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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43화 (143/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43)

황태자의 공격은 딱 아델베르트의 움직임과 비슷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이건 놈의 꿈이니까.

나는 황태자의 공격을 막으며 입을 열었다.

“전부 네 생각이라고.”

[아니, 그럴 리가. 전하께서는 내게 실망하실 만했….]

“전하께서 진짜 그렇게 생각할지 아닐지 네가 감히 어떻게 판단하지?”

[…!]

몸이 움찔거렸기에 나는 놈이 놀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부감이 드는 말이지만 놈의 사고방식에 맞을 듯해서 내뱉어 봤는데, 역시나였다.

아델베르트의 혼란이 끊기고, 그 대신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나한테는 이득이긴 한데 이놈은 하루빨리 사고방식을 뜯어고쳐야 정상적으로 살겠다.

나는 한숨을 참고 닥쳐오는 비트리올을 향해 완드를 휘둘렀다.

콰앙―!

햇살처럼 밝은 노란색 마력이 주위로 튀어 눈이 부셨다.

이상하게, 아델베르트의 마력인데도 루카의 것처럼 색이 다채로웠다. 이제는 위력도 평소 내가 내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완드를 가로로 내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전하를 존경하는 것 아니었나? 네가 존경하는 분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동생을 비트리올로 공격할 분인가?”

[…….]

“그렇다면 실망인데. 이거, 황태자 전하는 처음 뵙는데 이렇게 괴팍하고 속이 좁은 분이실 줄이야…. 거기에 플레로마이기까지?”

순간 구역감이 치솟았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이 자식이….’

저항을 이런 식으로 하네.

그래. 황태자를 깎아내리는 생각 자체에 극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황태자를 얼마나 존경하면 좀 부정했다고 이런 반응을 보여?

물론 그 덕에 순조롭다. 나는 아델베르트와 대련할 때처럼 황태자의 비트리올을 쳐 내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아니면 네 입으로 말해. 저게 네 형님이 할 말인지.”

자꾸 형님이라고 표현하니 미안한데, 어차피 환경이 바뀐 만큼 구인류가 사용하는 말을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넌 네가 늘 최고로 잘해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보다 먼저 성장한 네 형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네 미숙함을 황태자 전하께서는 어떻게 대했지? 네가 전하를 존경하는 것도 그분께서 아량이 넓고 이해심이 깊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태도에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 아닌가?”

몸에 돌던 마력이 점차 진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좋아.

놈이 슬슬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엘리자베트 호엔촐레른이 동생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아는 입장에서 그를 옹호하는 말을 하려니 버겁지만….

그도 눈앞에서 본색을 드러낼 만큼 멍청한 자는 아니었다.

그는 아델베르트의 충성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포착하고, 아델베르트의 유일한 불리함이자 자신의 유일한 유리함, 그러니까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를 활용해 자신을 우러러보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엘리자베트가 적극적으로 차별점을 둔 분야가 바로 이해와 자비였다.

나는 아델베르트의 반응에 답했다.

“아니지. 그래, 아니겠지. 어디 감히 엘리자베트 호엔촐레른이 저런 사람이겠어? 상당히 모욕적인 꿈이야.”

콰앙―!

아까 전까지 비등한 힘으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이제 황태자가 날리는 비트리올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꿈의 바깥에서 아델베르트 스스로 코어에 자리 잡으려는 비트리올을 밀어낸 게 분명하다.

그 순간, 내 마력을 가까스로 막고 있던 비트리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바깥의 아델베르트가 비트리올을 완전히 몰아냈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플레로마의 전략이다.

내가 쏜 마력에 황태자의 머리가 뒤로 꺾인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아델베르트에게 그 광경을 전부 보여 줄 수 없었다.

[아아아아악!]

비명에 이어 무언가 무거운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델베르트의 공포심 탓인지 세상이 빨갛게 변했다. 순간 나도 섬뜩함에 숨을 참았다.

하지만 보통 마법 하나 쏜다고 신체가 날아가지는 않는다.

아델베르트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가짜다.

“가짜야. 마력 하나 쏘았다고 머리가 잘려서 날아가진 않아!”

말하는 중에도 아델베르트는 진짜로 가족이 살해당하는 걸 눈앞에서 본 것처럼 패닉에 빠져 있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제삼자인 내게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는데 놈에게 평정을 바라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그럼 내가 진정시켜 주는 수밖에.’

이거, 혼자 들어갔으면 꼼짝없이 죽음뿐이네. 역시 피 처먹는 시체들의 발상은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그가 내지르는 비명을 무시하며 오른손에 마력을 잔뜩 끌어모았다. 그리고, 왼쪽 어깨를 세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효과는 있었다. 아델베르트의 주의가 통증에 집중되었다.

나는 그 틈을 타 소리쳤다.

“네가 진심으로 전하를 존경한다면 지금 이 장면이 그분에 대한 모욕이라는 걸 알아야지. 전하께서 널 이 정도로 나약하게 가르쳤나?”

목청껏 소리친 효과가 있었다.

상대가 세력 싸움에서 밀릴 것을 직감했는지, 눈을 깜빡인 사이 장소가 바뀌었다.

‘여긴….’

아델베르트와 처음으로 대련했던 그곳이다. 엘리아스의 훈련장 말이다.

그걸로 모자라 이제 눈앞에 다른 인물이 서 있었다.

바닥을 훑어보니 피도 시체도 이미 사라졌다. 역시나 죽은 척에 불과했다.

그건 당연하다. 핵의 중심, 그러니까 비트리올을 계속 생성하는 코어를 찾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머리를 뚫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되지.

‘이야, 이거 진짜 꿈인데.’

나는 형형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니콜라우스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나와 싸워 보는 경험을 하다니.

나는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여기 니콜라우스는 어떤 실력인지 좀 볼까.”

“전하께서는 예의를 배우셔야겠군요.”

목소리와 말투 하나는 소름 끼치게 잘 따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완드를 크게 휘둘렀다.

콰앙―!

니콜라우스가 새하얀 마력을 방패처럼 만들었다.

“오.”

새하얀?

이제 눈속임도 시도하네.

이거 인공지능이냐? 뭐 계속 학습해.

니콜라우스가 바이에른 왕국군의 완드를 들고서 나지막이 말했다.

“전하의 행동을 전부 지켜봤습니다.”

“그래요. 또 실망이세요?”

버르장머리없는 말에 아델베르트가 필사적으로 내 목구멍을 막으려는 시도를 했다.

“실망이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몇 달 전 그대로군요. 엘리아스 공작 저하의 다리를 부러뜨리려던 게 엊그제인데 황태자 전하를 공격하다니, 그 성질이 아직 변하지도 않았군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몰랐네. 엘리아스가 분명 땅 그만 파고 적당히 마무리 지으라고 했을 텐데….”

니콜라우스와 대화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델베르트와 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의문을 품을 만도 한데 아델베르트는 충격에 빠진 탓인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태는 당연히, 니콜라우스에게 유리하다.

“저하. 저하께서는 제게 대련 선생이 되어 달라고 하셨지요.”

“아뇨. 이제 필요 없습니다.”

“완드 드시죠.”

“왜요?”

“잘못에는 벌을 받아야겠지요.”

“…….”

현실에서 이런 말을 하면 그 순간부터 묘비에 어떤 말을 새길지 고민해야 한다.

황자에게 저따위로 말할 거라고 생각하냐? 진짜로? 사형 판결까지 급행열차 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벌을 주는 쪽은 아델베르트가 되지 싶은데….

아무튼, 저번의 대련을 아델베르트는 훈계로 여긴 모양이다. 그러니 니콜라우스가 이런 인물로 나오지.

나는 기수식 없이 그냥 미친 듯이 마력을 난사했다.

니콜라우스가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하고 막아 냈다. 나름대로 방어에 그치지 않고 더 세게 나가려 하는 듯했지만, 족족 실패해 대치만 5분에 가까워졌다.

“어디까지 잘못을 거듭해야 정신을 차리실 겁니까?”

콰앙―!

나는 장막을 쳐 비트리올을 막고 놈에게 다시 한번 완드를 휘둘렀다.

계속 이런 식으로 대치만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제일 중요한 건 아델베르트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아델베르트에게 내가 니콜라우스 본인이라는 걸 알리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안전이 문제가 아니다.

놈의 충성심이면 내가 니콜라우스라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놈은 친구 사귀는 법부터 배워야 해.’

아델베르트가 존경 이외의 인간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것이 문제다.

내가 니콜라우스라는 걸 밝히면 놈은 학교에서도 나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놈을 황태자에게서 자립시키려면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존경 이외의 인간관계를 알려 주기 위해, 나는 니콜라우스가 아니라 놈의 친구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니콜라우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공격을 반복하며 아델베르트에게 말했다.

“야. 내가 책 얘기 생각해 봤는데.”

[…….]

“바이에른 왕세자 호위가 프로이센 왕자에게 그렇게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그때, 니콜라우스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제 보니 이놈들은 내가 이길 것 같으면 변화가 빠르다. 그가 짐짓 화난 말투로 말했다.

“저하께서는 제 답장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요? 기대는 부수라고 있는 거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이런 식으로 무례한 말과 행동을 반복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

편지 쓴 사람은 난데 이렇게 아델베르트 스스로 해석을 해 준다면….

나야 좋지. 얼마나 의도를 잘 맞췄는지 궁금하다.

나는 미소지으며 물었다.

“그럼 무슨 의도로 그렇게 쓴 건지 말해 보시죠.”

“시험에 지나친 부담을 가지지 말라는 뜻이었을 뿐, 예의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더 자세히 말하시죠.”

“…….”

니콜라우스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공격하는 데에 집중했다.

나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날 말한 거 다 튕겨 나갔네. 놀랍지도 않다.”

아까, 친구부터 시작할 것이니 내 정체를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

하지만 니콜라우스라고 못 박지만 않으면 되지 슬쩍 긁어는 봐도 되는 것 아닌가?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전하.”

[…?]

니콜라우스가 아니라 자신에게 말을 건 걸 알아챘는지, 몸에 도는 마력의 기류가 살짝 변했다.

“제가 말했지요. 그 말은 저하께서 당신의 가치를 남에게 맡기지 않도록 연습하길 바라서 한 말입니다. 전에도 설명해 드렸는데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아델베르트가 상당히 당황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럴 수밖에. 흡혈귀 따위로 생각하던 선배가 니콜라우스처럼 말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전하께서는 황태자 전하의 기대가 향하는 지점이 바로 당신이 바라는 결과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인정이 당신의 중심을 해친다면 그건 약이 아니라 독입니다. 그렇다면 그 인정에서 마음을 멀리 떨어뜨려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니, 지금….]

“다시 말해 그 말은 시험을 망치든 말든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 남의 기대는 깨도 그만이고 아니어도 그만인, 부수어진다 해도 당신의 중심을 훼손하지 않는 위치에 두라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이 안 될 것이다. 알아들으라고 한 말 아니다.

알아들을 놈이 이십대 중반까지 잘도 삽질하고 살았다.

하지만….

놈에게 내 정체에 대해 혼란을 주기는 충분하지.

나는 여태까지 하던 대로 완드를 내질렀다.

콰앙!

니콜라우스의 비트리올이 밀리고, 금세 다급한 착지 소리가 들렸다.

‘좋아.’

황태자를 보냈던 것과 똑같이, 이번에도 성공이다.

니콜라우스의 비트리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비트리올의 세력이 줄어든 지금이 기회다.

‘어떻게 할까.’

꿈인 만큼 놈이 자꾸 의식을 놓치고 사고를 초기화하는 게 느껴진다. 빠르게 해야 한다.

저 니콜라우스에게 코어가 있을지도 모르니 놈을 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이 공간 전체를 정화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은 금세 났다. 이 공간 자체가 플레로마의 작품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지나치게 확신에 찬 목소리에 아델베르트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걸 어떻게….]

“글쎄다.”

나는 완드를 스태프로 바꾸고 코어에서부터 힘을 끌었다.

“어떻게 알 것 같냐?”

아델베르트가 미친 듯이 동요하는 게 느껴진다.

그만큼 비트리올 역시 힘이 줄었을 것이다. 여태 비등한 힘으로 대치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는 처리할 수 있다.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공간이 온통 까맣게 변했다.

나는 정화식을 외며 스태프를 꽉 쥐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콰아아앙―!

스태프에 힘을 전부 밀어 넣은 순간, 눈을 멀게 할 것처럼 강렬한 빛이 퍼졌다.

* * *

“…!”

“돌아왔네.”

나르케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델베르트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끝이다.’

나르케가 계속 우리에게 신력을 불어넣고 있었는지 다짜고짜 쓰러진 것치고는 몸이 상쾌했다.

그는 내가 질문하려던 것에 먼저 대답했다.

“5분 지났어.”

“그래?”

시험까지 35분 남았다.

나는 아까와 달리 정상적인 파장을 흘리고 있는 아델베르트를 보며 주먹에 신력을 실었다.

나르케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입을 떡 벌렸다.

“응? 잠깐, 루카스…!”

콰앙―!

“허억!”

내가 놈의 심장을 내리친 순간, 아델베르트가 경기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그가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우리 둘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일어났네요.”

“서, 서, 설마… 선배님.”

“아닌데요.”

“아니, 뭔 줄 알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신력은 이쪽이 썼다는 것 정도만 말해 두죠.”

나는 태연히 나르케를 가리켰다.

나르케는 교내에서 신력 쓰는 마법사로 유명하니 놈도 납득할 것이다.

사실 진리 어쩌고 해 놓고 거짓말 치기 뭐하긴 한데, 놈도 사실을 알면 현실 부정에 빠질 테니 숨기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지 않을까 싶다.

나르케가 말없이 아델베르트에게 신력을 흘려, 아직 걷히지 않은 비트리올이 남았는지 확인했다.

나는 그러는 동안 아델베르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폭주할 뻔했어요. 알죠?”

“…선배님이 제….”

“몸에 들어갔죠. 그런 걸 보면 알겠지만 꿈입니다. 플레로마가 이런 쪽으로 활동을 넓힐 생각인가 보네요.”

“…….”

놈은 충격받은 얼굴로 그저 머리만 짚었다.

띠링—!

호감도 +5

“…?!”

또 갑자기?

이놈은 자꾸 뜬금없이 호감도를 던지네.

그때 새 알림창이 떴다.

띠링―!

축하합니다!

‘제안 1: ‘기한 내 호감도 +300 (500/300)’ 성공!

‘Route 1 ― 〈 제안 1 〉’을 확정합니다.

초과 보상 ― +10.0 포인트

‘음?’

마지막 뭐냐?

그리고 500점? 지금?

생각해 보니 이미 1-2차에 들어가기 사흘 전에 210점을 넘어섰지.

이 정도면 1-2차를 끝냈을 때 400점을 찍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 쌓았다고 10포인트를 더 줬단 말인가?’

총 25포인트다.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데, 이래도 되나?

사실, 미션이 없어도 호감도를 올려야 하는데 300점에서 안 멈추고 더 쌓는다고 더 주면 나야 환영이다.

‘2차 발표 끝나면 하나씩 올려봐야지.’

나는 만족스럽게 창을 껐다.

그러는 동안 아델베르트가 얼굴을 누르고 있던 손을 떼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기억하나 보네요?”

놈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이제 꿈에서 느꼈던 불안감은 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꿈 덕에 오히려 생각 정리가 끝난 듯도 했다.

한참 말없이 있던 아델베르트가 내게 답했다.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 안에서 계속 선배님 발목을 잡았네요.”

“약을 먹었으니까 당연하죠.”

그 말에 아델베르트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가 뭘 생각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시험 한 시간 전에 황자에게 약을 먹여 재우고 폭주시키려 한 사람이 있다.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하지만 지금 그걸 찾을 때가 아니다.

“범인은 나중에. 후배님한테 해가 될까 해서 신고하지 않고 이 친구를 데려온 겁니다. 그런 만큼 지금 당장 떠벌릴 수는 없습니다.”

아델베르트가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이유는 없지. 시험까지는 끌고 가 볼 만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하나는 분명히 합시다.”

“예, 뭡니까?”

“누군가가 당신이 망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당신을 죽이거나, 플레로마로 만들 생각이었겠죠. 1-2차를 쳐 보기도 전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아델베르트의 눈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도 이제 그쪽까지 생각이 닿은 듯했다.

기대는 높은 성적을 유지하려는 동력이 되기는 했으나, 결국 부담만 안겼다. 썩 좋은 동력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바꾸면 되지.

다행히 놈은 성깔 있는 편이었다.

이런 놈들에게 어떤 것이 최고인지 안다.

복수심은 단기적으로 써먹기에 최고지.

나는 미소지으며 놈의 어깨를 툭 쳤다.

“성공적으로 돌려주는 방법은 내가 말 안 해도 알겠죠.”

아델베르트가 말없이 미소로 답했다.

이미 각오 하나는 제대로 잡힌 얼굴이었다.

* * *

1학년의 1차 시험이 완전히 끝났다.

그리고, 나는 1학년 시험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바이에른에 가 있다가 2학년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제 2차 팀 발표가 있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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