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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49화 (149/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49)

엘리아스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졌다.

혼자 시작지점에 남은 엘리아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헛웃음을 치는 게 보였다.

팀원 넷이 동시에 희생자가 있는 좌표로 이동했고, 팀장은 그 옆의 좌표로 이동해 화면이 세 개로 분할되었다.

‘…숲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렇게 바로 워프한다고?’

희생자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므로 신중히 워프해야 한다.

특히 건물처럼 폐쇄되어 있지 않은, 이런 자연환경이라면 더더욱.

정찰 목적으로 한 명을 바로 옆 좌표로 워프시킨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아마 저 팀장이 그 역할을 하려 했던 것 같은데.’

사전에 말해 뒀던 대로 팀원들이 움직이지 않은 게 분명하다.

팀장의 당황 섞인 타박이 공용 회선을 타고 들려오자, 엘리아스가 그의 말을 끊고 차분히 말했다.

[됐어. 포지션 정해 줘.]

[어, 나 이제 경보 울린 좌표로 워프했거든? 잠깐만, 얘들아! 일단 결계 치고 대기해! 먼저 나가지 말고 대기부터!]

팀장이 다시 엘리아스에게 말했다.

[지금 폭주 초기 단계인데, 움직임을 보니 곧 도주하게 생겼어. 지금 바로 잡아 둘 테니까….]

콰앙―!

[야! 얘들아!]

팀장이 욕설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엘리아스의 한숨 소리가 팀장의 아티팩트로 흘러들어왔다.

‘이걸 참네.’

엘리아스는 지금쯤 당장 워프해서 깽판을 칠 놈인데.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 팀의 약점이 될 거란 걸 알아서 그런지 감정적으로 굴지는 않는다.

삐익―

[엘리아스, 지금 북쪽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300m 앞 지점 좌표 계산해서 워프해. 네가 최종으로 처리한다.]

알림음이 들린 걸로 보아서 엘리아스 개인 회선으로 연락이 들어간 듯하다.

그때, 팀장이 말한 곳으로 워프한 엘리아스가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듯 눈썹을 올렸다.

팀장의 짜증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돌지 말고 북쪽으로 몰아!]

“어!”

“뭐야, 쟤네?”

엘리아스에게 한 말이 아니었음에도, 엘리아스는 300m는 더 넘게 떨어진 그곳에서 벌써 상황을 파악했는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화면을 보는 내 표정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우와….”

옆에 있는 1팀 대기석에서 나르케가 탄식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8팀 학생들은 팀장이 따라붙자 곧바로 방향을 돌려 동쪽으로 향했다.

이제 나는 엘리아스가 며칠간 왜 그랬는지 깨달았다.

‘열외시키고 있네.’

팀장을 제외한 1분반 넷이서 엘리아스가 끼지 못하게 막고 있다.

팀장이 개인 회선으로 전달한 이유를 알겠다.

팀원들이 엘리아스를 배제하고 움직일 게 뻔하기에 그에게만 전달하고, 팀장 본인이 직접 학생들을 북쪽으로 유도시킬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팀원들이 그런 팀장의 생각을 먼저 파악해 버리는 바람에 끝장났다.

엘리아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로 가는 중이야? 알아야 워프하지!]

[동쪽! 아니, 이제…!]

이미 팀장은 방향감각을 잃었다.

엘리아스는 기대도 안 했다는 듯 표정 없이 뛰었다.

그 순간, 중계 화면 하나가 마력 탓에 새하얗게 튀었다.

콰아앙―!

폭음에 이어 점액질 액체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고요한 엘리아스의 화면과 달리, 8팀 놈들이 있는 화면은 이제 빛이 거둬지고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폭주자를 처리한 8팀 학생들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바로 옆 화면에서 무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허리에 손을 얹은 엘리아스와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우리 팀 학생들과 눈이 마주쳤다.

“…….”

“와, X발….”

그 필립까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다들 저따위로 해도 되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링겐은 홀로 표정 없이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8팀은 이미 뛰어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악이네.’

시간만 줄이면 다냐?

여섯 명이나 투입되었으면서 민가 체크도 안 하고, 결계 설치 따위를 직접 말로 주문해야 하고, 지시에 따르지도 않고.

팀장의 두 번째 지시, ‘잡아 두겠다’는 지시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팀에 정화 능력자가 없는 지금 자연에 비트리올이 스미면 처리할 방법이 없다. 폭주자가 도주하지 않게 붙잡고, 제자리에서 처리를 끝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팀원들은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지시를 어기고 폭주자가 도주하게 몰아붙였다.

여섯 중 제대로 사고하는 자가 둘만 있다니, 이 팀은 이대로면 최하위로 남아서 탈락이다.

[시험을 종료합니다.]

안내음이 나오고, 미메시스로 불러냈던 숲이 사라졌다.

학생들의 훈련복에 튀었던 비트리올이 씻은 듯 사라졌다.

지켜보는 학생들의 당황스러움은 전혀 의식되지도 않는지, 팀장을 제외한 8팀 학생들은 서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

엘리아스는 그저 표정 없는 얼굴로 걸어 나왔다. 팀장이 그런 엘리아스를 발견하고 미안하다는 듯이 따라왔다.

“엘리아스…!”

엘리아스가 손을 대충 내젓고 8팀 대기석에 다시 앉았다.

학생회에서 나온 진행자가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다음, 2팀.]

* * *

“지금까지 네 팀 훈련이 끝났어. 이 중에서 유력하게 가산점 획득권에 들었던 8팀 결과, 다들 봤지?”

여덟 팀 중 네 팀의 훈련이 끝나고, 우리 팀은 바깥에 나와 전략회의를 했다. 다른 팀의 결과를 보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는지 필립 친구가 코웃음 쳤다.

“8팀 별거 없네. 엘리아스 데리고 그렇게 개판 내기도 쉽지 않아~?”

“그니까. 이렇게 딸리는 새끼들은 또 처음 본다.”

필립이 비딱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얘네들이 할 생각이냐?’

역시나 그냥 웃음만 나는지 체링겐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그쪽에서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확신할 수 없어.”

“뭐 그렇게까지….”

“실력 좀 되는 팀에서는 다들 이 정도 계산은 하고 들어갔을 거야. 의도적으로 실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렇게 움직였을지도 모르니 끝까지 경계를 놓지 말자고.”

필립과 필립 친구가 쓸데없는 대꾸를 덧붙이기 전에, 체링겐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가산점 획득권에 있던 세 팀 중 한 팀만 끝났어. 바로 다음 팀이 우리야. 다들 우리 팀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거란 건 알지?”

“그래서, 이제 우리도 적당히 실력 깎자?”

1분반 아인시델의 물음에 체링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상대 팀이 우리에게 어떤 필드를 줄 거라고 생각해?”

“음, 나는 쉬운 필드는 안 줄 것 같아…. 어려운 거 던져 주고 해결 방법 알아보려고 할 수도 있잖아.”

“난 제일 기본적인 필드 준다에 한표.”

멜빈의 말에 아인시델이 덤덤히 말했다.

체링겐이 미소지으며 몸을 기울였다.

“어떤 필드가 나오든, 우리는 그냥 하나만 기억하자.”

“뭔데?”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써.”

* * *

콰앙―!

새까만 나무줄기 같은 것이 장막에 부딪혔다. 분명 간격을 두고 방어했음에도 그 진동이 내 뒤통수에 그대로 전해졌다.

1초만 늦었어도 저게 공격한 것은 내 경추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또다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비트리올을 피해 구르고, 땅을 박차 뛰었다.

지금 우리는 주택가 필드를 받았다.

가장 빈번하게 사고가 일어나는 만큼 내게는 익숙한 지형이었다. 그리고 체링겐은 내게 미끼 역을 맡으라고 지시했다.

‘얼마 안 남았군.’

이제 이 주택가에서 벗어나, 가장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비트리올은 공기에 비해 무거우므로 낮은 곳에서 처리해야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아무리 머리를 안 쓰려고 해도 이 정도 기본은 챙겨 줘야 한다.

목표한 지점이 되었을 때, 나는 뒤돌았다.

바람 탓에 미친 듯이 일렁이는 검은 구체가 비트리올을 사방에 흩뿌렸다. 물론 백업을 맡은 체링겐이 전부 커버하고 있었다.

기기긱―

구체가 내 얼굴을 본 순간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 구체를 보고 뒤돌아 전속력으로 뛰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1분반 아인시델과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을 낮췄다.

말이 낮춘 거지 사실상 다시 한번 굴렀다고 보는 게 맞다.

“어우….”

저 멀리서 필립 친구가 질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의 몸 막 써서 미안하네.’

긁히긴 했지만, 어차피 이 안에서 어떤 부상을 겪든 밖에 나가면 없던 것이 되니 문제없다.

콰아앙―!

굉음이 들려온 순간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나를 쫓아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구체에서 굉음이 났다.

팀원들이 설치한 장막에 부딪혔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포트 하려던 차에, 시야에 들어온 체링겐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통각은 그대로일 텐데, 몸 쓰랬다고 너무 쓰는 거 아냐?”

“미끼 하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나는 따라 웃으며 그렇게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 좀 따라가기 벅차게 보여야 하는데.’

체링겐도 아차 싶었는지 웃음을 참고 카메라를 향해 인상을 팍 썼다. 그래 봤자 이미 카메라에 잡혔을 게 분명한데.

우리는 카메라가 잡지 않는 쪽에서 가볍게 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필립과 멜빈이 빨리 오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공격을 유지했다. 둘 다 무작정 양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공격이라니,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방식이었다.

체링겐이 처리를 끝내려 완드를 들었다.

[네가 저희로 돌아서게 함이여, 그 얼굴을 향하여 활시위를 당기리로다.]

황금빛 마력이 공격적으로 완드 끝에 소용돌이치더니, 구경할 새도 없이 비트리올 구체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진흙에 먹히듯 굉음의 끝이 뭉개졌다.

황금빛 공격이 구체의 물컹한 표면에 먹히지 않고 그 안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슬슬 마력을 보충하기 힘든지, 체링겐이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네.’

퍼억―

비트리올 처리를 위해 장막을 보강한 순간, 구체의 코어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알림음이 들려왔다.

삐익―

[9분 39초.]

[시험 종료합니다.]

10분 권장 필드였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9분 중 7분은 내가 뛰어다니는 시간이었지만, 그 덕에 우리 팀의 실력이 감춰졌으니 나쁘지 않다.

평소와 다르게 전략적인 지시 없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몸으로만 밀어붙인 결과물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전략이었지.’

미메시스가 꺼져, 손과 팔에 긁혔던 생채기가 사라졌다.

“루카스!”

체링겐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가볍게 쳤다.

“이거 되게 좋아하네.”

“의지 다지기에 딱이지.”

“다른 팀원하고는 왜 안 해?”

“관찰력 좋네~ 한 번 더?”

놈이 손을 펴고 흔들었다.

대답 안 해 주네. 놈이 정치적으로든 뭐든 나와 친해지려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굳이 대답을 안 들어도 상관없긴 하다.

“뭘 또 해.”

“아쉽네.”

체링겐은 여전히 아무 생각 없다는 듯 웃었다.

아무튼, 우리는 무난하게 끝내자는 목표를 달성하고 훈련장에서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3팀.]

바깥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았다.

분위기가 좋다는 건 곧 우리의 계획이 잘 먹혔다는 뜻이다.

그때 다른 팀 학생들이 저들끼리 속삭였다.

“쟤는 그냥 뛰기만 하고 끝났네.”

“쟤가 제일 궁금했는데.”

작게 말해도 다 들린다.

체링겐의 실력은 이미 10년간 이들에게 잘 알려졌으니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지금까지 몇 번 보여 주기는 했어도, 나는 율리아나 레오, 엘리아스만큼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상대가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렵다.

비록 상대의 실력을 아는 게 중요한 시험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계심을 생각해서 체링겐은 오늘 내 실력을 감추기로 했다.

6팀 대기석에 앉자, 옆자리에 앉은 나르케가 몸을 기울여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레오가 너희 사기 치려고 그러는 거냐고 물어보래.”

“걔가 물어본 것치고는 네 말투인데.”

―“하하, 그래서~?”

당연히….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시험 날에 직접 보고 판단해.”

* * *

어차피 다들 알면서 물어봤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몰라도 친구들은 모를 수가 없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나르케가 신력을 써서 말했다.

―“알아도 직접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인간이야~”

‘그래. 그러겠지. 엘리아스는?’

―“교실에.”

그냥 한번 해 본 건데 이런 식으로 소통이 되네?

합동 훈련 시간이 전부 끝나고, 우리는 종례를 위해 반으로 이동했다.

앞서가는 학생들이 엘리아스 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야, 걔네 진짜 뭐한 거야?”

“일부러 그랬을 것 같은데. 엘리아스가 제일 잘하니까 시험 날에 공개하려고…?”

“그런 분위기 아니지 않았냐?”

“아, 좀 그렇긴 했는데…. 설마. 누구 좋으라고 그러겠어.”

같은 생각이다.

2분반인 엘리아스를 훈련 외적으로 은근히 긁을 가능성까지는 생각해 봤지만, 이렇게 훈련에서 아예 열외시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점수가 걸려 있으니까.’

아니면 놈들이 정말 실력이 후져서 엘리아스가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니었지. 실력은 그냥저냥 괜찮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놈들은 불합격해도 상관없거나, 아니면….

‘엘리아스를 대놓고 배제시켜서 팀에서 자진 하차하게 만들 생각인가.’

그렇게 되면 다섯이서 연습하는 이 미친 상황이 이해가 가는데.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나는 생각을 떨쳤다.

두 번째 가설은 좀 너무 나갔다. 엘리아스가 자진 하차할 놈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반에 가서, 벌써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엘리아스를 흘끗 보고 자리에 앉았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걸 보니 반 친구들이 대신 화내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엘리아스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 옆자리로 워프하더니, 어제처럼 내 어깨에 머리를 박았다.

빠악―

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학생 하나가 물었다.

“야… 너 어깨 괜찮아?”

“아니.”

“루우우우우우….”

“왜 말하다 말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루카스라는 이름은 딱 두 글자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루카는 네 글자나 되니까 너무 길어.”

귀찮아서 말하다 말았으면서 자꾸 별명 창조하네.

엘리아스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나는 주제를 돌려 아까 봤던 훈련 이야기를 꺼냈다.

“엘리아스. 이래서 며칠 내내 힘들어한 거야?”

엘리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종례가 끝날 때까지 엘리아스는 훈련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자,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점심 먹고 훈련 열심히 하세요.”

교수의 종례가 끝나고, 학생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바깥에서 한 학생이 소리쳤다.

“어, 이거 뭐야?”

얼핏 본 복도는 바닥이 온통 새하얬다.

저 멀리서부터 바닥에 흰 종이가 무더기로 쏟아져 있었다.

[분실물 찾아가세요.]

[본관 2층 복도 끝]

나는 고개를 들고 복도를 바라봤다.

같은 종이 수십 장이, 바닥에도 벽에도 붙어 있었다.

학생회 도장이 찍히지 않은 걸 보니 허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이다.

‘분실물 목적이 아닌데, 이 정도면.’

순간 앞문 쪽에 서 있던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레오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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