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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41화 (141/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41)

빠직―

문의 잠금장치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보안 뭐냐?’

황자라고 해서 특별한 방을 받지는 않았군.

신분으로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교칙은 말뿐이 아닌 듯했다.

문고리를 부수었음에도 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 열리면 다른 방식을 써야 하니 일단 부숴 두긴 했지만, 나르케가 오기 전까지는 들어갈 생각이 없기에 나는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걸 내가 처리하는 게 맞는가.’

물론 이쯤하면 준비는 철저했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끼어들지 않아도 된다.

놈이 뭔 약을 먹고 잠에 들었든, 학교에서 일어날 리가 없는 오염 현상이 일어났든 학생인 내가 해결할 이유는 없다.

나야 ‘시험 쳐야 하는데 안 일어난다’고 연락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아델베르트는 학교가 부른 치료반에 의해 신속하게 처리될 것이다. 물론 그 치료반의 실력이 나보다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해결은 된다.

“…….”

하지만 그가 며칠 내내 내게 했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놈이 그냥 잠든 게 아니라, 오염되었다면….

‘다시 생각해도 행정실은 안 돼.’

바이에른과 달리 제국 정부는 희생자를 폭주자로 명명하기로 했다.

제국은 그들을 피해자로 보는 대신 폐를 끼치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고, 제국 신민들의 생각은 그들의 의도대로 변화했다.

이제 여론은 화살을 구성원 개개인에게 돌린다.

‘좋은 일이지. 귀족들에게는.’

잘못의 원인을 신민 개개인에게 돌림으로써 황실과 제국 정부가 응당 져야 할 책임을 덜 수 있다.

희생자가 폭주자가 된 데에는 그런 계산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 이 사회에서 폭주는 죄다.

3+에는 비웃음과 놀라움만이 따라붙었지만, 그가 폭주했다는 소식에는 비난과 멸시까지 따라붙게 된다.

그러니 지금껏 그가 어떤 좌절을 느꼈는지 들어 놓고서 학교에 처리를 맡길 수는 없다.

‘…그리고.’

이제 와서 손을 놓을 수는 없지.

내가 이놈 때문에 이틀 밤을 새웠는데 못 쓰는 패로 만들까 보냐.

저 까칠한 놈 호감도도 어떻게 올렸는데.

‘잠깐.’

그러고 보니 왜 제안 창 안 뜨냐?

이만하면 300점 채웠을 것 같은데.

불러내려 했지만 왜인지 창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나르케가 복도에 워프해 왔다.

그가 당황한 눈으로 나와 방문을 보더니 이제 침착하게 문 앞에 섰다.

“들어가자.”

“그래.”

나르케가 완드를 스태프로 바꾸어 문을 후려쳤다.

콰앙―

망설임이 없는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많이 졸렸나 보네.”

나르케가 방에 마력을 흩뿌려 감시자가 있는지 살피며 말했다.

놈은 정말 잘 누워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그냥 잠일 리는 없었다.

보통 잠을 책상 앞 바닥에서 자지는 않지. 문을 부수는 굉음에도 깨지 않은 걸 보면 뻔하다.

나르케가 아델베르트의 앞에 섰다.

“황자에게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운데? 그냥 수면제여도 놀라웠을 텐데, 보니까 그것뿐이 아니네.”

놀라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놈이 폭주할까 싶어 성수를 준 건 어디까지나 예방 차원이다.

학교는 수 겹의 결계로 둘러싸여 있으며 끊임없이 정화된다.

교내에만 있었던 그가 감정 변화만으로 폭주할 이유는 없단 말이다.

“그나저나 처음 보는 케이스인데.”

“폭주의 직전 단계일 거야. 부적격과 적격이 여기서 갈려.”

나는 나르케에게 답해 주고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40분밖에 안 남았네.’

빨리 해결해야 한다.

나는 말없이 한쪽 무릎을 꿇고 놈의 옆에 앉았다.

“나르케. 뭐 좀 묻자.”

“대책본부장도 모르는 게 있네~”

“…….”

“하하, 말해, 루카스.”

“알긴 아는데 상황이 달라. 지금 바이에른에서 희생자들이 치료가 안 되고 죽고 있거든. 프로이센 대책본부와도 연락했는데 똑같아.”

“플레로마가 쓰는 약이 바뀌었나 보네.”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러니까 기존 방식을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 묻는 거야.”

내 말에, 나르케가 숨을 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약을 써도 되는지 묻는 건 아닐 테고. 코어에 신력을 불어넣어서 비트리올을 빼내려는 거지?”

“그래.”

효과는 좋지만 일반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신력을 쓸 수 있는 마법사가 적으니까.

보통 고위험 환자에게만 사용하는데, 아델베르트 이놈은 운 좋은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내 나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자.”

“확실히 안 죽는 거 맞아?”

“흠… 미래는 너무 쉽게 바뀌어서 단언하기 어렵네. 그래도 시도할 방법 중 가장 쓸 만한 건 사실이야.”

맞는 말이다.

이걸 제외하면 방법도 없다.

나르케가 문을 신력으로 막은 뒤, 귓가의 아티팩트를 두드려 엘리아스와 레오에게 상황을 알렸다. 말하는 것을 들으니 바이에른에 기밀로 신고를 넣으려 하는 듯했다.

내가 가서 기록해도 문제는 아니지만, 철저하면 좋으니 말리지 않았다.

나는 아델베르트의 맥을 짚었다.

마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신력을 밀어 넣자, 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놈이 끼고 있던 황가의 반지가 바닥에 끊임없이 긁혀 섬뜩한 소음이 생겨났다.

‘출입이 안 되네.’

이런 경우 많지.

비트리올의 세력이 이미 강해져 신력을 밀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힘을 주어 신력을 흘리면 사지에 흩어졌던 비트리올이 코어로 몰린다.

그러니 이런 경우….

‘신력을 바로 코어에 투하해야지.’

나는 완드로 바닥을 쳤다. 앉은 자리에 부드럽게 신력이 스며들었다.

이내 신력이 아델베르트의 주위를 감쌌다.

“나르케.”

“그래.”

놈은 알려 주지 않았는데도 아델베르트의 목과 어깨를 신력으로 붙들었다. 다른 마법사들과 하던 그대로였다.

나는 한 손으로 아델베르트의 배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코어가 있을 심장께를 내리쳤다.

“…!”

신력을 확 밀어 넣은 순간 현기증이 밀려왔다.

여기까지 전부 평소 하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루카스!”

나르케의 당황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의아함을 느끼고 나서야 왜 그까지 당황했는지 깨달았다.

시야가 옆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르케가 황급히 내 어깨를 붙든 순간, 정신이 끊겼다.

* * *

“…!”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겨울이라 해도 지나치게 무거운 이불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이불을 쳐 내고 재빨리 주위를 돌아보았다.

‘뭐야.’

여기 어디냐?

나는 난생처음 보는 침실에 있었다.

‘또?’

어이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평정을 찾으려 심호흡하고 워프식을 외웠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

절로 얼굴이 굳었다.

조금 있으면 1학년 시험 시각이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지.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으니 아델베르트는 이대로 폭주해서 죽거나 플레로마가 될 수 있다. 물론 나르케가 병원에 데려가 줄 수도 있지만….

‘젠장.’

1학년 시험 시각까지 변수가 너무 많아진다.

그리고, 나 역시도 고작 세 시간 뒤면 2차 팀 발표다.

그 마당에 어딘지도 모를 곳에 떨어진 건 뭐냐?

‘차분히 생각해 보자. 갑자기 이동할 이유가….’

아델베르트에게 마법식이라도 걸려 있었던 건가.

어떤 행동이 조건이 되어,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마법이 발동되는 식 말이다.

이게 사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목표물은 아델베르트뿐 아니라, 그를 치료하러 온 자를 포함할 것이다.

‘…치료하러 온 자를 워프시킨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좀 나간 생각이지만… 만약 루카스 아스카니엔이 니콜라우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자가 그걸 증명하려 했다면?

머리가 싸늘히 식었다.

그 가능성이 있는 이상 당황할 시간은 없다.

‘일단 상황 파악부터 제대로 해야겠군.’

이런 식으로 영문 모를 곳에 떨어진 게 처음이 아니다.

이딴 경력 쌓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덕분에 어디에 떨어지든 냉철하게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안할트에서 보았던 방처럼 화려하고 널찍한 걸 보니 방 주인은 보통 귀족이 아닌 듯했다.

나는 이불을 완전히 걷어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이 교복이 아니네?’

그렇다고 침대에 누울 만한 잠옷도 아니었다.

내가 느끼기로는 바로 눈을 뜬 것 같은데 옷을 갈아입힐 시간이 있었던 걸 보면 떨어진 지 좀 된 듯하다.

여러모로 기분이 더럽지만 지금 그걸 따질 시간은 없다.

나는 곧장 허리춤을 살폈다.

완드 홀스터도 완드도 없었다.

공기에 또 손을 썼을 가능성을 생각해, 나는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묘하게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황금빛 마력이 잠시 솟구쳤다.

‘음?’

마력이 황금색이라고?

자연스러워서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시야에 걸리는 머리칼 색도 밝은 노란색이었다.

‘마력 색은 왜 저런지 모르겠고. 머리는…. 분명 니콜라우스 상태로 잡혀 오지 않았는데?’

불현듯 왜인지 모를 불길함이 온몸을 휩쓸었다.

‘…….’

나는 말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널찍한 방 한쪽 구석에 화장실로 보이는 문이 있었다. 방의 용도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가 거울 앞에 선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뭔?

나는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거울에 있는 이는 내가 아니었다. 아니, 원래 내가 아니긴 하지.

그보다 지금 충격적인 점은, 다른 무엇도 아니라….

‘…미….’

아델베르트가 거울에 있다는 점이다.

‘…미친 거지?!’

나는 거울을 짚었다. 내가 팔을 뻗는 대로 거울 속의 아델베르트가 팔을 뻗었다.

얇은 장갑 너머로 선득한 냉기가 스몄다. 감각은 진짜였다.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터져 나왔다.

“허….”

허허허….

나는 되는 대로 웃음을 터트리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런 미친.’

당장 세 시간 뒤에 2차 팀 발표라고.

아델베르트의 시험 정도는 내가 대신 쳐 줄 수 있겠지만 이 꼴로 어떻게 친구들을 만난단 말인가?

‘…가설을 다시 세울 때가 됐다.’

앞서 ‘니콜라우스인지 아닌지 검증하기 위해~’ 가설은 폐기하자. 이건 ‘내가 나로 있을 때’가 전제였다.

그야 당연하지. 내가 남이 되는 이 미친 일이 또 일어날 거라고는 누가 생각하겠는가?

다시 돌아가서, ‘내가 아델베르트가 되었다’는 점부터 시작하자.

여기 문제가 하나 있다.

‘왜 워프할 수 없는가.’

마법은 쓸 수 있었지만 워프는 할 수 없다. 이런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다른 세계지.’

공간 마법을 씌워 만든 간단한 세계든, 내가 평생 알던 현실과 이 세계처럼 아예 다른 세계든.

약간 의문점은 있지만 간략히 하면 그렇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세계를 카타콤에서 이미 겪었다.

내가 만약 아델베르트의 내면이거나 그로부터 구현된 공간에 들어왔다면, 이 미친 상황이 납득 간다.

‘…좋아.’

하나도 안 좋지만 일단 뭘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는 알겠다.

‘먼저 시간 체크부터.’

나는 변경 가능성 창을 띄워 시간을 확인하고, 이곳 시계로 1분 뒤 다시 창을 열었다.

놀랍게도, 고작 3초 지나 있었다.

그 1분 사이 혹시나 해 코어를 셀프 공격했지만 깨어나지는 않았고, 그저 고통만이 찾아왔다.

나는 침대에 죽은 듯이 엎어져 있다가 코어가 회복될 즈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잘하면 치료해서 시험장에 보낼 수는 있겠어.’

일단 내가 나간다면 말이다.

여기 1분이 그쪽 3초면, 내가 여기서 10분을 삽질해도 고작 30초 지난 셈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알겠다.

아까 플레로마 놈들이 약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희생자들의 코어를 치료할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약을 바꾼 게 사실이면 나는 바뀐 약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플레로마는 왜 굳이 이런 기능을 약에 넣으려 했을까.

답을 내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구조하는 마법사들까지 한 번에 보내려는 시도겠지.’

순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이 새끼들 수 쓰는 것 봐라.

당장 남의 몸에 들어가는 경험을 해 본 나도 잠깐 충격받지 않았던가.

보통 사람들은 치료 중 자신이 구조하던 희생자가 되면 지금의 나보다 더 크게 충격받을 것이다. 그리고, 카타콤에서 그랬던 것처럼 플레로마는 희생자가 가지고 있던 가장 충격적인 기억을 보이도록 했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폭주해 죽기 딱이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미 반쯤 안 먹혔지.

‘이제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지가 관건인데.‘

마침 내게도 자유의지가 있지.

레오 때처럼 가 봐?

이 기억 속에서 아델베르트를 긁는 놈들을 하나씩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때마침, 뒤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들어갈게.]

처음 듣는 온화한 목소리였다.

높은 확률로 저놈이 내가 처음으로 보낼 놈일 것이다.

순간 아델베르트의 심박이 빨라졌다. 아델베르트의 자아 탓인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봐라.’

이게 충격적인 기억인가?

기억을 원활히 재생시키기 위해 우선 내 의지를 접어 두자, 목에서 아델베르트의 말이 나갔다.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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