이야.’

형이 직접 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니, 나를 움직이려 하는 것이다.

집은 형의 눈과 귀가 되어 줄 수 있는, 어쩌면 형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장소니까.

100명의 시종이 있다면 100명 모두 완벽하게 형의 편이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나를 감시하고 형의 지시대로 행동할 것이다.

“계획하신 바가 어긋나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도 공작 전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담임 교수님께도 벌써 승인을 받았으니, 도련님께서 마음을….”

“됐습니다.”

“…예?”

“가야지요. 아버지의 명령이니 별수 있습니까.”

선선히 답하자 시종장이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집에 계시는 걸 불편해하시지 않으셨던가요?”

“어차피 전부 가족 같은 분들입니다. 아버지도 오랜만에 뵐 수 있겠군요.”

“아, 정말 많이 변하셨군요.”

내가 그를 빤히 보며 눈썹을 들어 올리자, 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작 전하께서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으시면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그렇군요.”

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많이 기뻐해라.

무슨 일이 생겨도, 안할트에는 한 발짝도 내딛지 않을 것이다.

* * *

형 좋을 대로 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엘릭서를 마시고 교실로 들어가, 어제 레오에게 받았던 책자를 펼쳤다.

전에 루카스 아스카니엔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이미지를 뒤집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국왕 전하가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

그 도움이 바로 이것이다.

[왕립 바이에른 의학 학술원]

[제151회 전국 마법약 실험 대회 - 고등부]

[지원 자격: 전국 고등학교 2학년~3학년]

▶‘바이에른 국민’ 부문 가산점 5점 폐지

▶‘마법약 관련 학교·학과 재학생’ 부문 가산점 5점 폐지

▶‘바이에른 학술원 주관 고등부 학업 경시대회 상위 50명’ 부문 가산점 2점 신설

바이에른 마법약 실험 대회.

루카의 이미지를 뒤엎어 버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화제성 걱정은 할 필요 없겠네.’

바이에른 왕국이 주관하는 마법약 대회는 큰 파급력을 가진다.

만 명을 수용하는 대회장 입장권이 항상 조기 매진될 정도면 말 다 했지.

게다가….

[‘10년 만의 개최’ 바이에른 마법의약학 박람회 개최]

한 달 전 보도된 신문 기사다.

시험장과 멀지 않은 지역에서, 그것도 시험이 있는 주간에 맞춰서 박람회가 시작된다.

‘…도와주시는 정도가 보통 수준이 아니네. 정말 확실하기는 하다.’

기존 자격대로면 나는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가산점 때문이었다.

5인 1팀 대회이기 때문에, 팀원별 가산점을 합하면 총 50점 올라간다.

‘가산점 대상자가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지.’

올해부터는 나를 참가시키기 위해 참가 자격을 완화시킨 셈이다.

물론, 루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만 좋은 기회인 건 아니다.

[12/18~12/24: 마법약 실험대회 주간]

[12/26~12/31: 8강 진출팀 교육 주간]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을 끌어와야 하는 만큼, 방학이 시작되는 주에 시험이 있다.

일단 시험에 참여하기만 하면 일주일은 바이에른에서 보낼 수 있는 셈이다.

그다음 일주일은 대회 결과에 달려 있다.

‘그러니까, 우선 여기에 출전하는 것부터 생각해 보자.’

나가고 싶다고 모두 나갈 수 있는 대회는 아니다. 팀 시험이니 학교에서 성적순으로 선발해서 보낼 것이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에 연회를 잡아 준 호의에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물론 그런 호의와 달리, 오늘 엘리아스는 대놓고 결석했다.

학생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한 모양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최대한 다른 것에 집중해야 했다.

“언제 한번 만나고 싶어…! 물어볼 게 너무 많은데, 나중에 만날 수 있겠지?”

“야, 언제 어떻게 알고 만나냐.”

“학교에 초청해 달라고 부탁할까?! 강연료는 내가 낸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거 좋다! 나랑 반 나눠서 내!”

“어, 이 새끼 머리 완전 비상해.”

‘…비상 좋아하네…. 절대 안 간다.’

바로 앞자리에서 멜빈이 흥분한 채 모임 친구들과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니콜라우스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만나면 뭐 할 거야?”

한 친구의 물음에 멜빈이 숨을 들이켰다.

“일단… 일단은, 뭐부터 물어봐야 하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안 떨고 말할 수 있을까…?”

“…….”

이미 거의 롤모델 된 것 같은데?

‘…좀 나갔다 올까.’

고개를 들자, 멀리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던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곧바로 눈을 돌리기는 했지만 분명히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

됐다….

나 같아도 저럴 것이다.

때마침 쉬는 시간이 끝나 교수가 들어왔다.

그가 칠판에 포스터를 붙이며 목소리를 키웠다.

“여러분, 공지할 것이 있습니다. 12월 말에 바이에른 왕국에서 주관하는 바이에른 마법약 실험 대회가 있습니다.”

대회 이야기가 나오자 시끄러웠던 교실이 점점 조용해졌다.

몇몇은 의문이 들었는지, 저들끼리 속삭였다.

“저거 우리 못 나가는 거 아니었나?”

“그러니까.”

학생 하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자격은요, 교수님? 가산점 때문에 안 되는 거 아니었어요?”

“올해부터는 해당 가산점 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대신, 같은 기관에서 주최하는 학업 경시대회 상위 50명에 한해 가산점 2점이 부여됩니다.”

교수가 칠판을 두드렸다.

“우리가 시험을 총 열 과목 보죠? 경시대회에서는 여기 적힌 여섯 과목만을 봅니다. 되도록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을 보내야 하니, 이번 기말고사에서 대상 과목 점수를 합산해서 학년별 상위 다섯 명을 보낼 겁니다.”

총 여섯 과목.

다행히, 그간 내 평균을 깎았던 기초마법실습 과목은 빠진다.

몇몇 학생들이 복잡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기말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선발하는데, 그걸 시험 이틀 전에 공지했으니 당연하다.

나 역시도 바로 어제 알았으니 이들과 처지가 다르지 않다.

참여 대상이 확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지가 늦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놓칠 수는 없지.’

형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생각은 없다.

첫 시험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다행히 수업 시간에 바로 암기할 각오로 들은 덕에 기본은 되어 있었다.

나는 중간고사 이후부터의 강의록을 모조리 꺼냈다.

‘2학년 전체에서 다섯 명이라.’

중간고사 최종 석차가 10등이었지.

이 정도면 도전할 만하다.

잠은 죽어서 잔다면.

* * *

‘…끝….’

나는 펜을 내려놓고 이마를 짚었다.

길었던 기말고사가 끝났다.

내심 죽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잘 수는 없어 이왕 하는 것 마음 놓고 공부했다.

“맨 뒷줄은 일어나서 시험지 걷으세요.”

나는 책상 한구석으로 치워 두었던 커피와 엘릭서를 동시에 들이켰다.

한참 앉아서 잠을 자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소음이 걷혔다.

가채점까지 마치고 모두 교실을 빠져나간 듯했다.

‘슬슬 가야겠네.’

그때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레오가 표정 없이 문가를 고갯짓했다.

“문 잠글 거야. 여기서 공부할 거야?”

“…아니, 지금 나갈게.”

뒷문 쪽에서 레오의 친구들이 그를 불렀다.

“레오, 너 특별반 간다고 했지?”

“응. 난 공부하다 갈 거니까 먼저 가.”

“오, 역시 이미 붙었어~ 내일 바이에른 가면 기념품 사와!”

“어제도 갔는데 뭔 소리야.”

“크리스마스이브에 보자~!”

“야, 석식 전에 발표 있으니까 교실로 모여야 해.”

“아, 그러네. 이따 보자.”

나는 시답잖은 대화를 흘려들으며 펜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레오가 그제야 차음 마법을 걸고 가까이 다가와 쏘아붙였다.

“진짜 제정신이야?”

“당연하지.”

“뭐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 네 이미지를 바꾸려면 뭐 동아리를 들든가, 그런 방법도 있잖아.”

“그거 좋네. 의견 고맙다.”

“…정신 차려. 네가 현실 시간으로 그곳에 한나절 있었다고, 그만큼만 피해를 입은 게 아냐. 그곳 시간으로 4일 넘게 있었어.”

“그랬지. 걱정은 고맙다. 그런데 일단 붙고 봐야 할 것 아니야.”

레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뭐. 이미 밤새운 거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붙을 것 같아? 오늘 저녁에 황실 축하연 가야 해서 잘 시간도 없는데, 붙기라도 해야 안 억울하지.”

“글쎄, 잘 모르겠네.”

레오가 어이가 없는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가채점할 시간도 아까워 잠을 보충했기에, 나 역시도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내 레오가 화제를 돌렸다.

“기숙사에서 보자. 가서 약 좀 줄게.”

내가 기숙사까지 걸어가 레오의 방으로 워프하자, 레오가 불쑥 엘릭서를 건네며 말했다.

“…연회 출발 전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그거 알아? 플레로마의 인력 수급망을 터트리고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여태 놈들의 보복이 없어.”

“그래, 알아.”

나는 다 마신 약병을 잠그며 말을 이었다.

“다들 우리가 플레로마의 전력에 큰 타격을 입혀서 보복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던데….”

“오히려 보복이 오지 않는 게 더 불길한 징조지. 우리는 놈들의 현재 전력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그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 보복도 하지 않는 건 놈들도 계획하는 일이 있다는 말이다.

시간이 남아 한참 놈들의 기사를 모조리 긁어모아 동향 분석을 하고 있자, 학교 시계탑에서 종이 울렸다.

다섯 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제 최종 성적 발표 났겠다. 확인하고 바로 교실로 가자.”

나는 가방에 넣어 뒀던 성적 기록표를 꺼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냐.’

종이를 꽉 쥔 채 노려보고 있자, 중간고사 성적 아래에 파란 글씨가 매끄럽게 움직였다.

[2학년 가을학기 기말고사] [6/50] [8/100]

“허.”

올랐다.

지난번에는 반에서 6등, 학과에서 10등이었지.

“레오, 넌 어때.”

그 말에 레오가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글쎄다. 어떨 것 같아?”

“…….”

표정 좋은 걸 보니 잘 봤나 보네.

성적 발표 직후에 다시 교실로 모이라는 안내가 있었기에, 나는 내 방으로 워프한 후 교실에 갔다.

“자, 모두 왔나요? 선발된 학생들은 오늘 저녁부터 짐을 싸야 하니 빠르게 발표하고 식사하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경시대회 서류 공식으로 낸 석차부터 부르겠습니다.”

‘5명 중 그래도 문은 닫는다고 생각하면 되나.’

학과 8등이었지만 그 중 실기가 빠지니, 5등 안에는 들겠지. 그래야만 한다.

나도 모르게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못 든대도 형이 원하는 대로 집에 처박혀 있을 생각은 없지만,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는 건 아까운 일이다.

교수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호명을 시작했다.

“마법학과 1등, 루카스 아스카니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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