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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39화 (139/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39)

“가자.”

체링겐이 손짓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1학년 시험은 저녁에 이뤄지기에 아직 한참 남았지만, 이곳에 기웃대는 1학년을 보니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체링겐이 말했다.

“최근에 계속 뭘 신경 쓰는 것 같은데.”

“음, 그래. 훈련에 지장이 갔어?”

“아니, 전혀. 별다른 뜻은 아니었어.”

그가 웃으며 다시 시험장 쪽으로 고갯짓했다.

다른 때라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

‘오늘 시험에 붙어야 2차로 넘어가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합격은 하게 만들어야지.

물론 깊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오늘 보고 왔던 대로면, 아델베르트는 절대 1차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 * *

‘아… 이런 거였냐.’

그날 새벽, 나는 턱을 괴고 책상 너머의 아델베르트를 응시했다.

호감도가 급증한 것, 눈물을 짜기 시작한 것 등등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지만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잘 뜨이지도 않는 눈을 하고 느릿느릿하게 중얼거렸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친구들 모두 평소 실력대로 받았는데 말이에요….”

‘말 상대 삼을 사람 생겼다고 판단했군.’

혹시나 해서 바이에른에 들렀다가 돌아와서 한 번 더 찾아갔더니, 놈은 순순히 문을 열어 줬다.

내가 한 말은 놈의 귀에서 많이 튕겨 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대신 고민을 털 사람이 생겼다고 판단해 마음이 풀린 듯하다.

지금까지 아무도 놈과 대화하려 하지 않았던 건가 싶은데….

‘뭐, 이놈이 안 받아들였겠지.’

놈은 자기 욕구를 모르는 상태로 죄다 내쫓았을 것이다. 대본 해석을 핑계 삼아 한 시간 반을 눌러앉은 보람이 있다.

생각보다 순조롭다.

곁을 내주게 만들려면 이다음엔 어째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까칠한 인상과 달리 사람을 잘 믿는 편인가.

‘어려서 그런 건지, 성향이 그런 건지.’

아마 전자일 텐데, 수백의 마법사를 이끌고 엘리아스를 죽이려 들던 악역의 어린 시절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정반대로 길러 내면 재미있겠네.

나는 파이에게 줄 생각이었던 정화된 사탕을 던졌다.

“먹을래요?”

“…….”

놈은 군말 없이 먹으면서 침묵했다.

조금 졸린 것만 빼면, 함께 있어 줄 만했다.

다음 날도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델베르트와 함께 보냈다.

수업이 끝나면 엘리아스가 통화 요청을 보냈지만, 엘리아스와는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으니 전부 거절했다.

‘아델베르트랑 있다고 하면 깽판 놓을 게 뻔하기도 하고.’

엘리아스와 나 잘되자고 하는 일인데 깽판 치면 안 된다.

웬일인지 레오에게도 안 오던 연락이 왔는데, 나는 지금 바이에른에서도 모든 회의에 불참하고 서면 보고만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 놈의 연락을 받을 힘은 없었다. 어차피 오전에 교실에서 만나니 굳이 통화할 필요는 없지.

별다른 일 없이 이틀이 지나, 시험 당일 오전이 되었다.

나는 시험 당일인 만큼 아침부터 놈과 짧게 대련했다.

며칠 전에 비해 훨씬 혈색이 도는 아델베르트가 차분히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시험 전에 한 번 같이 훈련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래요.”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놈은 아직 내가 플레로마라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은 듯하고, 내 마법 실력에도 살짝 의문을 품고 있는 듯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런 의문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혼자 열심히 나불대더니 알아서 회복했네요.”

“…선배님께서 자주 끌고 나와 주셨으니까요.”

놈은 머쓱한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건 그랬다. 나는 놈이 제 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붙들고 훈련장에 밀어 넣었다.

‘합격해야 할 거 아니냐.’

키워서 써먹으려 해도 어디서 한자리는 해야 효율적으로 써먹지.

징징대더라도 훈련하면서 징징대라.

다행히 오늘의 아델베르트라면, 이번 1차는 문제없이 순조롭게 합격할 것이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 2학년 시험 시각인 지금이 되었다.

각자의 대기 순서가 끝나면 교실로 돌아가도 되는데, 2분반은 물론이고 1분반 학생들까지 모두 자리를 뜨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우리 팀 때문이라는 걸 나는 이제 깨달았다.

우리 팀이 불리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잔뜩 떠들던 학생들의 말소리가 완전히 걷혔기 때문이다.

“루카스.”

시험장 앞에 선 체링겐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뭘 해 달라는지는 뻔했다.

놈은 나와 훈련하는 지난 사흘간 계속해서 하이파이브 비슷한 것을 시도했다.

‘뭐, 못 해 줄 건 없지.’

시험 전이니까 의지도 다질 겸, 나는 놈의 손을 가볍게 쳤다.

체링겐과는 놀라울 만큼 잘 맞았다.

놈은 레오처럼 실력이 좋았고, 그런 만큼 확실히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든 놈은 나의 호흡에 맞춰 움직였다.

시험장에 들어서자, 그가 입을 열었다.

“아까 점수표 봤지. 평균값은 5.2점, 시간은 다들 5분에서 10분 사이로 걸렸어.”

1-1차와 달리 처참한 점수다.

보통 8분쯤에서 시험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학년 중에서 9점대를 받은 팀이 두 팀밖에 없었어.”

“그래.”

희생자는 총 9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1-1차 시험에서는 마지막 급인 9급으로 테스트했지만, 이번에는 6급으로 테스트한다.

갑자기 수준이 세 계단 올라간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팀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3학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손에 딱 달라붙는 장갑을 낀 체링겐이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우리도 한번 해 볼까?”

나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해 볼까’가 아니겠지.

레오와 함께 늘 1등 자리를 차지했던 그에게는 무조건 ‘된다’는 선택지밖에 없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체링겐이 정면을 응시하며 안내음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나는 지급받은 연습복의 목 부분을 매만져 살에서 떼어냈다. 교복과 달리 피부에 달라붙어 있어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시험 시작 30초 전입니다.]

연습했던 대로 체링겐과 거리를 두고 서서, 홀스터에서 완드를 꺼내 돌렸다. 새빨간 마력이 흑단 완드를 따라 휘감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체링겐이 말했다.

“네 마력은 언제 봐도 불처럼 보이네.”

“색 때문에 그렇지, 뭐.”

“하하, 그래. 눈이 분홍색이라는 것도 새삼 신기하다.”

나는 픽 웃어넘겼다.

저 말은 최근 들어 엘리아스가 날 볼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엘리아스가 쩌렁쩌렁 외치고 다닌 탓에 이전과 달리 학생들이 눈을 힐끔대는 게 느껴졌는데, 이제 보니 체링겐도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

“머리색도 똑같이 분홍색이었으면 어땠을지 궁금한데.”

“그게 될 리가 있나.”

그렇게 대답했지만 사실 말이 안 되는 건 눈 색도 마찬가지지.

사람 눈 색이 분홍색일 수는 없다.

분명 날 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알림음이 생각을 잘랐다.

[…3, 2, 1. 시험 시작합니다.]

시험장의 공기가 어두워지고 저 멀리 덩어리가 생겨났다.

1급부터 3급은 지나치게 강력해서, 지능이 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셋을 묶어 표현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대신 4급부터 6급, 7급부터 9급에는 나름의 경향성이 있었다.

7급부터 9급은 단순 물량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나, 4급부터 6급은 말이 달라진다. 이쪽은 아랫급보다 훨씬 계산적으로 공격하고 방어한다.

바로 지금처럼.

콰앙―!

시작 알림음이 들리자마자, 공중에 떠 꿈틀대던 핵이 바닥에 비트리올을 쏟아 사방으로 밀어냈다.

‘눈이 없는 만큼 비트리올로 적의 위치를 가늠하려는 생각이겠지.’

놈은 우리가 공격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실제 희생자도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에, 저런 식으로 움직인다.

‘그럼 그렇게 가 주는 수밖에.’

나는 마력을 펼칠 모양을 머릿속에서 그린 뒤 스태프로 바닥을 내리쳤다.

파도처럼 닥치던 비트리올에 마력이 닿은 순간, 비트리올이 자석처럼 이끌려 하나의 기둥으로 뭉쳤다.

콰아아아―

비트리올이 솟구쳐 이리저리 굽이치며 나를 찾아 닥치기 시작했다. 내가 공격을 펼친 사이 체링겐은 반대쪽으로 뛰어, 핵 저편에 서 있었다.

‘그대로 받아야 한다.’

공격하는 것보다는 받아 주는 게 전략 면에서 낫다.

내가 공격하면 놈은 훨씬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맞공격을 날릴 테니까.

그렇게 되어도 문제는 아니지만 번거로운 방법임은 확실하다.

콰앙―!

나는 다리에 마력을 실어 땅을 구르고, 스태프를 돌려 양손으로 붙잡았다.

가로로 막은 스태프를 중심으로 연분홍빛 막이 펼쳐졌다.

마력이 닥친 곳을 찾듯 굽이치던 비트리올이 코앞까지 닥쳤다. 눈을 감았다 뜬 찰나에 시야가 검게 변했다.

콰과과광! 드드득― 드득―

퍽―

비트리올이 장막에 막혀 흘러내렸다.

내게 주의가 간 틈을 타 체링겐이 핵을 공격해, 둔탁한 타격음이 났다.

타격은 잠깐이다.

그냥 공격을 날리면 희생자는 비트리올로 공격을 흡수하거나, 금세 그 부위를 수복한다.

‘진짜는 지금부터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처리는 빠를수록 좋다.

핵의 뒤편에 체링겐의 장막이 펼쳐졌다. 황금색 빛이 번쩍 일었다.

전부 연습했던 대로다. 완드를 앞으로 뻗자 호선을 그리며 붉은 마력이 솟구쳐 날아갔다.

[내가 밤에 이상을 보았는데 하늘의 네 바람이 큰 바다로 몰려 불더니.]

쌔액―

말이 끝나자마자 공격이 네 줄기로 번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닥치는 마력을 뒤늦게 감지한 핵이 퇴로를 찾아 뒤로 거세게 물러나려 꿈틀댔지만, 이미 늦었다.

입매가 비틀려 올라갔다.

콰과광! 쾅!

퍼억―

핵을 이루던 비트리올이 뒤편의 장막에 튀어 붙었다.

“이거 완전히 곤죽이 됐군.”

저 멀리서 체링겐의 무게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통은 허공에 흩어졌다가도 자석처럼 이끌려 합쳐질 테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할 수밖에.

살을 수복하지 못하게 양쪽에서 눌러 펼쳤다.

이제, 계속해서 비트리올을 솟아내는 그 부위를 죽여야 한다.

나는 주문을 속삭이며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네가 저희로 돌아서게 함이며.]

콰아앙―!

내리친 순간, 바닥에서부터 스태프 꼭대기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스태프를 양손으로 잡고 크게 돌리자 불꽃이 행로를 따라 튀며 마력이 거세게 일었다. 나는 스태프 끝을 비트리올의 중심에 겨냥했다.

문제는, 온통 까매서 코어 역할을 하는 그 부위가 어딘지 모른다는 건데….

[그 얼굴을 향하여 활시위를 당기리로다.]

연습했던 대로 믿어 보는 수밖에.

보정을 위해 마법식을 왼 순간, 뜨겁지 않은 불길이 손과 스태프에서 걷혀 핵의 중심부로 날아갔다.

콰직― 쾅!

묽은 진흙 덩이가 퍼지는 소리가 나며, 비트리올을 관통해 붙박인 체링겐의 장막에 내 마력이 닿았다.

체링겐의 손짓에 허공이 깨끗이 걷히더니 그가 완드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콰앙!

레오의 부드러운 장막과 달리 날카로운 황금빛 마력이 철창처럼 내리꽂혔다. 마력이 비트리올 잔해와 오염된 공기를 장막 안쪽에 가두었다.

체링겐이 장막을 좁혀 비트리올을 압착했다. 그와 동시에, 시험을 종료하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삑―

[1분 33초.]

“음, 기록 세웠군.”

내 곁으로 여유 있게 걸어온 체링겐이 다시 한번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얘 진짜 이거 좋아하네.’

즐거울 만도 하지.

2학년, 아니, 3학년까지 합해도 최단 시간이다.

나는 가볍게 놈의 손을 치고 점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체링겐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물었다.

“몇 점 예상해?”

“글쎄다. 넌?”

체링겐이 대답하지 않고 느릿하게 턱을 쓸며 웃었다.

[9.8점. 수고하셨습니다.]

체링겐과 눈이 마주쳤다.

이내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만족스럽게 빛났다.

9.8점.

이걸로 9점 이상을 받은 팀은 셋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9.7점이었던 2등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 * *

최고의 전략이었다.

루카스 아스카니엔과 함께 한 선택 말이다.

체링겐이 등수표의 글씨를 보며 생각했다.

2분반의 실기 1등과 이전 1분반의 실기 1등이 한 팀이 된 이상, 1등 자리는 버렸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뿐 아니라 전교생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레오나르드의 부족한 마력량을 엘리아스가 채우고, 엘리아스의 부족한 기술력을 레오나르드가 채운다.

만약 둘이 각각 다른 파트너와 함께했다면 완전히 말이 달라졌겠지만, 둘이 함께하는 이상 1등을 노리는 건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희소한 가치를 노리는 게 좋겠지.’

마침 36팀 중 9점 이상을 받은 팀이 고작 두 팀밖에 되지 않았다.

9.7점이었던 2등과 달리 3등은 8.5점으로,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실력차가 상당히 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레오나르드와 엘리아스의 바로 뒤까지 추격했다.

단순히 등수뿐 아니라 점수까지도 말이다.

‘2차도 같은 팀이면 좋겠는데.’

중계를 본 모두가 같은 생각이겠지.

2차부터는 정식 팀과 같이 6명이 한 팀이 되어, 4급짜리 폭주자를 처리한다.

폭주자 급수뿐 아니라 제대로 된 팀 활동이라는 점에서 난도가 훨씬 올라갈 것이다.

뭐, 지금 바라 봐야 의미는 없다. 2차부터는 우리가 팀을 정할 수 없으니까.

어차피 오늘 밤에 명단이 발표될 테니, 운이 따라 주길 바라야 하겠다.

“루카스. 이제 나가자.”

체링겐이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바깥으로 고갯짓했다.

* * *

들어갈 때처럼, 밖에서는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자유분방하게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은 체육관 저편에 큼지막하게 걸린 등수표를 보고 있었다.

엘리아스와 레오의 시선이 닿았다.

엘리아스가 나와 체링겐을 번갈아 보며 휘파람을 휙 불었다.

레오는 학기 초에 주문한 대로 정말 놀랍게도 싸늘한 표정을 잘 지어냈다.

이쯤 되면 남들이 오해할 게 분명하다. ‘하루 이틀 배운 새끼가 2등?’ 따위로 말이다.

실상은 경쟁 관계가 전혀 아닌데 말이다.

체링겐이 장갑을 벗어 클러치에 넣으며 내게 말했다.

“2차 팀 발표가 밤 10시에 있지. 이번에도 너랑 같은 팀이 됐으면 좋겠어.”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놈도 만족한 모양이다.

만족하지 않을 수가 있나.

완벽하게 윈윈했는데.

체링겐이 일말의 주저 없이 웃으며 물었다.

“그리고, 팀 시험과 별개로 앞으로 개인 훈련은 어떻게 할 거야? 난 지난 이틀 즐거웠는데. 앞으로도 나랑 같이 훈련할래?”

‘흠.’

사실 체링겐의 움직임도 배울 만하다.

레오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여러 사람의 방식을 익혀야 하는 내게는 좋은 기회다. 또 내게 잘 맞춰 주는 점도 만족스럽고.

하지만 레오에게 뒤지게 얻어맞고 나면 또 훈련할 힘이 없을 것 같다.

좋게 좋게 거절해야지.

“나도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루카스.”

레오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애써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던 학생들의 시선이 레오와 내 쪽으로 향했다.

“잠깐 나와.”

“왜?”

“…….”

반쯤 몸을 돌렸던 레오가 미간을 좁힌 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엘리아스마저 웃는 얼굴 그대로 굳은 채 나와 레오를 번갈아 바라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체링겐에게 눈짓하고 밖으로 나갔다.

체육관 밖으로 나가자마자, 안에서 학생들이 흥분한 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야야야!”

“야, 쟤네 말려야 하는 거 아냐?”

“으하하하학!”

엘리아스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레오가 내 팔을 붙잡고 어딘가로 워프했다.

레오의 훈련장이었다.

그보다….

“…….”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한스 같은 놈이 또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지금 다들 네가 나한테 싸움 건 걸로 알고 있는데, 레오.”

아무래도 레오의 평소 행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레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얼굴을 쓸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맞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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