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10)
“예?”
“내 방으로 보냈다고. 뭐 그리 놀라? 여태까지 내가 찾던 자인데.”
“오스나브뤼크 바깥에 계시지 않았습니까.”
“잠시 말할 게 있어서 돌아왔네. 한 시간 뒤에 다시 돌아갈 거야.”
나는 아인시델이 그랬듯이 최대한 재수 없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물을 것만 묻고 돌려보낼 테니, 돌아가.”
“예, 알겠습니다.”
놀랍게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다, 휙 뒤돌아 그의 목에 마력을 쏘았다.
쿠웅―
순간 그의 입이 벌어졌다.
마력이 제대로 통했는지,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주교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시야를 공유하던 이들도 이 처사에 반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끝낼 필요는 있다.
나는 코어가 손상되는 것을 느끼며 문밖으로 나섰다.
사람 하나가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주교님.”
“…….”
누군가 로브 후드를 살짝 들어 나와 눈을 마주했다.
리히트호펜이었다.
“파르네세 씨의 신력으로 탈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부탁을 들어주셨네.’
나르케를 카타콤으로 데려와 달라는 부탁 말이다. 이 일이 끝나면 직접 마리안 바움에게 인사하러 가야겠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짜 감각이라지만, 아인시델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는 걸 듣고 싶지는 않았다.
리히트호펜은 웃으며 나를 이끌었다.
“종이 냄새가 나는 곳은 다 찾아보면 되겠죠.”
나르케가 내 의도를 제대로 전했나 보네.
나는 건물을 나와 리히트호펜이 이끄는 길로 따라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가는 골목이 전부 협소하고 제대로 된 길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도착만 한다면 그 점이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니더작센의 괴팅겐 대학교 일부를 그대로 본뜬 건물을 마주했다.
리히트호펜이 차음 마법을 걸었다.
“사실 아까 왔다 가기는 했는데, 다시 봐도 신기하네요. 플레로마 쪽에는 처음 와 보는데 카타콤과 정말 비슷하군요.”
“비슷하기는 하죠. 독창성이라고는 없다는 점을 빼면 말입니다.”
“그렇네요~ 그대로 복사해서 여기로 가져오다니.”
우리의 차림새 덕에 문을 지키고 서 있던 경비원이 의심 없이 잠금을 풀고 한 발짝 물러났다.
리히트호펜이 가볍게 그에게 눈인사했다.
문서고 내부는 조용했다.
꼭대기 층까지 중심이 텅 빈 홀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서고가 보였다.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곳의 사제복을 입은 레오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레오가 내 얼굴을 보고 난색을 보이더니, 다시 평정을 찾고 말했다.
“이제 여기서 의식이 있는 플레로마는 없어. 편하게 처리해.”
“고맙다.”
같은 시간에 문서고를 이용하는 플레로마가 있을 법한데 왜 아무도 없나 했다.
레오가 전부 기절시켜 놓은 게 분명하다.
리히트호펜이 홀에서 층수를 세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전부 날리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니겠죠? 이 넓은 공간에서 이중공간마법을 찾아낼 생각을 하니 좀 막막한데.”
“싹 다 날리는 건 대놓고 전쟁하자는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싸그리 날리고 싶지만….
지금 당장 우리 잡으러 오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스케일을 키우는 것,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후의 일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키우는 건 당연히 독이다.
“다행히 아네요. 그래서, 방법은 있고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레오가 대신 답하며 내 손에 완드를 넘겼다.
이제 진정했는지 다시 리히트호펜에게 경어를 써서 말하고 있었다.
그보다….
‘…이놈 입에서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듣기는 또 처음이네.’
조금씩 신뢰를 사고 있다.
말없이 허공만 보고 있자 레오가 클러치를 열어 약병을 하나 건넸다.
나는 익숙한 비텔스바흐제 약병의 뚜껑을 밀어 엘릭서를 마셨다.
떨어졌던 코어의 안정성이 금세 돌아왔다. 이걸로 공기에 걸린 저주술을 해체할 수는 없겠지만, 체력만큼은 좀 더 보충할 수 있겠다.
나는 레오의 완드가 손에 익도록 가볍게 휙휙 돌렸다.
“시작할 거지?”
“응.”
내 대답에 레오가 건물 전체에 차음 마법을 둘렀다.
나는 레오의 완드를 스태프로 만들며 바닥을 내리찍었다.
―찾아라, 그리하면 찾을 것이다!
새하얀 빛이 시야를 가리더니, 금세 걷혔다.
나는 누군가 입을 열기 전에 빠르게 말했다.
“카타콤, 이중공간마법.”
그 순간, 공중에 남아 있던 신력이 반응해 꼭대기 층의 한구석이 반짝였다.
리히트호펜이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확실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네요. 당신이 신력을 쓸 수 있는 마법사라는 걸 잊었어요.”
“갑시다.”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웬 이리만 한 개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
레오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보다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아마 내 표정도 그와 같았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어느새 리히트호펜이 문서고 방에서 나와 난간에서 하얀 종이 뭉치를 흔들었다.
“…….”
* * *
“제 고유능력입니다. 모습을 바꿔서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죠.”
“그렇군요.”
우리는 건물을 빠져나오며 리히트호펜의 해명을 들었다.
옆에서 어쩐지 개 같았다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히트호펜에서 절 입양한 이유이기도 하죠.”
“신인류가 아닌 겁니까?”
“따지자면 맞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가장 최근에 개발된 표준 모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저는 조부모 세대의 신체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났거든요.”
그러니까 기술을 업데이트할 돈이 없었다는 얘기네.
가문이 망했기에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가문에서 마법사인 그를 입양한 거고.
“그 능력은 당신이 카타콤에 들어온 것과 관련 있습니까?”
“네, 그렇죠.”
민감한 내용이 될 것 같아 여기서 더 캐묻지 않았는데, 그가 알아서 말을 이었다.
“이곳에는 능력을 제거하는 기술을 얻기 위해 왔습니다. 알다시피 누군가에게 알리기에는 좀 그런 능력이잖아요?”
“좀 그렇긴 하네요.”
능력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남들이 능력 보유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자신보다 모자란 존재로 여기리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하… 남이 그렇다고 하니까 나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하지만, 사실이죠. 귀족가에 이름이 올라간 걸 알고도 선생님… 아니, 의장님이 절 내쫓지 않은 건 그 능력이 제 입을 막을 도구가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니까요.”
에버하르트를 말하고 있다.
아까 대화도,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사이였나 보다.
“의장님께서는 알고 계셨군요.”
“예. 매번 신경을 긁는 단어를 쓰시지만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비밀은 잘 지켜 주시더군요.”
“다행이네요.”
“그래요. 그러고 보니 썩 밝힐 만한 능력은 아니라도 그것 덕분에 이곳에 있을 수 있었으니, 지금 돌이켜 보면 그리 나쁘게만은 여겨지지 않네요.”
리히트호펜이 웃으며 말했다.
10년도 더 됐다면 유년기부터 이곳에서 보냈다는 말인데, 역시나 말하는 걸 들으니 지상보다 카타콤을 더 친숙하게 여기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제 확실히 이해가 되네.
그가 어떻게 술집에 들어온 것만으로 디트리히 그라나흐가 나라는 걸 알아챘는지 말이다.
그 전에 이미 엘리아스의 곁에 개가 있었지. 술집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나와 엘리아스를 알아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후각이나 청각도 필요할 때마다 가져올 수 있나 보네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카타콤에서 귀족 신분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죠.”
그러고 보니….
“그렇다면 레오도 처음부터 알아봤겠군요.”
“그래요. 학생회 후배 냄새가 나서요.”
쓸 만한 능력이다.
물론 지금 그걸 생각할 때는 아니다. 리히트호펜에 대해서는 학교로 돌아가서 물어도 충분하다.
나는 레오를 보며 물었다.
“나르케는?”
“어느 크기로 신력을 써야 할지 계산하고 있어. 비트리올이 아닌 다른 마력은 모조리 저주술에 걸리니까.”
말을 마친 레오가 눈썹을 올리며 뒤쪽을 고갯짓했다.
레오나 리히트호펜과 마찬가지로 로브 후드를 푹 쓴 나르케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르케가 나를 보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와, 그 얼굴은… 새롭네.”
“마침 잘 왔네.”
“으응?”
“이곳에서 사무실과 숙소로 쓰이는 건물에 성직자들이 있을 텐데, 곧 그놈들이 다 같이 사라질 거야. 그때 신력으로 넘어간 문서를 찾아 줘.”
“음, 그래. 사무실은 어디야?”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나르케의 물음에 리히트호펜이 그의 곁으로 갔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선 또 어쩔 생각인지 궁금하네요. 넘어간 공간 마법 기술을 다 지울 수 있겠어요? 지금 이 자리에 안 온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러니까 모아야죠. 이따 봅시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나르케는 통찰로 내 생각을 읽었을 텐데, 나를 말리지 않는 걸 보니 계획에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
나는 레오를 앞세우고 주교좌 성당으로 걸었다.
문서를 없애는 것은 쉽다.
하지만 사람의 머릿속에 든 정보를 지우는 건 어렵지.
신력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아는 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고, 또 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다.
이미 리히트호펜에게 안내를 받았던 건지, 레오는 아무렇지 않게 길을 이끌었다.
그가 차음 마법을 걸고 말했다.
“루카스. 지금 네 얼굴 말인데… 이곳 주교 모습이야?”
“맞아.”
“…어떻게 주교를 알았는지는 몰라도, 알지? 너야 놈이 여기에 없을 테니 그 모습을 씌웠겠지만, 계속 주교와 연락하고 있는 자가 있을 거야.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성직자들이 전부 이곳에 달려오도록 해야 해.”
“그래, 알아.”
아까 그 시종에게 ‘네 주인은 오스나브뤼크 교구에 속한 인간을 전부 집결시킬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그렇다고 답했지.
이 모습이라면 부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직 불러오는 속도만이 중요하다.
당장 불러올 방법이야 있지.
‘비트리올 분배량을 두 배로 늘려 주겠다는 사기를 쳐 볼까 했는데.’
당장 오기야 올 것이다.
하지만 주교의 평소 발언이 어땠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쓰기는 어렵다.
이곳에 오기 전에 주교에게 직접 ‘대체 뭔 생각이냐’고 물어볼 가능성이 있으니, 거짓보다는 사실을 말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주교좌 성당 앞에는 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평신도 대상으로 미사 중일 것이다.
내가 그 앞에 서자, 레오가 자연스럽게 한 발짝 앞서나가 문을 벌컥 열었다.
‘내 손으로 문 열 뻔했네.’
나는 표정을 정리하고 앞을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에, 스트라우치가 내게 비트리올을 주입했던 그 장소다.
다시 여기에 오니 그때의 기억과 감각이 방금 겪은 일처럼 살아났다.
한 신부가 제대 앞에 서서 이런저런 말을 줄줄이 늘어놓다, 고개를 들었다.
“…어!”
“주, 주교님?”
그의 얼굴에 경악이 번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걸어가 아인시델의 재수 없는 표정을 얼굴에 올렸다.
“오늘 미사는 여기까지 합시다.”
“주교님, 무슨 용무라도….”
성직자는 몰라도 신도에게까지 기술이 넘어갔을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어차피 손볼 것, 이들이 있어도 상관은 없지.
“우리 교구에 있는 성직자를 모두 모아야 하네. 지금 다른 교구로 넘어간 자들이 있나?”
“아, 아뇨. 주교님께서 돌아오셨으니 제가 알기로는 이제….”
“음, 그래. 알았어.”
나는 대충 손을 내젓고 목소리를 키웠다.
“니콜라우스 에른스트가 도주했다.”
“예?!”
순식간에 신도석까지 경악에 빠졌다.
애초에 그들은 니콜라우스가 이곳에 왔는지도 몰랐던 듯했다.
옆에 서 있던 레오가 작게 헛웃음을 쳤다.
나는 입을 벌리고 굳어 있는 신부에게 천천히 말했다.
“대책 회의를 해야겠어. 부제부터 당장 이곳에 모이라고 전해.”
내 방으로 데려갔다고 했으니 도주의 책임 소재는 주교에게 있다.
하지만 기껏 잡은 적을 놓친 게 보통 일은 아니지.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곳으로 모일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지금 주교는 오스나브뤼크 바깥에 있다.
그를 끌어들이지 않으려면, 다른 교구로 말이 퍼져 나가서는 안 된다.
‘이중공간마법이 오스나브뤼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주교가 실적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지.’
그러니 이 점을 이용해야겠다.
나는 하얗게 질린 채 빠르게 손을 움직이는 신부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른 교구에 이야기가 들어갔다가는…. 앞으로 교구 안에서 정상적으로 살기는 힘들 걸 각오해야겠지.”
“예, 예!”
신부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금세 그가 허공에 포탈 비스름한 것을 열고는 소리쳤다.
“주교 각하께서 전체 소집령을 내리셨습니다. 니콜라우스 에른스트가 도주했습니다!”
동시에, 주교좌 성당 바깥에서도 비슷한 말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치 않았다. 교구 내에 울리되 신도가 아니라 성직자만 들을 수 있게 처리한 듯했다.
‘이런 방식으로 방송하는군.’
잘 알았다.
그 순간, 처음 보는 이들이 순식간에 이곳으로 워프해 왔다.
뭘 하다 온 건지 손에 펜을 들고 이동한 자도 있었다.
“각하, 니콜라우스 에른스트가 도주했다니요?!”
“전부 모인 뒤 얘기하지.”
내 태평한 말에도, 나의 태도를 지적하는 자는 없었다.
콘셉트는 제대로 잡은 모양이다.
그 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성직자 수십 명이 이곳으로 더 워프해 왔다.
“지금, 지금 다 왔습니다! 주교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봐! 당장 평신도들 함구 마법 걸어서 내보내!”
“아니.”
나는 큰 소리로 제지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평신도들과 그들을 내보내려던 성직자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레오가 건네는 엘릭서를 단숨에 입으로 털어 넣었다.
퍼지는 느낌으로 보건대, 이번에 받은 것은 아까 먹은 것보다 훨씬 강한 약이었다.
“주교님?”
누군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황스럽기야 하겠지. 대책 회의를 하자면서 나는 엘릭서나 마시고 있으니.
나는 레오의 완드를 스태프로 바꾸어,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순식간에 바닥을 따라 하얀빛이 밀려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일순 충격이 떠올랐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나는 계속해서 신력을 밀어 넣으며 입을 열었다.
기억에서 지울 키워드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해, 코어의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말을 한마디씩 끝마칠 때마다,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충격받은 표정이 사라졌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숨에서 피 냄새가 났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마법이 모두에게 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주문을 꺼냈다.
―야훼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허사로다.
쿵―!
그 순간 자리에 서 있던 신부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제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나와 레오뿐이었다.
내게 치유 마법을 사용하던 레오가 적막만이 감도는 공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끝났네.”
“아니, 하나 더 있어.”
교구 밖으로 나간 놈이 있지.
내가 겉모습을 빌린 놈 말이다.
“교구장 주교가 밖에 있어. 언제 오나 지켜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