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83화 (83/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83)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당황한 티를 읽었는지 교수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허허, 실기 과목이 그동안 평균 점수를 많이 낮췄더군요. 지난번에도 대부분의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었죠? 이번에도 여섯 과목 모두 만점이네요.”

만점?

물론 전에도 열 과목 중 일곱 과목이 만점이었으니, 교수 입장에서는 이 성적이 크게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뭐든 뒷심이 제일 중요하다지만, 운이 좋았네.’

여섯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는 했지만, 실수 한번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뭐야, 그럼…?”

몇몇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늘 반에서 1~2등을 차지하던 친구들은 어쩌고 내가 1등 자리에 불렸냐는 말이겠지.

“다음으로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 학과 2등입니다.”

“어?”

학생들에게서 당황스러운 반응이 흘러나왔다.

그와 달리 레오는 별다른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율리아 체링겐, 나르케 파르네세 학생은 동점으로 학과 5등입니다.”

나르케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몇 달 봤다고, 이제는 가짜 표정인지 아닌지 나름대로 분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동점을 받을 것을 예상한 듯했다.

“아쉽지만 마법약 대회는 5인 팀 시험이니 한 명이 기권해야 할 겁니다.”

“제가 기권하겠습니다, 교수님.”

나르케가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음, 그래도 괜찮겠어요? 내일 아침까지 율리아 학생이랑 상의해도 괜찮습니다.”

“저는 마법약학 분야로 진출할 생각이 없어서요. 저보다는 제국2교육원 친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때 율리아가 난감한 얼굴로 손을 들었다.

“교수님, 저는 마법약 과목에 약합니다. 그 분야는 저도 지망하는 분야가 아니라서요. 제가 기권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음, 그러면 내일까지 서로 협의해서 정하면 되겠군요. 좋습니다. 이제 기말고사 이후 특별반 명단을 부르겠습니다.”

실기를 합하고 나니, 학과 1등은 레오였다.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던 자신감이 여기서 나왔군.’

“여기까지, 참가 학생들은 내일 오전에 바이에른으로 출발하도록 하죠. 다들 저와 같이 워프하고, 저는 다시 돌아와서 루카스 학생과 기차로 출발하겠습니다.”

“…기차…?”

“어우….”

몇몇 학생들이 경악에 찬 얼굴로 나를 향해 뒤돌았다.

엘리아스의 얼굴에는 이거 어쩌냐는 듯한 웃음이 떠 있었는데, 그럴 만했다.

‘그곳까지 기차로 여덟 시간 걸리니까….’

나도 워프할 수 있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지.

나는 그저 미소지으며 학생들의 시선에 응했다.

* * *

그날 저녁, 우리는 7시로 예정된 연회를 위해 빠르게 옷을 챙겨입고 건물을 나섰다.

성적 발표가 끝나니 이제 1시간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니콜라우스가 학교에서 나오는 모양새는 이상하니, 우리는 자리를 옮겨 가장 가까운 여관에서 준비를 마쳤다.

“이렇게까지 급하게 나가야 합니까? 워프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 다들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죠. 그런데 안 됩니다.”

엘리아스가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학교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3교육원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주뼛대며 편지를 들고 나타났다.

“저…!”

“아, 고마워요~”

엘리아스가 편지를 낚아채듯 받아 들고 봉투에 입을 맞췄다.

이미 나와 엘리아스에게 오는 편지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이 상황은 이상하지 않지만, 저 태도는 오늘 처음 보아서 그런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거의 뛰듯이 걷는 와중에도 내 일그러진 눈을 알아봤는지 엘리아스가 차음 마법을 걸고 낄낄댔다.

“잘못하면 붙잡힌다고. 얘기 들어 줄 시간이 없으니까 제스처로 때워야지. 친구의 사회생활은 그냥 무시하는 게 좋지 않겠어~?”

“사회생활 이렇게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호엔촐레른의 마차에 다가가자, 마부가 예를 표하고 문을 열었다.

나는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하고 엘리아스 앞에 앉았다.

문이 닫히자 엘리아스는 모든 창을 닫고 차음 마법을 걸었다.

“전국에서 이렇게 마차를 자주 쓰는 집안은 호엔촐레른밖에 없을 거다.”

“워프가 안 된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황실 연회에 갈 때는 꼭 마차를 타야 하나 보네?”

그러고 보니 소설에서도 지나가는 서술로 읽은 기억이 났다.

“예, 진짜 꼭 마차로 오셔야 한답니다~ 워프 마법은 죽어도 안 된대.”

엘리아스가 빈정거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품위가 없어 보인다더라. 다른 무엇보다 허례허식을 더 중시하는 전통은 도대체 사라질 줄을 몰라.”

웬일로 또 진지한 말을?

비죽비죽한 머리카락을 깔끔히 정리하고 황실의 예복을 입은 채 진지한 눈으로 앉아 있으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면모가 눈에 띈다.

“나 같으면 그럴 돈으로 멧돼지 다섯 마리는 더 사 먹는다.”

“그래….”

왜 레오가 매번 엘리아스의 말투를 지적하는지 알겠다.

“그래서, 목발 푼 소감이 어떠냐.”

“아,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시원하지. 그래도 일주일은 지켜봐야 해. 잘못하면 영영 못 붙을 수도 있다 하더라고?”

“그 정도면 진짜 심하게 부러졌나 보네.”

“그렇지~ 그나저나 네 가면 새롭네. 마음에 들어?”

이제 다들 그러려니 하는지, 가면을 쓰고 참석한다고 통지했는데도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음식을 먹어야 해서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가면을 썼다.

조금 낯설지만, 신력으로 인지 교란 마법을 걸었기에 내가 누군지 알아볼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연회장으로 쓰이는 별궁에 다다르자, 호위들이 따라붙었다.

나는 엘리아스를 반걸음 앞세우고 별궁으로 들어갔다.

“준비되셨나요, 경?”

“무슨 준비 말씀이십니까?”

“처음으로 궁정 파티에서 털릴….”

“알겠습니다.”

나는 엘리아스의 말을 끊었다.

문 앞에 선 근위병과 하인이 애써 못 들은 체하며 문을 열었다.

“엘리아스 호엔촐레른 공작 저하와 니콜라우스 에른스트 각하께서 오셨습니다!”

거대한 홀에 있던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만찬 전, 손님들과 얼굴을 익히는 리셉션의 시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 사용인이 우리를 주빈석으로 안내했다.

샴페인 잔을 들자마자, 내 앞에 키가 작고 몸집이 단단해 보이는 노인이 다가왔다.

“처음 뵙는군요, 에른스트 각하.”

“하인리히 공작 전하시지요. 이런 자리에서 뵈어 영광입니다.”

제국 재상이다.

몇 달 전,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고 연방위원회에 우리를 초대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즉, 친황제파이며 그때의 기억으로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재상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경이 보여 주신 용기에 감탄했습니다. 경과 같이 주도적인 분이 계시니, 한 나라의 재상으로서 더없이 든든할 따름입니다.”

“…….”

‘아니나 다를까….’

엘리아스가 저 말을 했다면 칭찬이었겠지만, 친황제파로서 우리를 썩 반기지 않는 재상의 입에서는 절대로 칭찬이 될 수 없다.

‘용기’라고 표현했지.

언뜻 듣기에는 좋겠지만 공을 공으로 인정하지 않는 표현이다.

다음으로 내뱉은 말 역시 뜻하는 바가 뻔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저야말로 그렇습니다. 평소 공작 전하의 정치를 통해 큰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치세를 위해 힘써 주십시오.”

“…그러지요. 이거, 홀로 경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으니 이만 물러가야겠군요.”

“만찬 때에 뵙겠습니다.”

재상은 끝까지 부드러운 미소를 고수한 채 내 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한참 손님을 맞고 있을 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너…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가 들어갔다.

레오가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너 뭐냐?”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요. 바이에른 국왕 전하 대신 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옆에서 엘리아스가 소름 돋는다는 듯 팔을 쓸며 낄낄대는 게 보였다.

레오는 이제 엘리아스를 무시하기로 했는지 그저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이따 만찬 때 봅시다. 같은 테이블에 앉기로 되어 있으니까요.”

확실히 정치인이 맞기는 하다.

엘리아스의 장난을 대하는 태도가 학교에서와는 달랐다.

그렇게 20여 분쯤 지났을 때, 누군가 뒤늦게 홀에 입장하는 소리가 들렸다.

“게오르크 아스카니엔 공작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

엘리아스의 시선이 곁눈질로 내게 닿았다.

실제로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알아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다는 걸 곧바로 깨달았다.

저 멀리 형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날카롭게 생긴 자가 차가운 눈으로 주위를 훑더니, 주빈 자리에 있는 엘리아스와 내게 다가왔다.

“…….”

그가 내 쪽을 흘끗 보고는 황족인 엘리아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금세 그가 인사를 마치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니콜라우스 에른스트 각하.”

루카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는 목소리다.

루카의 본능인지, 절로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더없이 기계적인 말투, 기계적인 동작.

그의 얼굴에는 사무적인 미소만 올라 있었다.

그다지 인간적이라고 할 수 없는 웃음이었지만, 일단 루카의 기억에는 저만한 미소도 없었다.

나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고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당장 필요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였다.

게오르크 아스카니엔

호감도 -2

칭호: 안할트의 군주

체력: +9

정신력: +1.5

마력: +7.5

기술: +10

인상: +5

행운: -7

특성: 들리지 않아 (Lv.10)(!), 근성 (Lv. 10)(!)

‘…흥미롭네.’

보통 체력도 기술도 마력도 높은 자들은 다른 항목도 비슷한 선을 유지하는데, 정신력과 행운 값이 눈에 띈다.

저 이상한 특성도.

나는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눈썹을 까딱이는 그에게 인사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공작 전하.”

내 대답에 그는 다시 한번 희미하게 미소짓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예의상 주고받는 한두 마디 이야기도 없었다.

황제에게 초대받아 온 것뿐, 연회 자체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 뒤로, 우리는 다른 손님들에게 30분을 시달린 뒤에야 만찬 직전 클록 룸으로 잠시 피신할 수 있었다.

나는 주빈의 몫으로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 소파에 드러누웠다.

누우라고 있는 방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후우….”

“으하하하하! 대체 무슨 사교 언어를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이거 오늘 새벽에 좀 길게 들어 봐야겠는데요.”

“저하랑은 안 마십니다.”

“엉? 왜?!”

남의 머리 깨는 걸 실시간으로 들려주고서는 뭔….

“그러고 보니 어땠어요? 그분은.”

“모르더군요.”

아버지 이야기다.

아니, 모른다기보다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다.

나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내게서 미묘한 익숙함을 느낄 잠깐의 여유도 가지지 않는 것이 티가 났다.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사람과 물건을 보는 그의 눈에는 어떠한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쯤 되어야 형이 동생을 학대하게 내버려 두지.’

저런 자가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황제 폐하는 안 계십니까?”

“만찬 시각에 맞추어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굉장한 결례지만 이해해 주시죠. 아마 파티 날에 정무 처리했다고 생색낼 생각일 겁니다.”

웃기지 않은 말임에도 픽 웃음이 났다.

모두가 시원하게 말하면 좋았을 테지만, 그 누구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기에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느낌이 났다.

“자, 슬슬 가죠.”

보관실로 쓰이는 방에 오래 죽치고 있을 수도 없으니, 우리는 만찬이 열리는 연회장으로 입장했다.

때마침 누군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프리드리히 황제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아델베르트 호엔촐레른 황자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

엘리아스에게서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아스가 내게만 들릴 크기로 말했다.

“저 새낀 왜 왔냐.”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엘리아스는 황제의 자식들과 친하지 않았으니까.

특히 아델베르트라고 불린 황자는 엘리아스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악역이었다.

식당의 수많은 귀족들이 예를 표하자, 황제는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테이블 앞에 섰다.

“모두 반갑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보는 분들도, 익숙한 분들도 계시는군요. 다들 마음껏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만찬은 어렵지 않았다.

루카가 하도 형의 눈치를 보며 자란 탓에, 테이블 매너는 완벽히 익혀져 있었다.

가볍게 식전주를 마시고 나서, 자리에 앉은 황제가 나에게 눈인사하고는 엘리아스를 보며 물었다.

“그간 잘 지냈나요, 공작?”

그 말에 엘리아스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물론입니다, 폐하. 항상 섬세히 신경 써 주시는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

‘이놈도 저 화법 쓸 줄 아네.’

나는 웃음을 참으려 노력해야 했다.

이게 어딜 봐서 평화로운 일상인가?

사건으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특히 그 난리 통 한가운데에 엘리아스와 내가 있지 않은가.

결국 비꼬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크흠.”

레오가 헛기침하며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엘리아스는 늘 저런 식으로 살아왔기에, 비꼬는 모습이 이제 와서 놀랍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럴 때마다, 소설 속 황제는 웃으며 사람 좋은 연기를 했다.

“하하, 오랜만에 조카를 만나니 정말 기쁘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폐하. 자주 뵈러 가겠습니다.”

“반가운 말이군요. 이따 시간이 나면 아버지께도 찾아가시지요. 그리고….”

황제가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에른스트 경. 이번에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당신과 같은 분이 몇 년 전 우리 제국에 등장했었지요.”

“…….”

“아드리안 아스카니엔 마법부 차관과 같은 분이 우리 제국에 하나 더 생겨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경과 같은 자들이 있어 너무나 든든합니다.”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황제 폐하.”

황제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가벼운 대화가 물 흐르듯 흘러갔다.

‘…흠.’

역시, 초반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경계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평화롭다.

‘물론, 소설과 달리 초면인 사람이 하나 더 붙었으니 더 온건하게 가는 게 당연하지.’

식사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자, 황제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 가는군요. 저는 일정 탓에 오래 자리를 지킬 수가 없어, 자정 이후로는 돌아가야겠습니다.”

엘리아스가 숨을 후 내쉬는 것이 보였다.

황제는 내내 유들유들하게 우리를 대하고 있었지만, 엘리아스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했다.

황제의 본성은 결코 이렇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걸 아는 건 엘리아스의 10년을 읽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황제가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에른스트 경.”

순간 엘리아스와 눈이 마주쳤다.

레오 역시 와인잔을 든 손을 잠시 멈추었다.

나는 차분히 황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돌아가기 전에 경과 따로 대화할 시간을 가지고 싶군요.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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