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00화 (100/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00)

막스 리히트호펜.

이름 정도는 레오에게서 몇 번 들어봤다.

그가 태연하게 나르케의 앞에 앉아 말했다.

“많이 아픈가 보네요.”

나르케가 별 감정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은 루카스의 모습을 환각으로 보여 주고 있으니, 나르케 자신의 습관대로 미소를 짓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상대방이 씩 웃더니 조용히 말했다.

“다른 게 아니라, 우리 학교가 2, 3학년 모두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한 프로이센 팀인데 이렇게 오래 빠지면 곤란해서요. 교수님께서도 힘들겠지만 나와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가고 싶지만 오래 앉아 있는 건 힘듭니다.”

“흠, 그럴 줄 알았습니다. 명령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죠.”

지금까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이면 뭐하나.

말하려는 바는 이게 아닌데.

‘무슨 말을 하려나.’

처음 보는 상대를 파악하기는 항상 어렵다.

나르케가 말없이 차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 얼굴은 멀쩡해 보이네요.”

“…….”

놀랍네.

나는 맞기 전 루카스의 모습을 내게 씌웠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저런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지.

분명 그는 루카스까지는 보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의 얼굴 상태가 멀쩡하지 않았던 걸 알고 있는가?

‘그러니까… 디트리히 그라나흐가 루카스라는 걸 알아차렸다는 말이기도 하지.’

통찰 계열 능력이라고는 갖고 있지도 않은데 디트리히와 루카스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에 근접했다니, 재밌는 일이다.

파헤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루카스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캐묻기는 좀 그렇지.’

나르케가 찻잔에 시선을 고정하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하지 않을 이유도 있나요?”

“아뇨, 보기 좋아요. 이왕이면 계속 이 상태로 있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계속 이 상태로 있을 텐데요.”

“글쎄요.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쪽 마음이지만, 나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으니까….”

그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전해 주세요.”

“…….”

나르케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얼굴에 웃음기가 스미기 시작했다.

* * *

잘 전해 줘라.

뜻은 분명했다.

그는 나르케가 가짜라는 걸 알았으며, 내가 카타콤에 진입했다고 여긴다.

또, ‘계속 이 상태로 있는 게 좋겠다’고 했지.

카타콤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황제와의 연관은 그리 세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느낌이 나쁘지 않다, 나르케는 그렇게 말했다.

그가 황제와 연결된 것만 아니라면 그 때문에 카타콤을 버릴 이유는 없다.

“오늘은 날이 따뜻한가 보네요. 비가 오는 걸 보니.”

마리안 바움이 내 생각을 끊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봤다.

1월 1일을 앞두고 눈이 아니라 비가 오고 있다.

유혈 사태를 각오하고 카타콤에 진입하는 지금, 따뜻한 날씨라면 우리야 나쁠 것 없다.

바움이 내 뒤에 선 나르케, 아니, 레오를 보고 말했다.

“이 친구가 전에 말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친구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미하엘 슐츠입니다.”

나르케의 목소리로 레오의 진지한 말투가 들리니 적응이 안 된다.

레오는 전에 나르케가 썼던 가명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제 곧 필요 없어질 테지만, 나는 바움에게 위조된 신분증과 각종 서류를 건넸다.

친구를 데려올 거라면 그의 정보를 먼저 달라고 했다.

“좋습니다. 갈까요?”

바움이 서류를 곧바로 가방에 넣고는 옥상으로 향했다.

“지금 확인하지 않으셔도 됩니까?”

“당신이라면 사람 잘 보고 데리고 왔겠죠. 그렇게 피 터지게 맞으면서 마법을 한 번도 안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

이거… 완전히 신뢰하시네.

가만히 맞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물론 저 서류는 카타콤 보안국에 제출될 테니 그도 그걸 믿고 적당히 그러려니 하는 것일 테다.

“옥상?”

레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비가 오는 탓에 하나씩 설명해 줄 시간은 없었다.

바움이 지팡이로 바닥에 마력 원을 그리더니, 반지로 빠르게 표면을 두드렸다.

“…!”

우리는 전과 같이 텅 빈 하늘 위에서, 눈속임용 유리 바닥을 밟고 있었다.

“…와.”

레오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멋지네요.”

“그렇죠? 이런 반응 때문에 더 뿌듯하다니까요.”

바움이 명령어를 외쳤다.

나는 또다시 펼쳐진 익숙한 풍경을 둘러보며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이곳 자경단에 대해 잘 아십니까?”

“자경단? 알죠. 왜요?”

“이곳에서 위상이 어떻습니까?”

“경찰이나 마찬가지죠. 이곳은 경찰 수가 적으니까요.”

경찰이 있긴 하군.

24시간 이곳에 사는 인구보다는 지상에 드나드는 인구가 더 많으니, 직업으로 치안을 담당할 사람은 많을 수가 없겠지.

“그런데 그건 왜 묻습니까?”

“어제 제가 갔던 술집에 신인류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음?”

바움이 고개를 기울이며 턱을 쓸었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카타콤 전체에 안내했을 텐데요. 그보다 신인류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본 거랍니까?”

레오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원래라면 크게 안내할 일을, 어제는 그러지 않았다?

“자세히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요? 이거 신기한데. 이따 알아봐야겠군요.”

마리안 바움은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에게 도심이나 구경하라는 듯 손짓하고 뒤돌았다.

나는 그를 붙잡았다.

“선생님.”

“왜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

한참 지나, 우리는 그와 헤어지고 엘리아스와 약속한 장소로 걸어갔다.

레오가 먼저 정적을 깼다.

“신고는 미끼였네.”

“그래.”

어제의 신고는 가짜다.

그러니 카타콤 시민들에게 광고할 수 없었겠지.

“신고한 사람이 누굴 것 같아?”

“글쎄. 그 3학년이 아닐까 생각해 봤는데….”

그렇다기엔, 시간을 돌리기 전 그는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런 자가 신고를 하고 직접 출동할까?

‘하지만 또 그라나흐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충돌이 생긴단 말이지.’

그렇다면 보류한다.

시간이 지나 단서가 더 쌓이면 자연히 알게 된다.

“지금 알 수는 없어. 그리고… 레오.”

“왜?”

“그 몸으로 통찰 못 쓰냐?”

“…당연하지. 그냥 환각인데.”

아쉽네.

뭐, 통찰로 알 수 있었으면 어제 나르케가 내게 얘기했겠지.

큰 미련은 없다.

레오는 기분이 찝찝한지 눈가를 좁혔다.

“…안 그래도 어색한데 더 어색하게 만들어? 나르케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그럭저럭 괜찮아. 네가 나랑 눈높이가 엇비슷하게 맞으니까 새롭네.”

“…….”

레오는 남의 외형으로 다니는 게 께름칙한 모양이지만 남이 보면 별생각 안 든다.

그때, 저 멀리 공원 한구석에 추레한 행색으로 드러누워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옆에 전에 봤던 이리만 한 개가 빙빙 맴돌고 있었다.

“아, 왜 내가 아는 사람 같냐.”

나는 레오의 미묘한 현실 부정을 뒤로하고 엘리아스의 머리맡에 섰다.

“뭐 해.”

“어! 왔네.”

개의 머리를 붙잡고 있던 엘리아스가 차음 마법을 걸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우리를 번갈아 보며 웃음기를 지웠다.

“이거 안개냐? 벌써 뭘 몰고 온 거야? 대단한데.”

“질질 끌 필요 없다고 생각했겠지.”

마리안 바움도 우리 곁에서 사라졌으니, 놈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금 행동할 것이다.

나는 굳이 주위를 살피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발밑에서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약간은 우중충했던 새벽하늘이 온통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공간 마법이다.

같은 자리여도 이 밖은 평화로울 것이다.

“그래, 예상했잖아.”

레오가 왼쪽의 홀스터에서 완드를 뽑아 들었다.

예상했다는 말로 끝낼 수 있나.

오히려, 이렇게 와 주길 바랐지.

콰아아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한쪽 시야에 빛이 일었다.

레오가 쳐낸 황금빛 장막이 흔들렸다.

그로부터 일어난 충격파에 피부 표면이 잘게 떨렸다.

[분명 제대로 전하라고 했는데.]

“…….”

허공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 수십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 모습을 보니 엘리아스가 안개를 들먹였던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카타콤의 법을 모르나 본데 신인류는 발견 즉시 죽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러는 본인은?

리히트호펜은 프로이센의 귀족 가문이다.

그 성을 달고 있는 자가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어이만 없을 뿐이다.

[신인류 둘, 신원 미상 하나. 필요하다면 신원 미상인 하나까지 죽여도 좋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있는 힘껏 크게 완드를 휘둘러야 했다.

콰아아앙―! 쾅―!

“이야, 무식하긴. 이렇게 대놓고 쏴대는 게 어딨어?”

사방에서 쏘아지는 잿빛 마력이 장막을 흔들었다.

엘리아스가 태연한 얼굴로 레오와 내가 쳐낸 장막 뒤에 가만히 섰다.

태평하게 있을 때는 아니었다.

수십 명의 마력이 한 번에 쏟아지고 있으니 계속해서 마력을 보강하고 있음에도 장막이 흔들렸다.

레오가 계속해서 완드를 휘저으며 소리쳤다.

“소리 안 듣고 싶어? 그럼 그냥 직접 맞는 좋은 방법이 있어. 두 달 쉬어서 감 다 잊었냐?!”

“너무하네~ 그보다 지금 완전 포위됐잖아. 뭐라도 있는 곳에 누웠어야 했는데….”

엘리아스가 숨을 푹 내쉬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가 완드를 가볍게 흔들어 스태프로 만들었다.

고개를 든 엘리아스의 얼굴에서 이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대로 유지해.”

똑바로 지시하라고 말하기도 전에, 엘리아스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나와 레오가 유지하고 있던 장막이 새파란 마력에 의해 순식간에 밀려나며 산산이 조각났다.

한 박자 늦게 굉음이 들려왔다.

“윽!”

쩌적―

몸에 바싹 둘러 뒀던 신체 장막에 금이 갔다.

‘…큰일 날 뻔했다.’

마력으로 버티지 못했다면 그대로 중환자실로 갔을 것이다.

욕이 나올 뻔했지만 엘리아스가 뭘 의도했는지는 잘 알았다.

나는 잠시 주춤했다가 달려드는 자경단 마법사들에게 완드를 휘저었다.

엄폐물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사방을 둘러싼 놈들을 일격에 처리해야 했기에, 엘리아스는 제 마력으로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우리의 장막을 공격 도구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게 통하는 것도 잠시다.

언제까지고 이런 애매한 공격만 날리며 방어할 수는 없다.

나는 사방을 훑었다.

‘둘… 셋. 나한테 붙은 놈은 다섯이군.’

신력은 쓸 수 없다. 니콜라우스가 누군지 알려 주는 꼴 아닌가.

물론 마력만으로 따져도, 다섯이 붙든 열이 붙든 내가 우세하다.

하지만 필드가 너무 넓어 밀어붙이는 데에도 한계가 생긴다.

전략을 바꿔야 한다.

나는 공격을 관두고 신체 장막을 강화해, 공원 뒤의 주택가로 달렸다.

콰앙― 쾅―

‘윽….’

공격에 떠밀리지 않게 다리에 무게를 실은 채로 뛰려니 생각보다 어렵지만….

쌔액―

골목으로 진입하자마자 나는 뒤돌아 몸을 훅 낮췄다. 잿빛 공격이 머리 위를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완드에 변화식을 걸어 검으로 바꿔 내고 땅을 박차고 달렸다.

지금 길에 들어온 마법사는 둘.

이제 곧 더 들어오겠지만, 시간은 충분하다.

“가만히.”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마법사의 다리를 보며 구속 주문을 외웠다.

괜히 신인류 잡는 마법사로 활동하는 건 아닌지, 그가 익숙하다는 듯이 금세 발에 걸린 마법을 떨쳐 냈다. 그의 잿빛 마력이 눈앞에 닥쳤다.

‘당연히, 피해야겠지.’

이런 근접전에서 장막을 설치하는 건 악수다.

빛과 굉음 탓에 공격 타이밍을 놓쳐 상황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꼴이 되니까.

물론….

콰아아앙―!

그걸 상대방에게 적용하면 되는 일이다.

얇게 펼쳐낸 장막에 마력이 닿자 섬광이 일며 장막이 박살 났다.

나는 이제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마법사의 어깨를 붙잡았다.

“…!”

“어딜 보는지 모르겠네.”

나는 그의 등 뒤, 심장이 있을 위치를 겨눠 마력을 밀어붙였다.

푸욱― 콰아앙―!

“아아아악!”

나는 검을 이루고 있던 마력을 흩고 마법사를 바닥으로 떨쳤다.

코어를 깨뜨렸으니 지금 나와 더 붙을 일은 없다.

나는 완드를 늘여 바닥을 찍고, 바로 그 마법사의 뒤에 있던 놈에게 달려들었다. 뒤에서 서포트하던 놈이 이제는 나처럼 완드를 검으로 바꾸며 끼어들었다.

‘재수 없게 둘이 달려드네.’

물론 그럴 수 있지.

죽여야 할 대상인데 뭘 하나씩 달려들겠는가.

나는 그들의 공격을 받아치며 미간을 구겼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나는 다른 한 놈의 코어를 깨부수며 마력을 살폈다.

몸에서 새까만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다.

색깔만은 비트리올이었지만, 그만한 점성 없이 줄줄 흘러내리기만 했다.

어딜 보나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심문을 좀 해 보고 싶은데….’

까앙―!

나는 뒤에서 급격히 느껴진 마력에 뒤돌아 검을 막았다.

당연히 이딴 곳에서 이런 잔챙이들에게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심문할 놈은 따로 있지.

막스 리히트호펜 말이다.

나는 이제 잡생각을 지우고 검을 휘둘렀다.

마지막 한 놈의 코어까지 손상시키고, 엘리아스가 있는 건물로 뛰었다.

“…!”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마력에 뒤돌았다.

매복한 놈이 있다.

그 순간,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쨍그랑― 쾅―!

“아악!”

내가 공격을 날리기도 전에 마법사 하나가 심장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 정말 너 언제 나오나 했다~”

뒤편 건물 3층에서, 엘리아스가 마력으로 만든 활을 허공에 흩어 버리며 눈을 찡긋거렸다. 그 옆에서 레오가 진작 도와주지 그랬냐는 얼굴로 미간을 좁히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아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게 끝인데 왜 더 안 보내나 몰라?”

“…….”

“죽여야 한다며? 지금 자리에 있는 놈들 다 끌어다 보냈는데도 안 되니까 뭐 또 할 게 없겠지. 뭘 바라.”

엘리아스가 잔뜩 비웃으며 깨진 창문을 뜯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게요.”

“…!”

리히트호펜이 공간 마법 내부로 들어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가 기절한 다른 마법사들을 휘휘 둘러보더니 말했다.

“죽이길 바랐는데 코어만 깨뜨리다니,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네요.”

콰앙―!

엘리아스가 완드를 내질렀다.

그가 엘리아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내고 말했다.

“아뇨, 저는 진짜로 나와 있는 게 아니라서 안 통할 겁니다. 당신들 상대로 뭘 믿을 수 있겠어요?”

“지금 부하들 코어만 깨뜨리지 말고 죽이지 그랬냐고 말하는 놈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엘리아스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는 신인류가 아니고? 제국2교육원 마법학과 놈이 왜 카타콤에서 자경단 일을 하는지… 이거 참 보통 궁금한 게 아닌데.”

리히트호펜은 답하지 않고 엘리아스를 빤히 보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아까 ‘이제 더 할 게 없어서 안 보내고 있냐’고 하셨죠. 그 말 그대로입니다. 엘리아스 호엔촐레른을 상대로 마법사 서른 남짓이면 될 거라 생각하다니, 조금 안일했죠.”

“…….”

“그보다 엘리아스 호엔촐레른과 함께 다니면서 카타콤에 계획적으로 잠입할 마법사라면… 니콜라우스 에른스트 경일 텐데.”

그가 미소지으며 레오와 나를 바라봤다.

“둘 중 어느 분이시죠? 단장님께서 어떻게든 알아내라는 명령을 주셨습니다.”

“…….”

나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래서 레오의 얼굴 그대로 가면 안 된다고 했군.

왕세자를 제하면 당연히 남은 사람은 나뿐이니 말이다.

비트리올도 피도 아닌 이상한 액체부터, ‘니콜라우스 에른스트’를 굳이 찾으려 한다니.

내가 생각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자경단 전체가 플레로마에 물들었거나, 혹은 로버트 뮐러가 이곳에 있거나.

“알려 주기 싫다면?”

엘리아스가 심드렁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쩔 수 없겠죠. 나갈 방법이 없을 텐데 어떻게 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그 순간, 공간 마법이 해체되고 회푸른 하늘이 온통 새빨갛게 변했다.

이렇게 멋대로 색을 바꿀 수 있다니, 카타콤 자체가 마력으로 된 공간이라는 사실이 단박에 와닿았다.

위이이이잉―

[바이에른 카타콤 1지구에 신인류 둘, 신원 미상인 하나 침입했습니다.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낯선 안내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색색의 마력이 하늘에서 거대한 영상을 이루었다.

“…!”

엘리아스가 입을 벌렸다.

하늘을 비롯한 곳곳에 언제 찍혔는지 모를 엘리아스와 내 얼굴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그 아래, 우리의 이름이 크게 적혀 빛났다.

[카를 한/엘리아스 호엔촐레른]

[디트리히 그라나흐/—]

[—]

‘이렇게 나온다고.’

웃음을 터트리자, 엘리아스가 나를 돌아봤다.

이렇게 판을 키워 주네.

‘나야 고맙지.’

안 그래도, 어떻게 해야 카타콤 전체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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