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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42화 (142/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42)

“…….”

뭐라고?

지금 이놈이 이렇게 웃으면서 반길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금세 그가 어떤 ‘엘리’를 말한 것인지 깨달았다.

“아델. 오랜만에 보는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이가 웃으며 이름을 불렀다.

아까 들었던 낯선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래.’

황궁에서 ‘엘리’로 불리는 인물이 엘리아스일 수가 없지.

아델베르트처럼 빛나는 레몬색 머리칼을 가진 이가 창 앞의 소파에 앉았다.

엘리자베트 호엔촐레른.

그가 황실에서 받아들여지는 유일한 ‘엘리’이며 계승 서열대로라면 다음 황제가 될 인물이다.

‘…황태자는 처음 만나는군.’

이런 상태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를 내려다보는 중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가 엘리로 불리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엘리자베트는 퍼스트 네임이 아니라 미들 네임 중 하나다.

그가 왜 미들 네임을 퍼스트 네임처럼 사용하는지, 왜 굳이 엘리라는 애칭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다. 깊이 알수록 더욱더 역겨운 인물이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을 섞을 때가 아니지.

나는 힘을 풀고 아델베르트의 기억에 몸을 맡겼다.

“잠깐 들른 것이라 뵙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줄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시간을 내주시다니 기쁘네요.”

이놈도 가족한테 극존칭 쓰고 경어 쓰네….

그보다, 아델베르트의 손에 땀이 나며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황태자는 뭐 그렇게 격식을 차리냐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처럼 불러. 그보다 네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일이 몇 없으니 왔을 때 만나야지. 자, 옆에 앉아.”

황태자가 제 옆을 툭툭 두드렸다.

“바쁘시지 않습니까?”

“하하, 그런 건 내가 알아서 조절하고 있으니 걱정 마렴.”

그래, 인마. 어련히 시간 되니까 왔겠지 가족 사이에 엄청 예의 차리네.

나는 그런 생각을 누르고 황태자의 옆에 앉았다.

황태자가 소파 위로 팔을 두르고 몸을 기울여 앉았다. 그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엘리아스는 잘 지내니?”

다짜고짜 사촌 안부부터 물어?

몸 주인이 황태자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아는 입장에서 듣자니 굉장히 눈치가 보인다.

역시나 얼굴 근육이 한순간에 굳었다. 나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려 하며 시선을 돌렸다.

“들려온 소식이 없어서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나. 2분반으로 전입한 뒤에 친구는 제대로 사귀었는지 모르겠네.”

“잘 사귀었겠지요.”

아델베르트의 의지로 나간 심통난 말에 당황할 새도 없이, 황태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놀리냐?

아무튼 시기는 알겠다.

2분반 전입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2학년 1학기 때다. 아델베르트에게는 1학년 1학기겠지.

“그러면, 아델 너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델베르트가 이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기에, 나는 대신 내 뜻대로 말을 내뱉었다.

“잘 지냈습니다.”

“정말?”

“당연히 잘 지냈죠. 엘리… 는요?”

이제야 아델베르트의 의지대로 말이 나왔다.

놈은 애칭과 경어를 매치하기 애매한지 말을 끌었다. 하지만 듣기 낯설지 않은 걸로 봐서, 자주 이런 식으로 말한 듯했다.

“나는… 흠, 최근에 폐하께서 플레로마 일로 바빠지셔서 국정을 돕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구나.”

“아, 그러셨군요. 대단하십니다. 힘드시지는 않습니까?”

“전혀. 조금 배우니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더구나. 폐하의 안배에 감사할 따름이지.”

“폐하께서 일을 적절히 나누어 주시기도 하셨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운영하는 일입니다. 전부 전하께서 유능하신 덕분입니다.”

작작해라….

싶었지만 아델베르트는 이미 흥분해 있었다.

“네가 늘 이렇게 응원해 주니 힘이 나는구나. 고마워.”

“…! 힘이 되었다니 정말 기쁩니다.”

‘가지가지 하는구나.’

아델베르트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돼먹었는지 이제 감이 온다.

놈의 인간관계는 ‘존경하는 인물’과 ‘그냥 사람’으로만 나뉠 것이다. 중간이 없다.

엘리아스가 살려 둔 것도 이해는 간다. 이 정도 충성심을 타고난 놈은 잘만 길들이면 최고지.

문제는 그런 만큼 잘 안 넘어온다. 놈은 처음 호감도를 5점 올린 뒤부터 단 1점도 내게 주지 않았다.

그때, 고맙다는 듯 미소짓던 황태자가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다.

“아델.”

“예.”

“솔직히 말한 게 맞겠지?”

“…….”

“언제나 솔직해지렴.”

“전 이미 솔직한데요?”

방금은 내가 말했다.

아델베르트가 왜인지 덜컥 공포에 질려서 아무 말도 못 하길래.

황태자가 내 눈을 빤히 보더니 씩 웃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

그가 일어나며 인사했다.

“나는 이만 가 볼게. 30분 뒤에 점심 식사에서 보자.”

“예.”

아델베르트의 의지대로 환히 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그 잠깐 대화하는 동안에도 잔뜩 질려 고개를 저었다.

얘 진짜 보통이 아니네….

나는 골이 당겨 머리를 짚고 있다가, 문 앞에 선 황태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하.”

“왜 그러니?”

“완드 어딨는지 아십니까?”

황태자가 순간 황당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네 완드?”

“예. 저한테 없네요.”

지금은 시기가 아닌 듯하지만, 아델베르트의 기억에서 그를 긁을 놈이 황태자 말고 더 있겠나.

언제든지 그를 보내려면 완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그거야 항상 네 서랍에 정리해 넣지 않니.”

친절하네.

나는 황태자가 바라보는 서랍을 열어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

“음, 정신이 없네요. 고맙습니다.”

“그래. 피곤하면 좀 쉬렴.”

“그러겠습니다.”

놈은 금세 방에서 나갔다.

나는 완드 홀스터를 서랍 구석에서 찾아 허리에 두르고 완드를 꺼냈다.

가볍게 돌리자, 황금색 마력이 낯선 방식으로 튀어 나갔다.

‘좋아.’

하지만 루카의 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신력을 쓸 수 없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혹시나 해서 완드를 돌리며 신력을 끌어내던 방법을 그대로 재현해 본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완드 끝에 새하얀 빛이 뭉치더니 공중으로 훅 퍼져 나갔다.

“…?!”

아델베르트도 신력을 쓸 수 있었던 건가?

그럴 리가.

그의 상태창에는 신력 항목이 없었다.

‘…이거 이따 나르케에게 물어봐야겠는데.’

내가 아델베르트의 폭주에 휘말리지 않고 살아서 나간다면 말이다.

사실, 나만 충격받지 않는다고 끝난 게 아니다.

내가 폭주하지 않아도 아델베르트가 폭주하면, 그의 안에 정신이 갇힌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준비를 마치고 앉아서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자,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똑똑―

[전하.]

나는 들려온 목소리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 인물의 목소리였다.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개인적으로 찾아간 적이 없었는데?’

저 목소리는 나였다.

정확히는, 니콜라우스 에른스트의 목소리.

‘허….’

내가 내 손으로 나를 보내야 하나?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겠다. 특히 저 니콜라우스 에른스트가 뭐라 지껄이는지 들어야지.

“들어오세요.”

니콜라우스가 가면을 쓰고 검은 로브를 두른 상태로 방에 들어왔다.

가면 안쪽의 푸른 눈이 꿰뚫듯 나를 응시했다.

마치 존경하는 교수님과 면담하기 직전처럼 살짝 긴장감이 느껴졌다.

니콜라우스를 보자 아델베르트가 아까처럼 미소지었다.

아델베르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체험하니 살짝 감동적이었다.

물론 체험하지 않을 기회가 주어졌다면 안 했을 것이다.

“전하.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죠.”

나는 소파 쪽을 손짓하며 말했다.

“앉으세요.”

니콜라우스가 눈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가 협탁에 쌓인 수많은 책을 보고 말했다.

“최근에 읽는 책인가 보군요.”

“예.”

아델베르트가 대답을 어떻게 할지 궁금해, 나는 내 의지를 뒤로 물렸다.

아델베르트가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전에 경께서 해 주신 말이 기억에 남아서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음, 보불전쟁에 대한 책만 세 권이군요.”

“예.”

“비교적 최근인 만큼 이해관계에 따른 편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교나 전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싶다면 훨씬 과거의 일을 다룬 책을 읽도록 하세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읽도록 하긴 뭘 읽도록 해.’

남이 책 읽는 것까지 조언할 거라고 생각하냐? 그리고 프로이센 왕자에게 이렇게 사상이 불순한 말을 누가 하는지?

하지만 아델베르트는 내가 이렇게 말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니콜라우스라면 절대 안 할 헛소리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잘 써먹어 줘야지.

아무튼, 슬슬 왜 과거에 없던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곧바로 말을 꺼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음.”

니콜라우스가 양손을 맞잡고 말을 이었다.

“전하께서 제게 보낸 편지, 전부 읽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전하께서 1-1차 시험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으셨더군요.”

‘편지라.’

이건 2학기의 일인데.

만약 다른 이가 나타났다면 나는 아델베르트가 며칠 전 집에 다녀왔는지 아닌지 고민했겠지만, 아니다.

이제 슬슬 감이 온다.

동시에 몸이 덜컥 굳었다.

내가 아니라 아델베르트의 행동이었다. 나는 그의 반응을 누르고 태연히 답했다.

“맞습니다. 알고 계시는군요?”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황제 폐하께 들었습니다. 전하, 거짓으로 얼버무리거나 숨기는 것은 죄악입니다.”

“…….”

나는 니콜라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미소에도 니콜라우스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내게 말했다.

“특히나 당신을 믿어주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반박하려 입을 연 순간, 장소가 바뀌었다.

니콜라우스가 사라지고, 나는 황태자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둡고 노란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었다.

“그래서, 여전히 잘 지내니?”

“…….”

나는 언제부터 하고 있었는지 모를 포크질을 그만두고 그를 바라봤다.

니콜라우스가 등장했을 때부터 짐작했는데, 이제 확실히 알겠다.

이런 전개 방식을 보아하니 여기는 기억이 아니다.

“여전히 잘 지내죠. 저희 30분 전에 대화했습니다.”

꿈이다.

보통 이렇게 정신없이,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휙휙 넘어가는 게 꿈이지 무엇인가.

나는 지금 플레로마가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기 위해 만든 꿈에 들어와 있다.

‘가서 기록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어떻게 플레로마가 신약을 개발하자마자 이런 체험을?

플레로마에게는 안된 일이다. 놈들은 이 방식을 오래오래 쓸 생각이었을 테다.

왜냐?

이렇게 들어오면 전부 충격받고 폭주해 죽을 테니 밖으로 나가서 말을 전해 줄 수가 없지. 그냥 줄줄이 죽어 나가는 수밖에.

내가 들어와 태연히 대화하고 있는 이상 놈들의 계획은 반쯤 글렀다고 봐도 된다.

이건 기밀성이 생명이니, 나가자마자 전국에 보도 뿌리면 그만이다.

‘물론, 나가려면….’

이 미친 꿈에서 깨어야겠지.

‘이제 현실에서 1분쯤 지났나.’

니콜라우스 탓에 바로 장면이 바뀌었으니까. 넓게 잡아도 5분 안쪽이다.

1-1차 이야기가 나온 걸 보니 슬슬 플레로마의 연극이 어디쯤 향하고 있는지 알겠다.

이 꿈을 마무리지을 때가 왔다는 말이다.

“난 언제나 네가 잘 지내길 바라. 다른 누구보다 네 행복을 위하고 있단다.”

“고맙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넌 언제나 총명했지.”

“…….”

“넌 늘 내가 네 나이일 때 시작도 못한 책을 완벽히 통달했어. 더 수준 높은 교사를 찾아 폐하께서도 고생깨나 하셨던 게 기억나네. 어쩌면 황제가 되어야 할 쪽은 너일지도 모르지.”

“당치도 않습니다.”

“너의 총명함은 폐하와 제국 신민들의 기쁨이야. 내가 늘 그랬지. 날 대신할 수 있는 아이가 그 누구보다도 총명하다는 점은 항상 내게 위안이 되었다고.”

늘 그랬다고?

그러면 이제 여기에 거짓을 섞겠구나.

나는 심드렁함을 누르고 아델베르트와의 세력 조절에 집중했다.

“내가 다른 누구보다 네게 의지하고 널 믿고 있었다는 말이다. 알겠니?”

“…….”

“어때, 아델. 내게 왜 그랬지?”

“제가 무슨 짓을 했다는 말입니까?”

“3+를 받았다는 게 진짜니?”

손이 떨렸다.

‘음.’

슬슬 아델베르트가 반응하는 게 느껴진다.

아델베르트의 폭주 여부도, 내 목숨도 지금부터의 대응에 따라 갈릴 것이다.

나는 아델베르트의 자아를 치우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를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예.”

“…….”

“어쩌다 보니 3+가 나오더군요.”

“아델. 언제나 솔직하라고 했잖니.”

“솔직히 답했잖아요.”

나는 으깬 감자를 대충 씹으며 건성으로 답했다.

그 말에 황태자가 눈가를 좁혔다.

“실망이구나.”

“그래요? 아까는 이렇게 반응하실까 봐 임기응변 좀 발휘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웃으며 말하자, 아델베르트의 의지가 억지로 표정을 구기려 했다.

아델베르트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안 돼. 이렇게 말하면….]

나는 말이 끝나기 전에 생각을 지웠다.

안 되기는.

그는 지금 어떻게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3+가 저놈 성적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제 성적이 불만이신 건 이해합니다. 저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그러니 노력해 보도록 하지요.”

“아델.”

[안 돼! 그만!]

이게 이런 식으로 작용하는구나.

플레로마가 강물에 타는 약에는 감정을 증폭하는 약까지 들어 있다.

여태 직접 보지 못해서 그렇지, 다들 속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폭주했을 것이다.

‘직접 보니 새롭네.’

여차하면 아델베르트의 폭주에 휘말려 죽게 생긴 입장에서 태평하게 생각할 상황은 아니지만.

나는 슬슬 힘이 빠져 가는 손으로 와인잔을 잡아, 가까스로 한 모금 삼켰다.

“최악이구나. 네가 폐하와 내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건가? 내가 잠깐 보기에도 너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 급급해 무작정 어린애가 주먹 날리듯이 완드를 내지르기만 했더구나.”

‘이야, 이런 방식으로 긁으면 폭주 안 할 수가 없는데.’

감탄과 별개로 숨이 턱 막혔다.

저게 바로 아델베르트가 생각하는 자신의 패착일 것이다. 그게 존경하는 인물의 입에서 들리면 당연히 충격받을 수밖에 없겠지.

“정말 실망스러워. 내 평생 이만한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어.”

쨍그랑―

아델베르트의 자아 탓에 온몸이 서늘해졌다. 얼마나 충격을 받은 건지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나는 포크를 놓쳤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나는 비트리올이 분명한 그 마력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실망하셨군요. 그런데….”

나는 싸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황태자에게 말했다.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1학년 시험은 중계도 되지 않았는데 언제 보셨어요?”

[그만!]

콰앙―!

나는 다리에 마력을 분배하고 바닥에 내리찍어 힘을 고정했다. 그리고 완드를 뽑아 황태자에게 겨냥했다.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저항이 팔에 느껴졌다.

나는 충돌 탓에 미친 듯이 떨리는 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델베르트.”

[…….]

“잘 들어. 이게 네 형님같아? 1학년 시험은 중계가 되지 않는데 저놈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 형님이 아니라 누님이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순간 몸에 걸려 있던 저항이 주춤했다.

놈은 지금 알아듣고 있다.

더 회유하려 입을 연 순간, 황태자에게서 솟구쳐 나온 비트리올이 내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렇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죽여야지. 이 정도 프로그래밍은 되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주저 없이 손목을 까딱였다.

콰아아앙! 콰직―

비트리올의 행로를 따라 날아간 황금빛 마력이 그것을 뚫고 넘어갔다.

상식적으로 이게 황태자가 할 행동이냐? 괴리감만 더해 줄 뿐이지.

그리고 이런 식이라면 플레로마 때려잡을 때처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좋아.’

감 잡았다.

슬슬 둘 다 살아서 나갈 때가 됐지.

나는 혼란에 빠져 있을 아델베르트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델베르트. 이게 전부 네가 너한테 하는 말인 걸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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