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86화 (86/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86)

“…!”

아델베르트의 얼굴의 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의 옷에서 손을 뗐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구하려다 보니 그만 이렇게 되었군요.”

“…….”

내가 손을 놓았음에도 놈은 옷매무새를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충격에 빠져 있었다.

“무슨….”

귀족들이 얼뜬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당장 사고가 날 뻔한 것에 놀란 듯했다.

휘청거리며 아델베르트를 밀쳤던 귀족이 허둥대며 말했다.

“화, 황자 전하, 괜찮으십니까? 제가 음주를 과하게 했더니, 아니, 전하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황자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귀족이 내게 몸을 돌려 인사했다.

“에른스트 경,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닙니다. 아무 일 없었으니 그만 들어가시지요. 전하, 그저 실수한 것뿐이니 그냥 돌려보내도 괜찮겠지요?”

“…그러세요.”

“이만 가시죠. 전하께서 많이 놀라셨을 텐데, 장소가 소란스러우면 더욱 힘드실 겁니다.”

“그, 그렇죠. 가 보겠습니다.”

귀족들이 계속해서 뒤를 흘끗대며 조심스레 사라졌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 보이는 엘리아스와 여전히 패닉에 빠져 있는 아델베르트를 차례로 보며 말했다.

“대화 좀 할까요.”

* * *

“…….”

난로에서 불꽃 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는 차음 마법을 걸고 의자에 앉았다.

“하실 말씀 없습니까?”

“…….”

아델베르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떨어지는 아델베르트에 밀려 상황을 파악할 겨를이 없었던 엘리아스도 분위기로 사정을 알았는지, 평소와 달리 차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전하께서는 오를리 각하께 떠밀려 계단 아래로 떨어질 뻔하셨죠. 그리고 그 아래에는 엘리아스 공작 저하가 계셨고요.”

“…….”

“오를리 각하는 자신이 술에 취해서 발을 헛디딘 줄 알더군요?”

아델베르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엘리아스는 여전히 표정 없이 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분께서는 마력에 이끌려 넘어진 것 같던데, 아닙니까?”

아델베르트의 얼굴에서 또다시 핏기가 사라졌다.

이쯤 되면 변명이 나올 법도 한데, 그는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는지 앉아서 떨기만 했다.

오히려 먼저 잡아뗄 여지를 준 쪽은 엘리아스였다.

“증거는?”

“없습니다.”

내 말에 엘리아스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고, 공기에 남은 마력은 이제 흩어지고 없죠.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을 휘청거리게 만든 것은 아델베르트 황자 전하의 고유능력이었을 테니, 더더욱 마력이 남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

아델베르트의 고유능력, 그러니까 배우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은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다.

그가 월반한 이유기도 했다. 자연물을 조작하는 능력은 흔치 않다.

엘리아스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뭘 위해 그런 짓을 합니까?”

“엘리아스 공작의 다리를 다시 분질러 놓을 생각이었다면 충분히 답변이 되나요?”

“…….”

“…글쎄요, 아델베르트 전하도 같이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계단에서 혼자 굴러떨어지는 정도로 다리가 뭉개지긴 힘들 테니, 체중을 실어야 했겠죠. 아래에 깔린 사람보다는 덜 다치면서도 용의 선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저라도 같이 떨어지겠습니다.”

실제로 다친 다리를 또다시 다치게 한 데에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

다행히 엘리아스는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가 더는 외면할 수 없었는지 이마를 붙잡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 대답하시죠.”

“…….”

한참 침묵이 이어졌다. 무슨 말을 해도 입이 열릴 것 같지 않았다.

이곳에 온 30분 동안 그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변명 거리를 생각 중이시라면, 오를리 각하께서 넘어지기도 전에 그분의 머리카락이 뒤로 한순간에 쏠렸다는 점을… 잘못 봤다고 말씀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비꼬자 엘리아스가 헛웃음을 쳤다.

그 후부터는 다시 정적만이 감돌았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생각할 것이 많아, 굳이 입을 열 필요 없었다.

‘어떻게 할까.’

솔직히 황족 앞이라 예의를 갖춰 말하는 것뿐, 마음 같아서는 얼굴도 보기 싫다.

어차피 사사건건 엘리아스의 일을 방해하다 이십 대 중반부터 지하감옥에 갇힐 놈, 그냥 지금부터 싹을 잘라?

한창 감정적일 나이라지만 모두가 이런 식으로 사는 건 아니다.

아무리 싫은 놈이 있다고 해도, 계단에서 밀치는 걸 누가 실행에 옮기는가?

‘…그래도, 하나 걸리는 게 있기는 하다.’

내가 아는 아델베르트는 이렇게 추잡하게 구는 인간이 아니었다.

황태자의 황위를 위해 끊임없이 엘리아스에게 달려들긴 했어도, 부정을 저질러가며 싸우지는 않았다.

지금도 당장 근위대를 불러 쫓아내도 될 위치에 있으면서 그러지 않고 떨기만 하지 않는가.

‘…….’

입을 열게 해야 한다.

나르케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데려오기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황제 쪽 인물이 우리가 나르케와 연이 깊다는 걸 아는 것도 좋지 않다.

어차피, 무언가 짚이는 부분이 있으니….

‘말문부터 열게 하자.’

그 뒤는 내가 판단할 수 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황자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대련이나 할까요?”

* * *

뜬금없이 들릴 게 분명한데도, 다행히 황자는 내가 다른 방법을 써야 하나 생각할 즈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보인 반응이었다.

‘본인도 그래야 말할 생각이 좀 들 것 같나 보네.’

아니면… 당장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유예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우리는 엘리아스의 개인 훈련장에 도착했다.

학교에서 쓰던 훈련장보다 훨씬 넓고 깔끔했다.

“니콜라우스 경이 누굴 가르칠 만큼 성장하다니, 감회가 새롭군요.”

엘리아스가 싸늘한 공기 속에서 혼자 낄낄댔다.

아직 다리가 박살 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제 다리를 영영 못 쓰게 만들려 한 사촌 동생을 앞에 두고서 농담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그저 엘리아스답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가르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당연히 진을 빼놓기 위해서지.

과하게 들어간 긴장도 풀어야 한다.

정신 상태는 체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안 그래도 궁지에 몰려 에너지가 바닥났을 지금 몸까지 버텨 주지 못한다면 굳셌던 정신력도 무너지게 된다.

그즈음에 채찍 대신 회유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몰린대도 자신의 신념을 제 손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황족을 고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극한까지 몰아가는 수밖에.

‘상대를 미친 듯이 몰아가는 건 쉽지.’

내가 미친 듯이 몰렸던 경험이 많아 그런 게 맞다. 레오 때문에 사선을 몇 번이나 넘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훈련장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시작합시다.”

다 죽어 가는 얼굴이기는 해도 황자는 멀쩡히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나는 소개를 생략하고 기수식을 펼쳤다.

“이야, 황궁에서 바이에른 왕국군 기수식을 보네.”

대련이 심각해질 걸 우려했는지 엘리아스가 희미한 목소리로 깐족거렸다.

이제 보니 딱히 농담 칠 정신도 아닌 듯한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저러고 있다.

‘그럴 정신이 아니긴 하겠지, 당연히.’

자신의 지지자가 늘어나면 황제가 자신을 경계할 것이다.

이 점을 소설의 엘리아스도 잘 알고 있었다. 엘리아스는 지금 큰아버지와 사촌들과 수많은 친황제파 정치인들의 행보를 낱낱이 머릿속에서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에, ‘이 시점부터 황제는 엘리아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했지.

이건 소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일이, 그것도 황족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시간을 돌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엘리아스는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전투 계열의 마법사로는 커리어가 끊기는 일이다.

한참 뒤, 아델베르트가 황실의 기수식을 펼쳤다. 그 순간 어두운 훈련장에 섬광이 번뜩였다.

콰아아앙―!

‘역시나.’

나는 장막에 부딪혀 흩어지는 마력 조각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생각한 대로 무작정 힘으로 몰아붙이는 타입이다.

당연히, 9할의 사람들에게는 통했을 것이다. 방어하기에 급급해 공격할 타이밍을 놓칠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기선을 제압당하면 경기를 끝낼 때까지 벗어날 길이 없다.

내가 타격을 입지 않은 걸 알았는지 놈이 완드를 길게 늘여 바닥에 내리찍었다.

마력이 파도처럼 들이닥쳐 오는 와중에, 눈앞에 새하얀 것이 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나는 완드를 굴려 모양을 변화시켰다.

카앙―!

검끼리 긁히는 소리가 났다.

속도 자체는 좋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닥친 걸 보니, 다리에 마력을 실었던 게 분명하다. 몸 안에서의 마력 운용에 막힘이 없어야만 가능한 반응 속도다.

왜 벌써부터 성급하게 완드를 검으로 바꿔냈는지 모르겠지만….

그극― 끼이익―

완력이 부족한 나는 이런 대치를 길게 해서 좋을 게 없지.

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풀고 몸을 훅 낮췄다. 이미 내 손에서 검은 완드로 바뀌어 있었다.

“…!”

놈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휘청였다. 찰나였지만, 기회는 충분했다.

콰아아앙―!

내 완드에서 솟구쳐 나간 마력이 그를 저 멀리 내던졌다.

쿵―

“으윽!”

“기본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기술 점수가 2점인 이유를 알겠다.

나는 훈련장 반대편 벽에 부딪혀 쓰러진 황자에게 다가갔다.

“완드가 아니라 검을 쓸 생각이었다면, 뛰어올 때 다리에 옮긴 마력을 상체로 옮길 게 아니라 그대로 하체에 두었어야겠죠.”

“…….”

“자세가 발랐던 걸 보면 대치 상황에서 손목에만 마력을 쏟아붓지 말라고 배웠나 본데, 검을 쓸 때 하체가 부실하면 전부 허사가 된다는 건 왜 아무도 안 알려 줬는지 모르겠군요.”

뒤에서 엘리아스가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들어도 무슨 말 할지는 뻔하다. 어차피 엘리아스쯤 되는 놈이 보기에는 내가 똥폼잡는 걸로 보일 테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다시 하죠.”

그가 힘겹게 땅을 짚고 일어났다. 손에 쥐고 있던 완드가 다시 검으로 변했다.

쌔액―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공격을 흘렸다.

그 뒤에도 놈은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하는 수 없이 완드를 검으로 바꿔 공격을 막아 냈다.

‘아무리 봐도, 이놈은 여기에 그냥 맞으러 온 게 맞다.’

방금 지적당한 종목을 또다시 꺼내는 고집을 대체 누가 꺾겠는가. 소설에서도 끝까지 저런 놈이었다.

보란 듯이 검을 꺼내 들었다고 화가 나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내게 있어 알 바가 아니다.

그저 그 고집을 자신도 꺾을 수가 없어 남이 꺾어 주길 바랐을 가능성이 더 확실해졌을 뿐이다.

후욱―

검이 가르는 방향대로 마력이 닥쳐왔다.

나는 검에 마력을 실어 밀치고 다시 그것을 완드로 바꾸어 달려들었다.

* * *

“이야, 이래서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한가 보네. 그동안 훈련으로 사람 죽이는 방법만 배웠나, 아주 그냥 성향이 그분하고 똑같아.”

“…헉, 허억….”

황자가 턱으로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무릎을 짚고 숨을 내쉬었다.

나는 엘리아스의 말을 흘려들으며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미 상대방의 몸에서 중심이 사라졌다.

쿠웅―

비틀거리던 황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솔직히 말해서 신력으로 체력을 보강해 간신히 버텼지, 나도 내 의지와 관계없이 저렇게 쓰러질 것 같은 상황이다.

엘리아스가 그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봤다.

“내일 못 걷겠네.”

“…걸을 수 있….”

“아니, 못 해. 너는 매번 겉핥기로 공부하니까 모르겠지만, 너보다 열심히 산 내가 너 내일 몸살 난다고 확실히 장담한다. 한 3일 근육통 앓고 나면 괜찮아질걸.”

“…….”

황자는 반응할 힘이 없는지 계속 숨만 몰아쉬었다.

본인은 뜨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눈이 감기는 걸 보니, 여기서 더 몰아붙이면 기절할 것 같다.

나는 숨을 고르고 그의 옆에 앉았다.

“말씀하시죠.”

“…….”

“전하께서도 스스로 이 정도까지는 몰려야 입을 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아닙니까? 아무 의미도 없이 힘만 뺀 건 아니리라 생각하는데요.”

“…….”

“황자 전하께서 하실 말씀이 없다면, 저도 뭘 더 할 수는 없습니다.”

한참 그의 말을 기다렸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그가 바싹 마른 입을 열었다.

“…다.”

“뭐라고요?”

“…경의 추측이 다 맞아요.”

엘리아스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봤다.

“전하께서 밀었다고요.”

“…예.”

“왜?”

“…….”

“분명 아버지께 소식 들어서 알고 있었을 텐데. 내가 못 걷길 바랐냐?”

황자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보더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쓸었다.

“…몰라.”

“몰라?”

엘리아스가 헛웃음을 치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너희 가족이 어디까지 나를 떨어뜨려야 마음이 편해질지 모르겠다. 너는 내가 그렇게 싫어? 내가 뭘 했다고?”

이렇게 반응할 만하다.

엘리아스의 가볍고 생각 없어 보이는 말투와 행동은 천성 탓도 있지만, 황제의 경계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정을 알 리가 없는 황제의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엘리아스를 혐오해 왔다.

악순환인 셈이었다.

“싫어. 싫은 이유를 말해야 아냐? 싫지만….”

“말해.”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엘리아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 새끼가…. 뭘 다 해 놓고 그럴 생각이 없어?!”

“미, 미안해, 엘리아스. 그런데 나도 모르겠어. 진짜로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

황자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떨리자 엘리아스가 숨을 푹 내쉬었다.

“…과음했어. 술은 네가 평소에 생각으로만 하던 걸 행동으로 옮기게 해. 알고 그렇게 계속 처마신 거냐?”

“…….”

“술을 마시고 이딴 식으로 구는 건 네 평소 사상이 이랬다는 거지. 네 밑바닥이 이거라고. 너도 너 스스로가 역겹지 않냐?”

한참 뒤 황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니 왜인지 더 화가 나는지 엘리아스가 험상궂은 얼굴로 멱살을 잡았다.

“아, 새끼 진짜…. 생각할수록 진짜 주먹이 답이다. 아냐? 너 같은 놈은 황제 될 생각도 하지 마라. 내가 그날 너 목 치고 감방 갈 줄 알아.”

“…….”

뭔가….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다스리는 느낌인데.

어쨌든, 슬슬 윤곽이 잡히고 있다.

“전하.”

“…예.”

“황태자 전하께서 주신 술, 맛있었죠?”

“아.”

내가 또 비꼬는 줄 알았는지, 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죄송합니다, 에른스트 경. 이제 안 마실 거예요.”

“…….”

학주가 된 것 같다.

“어쨌든, 마셨군요.”

“예… 경이 나간 뒤에요.”

나는 이제 엘리아스를 보며 물었다.

“공작 저하께서는 언제 댁에 다리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뭐… 며칠이냐, 5일 전이네요. 왜요?”

나는 그 말에 답하지 않고 황자에게 다시 질문했다.

“전하, 황태자 전하께서는 엘리아스 저하의 소식에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불편했을 텐데 정말 잘 됐다고 하시던데요.”

“전하는 황태자 전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렸죠?”

“…….”

“이제 와서 그럴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감정이 좋지는 않았잖아요?”

“…차라리 부러진 상태로 사는 게 더 조용해서 나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아, 이 새끼 아무래도 좀 맞아야….”

나는 팔을 걷는 엘리아스를 뒤로 밀었다.

“그럼, 술 선물은 언제 받으셨습니까?”

“어제 받았습니다. 연회가 있으니까, 이제 곧 생일이기도 하고… 적당히 방에 들어가서 기분 날 때 마시라고….”

“그렇군요. 분명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자 전하만 드시라고 하셨죠.”

심드렁하게 보고 있던 엘리아스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궁금한데, 제가 좀 맛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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