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37)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때마침, 투명화 마법을 건 아티팩트 너머로 엘리아스가 보낸 알림음이 들려왔다.
삐빅―
“왜?”
[루카! 상담 끝났어?]
“응.”
[아~ 알겠어. 지금 올 거지? 레오랑 나르케도 너 보러 와 있어.]
기숙사로 올 거냐고 묻는가 본데….
남들이 하는 평범한 대련을 겪고 나니 레오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실력을 키워 준 것은 진심으로 고마웠지만 내 주먹은 이성과 생각이 달랐다.
레오를 봐도 주먹이 울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고 나서 고마움을 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미안한데 못 가. 나 지금 한스 병문안 왔거든.”
[어엉?!]
“끊는다.”
똑똑―
나는 문을 다시 두드렸다.
사실 좀 고민이 되기는 한다.
놈은 지금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여기까지만 두드려 보고 대답 안 하면 가야지.’
기숙사 말고 동아리로.
문에서 손을 뗀 순간, 안에서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
달칵―
한스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스 옆에 앉은 친구들이 얼어붙은 채 나를 바라봤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뭐, 그래도….’
아파서 왔을 것 아닌가? 그런가 보다 해야지.
그리고 내가 괜찮은 건 레오가 내 빈틈을 열심히 두들긴 탓에 적응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괜찮지 않은 게 당연하다.
나는 의자를 빼 앉으며 물었다.
“많이 아파?”
“…….”
한스가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였다. 민망한 건지 할 말이 없는 건지 놈이 시선을 슬쩍 피했다.
나는 가방에서 엘릭서 두 병을 꺼내 던졌다. 한스가 그 병을 받아 들고 미심쩍게 물었다.
“…뭔데?”
“병문안 선물.”
“…….”
놈이 착잡한 얼굴로 병을 앞뒤로 돌려 보았다.
“비텔스바흐 약이네.”
“응. 빨리 나아야지.”
“…고맙긴 한데 이건 받기 좀 그렇다. 네가 샀으니까 네가 마셔.”
가격 때문에 그런가. 방에 썩어 나서 문제없는데.
이제부터 할 대화에서 놈과 말이 안 통하면 한 번 더 밀어붙여야 하니, 악감정이 극단까지 치닫기 전에 이 정도 완충재는 까는 게 좋다.
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많아. 그냥 받아 줘, 한스.”
“…….”
“오늘 대련으로 네 1-2차 시험에 지장이 가는 걸 원치 않아.”
한스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소지으며 손짓했다.
“지금 마셔. 낫는 데에 도움이 될 거야.”
“…음, 그래. 고맙다.”
놈도 시험 전 컨디션이 망가지는 건 싫은지, 생각보다 망설임 없이 약을 마셨다.
“어때, 괜찮지?”
“그렇네.”
대련 후 마시면 다음 날에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다.
이래서 레오가 마음 놓고 내 빈틈을 목검으로 가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다시 반사적으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자, 그래서….”
아직도 내 성적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인지.
그리고 여전히 내게 악감정을 가졌는지, 문제를 키울 생각인지 알아봐야 한다.
사실 플레로마와 형 생각만으로도 벅차니 학교 일은 이쯤에서 끝낼 필요가 있다.
내가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댄 순간, 놈이 입을 열었다.
“잘하더라.”
말없이 바라보자 그가 내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못 믿었어.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못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고…. 또 내 눈에는 네가 그저 마력량으로 때우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가 이불에 시선을 고정하고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는 눈이 없었나 보더라. 오늘 네가 보여 준 실력을 생각하니까 그래. 교수님도, 레오랑 율리아도 그 58초 안에 네 실력을 알아본 거겠지.”
“…….”
“…너도 이미 알았겠지만 네 성적에 이의제기하려고 대련하자 했던 거야. 실력에 맞지 않게 높게 성적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널 좋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어. 다 알았을 텐데…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
놈이 말하면서 점점 움츠러들었다.
깔끔하네.
놈에게서 이제 더 문제가 나오지 않을 걸로 판단하겠다.
나는 여전히 눈을 못 마주치고 있는 한스를 보며 적당히 답했다.
“알았으면 됐다.”
그 말에 한스가 몸을 움찔거렸다.
너 같은 놈들이 없을 리가.
기부입학으로 들어온 전교 꼴찌가 하루아침에 1+를 받았다는데 1,000명이면 1,000명 모두가 그 성적을 믿어 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이렇게 세게 나온 놈들이 있어서 고마울 뿐이지. 직접 증명할 판을 마련해 주지 않았는가.
한스가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놈이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고마워.”
“뭘. 너처럼 시원하게 인정하는 친구는 많지 않은데, 나야말로 네가 그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네.”
그리고 네 덕에 120점 쓸어 담았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스가 당황한 듯 눈을 굴리다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 반응을 의아하게 여기자마자, 새하얀 글자가 눈앞에 적혔다.
띠링―!
호감도 +7
순간 사레에 들릴 뻔했다.
‘잠깐… 7점을 이렇게 퍼 준다고? 진짜로?’
나는 호감도 창을 켰다.
한스 프리치
호감도 +5* [공략 가능 (3단계/5단계)]
은근슬쩍 공략 가능 띄우는 거 뭐냐.
심지어 기능이 늘어난 느낌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구기자마자 그 부분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
눈치 보면서 표시할 거면 그냥 안 띄우면 되지 않나. 그리고 이거 진짜 자아 있냐?
‘다시 띄워 봐.’
새로 나오는 기능은 일단 살펴봐야지.
다시 나타난 글자를 응시하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3단계: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
‘날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건 괜찮은데.
통찰 능력 체험판 같고 좋다.
내게 정보를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는 친구들에게도 쓰지 않던 부드러운 말투를 끄집어내며 한스에게 말을 붙였다.
“이제 얘기 끝났지? 계속 신경 쓰지 말고 회복부터 해. 당장 3일 뒤면 시험이잖아.”
“…그래.”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제 갈게. 곧 동아리 시간이라.”
“루카스.”
“음?”
문가에 서서 뒤돌자, 놈이 한참 눈만 굴리다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 두 번째 시험 응원할게.”
음.
왜인지 내가 고등학교에 있다는 게 실감이 확 된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 너도 잘 쳐라.”
* * *
인사 한번 제대로 받아 줬다고 1점이 또 올랐다.
‘고맙긴 한데 이쯤 되면 무섭다.’
어떻게 이렇게 팍팍 오르냐?
놈의 친구들에게서도 1점씩 받았는지, 덕분에 벌써 300점 중 210점을 넘겼다.
나는 귓가에 끊임없이 울리는 엘리아스의 연결 승인 요청을 계속해서 끄며 부장의 말을 들었다.
“이제 역할 뽑을 건데, 우리 다른 학교에 비해서 배우가 별로 없는 건 알고 있죠? 여덟 명밖에 안 되어서 누구는 두 개씩 맡아야 하거든요.”
부장이 칠판에 분필을 탁탁 두드려 가며 열성적으로 말했다.
우리 동아리는 곧 있을 정기 공연의 배역을 정하고 있었다.
이런 걸 할 때인가 싶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다고 광고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했다.
그간 의심만 했는데 얼마 전 제국신문에 제국2교육원의 학생 복지를 찬양하는 사설이 올라오고서 확신했다.
‘어지간히도 욕먹기 싫은가 보다.’
물론 덕분에 무대가 마련됐으니, 호감도 수급할 장이 하나 더 열리는 셈이라 환영이다.
‘매력 특성을 하루라도 빨리 올리긴 해야 해.’
아직 사흘밖에 안 되긴 했지만, 형이 저렇게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다.
형의 병적인 완벽주의를 따져 보면 놈은 분명 이런 일이 벌어질 것에 대해서도 생각 정도는 해 보았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살인 사건을 하나 더 꾸미는 등의 방법으로 검사 결과를 무효화하려 하지 않을까 싶은데.’
거기에는 니콜라우스로 대응하면 되겠지만, 이렇게 좋은 패는 나중에 공개하는 것이 좋지.
일이 어떤 식으로 번질지 모르니 대중이 형의 헛소문을 믿지 못하도록 호감도를 대폭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인상 값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시간을 돌려 우위를 점해야 하므로, 재시도 특성도 레벨업시켜 봐야지.
한참 이런저런 계산으로 말을 흘리고 있자, 어느새 부장이 손뼉을 치며 물었다.
“자, 먼저 로잘린드 맡을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번에 동아리에서 하기로 한 극은 셰익스피어의 ‘당신 뜻대로’였다.
그리고 저 역은 주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대사가 가장 많고 무게가 막중해서 그런지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동아리를 한 학기씩 하다 보니 주연까지는 맡을 생각 없이 온 사람도 있겠지.’
턱을 괴고 심드렁하게 칠판을 보고 있자, 부장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가리켰다.
“아스카니엔 씨가 할래요?”
나는 잠시 내가 뭘 들은 건지 고민했다.
로잘린드가 이름만 저렇지 남자인가? 이미 대본을 읽었기에 아닌 건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음….’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차분히 생각하니 크게 문제가 되는 말은 아니었다.
구인류면 몰라도 외견상 성차가 없는 신인류에게는 연기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역을 주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만큼 부장도 암기력 때문에 제일 대사가 많은 배역에 날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구인류로 살아온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에 굳이 맡고 싶지 않았다.
“아뇨. 저는 이번 학기에 처음 들어왔으니 다른 분께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요! 실력이 전부죠~”
“아닙니다. 다른 역 맡겠습니다.”
부장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아델베르트가 동아리에 오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 안 온 친구는 아무것도 안 맡나요?”
“아, 배역 정할 거라고 편지 보냈는데 안 왔네요. 오늘은 꼭 와야 했는데….”
부장이 난감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1학년에게 손짓했다.
“다니엘라, 같은 반이라고 했지? 지금 가서 말 좀 전해 줄 수 있어?”
“아…. 그분 수업도 이틀째 안 나오셨어요.”
지금 동급생한테 ‘그분’이라고 한 건가?
심지어 아델베르트는 월반해서 한 살 더 어리지 않은가. 아주 대단하다.
‘그보다 아까는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안 왔다니 안타깝네.
다들 피하는 역은 안 온 놈이 맡는 게 관례지.
그렇게 생각하며 칠판에 적힌 배역을 훑고 있을 때, 부장이 나를 조심스레 불렀다.
“아스카니엔 씨, 혹시 그 후배님이랑 친분 있나요?”
* * *
통치가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나를 콕 집어 말한 게 아닌가 싶다.
일반 귀족보다는 사교계에서 자주 만날 수밖에 없으니까.
부장이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기에, 나는 동아리실에 있는 대신 마법학과 기숙사에 왔다.
‘오늘은 거의 사람 찾으러 다니는 날이네.’
아까는 호감도 짭짤했다.
지금도 그렇게 되면 좋겠는데, 아마 문전박대당할 가능성이 크겠지.
물론 나야 상관없다.
말만 전하면 나는 자유시간이니까.
내 배역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주연이라니.’
다행히 로잘린드보다는 대사가 적은 인물을 맡게 됐다.
준비에 시간이 얼마 들지 않기도 하고 무대를 호감도 쌓을 기회로 써먹을 생각도 있었기에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대사가 많은 로잘린드 역은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마지막에 확인하기로는 유일하게 배역이 비어 있었다.
똑똑―
나는 아델베르트의 기숙사 문을 두드렸다.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감각에 마력을 집중해 보니 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아델….”
다시 두드렸을 때, 문이 열렸다.
‘열었어?’
그때, 아델베르트가 퀭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선배님.”
나는 잠시 헛웃음을 참았다. 몰골이 완전히 폐인이었다.
놈의 발치에 뜯지 않은 편지가 널려 있었다. 연극부에서 보낸 편지도 열지 않은 듯했다.
‘그러니까 배역을 정하겠다는데도 안 오지.’
그래도 니콜라우스의 편지는 확인했을 법도 한데….
아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황자의 생활에 대해서는 엄격히 함구령이 내려와 있다. 입학할 때부터 그랬다.
그러니 학교 밖 사람인 니콜라우스는 아델베르트가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언한 셈이다. 아델베르트에게 딱히 와닿지 않을 만도 하다.
‘한 줄 써서 보내고 와닿길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황제와 황태자의 소식을 직접 들을 통로를 이대로 놓치게 둘까.
지금 내 얼굴로는 좀 그렇고, 니콜라우스와 약속이라도 잡아 봐야겠다.
“동아리 친구가 안 열어 줄 거라고 그랬는데, 열었네요.”
“…마력 때문에.”
아델베르트가 중얼거렸다.
감각을 증폭시키느라 쓴 마력으로 나를 알아봤다는 말인 듯했다.
그보다 대화의 초점이 어긋나고 있다.
뇌가 안 돌아가는지 놈이 허공 어딘가를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안 들여보내 줄 거예요?”
“왜 오셨어요?”
아델베르트가 용건만 말하고 가라는 듯 힘없이 물었다.
3+의 충격이 크긴 했나 보다.
‘요즘 같은 시기에 감정 변화가 커서 좋을 게 없는데.’
배급한 정화 약품은 잘 먹고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을 켰다.
아델베르트 호엔촐레른
호감도 -5* [공략 가능 (1단계/5단계)]
생각해 보니 이쪽도 노다지네. 올릴 게 많다.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이나 해 볼까.
‘보나 마나 ‘안 친한 선배’ 정도로 나올 것 같은데.’
1단계: 흡혈귀
“…….”
아니, 이 새끼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난다.
나는 손목시계를 흘끗 봤다.
아직 4시다.
체링겐과 훈련하기로 한 시간은 6시, 그리고 바이에른에는 늘 그랬듯 식사 후 7시에 갈 것이다.
‘2시간 남네.’
놈이 니콜라우스에게 쓴 편지를 보고 한 번 더 확신했다.
황제가 1팀에 들길 종용하는 건 엘리아스 때문이겠지만, 놈은 편지에 엘리아스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니콜라우스로, 그리고 편지로 소통하는 건 황제의 뜻을 더 캐내기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음 시험이 3일도 안 남았다.
이대로 좌절해서 시험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놈이 합격해야 황제에게 전달받는 정보의 양도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니 시간도 남겠다, 놈의 무기력증도 퇴치하고 저 재수 없는 1단계에서 탈출도 할 겸….
‘호감도 올리고 간다.’
일단 대화하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지.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델베르트가 문을 닫으려 했다.
나는 창을 끄고 문을 붙잡았다.
아델베르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 이제 쉬고 싶은데요, 선배님. 말씀 안 하실 거면….”
“아뇨. 동아리 대본집 지난주에 받았죠? 대사량 확인은 해 봤어요?”
“…예? 예.”
아델베르트가 눈가를 좁히며 답했다.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로잘린드 역 맡은 거 미리 축하한다고 말하러 왔습니다.”
놈이 멍하니 나를 보다, 입을 떡 벌렸다.
성공이다. 여태 보았던 것 중 가장 강력한 반응이었다.
나는 소리 없이 경악하고 있는 아델베르트를 밀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대본 이야기 좀 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