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38)
내가 대놓고 방 거실까지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았음에도 아델베르트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이내 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
“말 그대로입니다. 첫 주연 축하드려요. 같이 술이라도 마시러 갈까요?”
“아니, 아니, 아니!”
아델베르트가 말문이 막혔는지 한참 손만 휘적대다, 푸석한 머리칼을 대충 쓸어넘기고 외쳤다.
“제가 왜 로잘린드를 맡아요?! 전 하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선착순으로 오늘 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게 그 역이고요.”
“…오늘 정했다고요?”
나는 말없이 입구로 가 연극부에서 보낸 편지를 주워 건넸다.
파래진 얼굴로 편지를 읽은 아델베르트가 얼굴을 양손으로 누르며 신음했다.
“안돼….”
“됐습니다.”
“됐다뇨. 저 연기 이제 한 학기 했다고요. 주연급은 맡아 본 적도 없어요!”
“거기 있는 분들 다 그럴걸요.”
“…….”
놈이 머리를 잔뜩 굴리다 변명했다.
“…성별도 다르잖아요…. 아무리 선착순이라도….”
음, 이놈 남자 맞군.
이름만 봐도 답 나오긴 했다.
물론 이름이 중성적인 경우도 있고, 부모가 마음에 드는 대로 붙이는 경우도 있으니 대화할 때 말 잘못하지 않게 조심은 해야 한다.
‘왜 사람을 구분이 안 가게 만들었는지는….’
소설에서도, 이곳에 와서도 명쾌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신인류는 사람 배에서 나는 게 아니라 마력을 이용해 만든다.
원죄를 없애고 신의 곁에 서기 위해서 최초의 마법사들이 벌인 미친 짓 중 하나다.
신인류는 신의 은총을 입어 스스로를 창조할 권능을 부여받았으니, 아담과 하와는 구인류의 조상이지 신인류의 조상이 아니다. 이것이 귀족들의 논리였다.
신인류가 구인류를 깔보는 것은 원죄를 가진 열등한 자라는 생각 때문에도 그렇다.
아무튼 인간을 연구실로 빼내는 과정에서 성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불가했는지, 아니면 이마저도 종교적 이유에서 의도된 바인지 모르겠다.
‘원죄 없애겠다고 종을 새로 만드는 놈들이니 후자도 충분히 가능성 있지.’
신에게는 성별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그나저나….’
나는 잠시 침묵했다.
신인류도 배역 줄 때 성별 구분은 하나? 내가 알기로 혈액형 수준인 항목이었는데.
아니면 이놈이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핑계를 대는 건가.
‘후자인 것 같은데.’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놈의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앉았다.
“구인류 성별은 우리가 알 바 아니지 않습니까?”
“…….”
아델베르트가 입술을 꾹 누르며 시선을 돌렸다.
‘핑계 맞네.’
현실에서도 연기 공부할 때는 성별과 나이 관계 없이 이런저런 인물을 다 거쳐 봤다. 그래야 해석의 폭이 넓어지니까.
그 마당에 구분 하나도 안 되는 놈들이 뭘 따져?
아델베르트가 한참 고민하다 궁색한 변명을 꺼냈다.
“…그 역 머리 길죠? 저는 두 시간 내내 가발 쓸 자신 없습니다.”
“내용 읽었잖아요. 초반만 빼면 그냥 그쪽 모습 그대로 나가면 됩니다.”
놈이 입을 꽉 다물었다.
분명 셰익스피어는 어릴 때부터 많이 읽었을 테니 모르지 않을 텐데. 이 희곡에서는 주인공이 남장하고 돌아다녀서 사실 스타일 바꿀 것도 없다. 오히려 그래서 부장이 이 극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놈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가에 기댔다가 또다시 절망에 빠져 거실을 배회했다.
나는 놈이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을 구경하다 말을 건넸다.
“이해합니다. 대사 외울 시간에 차라리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죠?”
“…….”
정확히는 훈련할 시간도 없는데 대사를 어떻게 외우냐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 추측은 정확했던 듯했다. 아델베르트가 말없이 어두운 얼굴로 허공을 바라봤다.
“정 하기 싫으면 직접 가서 부장님께 말씀드리세요. 들어주실지도 모르죠.”
“…선배님이 전해 주실 수 있나요?”
“아뇨. 난 후배님이 이 역을 맡았으면 좋겠는데요.”
확정이 아닌 만큼, 잘못하면 나한테 배역이 돌아올 수 있다.
놈이 끔찍하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호감도 -5 체감 확 된다.’
너무한 거 아니냐.
아델베르트가 마른세수를 하더니 한숨에 가까운 대답을 토해 냈다.
“…그냥 둡시다. 이왕이면 편하게 가고 싶었을 뿐이지… 못할 건 없습니다.”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 거겠지.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보는 것보다, 그냥 내키지 않는 역을 맡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게 분명하다. 나중에는 어찌 볼 거냐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거야 미래의 일이니까.
나는 턱을 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제 대련 보러 왔죠.”
대본집을 뒤적이던 아델베르트의 손이 멈췄다.
“그건 보러 왔으면서 동아리는 왜 안 가죠? 여태까지 나열한 그 싫은 이유 전부 그대로 냅둬도 괜찮아요?”
“…….”
호감도 -5라 그런지 말 한번 듣기 어렵네.
언제까지고 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사실을 밝히고 슬슬 대화를 유도해 봐야겠다.
“아직 완전히 정해진 건 아닙니다. 다만 비어있는 배역이 로잘린드 뿐이고, 배역을 정하지 않은 사람이 그쪽밖에 없을 뿐이죠. 정말 싫다면 가서 말이라도 꺼내시죠.”
“그게 정해진 것 아닙니까?”
음, 그렇게 여기는군.
황자의 말 한마디면 선착순이고 뭐고 바꿔 줄 텐데, 정말 지금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권위를 이용할 생각이 없거나.
“뭐, 됐어요. 대본 해석 도와줄게요.”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놈은 멘탈이 단단히 털렸는지 마이너스 호감도가 방에 붙어 있겠다는데도 영혼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한 시간은 온전히 대본 해석에 투자했다.
놈이 나보다 열 살 가량 어리긴 해도 어쨌든 남이다.
솔직히 어느 과정쯤에 서 있는지는 알겠지만, 자란 환경부터 기질까지 완벽히 다른 타인이 느끼는 무게가 어떨 것이라고 내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놈이 뭐라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호감도 쌓겠답시고 조언하는 것보다 익숙함부터 쌓는 게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방금처럼 끝음만 올리지 말고 문장 전체에 힘을 싣는 게 낫지 않겠어요? 답답해서 설득해 보려는 듯한 말투가 나와야 하니까요.”
“…예. 그렇게 할게요….”
놈은 이딴 식으로 말끝을 흐리기는 하나, 그간 성실히 살아온 걸 증명하듯 착실하게 내가 진도를 빼는 만큼 제대로 따라왔다. 단점은 그만큼 샛길로 새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참 질문에 답해 주고 장을 휙휙 넘기다, 이제 30분이 또 갈 즈음 아델베르트가 대본집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선배님.”
“예. 이번엔 어디요?”
“훈련 얼마나 하셨어요?”
“…….”
처음으로 대사 질문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미소를 누르고 태연히 답했다.
“몇 달 안 됐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딱히 문제는 없었고요?”
놈이 말을 마치고는 오히려 제가 퍼뜩 놀라 해명했다.
“문제가 있길 바라서 한 말은 아닙니다. 그냥 선배님은 어땠는지 궁금해서요.”
“알죠. 매일 마법으로 얻어맞은 게 문제라면 문제군요.”
“…예? 누구한테…?”
“선생한테요.”
“아….”
아델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분한테 배우셨습니까?”
“왜요? 그쪽도 배우게요?”
“예.”
“알려 주기 좀 그렇네요. 내가 가르쳐 줄게요.”
“예?”
놈이 바닥 찍은 호감도가 확실히 드러내는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됐습니다….”
“그래요. 대사 보시죠.”
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를 더 읽고는, 이미 집중이 흩어졌는지 내게 대본 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님. 기대는 깨라고 있는 거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
‘스읍….’
이걸 나한테 묻네. 호감도 +10과 나눈 대화를 호감도 -5에게 말해도 되는 거냐?
“누가 한 말인데요?”
“존경하는 분께 들은 말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기대를 깨라니, 말은 쉬워도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죄다 깨라는 게 아니라 부담 갖지 말라는 뜻이겠죠….”
“어떻게 부담을 안 가질 수 있어요?”
대본집에 의미없는 글씨를 쓰던 놈의 손이 멈췄다.
“황가의 무게를 진 이상 함부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있는 자리는 뭐든 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내 실패는 곧 황제 폐하의 실패이고 황태자 전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입니다.”
“…….”
“그분은 내가 이런 위치에 있어도 기대를 깨도 된다고 말씀하신 걸까요?”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부담이 과하네.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놈은 한번 입이 터졌는지 천천히 중얼거렸다.
“아까, 왜 안 가냐고 하셨죠.”
“예.”
“못 가요. 저를 보면 다들 뒤돌아서 성적 얘기를 꺼내니까요. 황가의 이름에 맞지 않은 성적이니 당연하죠.”
그런 수군거림이야 잠깐이다.
오히려 이렇게 틀어박혀 있을 때 말이 더 많이 나온다.
‘현실을 알려 줘야 하나.’
“기대를 깨도 된다 해도 사실 저 스스로 괜찮지 않습니다.”
“왜요?”
“그 기대가 향하는 지점이 제가 바라는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이대로 낮은 성적을 받는다면, 저는 제가 평생 존경해 온 분의 곁에 설 수 없습니다.”
황태자를 말하는 거겠지.
황태자가 제 동생을 얼마나 잘 구워삶았는지 잘 보인다.
소설에서 황태자는 분야별로는 동생인 아델베르트 호엔촐레른보다 무능하나 판을 짤 줄 아는, 그러니까 상황을 거시적으로 볼 줄 아는 인물이었다.
마력만 따지자면 충분히 아델베르트는 첫째를 꺾고 황태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첫째는 아델베르트의 강한 충성심을 이용해 그를 미래의 황제에서 자신의 호위기사로 바꿔 길러냈다. 소설에서도 그는 아델베르트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워 엘리아스를 공격했지.
‘…전개를.’
이참에 한 번 제대로 바꿔 볼까.
당연히 처음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놈이 니콜라우스에게 호의를 보일 때부터 스쳐 가듯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황태자에 대한 놈의 충성심이 보통이 아니니 고려하지 않았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미소지었다. 긴장되어서는 아니었다.
보통 노다지가 아니라는 게 확 와닿았기 때문이다.
‘1차 시험을 통과시키고 호감도를 올릴 간단한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깊게 생각해 보니 황태자가 옭아맨 그물을 자를 기회가 되기도 할 것 같은데.’
놈에게는 황태자가 술에 약을 탔다는 걸 알리지 않았다. 소설에서 읽었던 대로라면 놈은 정신 승리를 거듭해 ‘전하께서 다 생각이 있으셔서 그러셨겠지’, ‘전하께서는 나를 그 계획의 적임자라고 생각하셨다’ 따위로 생각할 놈이다.
그런 단편적인 충격은 아델베르트가 황태자의 수족이 되어 엘리아스를 공격하는 미래를 완전히 제거해 줄 수 없다.
그 대신, 놈을 독립적인 사람으로 키워 낸다면 말이 달라지겠지.
“기대를 깨라는 말은 다른 게 아니라 당신의 가치를 남의 인정에 맡기지 말라는 말입니다.”
“…….”
“전하께서는 황가의 무게를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손에 쥐여 주는 이 중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놈은 지금 인생에서 나름대로 긴 터널을 지나고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놈이 황태자에게 벗어나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번 일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호칭이 바뀌자 놈이 당황한 듯 나를 쳐다봤다.
“지도자라뇨. 저는….”
“그 표현이 싫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를 이끌어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겠지요. 존경하는 분과 진정으로 함께 걷고 싶다면 당장의 기대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부터 갈고닦으시지요.”
내 말이 편지 발신인의 말처럼 들렸는지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데, 그, 맨 처음 한 말은 추측이죠?”
“추측이고 자시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는 그분이 그렇게 조언하신 걸로 들리는데요.”
“…….”
나는 다시 어깨의 힘을 풀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내 말투가 다시 심드렁하게 돌아가자 놈이 엘리아스를 보는 눈으로 나를 잠시 쳐다봤다.
이내 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초점 없는 시선을 대본집 위에 배회시켰다.
이미 3+는 일어난 일이다.
컨디션을 일정히 유지하는 것도 실력이라지만, 어쩌겠는가?
좌절해도 이미 1-1차에서의 성적은 3+로 굳혀졌다.
이대로 다음 시험에서 탈락하는 것과 심기일전하고 성적을 회복시키는 것 중 이득인 쪽은 누가 보나 후자다.
그러니 내가 놈이었다면 이럴 시간에 다음 시험에서 1+를 받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계속 위로 오르기만 하다 난생처음 추락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었다.
‘단계에 맞지 않는 조언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턱을 괴고 놈의 표정을 구경하고 있을 때, 놈이 고개를 푹 숙이고 코를 훌쩍였다.
“큽….”
“?!”
왜?
어떤 방향으로든 딱히 자극받을 말이 없었는데.
“아니죠?”
“…예, 아닙니다….”
아닌 건 아닌 듯하나, 다행히 놈은 금방 표정을 정리하고 멀쩡히 고개를 들었다.
충격 탓에 감성적으로 변하긴 했나 보다.
나는 내가 가지고 다니던 성수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정화라도 시켜야지. 이러다 폭주하는 건 한순간이다.
잠깐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좀 더 온화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고민이 든 순간, 눈앞에 새하얀 글자가 나타났다.
띠링—!
호감도 +5
‘…음.’
왜…?
물론 호감도 높이려고 들어온 건 맞는데, 진심으로 놀랍다.
전개를 바꾸려는 생각을 한 뒤부터 호감도는 무슨, 그냥 훈계만 했다는 걸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나는 슬쩍 떠 보려 물었다.
“아까 내가 한 말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좀 나쁘기도 한 것 같습니다.”
“…….”
이거 웃기는 놈 아냐…. 쓸데없이 솔직하네.
그냥 말문 터져서 기분이 나아진 건가 싶기도 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일은 동아리 나오세요. 그쪽 때문에 배역 확정 못 하고 있으니까요.”
“예, 그러겠습니다.”
놈이 대충 소매로 얼굴을 쓸고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분명 본인 얘기를 길게 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말하니 양심에 찔린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좀 더 사람 꼴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가방을 대충 들쳐메고 뒤돌아 놈의 상태창을 열었다.
2단계: 선배
심플하네.
이 정도면 마음에 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을 껐다.
* * *
그렇게, 금요일.
바이에른과 학교를 바쁘게 오가다 보니 금세 1-2차 시험 날이 되었다.
[1등] 9.9: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엘리아스 호엔촐레른
[2등] 9.7: 나르케 파르네세-힐데가르트 블롬베르크
[3등] 8.5: 울리케 클라이스트-아우구스테 로젠하임
[4등] 8.3: 멜빈 클로크너-요제핀 루온
나는 시험장 한쪽에 대문짝만하게 적힌 등수표를 바라봤다.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1학년이 시험장을 기웃대다 저들끼리 중얼거렸다.
“이번엔 등수 나오나 보네.”
당연하다.
처음으로 탈락자가 생기는 시험이니까.
2학년 72명 중 24명, 즉 36팀 중 12팀이 탈락한다.
36팀 중 벌써 32팀이 시험을 마무리했기에, 이 명단은 사실상 1차 합격자 명단이나 다름없었다.
탈락권인 25등부터는 빨간색 글씨로 처리되어 있었다.
‘레오랑 엘리아스랑 나르케는 2차 진출 확정이네.’
이제 넷 중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다.
언제 왔는지 체링겐이 옆에 와서 등수표를 구경했다.
“우리 목표는 안전하게 10등 안쪽으로 잡으면 되겠지.”
10등?
그 말에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말하는 체링겐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놈도 1팀을 노리고 있을 텐데, 표정을 보니 1차 시험까지는 큰 부담이 없는 듯했다.
그때, 멀리서 우리 팀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2학년 33팀, 루카스 아스카니엔-율리아 체링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