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40)
맞아? 싸우자고?
“지금?”
“그래.”
나는 어이가 없어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생각해 보자.’
첫째로, 내가 진짜 2등이 될 줄 몰라서 열받았다. 그러니까 진짜로 ‘네 달 배운 놈이 내 뒤를 쫓아와?’ 따위의 생각 말이다.
‘장난하나.’
본인이 그렇게 되게끔 가르쳐 놓고 뭔 소리냐? 이건 가능성 축에도 못 낀다.
둘째로, 중계를 보는데 허점이 많이 보여서 실망했다. 당장 뜯어고치려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싸움판 벌이듯이 살벌하게 불러서 데리고 나갈 이유가?
셋째로, 그냥 심심해서.
넷째로….
‘모르겠는데.’
일단 둘째가 가장 유력하다는 건 알겠다.
“네가 가르쳐 준 대로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움직인 게 있었어? 있었다고 해도 이따가 바이에른에 가서 하면 되지.”
“…….”
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러 생각이 섞여 복잡한 얼굴이라 표정을 읽을 수도 없었다.
한참 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율리아랑 훈련은 잘됐어?”
“잘됐지.”
“어땠는데? 정확히 말해 봐.”
“확실히 실력 좋더라. 배울 만한 움직임이었어.”
“정확히.”
나는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뭘 더 정확히 말해? 이미 레오도 체링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것이다.
놈들은 경쟁자이기 전에 3교육원부터 오랜 시간 함께 지내 온 친구이니, 모를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든 좋은 결과를 내도록 보완해 주던데. 다른 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부담 없었다. 됐지?”
“그러니까, 잘 맞춰 준다?”
“그런 셈이지. 친절하기도 하고.”
확실히 아깝다. 체링겐과 함께 훈련할 기회를 놓치는 것 말이다.
‘주말 오전에라도 같이 하자고 해야겠다.’
생각에 잠겨 있자, 레오가 한참 뒤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할게.”
“뭐?”
“나도 그렇게 해 주겠다고.”
‘…음?’
잠깐.
맥락 없이 불쑥 내뱉은 말임에도, 나는 불현듯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을 하나 떠올렸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더 물을 여유는 없었다.
곧바로 엘리아스가 땅을 손으로 짚은 채로 워프해 왔기 때문이다.
“으하하하하하!”
“얜 뭐야?”
엘리아스가 계속 낄낄대다 레오의 다리를 주먹으로 퍽 쳤다.
“아이고 우리 열일곱 살이 이런 짓을~ 아, 진짜 내가 뭘 본 거냐.”
“반년 차이로 계속 나이 들먹일 거야?”
엘리아스가 그 말을 들은 체도 않고 웃기만 하다, 고개를 번쩍 들고 말했다.
“야, 지금 애들 너네 싸우는 줄 알고 있다. 1분반 애들도 난리 났더라.”
“그럼 좀 말리지 그래.”
내 말에 엘리아스가 눈을 희번득 떴다.
“이 재밌는 구경을 누가 말려? 누가 이길지 완전 궁금해하고 있는데.”
“…그래… 그럴 만도 하지. 레오, 이렇게 될 걸 알면서 불러낸 이유가 뭐고, 싸우자고 한 이유가 정확히 뭐야.”
짐작은 가는데 직접 듣는 게 낫겠다.
이런 건 짐작해 봐야 더 큰 오해만 생길 뿐이고, 무엇보다 엘리아스 탓에 정신이 없다.
“진짜 싸우자고 했어? 내가 처음부터 말해 줄게. 쟤 분명히 말 다 잘라먹는다.”
엘리아스의 말에, 레오가 손가락을 튕겨 차음 마법을 반대로 씌웠다. 엘리아스가 황당한 얼굴로 공기를 퍽퍽 두드렸다.
레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됐어. 거기까지는 필요 없어.”
콰앙―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 붙어 있던 엘리아스가 레오의 다리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엘리아스가 한 손으로 레오의 입을 틀어막고 마력으로 팔을 짓눌렀다.
“아, 이제 차음 깨졌다. 아니, 최근에 루카 네가 우리 연락 다 씹었잖아. 갑자기 한스 병문안이나 가고!”
“갑자기가 아니라 내가 입원시켰는데 가 봐야 하지 않겠냐….”
나는 엘리아스의 팔을 치우려는 레오를 구경하며 말했다.
레오가 이걸 바로 못 빠져나오네.
엘리아스와 대련해 본 적이 없어 그의 실력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확 와닿는다.
엘리아스가 슬슬 레오의 공격을 감당하기 힘든지, 랩 하듯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내가 레오 때문에 연락 안 받는 거 아니냐고 그랬거든.”
“내가 레오 때문에 연락을 안 받았다고?”
“왜, 그날….”
콰앙―!
레오가 붙잡힌 팔 대신 발을 굴렀다. 연하늘색 마력이 엘리아스에게 날아들었다. 동시에, 어디선가 나무줄기가 닥쳐와 엘리아스의 팔을 휘감고 저 멀리로 날렸다.
‘오.’
오랜만에 본다.
식물의 생명력을 자유롭게 증폭시키거나 환수할 수 있는, 레오의 고유능력이다.
전에 키메라 이리를 잡을 때 마지막으로 보고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다.
레오는 소설에서나 여기서나 고유능력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본연의 힘을 키우는 것을 선호했다.
쾅!
엘리아스가 바닥에 처박히기 전 마력을 이용해 착지했다. 물론 던져진 것에 놀랐는지 입을 틀어막은 채였다.
레오가 얼굴에 남은 엘리아스의 마력을 떨쳐 내고 질린 듯 중얼거렸다.
“3교육원 졸업한 지가 언젠데 이런 식으로 굴어? 지성인 좋아하네.”
“내가 말하는 게 낫지 않나? 너 또 제대로 할 말 못 하고 후회할 일만 만들 거면서. 지금도 싸우자고나 하고 이게 뭐냐.”
“…….”
레오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눌렀다.
그보다, 내가 방금 이 모든 일의 원흉을 포착한 것 같은데?
“엘리, 내가 레오 때문에 연락을 안 받았다는 말은 뭐야.”
“네가 한스한테 한 거 평소에 레오가 너한테 하던 거잖아. 오히려 한스가 당한 정도는 약과지. 지금까지는 비교할 게 없어서 넘어갔어도 이제부터는 왠지 억울할 것 같더라고?”
사실이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알지.
엘리아스가 착잡한 얼굴로 시선을 돌린 레오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내가 평소에 너희 훈련하는 거 볼 때 진짜 당황스러웠거든. 근데 루카 너는 그게 기본인 줄 알고 있었을 거 아냐~”
“그래서.”
“그래서 루카 네가 레오 대련 방식 때문에 빡쳤다고 장난쳤는데 이렇게 됐어.”
“…….”
나는 미소지으며 엘리아스를 바라봤다.
엘리아스도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뭘 웃고 있어?! 원인이 너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레오가 이렇게 갑자기 튀어 나갈 줄 몰랐어. 평소에는 이러면 그냥 무시했는데!”
그건 그렇지.
놈들 사이에서는 할 수 있는 장난이고, 또 레오는 엘리아스가 어떤 헛소리를 하건 모든 말을 한 귀로 흘린다.
이번에는 레오도 찔리는 게 있어서 그랬나 보다.
엘리아스가 차음 마법을 치고 귓속말했다.
“그리고 이거 나르케랑 같이 추측한 건데, 틀렸어? 훈련할 때 적당히 패라고 말 꺼낸 거였는데.”
엘리아스가 보기에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뭐, 패려는 목적이 아닌 걸 잘 알고 있고, 그 덕에 4개월 만에 15년을 따라잡았으니 지금은 별생각 없다.
딱 주먹이 울어서 전화를 끊었던 그날에 나르케와 대화해서 오해가 생긴 모양이다.
레오가 차음 마법을 깨려 하자, 엘리아스가 먼저 마법을 없애고 깐족거렸다.
“마침 루카가 레오만큼 실력 좋고 레오보다 친절한 친구랑 훈련하니까, 안 그래도 최근에 한스랑 대련하면서 실상을 알아 버렸는데 앞으로 나랑 대련 안 해 주면 어쩌나….”
“적당히 해. 그렇게 유치한 생각까지는 안 했어.”
레오가 을러댔다.
“…싶었겠지. 어쨌든 앞으로 율리아랑 대련할까 봐 다짜고짜 끌고 나온 거 아냐? 타이밍 기가 막히던데~”
“…….”
“뭐든지 바로바로 대화로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어?”
엘리아스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뼈가 느껴졌다.
그는 레오가 루카의 마력을 보고 마법의학을 포기하고 전투 계열로 빠진 것까지는 몰라도, 늘 차분한 레오가 함부로 누군가를 증오하고 그걸 티 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레오가 루카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있으며, 레오가 자신의 지향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것쯤은 엘리아스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온 게 분명하다.
‘뭐, 이번에는 딱히 감정의 골이 깊어질 상황은 아니었는데.’
애초에 엘리아스가 오기 전, 레오가 ‘나도 율리아처럼 해 주겠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1학년 때의 어린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표현이 꽤 명확했다.
엘리아스가 이제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열심히 레오 쪽으로 눈을 굴려 신호를 주었다.
‘음.’
내 입으로 내 의사를 직접 말하라는 뜻이겠지.
이제 보니 엘리아스가 레오를 엎어뜨리면서까지 이야기를 떠벌린 건 레오를 위한 일이겠다.
레오가 진짜 중요한 부분을 패스했으니까.
레오는 대화하는 대신 혼자 내 생각을 멋대로 단정 짓고 내가 체링겐을 택할 것이라 확정했다.
그러고는 체링겐의 방식대로 대련해 주겠다고 다짜고짜 내뱉었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싸우자, 그러니까 대련하자고 한 건 ‘나도 체링겐처럼 해 줄 수 있다’는 걸 당장 증명해 보이려는 시도인가 싶기도 하다.
아니, ‘싶은’ 게 아니라 맞는 걸로 보인다.
‘…….’
아까 그렇게 유치한 생각까지는 안 했다며….
물론 안 싸우게 되어서 다행이기는 하다. 놈이 진짜로 나와 싸우려 들었으면 나는 이미 대련 중 저세상에 갔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사실대로 말할게. 한스랑 대련하고 나니 잠깐 어이가 없어졌던 건 맞아.”
“…!”
순간 레오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만나면 한 대 치고 싶을까 봐 연락 안 받은 건 말도 안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반응이 재밌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잠깐이었어. 뭐가 됐든 내가 4개월 만에 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네 덕분이야.”
“…….”
“너도 솔직히 네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맞아?”
“그래.”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서 그의 신념이 느껴졌다.
“네가 선택한 방식은 효과 하나는 확실했어. 널 한 대라도 더 치려고 필사적으로 임할 수 있었으니까. 율리아의 방식대로 해 주겠다고 했지? 아니. 넌 그럴 필요 없어.”
“그럴 필요 없다니.”
중간에 엘리아스가 레오를 보며 낄낄댔지만, 레오는 개의치 않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 이왕 말할 거 좀 더 확실히 말해 줘야지.
나는 그의 하늘색 눈동자를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난 대련 파트너를 바꿀 생각이 없고, 네 교육 방식을 바꾸라고 할 생각도 없어.”
“…….”
“이제 됐지?”
레오가 말없이 있다가, 한참 뒤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네.”
“…….”
그 웃음에서 얼핏 서늘함이 느껴졌다. 분명히 웃고 있는데 묘하게 위기감이 느껴진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인데.’
왜지.
하필 왜 지금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그 대답에서 레오의 광적인 마력 선호도가 체감되어서 그런 듯했다.
사실 레오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체링겐도 내 마력을 관심 있게 뜯어봤다.
레오뿐 아니라 마법에 진지하게 임하는 놈들은 평범치 않게 튀는 마력에 흥미가 있는 듯하다.
이런 놈들이 마법만 수십 년 연구해서 교수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체 어떻게 대학원에 안 갔냐.’
“야, 얼마나 시원하냐~ 어? 혼자 땅 파지 말고 대화나 하라고~”
엘리아스가 시원하게 웃었다.
레오가 엘리아스를 보며 많은 감정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넘어뜨리는 건 뭐 하는 짓이지? 그리고 너 오기 전에 잘 대화하고 있었다고.”
“으으음~”
엘리아스가 고개를 저어 딴청을 피웠다.
그래도 엘리아스가 없었으면 놈은 절대 말 못 한다고 내뺐을 것이다.
대충 상황도 끝난 것 같으니, 돌아가야겠다.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거지?”
“왜 가려고? 시험 끝나면 자율이라 안 가도 돼.”
“율리아한테 대답은 해 줘야 할 거 아냐. 너 때문에 대답도 못 하고 나왔다.”
그 말에 레오가 심드렁해진 눈으로 대답했다.
“내가 내일 전해 줄게. 됐지?”
“하하하하하!”
“…….”
레오의 서늘한 물음에 헛웃음이 났다.
전하긴 뭘 전해. 주말에 같이할 생각인데.
한 명과 훈련하라는 법은 없지. 체링겐과도 할 것이다.
‘둘 다 흡수하면 이득이지.’
마침 체링겐과도 꽤 친해졌으니, 대련하면서 더 친밀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이따 직접 체링겐을 불러 답할 생각을 하던 중,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루카스. 사실 겸사겸사 이야기할 게 있어서 불렀어.”
“겸사겸사~?”
엘리아스가 대놓고 비웃었다.
이해하지만 나는 일단 물었다.
“뭔데.”
“바이에른에 가야 해. 어젯밤에 연락받은 건데, 처음으로 치료가 안 되는 희생자들이 생겼어.”
치료가 안 돼?
순간 얼굴이 굳었다.
제압해서 병원에 데려가도 죽는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몸 안에 든 비트리올 덩어리를 공격한 뒤 치료하면 본래의 상태를 되찾았다.
금세 진지해진 엘리아스가 말했다.
“엠바고 걸어서 오늘 자 신문에서는 못 읽었을 거야. 다른 상황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 정보를 알린다고 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감정이 연관되지만 않았어도 보도하는 게 맞지만, 이 사태에는 그럴 수 없다.
불안을 증폭해서 희생률을 높일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나한테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지?”
“내가 저녁 전에 직접 전하겠다고 컷했어. 어차피 일찍 알아봐야 시험 째고 올 수도 없으니까.”
레오가 답했다.
“음, 그래. 사망자는 몇이야?”
“지금까지 셋.”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워프했다.
왕실에서 마련해 준 긴급 워프 좌표가 있어 이제는 국경의 검문소에 들러 워프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신력으로 머리 색과 눈 색을 바꾸었다.
‘한 2시간은 텀이 있군.’
아델베르트와 훈련하기로 했으니, 그 약속은 지켜야 한다.
“지금까지 누가 대리했어?”
“질병치료과장.”
레오가 내 책상에 놓인 파일을 건넸다.
대리자가 내린 지시 사항과 오늘 오전까지의 조사 현황이 적혀 있었다.
‘다 좋은데….’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희생자 개인의 기질 문제인지, 아니면 플레로마에서 물과 땅에 푸는 약을 바꿨는지 알아야 한다.
“병원 말고 현장에도 맡겨야겠네.”
“그래.”
전자면 몰라도, 후자라면….
‘부적격자는 모조리 죽일 생각이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신고 들어오는 지역에 직접 나가 봐야겠다.”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 로브를 벗고 완드를 챙겼다.
* * *
‘아, 젠장….’
시험 시작 1시간 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아델베르트가 도로 앉으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계속해서 눈이 감긴다.
잠을 자야 할 시간이 아니고, 시험이 있어서 잠도 충분히 잤다.
사실 못 잤는데 선배님이 목덜미를 후려친 뒤부터 잠에 들었다가 개운하게 일어났다.
엘리아스 친구라더니 역시나 방식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충분히 잤으니 피로할 이유가 없단 말이다.
‘그런데….’
콰앙―!
의자를 넘어뜨리고 바닥에 쓰러진 아델베르트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수면제라도 탔나?
하지만 누가 간 크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학교에서, 잠겨 있는 내 방에 들어와서?
생각은 길지 않았다.
며칠 전처럼 마력이 전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아델베르트의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
* * *
나는 그간의 폭주 현장과 다른 점이 있는지 체크하고, 아델베르트와 약속한 시각이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우선 비마법사의 경우에는 다른 점이 전혀 없었다.
‘훈련장에 없네.’
벌써 시험 시작 50분 전인데.
나는 다시 나가 기숙사로 워프했다.
아델베르트의 방문 앞에 서서, 나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
“후배님.”
“…….”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문을 세게 두드렸다.
마력을 집중해도 안에서는 이상한 파장만 느껴질 뿐, 제대로 된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이 새끼 자나?’
시험 1시간 앞두고? 진심이냐?
마력을 싣고 문을 두드리다, 문고리를 휙 돌렸다.
‘그럴 놈은 아닌데.’
아무튼, 방 안으로 들어가는 워프 좌표는 모른다. 행정실에 묻는다면 열어 줄지도 모르겠는데….
‘파장이 좀 특이하단 말이지.’
분명 결계만 5중으로 설치된 이 학교에서 나올 수가 없는 파장인데.
“…….”
정말 그럴 리는 없지만, 내가 짐작하는 바가 사실이라면 행정실은 악수다.
아마 행정실에서는 반쯤 위험인자로 여겨지는 나를 출입시키는 대신 교직원을 보내 상황을 살피게 할 것이다.
그 ‘만에 하나’가 사실이면 아델베르트와 교직원 모두에게 최악의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증인이 있어야 한다. 만약 무슨 일이 나면 범인으로 몰려서는 안 될 것 아닌가?
나는 귓가에 걸어 둔 아티팩트를 두드려 가장 유력하게 용의자로 몰릴 놈을 불렀다.
“엘리아스.”
다행히 놈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왜~?]
“나르케한테 네 사촌 방 위치 좀 알려 줘. 그리고 넌 레오 옆에 붙어 있어.”
[엥?!]
일단 문을 따야겠다.
나는 문고리에 마력을 때려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