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44)
기숙사 중앙의 홀에는 마법학과 2학년 학생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루카!”
엘리아스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저 멀리, 제 친구들과 대화하던 레오가 이쪽을 흘끗 보았다.
둘의 표정을 보니 다행히 아까 있었던 일은 듣지 못한 듯했다.
“어떻게 1분 남기고 오냐~? 안 궁금했어?”
“궁금하기야 하지.”
2차 시험에는 48명이 참가하고, 이 중에서 24명만이 3차에 진출한다.
여덟 팀 중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네 팀에게 3차 진출 가산점이 부여된다. 가산점이 상당히 크기에 4등 안에 들지 못하면 그냥 끝이라고 여겨야 한다.
결국 팀끼리의 경쟁이 우선이니 팀원 발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다른 학생들처럼 빈 안내판 앞에 서서, 조용히 엘리아스에게 말을 걸었다.
“엘리아스.”
“정 없긴~”
“…….”
짧게 불러 달라는 뜻이겠지만 여기서 나까지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오늘 시험 끝나고 뭐 했어?”
“뭐 하긴? 너랑 반장 싸움 구경했지.”
“…그다음에는?”
엘리아스가 의아해하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알면서 왜?”
“계속 그 건물에 있었지?”
“응.”
나는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엘리아스는 우리를 따라서 대책본부로 이동했고, 셋 모두 여섯 시가 되어서야 학교로 돌아왔다.
나와 레오가 현장에 나간 동안 계속 본부 건물에 있었다면 아델베르트 건에 대해 엘리아스의 알리바이가 있는 셈이다.
레오도 니콜라우스와 함께 있었으니 당연하고.
하지만 나의 알리바이는 없다.
‘나르케한테 조언 좀 구해 봐야겠네.’
조심해야 한다.
아델베르트에게 플레로마의 약을 탔다는 건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그를 죽이려 했다.
둘째, 그를 플레로마로 만들려 했다.
이때 두 번째 목표가 내게는 굉장한 위험이 된다.
여태껏 플레로마로 여겨졌던 만큼, 나는 이 문제에 있어 용의자로 찍힐 가능성이 가장 크다.
또, 범인이 내게 뒤집어씌우려 할 이유도 충분하지.
“어!”
학생들 사이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안내판에 마력으로 2차 진출자 명단이 적히고 있었다.
[1팀: 나르케 파르네세 /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 / ….]
“헉….”
“뭐야.”
첫 문단부터 몇몇 학생들이 서로 눈짓했다.
“와~ 1팀부터 최고네.”
엘리아스가 입을 벌렸다.
나도 내심 같은 반응이었다.
“저 팀 가산점 확정이겠는데. 난 루카 너랑 같은 팀 됐으면 좋겠다!”
“그래, 나도.”
당연히 좋다.
엘리아스와 같이하면 가산점은 확정이지.
‘잘 뽑혀야 할 텐데.’
팀 활동인 만큼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팀에 녹지 못하면 가차 없이 뒤로 밀린다.
팀워크의 기준도 굉장히 깐깐하다.
인정한다. 조별과제를 내가 하게 될 줄은 모르고 기준을 이상적으로 정했다.
‘뭐, 내가 하더라도 사람 목숨이 달렸으니 어쩔 수 없지만.’
긴장하며 안내판을 보는 동안, 2팀부터 5팀까지 지나가는 중에도 우리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흐음~”
엘리아스가 가만히 서 있기 지겨운지 내 어깨에 팔을 얹은 순간, 내 이름이 들어간 명단이 적혔다.
[6팀: 루카스 아스카니엔 / ….]
“오, 루카 이제 나오네!”
[율리아 체링겐]
그 이름이 옆에 적히자, 나는 나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왜인지 엘리아스가 고개를 꺾어 가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대충 이유는 알겠다.
나는 레오의 시선을 외면하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체링겐과 눈이 마주쳤다. 눈썹을 올린 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좋아.’
나 역시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팀워크 끝장나지만 않으면 가산점 획득권에 있다.
[멜빈 클로크너 / 플로리안 오스터하겐 / 하이케 아인시델 / 필립 괴링]
‘오.’
조합 재밌네.
왠지 짜증 나는 놈이랑 성씨가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놈도 같이 끼긴 했는데.
나는 오스나브뤼크에서 부러졌던 왼손을 말아쥐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나와 싸움 날 관계는 없다.
이 정도면 최고다.
그때, 체링겐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우리 같은 팀이네, 루카스.”
“그러게.”
“2주 동안 잘해 보자.”
체링겐이 손을 내밀었다.
이제 와서 다시 악수하는 것도 웃기지만, 어쨌든 놈이 원하니 짧게 손을 잡았다.
아니, 짧게 끝내려 했으나 체링겐이 손을 놓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레오나르드랑은 어떻게 됐어?”
“뭐가?”
“누가 이겼는지 다들 궁금해하던데.”
그렇게 묻는 체링겐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묻어났다.
이제 보니 다른 학생들도 레오와 나를 흘끔대고 있었다.
“글쎄.”
“하하, 입원할 상황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말로 잘 끝낸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 게 이놈도 레오랑 싸우면 입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군.
이 학교에서 레오랑 붙어서 이길 만한 놈은 거의 없지.
“아…. 이런.”
그때, 엘리아스가 옆에서 짧게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내판을 보니 8팀까지의 발표가 모두 마무리되어 있었다.
저 멀리서, 레오가 자기 팀 친구들을 모으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회의 시간 정하러 갈까?”
체링겐이 제 방 쪽으로 고갯짓했다.
자유시간이기는 하나, 하루라도 빨리 팀원 파악을 하려면 같은 팀이 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눠야 했다.
* * *
회의 시간을 정하고, 나는 또다시 학교 병원에 왔다.
밤 10시라 면회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어차피 사람 없이 마법으로 시스템을 돌리고 있어서 건물 문이 잠기기 전까지는 드나들 수 있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아델베르트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폭주 직전까지 몰린 여파 탓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병원에 왔다고 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깥의 가로등 불빛 외에는 아무 빛도 없는 컴컴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왜 우중충하게 불도 안 켜고 있어요?”
“잘 시간이니까요.”
“부장님도 곧 온다면서요.”
“그건… 그렇네요.”
아델베르트는 말할 게 있는지 연극부 부장을 이곳에 불렀다고 했다. 부장에게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협탁에 놓인 스탠드를 켰다.
‘음.’
빛이 들어오고서 확인한 놈의 표정은 딱히 어둡지 않았다.
이번에 전해 들은 놈의 성적은 25팀 중 6등, 8점.
점수를 등급으로 환산한다면 간신히 2+등급에 걸쳤다.
‘턱걸이긴 해도 이 정도면 잘했지.’
절대 못했다고 말할 점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의 3+등급보다는 세 단계 올랐다 해도, 여전히 아델베르트에게는 낮은 등급이다.
나는 그럼에도 의외로 태연해 보이는 놈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괜찮아요?”
놈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말이 없어 내가 바깥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그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뇨.”
“…….”
그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화가 나더라고요.”
“왜요?”
“같이한 친구에게도 미안하고, 나에게도 미안하고…. 아니, 나에게는 실망했죠.”
폭주 직전까지 몰리면 보통 입원해서 계속 경과를 보고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놈은 그럴 시간 없이 바로 시험을 치러 갔다.
실망할 것도 없다. 그 마당에 2+면 상당히 잘한 편이다.
게다가 학생들은 이전의 3+가 강력히 뇌리에 남아, 2+로 오른 지금은 놈이 다시 기량을 되찾았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때, 아델베르트가 불쑥 말을 꺼냈다.
“선배님은 이런 경험 해 보셨습니까? 내 자리라고 믿었던 그 위치가 하루아침에 남의 것이 되고, 나는 그 자리를 이제 올려다봐야 해요.”
자주 하지.
이제 아무 감흥도 없을 지경이다.
“선배님께도 낯설지 않은 말이겠지만, 우리 시대에서 학문은 단순한 배움이 아니라 개인의 투자 가치를 증명할 도구입니다. 그리고 저는 늘 제 자리에 걸맞은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했어요.”
놀랍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정치에 내몰린 아이들이 이만한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기가 더 어렵지.
그가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었다.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이 낮은 사람은 올바른 길을 걷는 게 아니고요?”
“…….”
놈이 한참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노력하는 방법에 있어서요.”
“하루아침에 믿음이 깨졌네요.”
“예.”
놈이 희미하게 웃었다.
“황족인 이상 나는 신민들에게 보이기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지도를 맡길 수 있는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전에 이렇게 말씀드렸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베르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지나치게 좌절한 건 그것 때문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
“선배님 말씀대로예요. 폐하와 전하, 그리고 니콜라우스 경이 제게 실망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제가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에게 단단히 실망했기 때문이겠지요. 황족의 의무도 무엇도 아니라, 내가 멋대로 잘못됐다고 판단했던 그 위치에 떨어졌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서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런 건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남들의 기대를 깨어도 괜찮으려면 제가 제게 하는 기대부터 깨야 했는데요.”
“지금처럼 알아서 할 텐데 뭘 굳이 남이 알려 줘요.”
“하하….”
그가 가볍게 얼굴을 쓸고 한숨을 토하듯 말했다.
“이제 됐어요. 약만 아니었다면 하는 억울함이 들지만 오늘은 그 이상으로 잘 해낼 수는 없었어요.”
만족하지 않은 게 뻔하다.
약을 먹인 자를 당장 찾아내고 싶어하는 분노가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보인다.
하지만 이전처럼 황제나 황태자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
‘폭주 직전까지 몰리고서는 자아성찰한 거냐….’
대단하네.
비꼬는 게 아니라 그의 발전 속도를 체감해서 놀라웠을 뿐이다.
그가 이제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선배님. 니콜라우스 경은….”
“…….”
“선배님이신가요?”
나는 가볍게 웃었다.
“아뇨.”
“…….”
놈이 눈만 깜빡이다 고개를 저었다.
“그렇겠죠.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
그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시험도 치고, 생각 정리도 제대로 했습니다.”
띠링―!
호감도 +1
이렇게 잘 퍼 주는 놈이 아니었는데.
하여튼 놈을 다르게 키워 보려던 내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다.
이 정도면 황태자의 기대에 연연하고 황태자의 목표가 제 목표인 줄 알고 살던 과거와는 다르게 출발하는 셈이다.
“그래요.”
미소지으며 간단히 대답한 순간,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아델베르트가 목소리를 키우며 말했다.
“아, 오셨나 보네요.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동아리 부장이 방에 들어왔다.
굉장히 긴 안부 인사가 끝나고, 아델베르트가 본론을 꺼냈다.
“정기 공연 일정이 2주 뒤라고 들었습니다. 딱 2차 시험이랑 겹치더라고요.”
“네, 맞아요.”
그래.
그래서 다들 대사 많은 주연 자리를 기피한 것이다.
아델베르트가 난감한 듯 말했다.
“부장님. 정말 죄송하지만… 이번 극에는 배우로 못 서겠습니다.”
“예?!
“…….”
“죄송합니다. 그런데, 지금 체력으로는 도저히 그 대사를 전부 암기할 자신이 없어서요. 대신 준비 비용은 댈 수 있는데, 혹시 그쪽으로 가능할지….”
폭주하고 나면 사실 일주일을 입원시키고 경과를 지켜보는 게 보통이다.
놈이 마법사라 회복이 빨라서 당장 시험에 투입시켰을 뿐, 쉬는 게 맞긴 하지.
그런데….
부장이 입을 벌린 채 굳어 있다가 가까스로 말했다.
“그, 그럼 주인공 자리가 비는데….”
“외부에서 대역을 구할 수는 없을까요?”
주연을 외부에서 구하면 우리 학교 공연인 의미가 없어지지….
나는 아델베르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후배님.”
“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습니다.”
“아, 그건 그렇긴 한데….”
하지만 이미 부장의 눈은 슬그머니 내 쪽으로 향해 있었다.
“…….”
* * *
다음 날 아침, 약속한 시간이 되어 나는 6팀 회의실에 찾아갔다.
그리고 주인공 자리는…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부장은 나를 열심히 잡고 늘어지고 있지만 알 바 아니다.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암기법 과외를 시키든 내가 대본을 통째로 다시 편집하든 방법이 있겠지. 그것도 아니면 사실 다른 놈에게 맡겨도 문제는 아니다.
‘아델베르트한테 약 먹인 놈 누구냐….’
이제 보니 그 새끼가 모든 것을 어그러뜨리고 있다.
이마를 짚고 생각에 잠겨 있자, 체링겐이 손뼉을 치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모두 모였구나.”
자연스럽게, 우리 팀은 체링겐이 이끄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는 굳은 얼굴의 팀원들을 둘러봤다.
나는 이 조합에 만족했지만, 사실 나와 체링겐을 제외하면 모두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턱을 괴고 테이블 끝을 바라봤다.
검은 머리를 깔끔히 쓸어넘긴 멀대 같은 놈이 내 시선을 피했다.
‘저놈이 플로리안 오스터하겐이지.’
필립의 친구로, 학기 초에 내게 파이를 먹이려 했던 놈 중 하나다.
그 옆에 앉은 필립도 내 존재 때문인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멜빈은 저 둘과 같은 팀이라 표정이 좋지 않고. 필립네 무리는 멜빈처럼 성격이 유약한 친구들에게는 행실이 썩 좋지 않다. 그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또, 마지막 한 명.
나는 어두운 금발에 잿빛 눈을 가진 한 학생을 바라봤다.
하이케 아인시델.
저쪽은 그나마 별생각 없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6팀 내에서 유일하게 1분반이라 그런지 발표가 날 시각에는 좀 당황스러워하긴 했다.
‘…그 아인시델과 혈연인가.’
아인시델은 프로이센의 귀족 가문이니 충분히 성씨를 공유할 수 있다.
내가 만났던 놈이 과연 그 집안사람이었는지, 사칭범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겉보기로 그놈과 닮지는 않았다.
아인시델은 머리가 흰색이라 그런지, 또 여유로운 말투 탓인지 오히려 엘리아스 느낌이 났다.
‘상태창 좀 확인해 보자.’
하이케 아인시델
호감도 -2* [공략 불가능]
칭호: ―
체력: +6
정신력: +3
마력: +5
기술: +4
인상: +2
행운: +1
특성: ―
나쁘지 않지만, 내가 봤던 아인시델의 스탯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빼면 큰 관계는 없는 듯했다.
‘그나저나….’
공략 불가능?
여태까지 본 것 중 처음이다.
‘이러면 오기가 생기는데.’
하필 성씨가 아인시델인 놈을, 공략할 수 없다고 뜬다?
호감도를 올릴 수 없다는 말인가? 한계치가 명확하다는 뜻인 듯한데.
공략 단계 5단계까지 찍고 자연스럽게 저택에 찾아가서 오스나브뤼크의 아인시델과 관련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난 김에 팀원들 호감도 좀 확인해 볼까.’
나는 의심 사지 않게 빠르게 시선을 처리하며 호감도 창을 전부 열었다.
율리아 체링겐
호감도 +3 [공략 가능 (2/5)]
플로리안 오스터하겐
호감도 -3* [공략 가능 (1/5)]
필립 괴링
호감도 -1* [공략 가능 (1/5)]
멜빈 클로크너
호감도 +7 [공략 가능 (3/5)]
그래,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오늘이나 내일 매력 특성을 올리고 나면 괜찮게 쓸 만한 점수대다.
‘아예 같은 팀 놈들 상대로 확 올려서 더 호흡이 맞게끔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특히 율리아와 멜빈 말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
나는 정신적인 충격을 입고 모든 창을 껐다.
값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이걸 한꺼번에 보고 있으니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후….’
오랜만에 담배 생각이 난다.
그때, 여유로운 표정으로 편히 기대 앉은 체링겐이 2차 팀 발표지를 보며 말했다.
“유력하게 가산점 획득권에 들 팀으로 일단 세 팀이 있지. 1팀, 우리 팀, 그리고 8팀.”
이 미친 듯이 싸늘한 기류에도, 학생들은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1팀에는 알다시피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랑 나르케 파르네세가 있지. 우리 팀은 말 안 해도 알 거고, 8팀에는 엘리아스 호엔촐레른과 1분반의 현재 1등이 있어.”
이 세 팀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팀에는 최상위권이 없다.
“우선 8팀은 가장 먼저 불협화음이 날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떻지?”
“…….”
체링겐의 말투는 건조했다.
등수가 높아지면 받는 가산점도 커진다.
가산점 획득권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다른 팀을 언급했을 테다.
10년 넘게 같이 지내며 살아온 친구들인 만큼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지.”
8팀은 팀원 다섯이 1분반, 그리고 엘리아스 혼자 2분반이다.
우리 팀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리고, 1분반 학생들은 대체로 엘리아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서 괜찮게 생활했으면 2분반으로 올 이유가 없었겠지.
엘리아스는 지금 적 다섯과 같은 팀을 하게 된 셈이다.
‘잘해야 할 텐데.’
어쨌든 나는 놈과 함께 팀 생활을 하고 싶다.
뭐, 걱정 안 해도 잘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성질머리를 보여 줄지 기대된다.
“시험은 2주 뒤지만, 일주일 뒤에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합동 훈련이 있어. 다른 팀에 대해서는 이 날 정보를 얻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 팀이 이날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지금 알아보는 게 좋겠지.”
체링겐의 미소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 있네.”
벌써 그걸 고려할 시기는 아닌 듯한데.
실력을 발휘하지 않아야 할 경우면 다른 팀에게 얕보여도 상관 없다, 아니, 오히려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팀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인데.
나는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팀워크 확인부터 하고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렇지. 직접 뛰어 보면 바로 알겠지만, 8팀처럼 불화 요소가 있다면 깔끔히 싹을 자르고 들어가는 게 좋을 듯해서. 그러니….”
체링겐이 손을 반쯤 들고 까딱였다.
그의 시선은 이미 필립에게 향해 있었다.
“서로 사이 안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