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51화 (151/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51)

“신문…?”

“예.”

엘리아스가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히죽 웃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징계위 열어 주세요. 저도 제대로 벌을 받아야죠.”

교수는 고개를 슬쩍 저었다. 엘리아스가 계속 실없는 소리만 한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쪽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른 교수에게 전달할 내용인 듯했다.

그러는 동안 1분반 놈은 다시 생각하니 화가 나는지 엘리아스에게 속삭였다.

“…알려 준다고 했지. 네가 안 알려 줘도 아는데 왜 나대? 그렇게 굴어 놓고 징계위나 열어 달라고 한다고?”

“어? 알?”

“…….”

“어떻게?”

엘리아스의 입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괴성을 내질렀다.

“교수님! 얘도 한번 조사 좀…!”

“아! 아니!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1분반 학생이 완전히 진이 빠진 얼굴로 엘리아스의 입을 막았다.

여기 와서 10년쯤 늙은 듯한 얼굴이었다.

“알겠다고…. 그만해….”

“진작 그럴 것이지~”

엘리아스가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는 동안 교수는 다시 지친 얼굴로 터덜터덜 돌아와 물었다.

“그런데 엘리아스 학생은 옷이 왜 그 모양인가요?”

“1월 중순이라 그런지 슬슬 덥네요.”

“뭔 소리야?! 그게 아니고 이 친구가 저를…!”

1분반 놈은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은 듯했다.

그걸 지켜보던 엘리아스가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뭘, 귄터. 내가 뭘?”

교수 역시 학생이 말을 잇지 않자 말을 반복했다.

“학생을?”

“저한테…! 알려 주겠다고!”

“뭘 말입니까?”

“이 학생이 다녀온 곳에서 하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걸 저한테 시도하려고 했다니까요?”

“…?! 허어….”

교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덩달아 내 옆에 앉은 레오에게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아스는 혼자 태연하게 물었다.

“시도?”

“그래! 다짜고짜 옷 벗으면서 달려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발뺌할 거냐?”

“다 안 벗었잖아.”

벨트나 다시 매고 말하라고 하고 싶다.

때마침 엘리아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벨트를 채웠다.

교수가 침착하게 양손을 맞잡고 말했다.

“학생. 정말 내가 학생에게 뭐라 하고 싶진 않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확실히 전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교수님.”

“그렇다면 로브도 재킷도 어디에 버려두고 온 거죠? 이제 보니 넥타이도 없군요.”

“교실에 잘 있습니다.”

“우선 셔츠 단추라도 채우세요. 학생이 지금 친구와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차림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걸 내가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요?”

“예에….”

엘리아스는 다시 부루퉁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단추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충 셔츠를 여몄다.

1분반 학생이 이거 보라는 듯 엘리아스의 행동을 가리켰다.

“교수님! 보십시오. 단추가 없어서 못 채웁니다. 다짜고짜 멀쩡한 옷을 잡아뜯고 있는데 제가 얼마나 당황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

단추가 없다는 걸 이제 발견한 교수는 얘를 어쩌냐는 듯 측은한 얼굴로 엘리아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엘리아스가 헛기침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 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징계위도 가야 하니까요.”

“아니!”

1분반 학생이 엘리아스를 붙잡았다.

“뭐야?”

“프림로즈 패스 출입뿐 아니라 신고할 사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자체가 증거이니 그대로 가야겠습니다. 교수님,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1분반 학생의 얼굴에 결의가 느껴졌다.

잠시 당황하던 엘리아스가 코웃음을 쳤다.

* * *

나는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함께 징계위가 열리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학교의 대처는 굉장히 신속했다.

제국을 대표하는 학교인 만큼, 학교는 그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에 굉장히 민감했다.

드륵―

레오와 학생회 학생 하나가 엘리아스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엘리아스가 안에 와 있는 학생들과 교수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야, 이렇게 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입은 상황에서 나만 이렇게 후줄근하게 있으라고? 나 좀 부끄러운데~”

“부끄러운 줄은 알아…? 알면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

레오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뭉개지는 발음에서 이를 악물고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아스가 자연스럽게 레오의 시선을 피했다.

엘리아스가 널찍한 회의장 한가운데에 앉을 때까지 둘은 계속해서 간단한 제스쳐로 투닥거렸다.

쓸데없는 행동을 별생각 없이 지켜보고 있자, 어느새 마법학과 학과장 교수가 교직원 몇과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모두 도착했습니까?”

“예, 전부 자리에 있습니다.”

학과장이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 엘리아스의 옷차림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학생은 교복을 왜 교칙대로 입지 않았지요?”

“저도 문명인답게 입고 싶었는데 저기 앉은 저 1분반 친구가 필사적으로 말려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뭘 필사적으로 말려?!”

그러는 동안 우리 반 교수가 학과장에게 차음 마법을 걸고 무어라 말했다.

학과장이 이해했다는 표정을 하고는, 확성 마법을 걸어 말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학생징계위원회 1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오후 3시, 엘리아스 호엔촐레른 학생이 유흥업소에 방문하였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과장이 준비해 온 종이를 넘겨, 징계위에서 으레 읊는 문구를 읽기 시작했다.

“본교는 제국2교육원 학생들의 학교 내외부 생활 태도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태도는 황실과 제국의 위신과도 직결되어 있으므로, 본교는 본교의 명예를 실추한 학생을 관용 없이 즉시 퇴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퇴출 소리가 나오자 1분반 학생이 자신 있게 웃었다. 물론 웃는 중에도 얼굴은 피로해, 엘리아스 탓에 기운이 잔뜩 빠진 여파가 남아 있었다.

‘뭐, 어쨌든 자신이 있겠지.’

놈은 편지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엘리아스가 프림로즈 패스에서 한탕 놀고 왔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가짜지만 사진까지 있으니, 오해할 만했다.

“이의는 3개월 안에 행정심판을 통해 제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기된 문제가 사실인지 검토할 것이고, 최종적인 징계 통지는 2차 징계위원회 이후에 나가게 됩니다.”

학과장이 말을 이었다.

“먼저, 엘리아스 호엔촐레른이 프림로즈 패스에서 받은 우편과 사진은 귄터 보크 학생이 다시 촬영해 증거물로 제출했습니다. 프림로즈 패스의 대표 상품은 매춘과 사행성 오락이지요. 제국의 기둥으로서 고등 교육을 받고 있는 본교 학생이 발을 들일 장소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이지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엘리아스가 웃으며 힘주어 말했다.

학과장은 그걸 반항으로 받아들였는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교수들의 표정도 점점 좋지 않게 변했다.

“엘리아스 학생, 프림로즈 패스에 다녀온 것이 사실입니까?”

자리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엘리아스에게 쏠렸다.

“예, 사실입니다.”

“…!”

귄터라 불린 1분반 학생은 거 보라는 듯이 손가락질했다.

“학생, 프림로즈 패스에는 언제 방문했습니까?”

“중요한가요?”

엘리아스가 느긋하게 물었다.

“중요하지요. 학생의 출석은 해당 날짜부터 정지될 겁니다.”

“지금 몇 시죠?”

“5시 40분이군요. 7시 전까지 회의를 정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뭐, 그럴게요. 대략 2주 전에 방문했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하지만 거기에 갔다는 걸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기는 뭐해서요. 사실 이렇게 밝혀질 것도 예상하지 못했네요.”

“학생은 학생의 행위가 문제라는 걸 분명히 알지 못하는 것 같군요.”

“교수님.”

엘리아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그곳에 갔지만,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자세히 설명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잘못을 회피할 생각은 없으니, 우선은 다음 안건부터 논의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여섯 시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학과장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대로 밀고 나가봤자 엘리아스를 다루기 어렵다는 걸 알았는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이 말한 시각에서 더 지체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둘째로 회부된 문제부터 시작하지요.”

그 말에 1분반 놈이 회의실 한가운데로 나와, 엘리아스 옆 책상 앞에 섰다.

놈이 찝찝한 얼굴로 책상을 멀리 떨어뜨렸다.

“귄터 보크 학생은 허가받지 않은 전단을 교내에 500장 유포했습니다.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서서 전단을 유포한 것은 더 이상 분실물을 찾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적 목적을 지닌 행위로 판단됩니다.”

학과장이 공중에 마법으로 증거물 영상을 띄웠다.

“특히 분실물에 이름이 적혀 있었음에도 본인에게 직접 전하지 않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편지를 붙인 의도가 무엇입니까? 학생들을 동요시키는 행동에는 벌점 1점과 교내봉사 1시간의 처벌이 주어집니다.”

역시나 처벌이 짜다.

1분반 놈은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전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500장이라는 수가 그렇게 문제를 일으킬 만한 수라고 생각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쳤습니다. 하지만, 그저 분실물을 돌려주기 위한 의도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허!”

엘리아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비웃었다.

학과장이 엄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1분반 학생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름이 적혀 있음에도 편지를 벽에 붙인 것은, 저의 잘못이 맞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엘리아스를 비난하길 바라 벌인 행동은 아닙니다.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은 장소에서 보낸 편지를 직접 돌려준다면, 저 역시 그의 비윤리적 행보에 동참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섰습니다.”

“…….”

“저는 제국2교육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공범자가 되지 않길 바랐을 뿐입니다. 저의 미숙한 결정으로 학교를 혼란에 빠뜨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떤 벌을 내리셔도 이의 없이 달게 받겠습니다.”

1분반 놈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엘리아스는 입꼬리를 올린 채 대단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이야.’

준비 잘했네.

하긴, 이쯤은 해야 사람을 대놓고 따돌리지.

“잘 알겠습니다. 해당 사안의 처벌에 대해서는 심의 후 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사안입니다.”

나는 시계를 흘끗 보고 학과장의 말을 들었다.

6시다.

학과장은 어차피 미룬 김에 끝까지 나갔다가 엘리아스의 유흥업소 건으로 돌아올 생각인 듯했다.

“귄터 보크 학생은 엘리아스 호엔촐레른 학생이 귄터 학생을 성적으로 위협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제가요? 위협?”

“그 증거로 현재 학생의 복장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군요. 학생이 성적 행위를 연상하는 말을 반복하며 위협적으로 쫓은 것에 대해, 소명할 것이 있으면 하십시오.”

“오해입니다. 전 그런 행위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

모두 헛소리한다는 듯한 얼굴로 엘리아스를 바라봤다.

하여튼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이 부분은 넘어갈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엘리아스가 웃으며 혼잣말했다.

“안 믿네~ 왜지?”

“그렇다면 왜 옷을 벗고 학생에게 달려들었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다 벗지는 않았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그곳에 대해 알려 주겠다는 저의 말과 겹쳐 학생이 단단히 오해를 한 듯합니다.”

그 말에 1분반 학생이 미간을 구겼다.

“오해?”

“그래. 대체 나한테 뭘 기대하고 있던 건지….”

1분반 학생이 곧 뒤로 넘어갈 것 같은 얼굴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레오의 눈빛에서 얼핏 이해한다는 듯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엘리아스가 피식 웃고 말했다.

“교수님. 제가 알려 주겠다고 한 것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적 행위가 아니라, 그런 업장이 얼마나 불건전한지 말로 알려 주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이제 보니 이런 식으로 잘못을 피해 가려는 생각인가요? 학생이 그곳에 가서 어떤 교훈을 배우고 돌아왔든, 학생이 유흥업소에 방문한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뭘 하러 가든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엘리아스가 여유롭게 웃고는, 시계를 흘끗 보고 말했다.

“여섯 시가 넘었군요.”

엘리아스가 책상에 놓아두었던 징계위 안내문을 치우고, 그 아래 깔린 신문을 펼쳤다.

미리 구매했던 오늘 오후분 제국신문이었다.

엘리아스가 앞으로 나가, 교수에게 신문을 건넸다. 그가 주머니에서 신분증 하나를 꺼내 교수에게 같이 넘겼다.

“치안본부 수사원 신분증이군요. 여기에 왜 학생 이름이 있지요?”

“그야 제 거니까요. 임시 자격이지만요. 우선 기사부터 읽어 보시지요, 교수님. 이왕이면 영상 띄워서 같이 읽어 주시면 좋고요.”

교수가 미심쩍은 눈으로 엘리아스를 보고는, 혼자 말없이 신문을 읽어 나갔다. 이어 그의 미간이 좁혀 들어갔다.

“…음?”

“이제 첫 번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까 말했듯이 저는 프림로즈 패스에 방문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학생은 지금….”

“수사원으로서 방문 정도는 해 봐야겠지요.”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1분반 학생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입을 벌린 채 신문을 읽던 학과장이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었다.

표정을 보니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얼마나 말썽쟁이로 살아왔으면 표정이 저러냐….’

프림로즈 패스에서 보낸 엽서에 ‘어떤 것이든 시간 아깝지 않게 모셔 드리겠다’고 적혀 있었지.

이건 두 가지 가능성을 내포한다.

첫째, 프림로즈 패스가 지역 경찰을 포섭한 것처럼, 엘리아스를 회유하려 든다.

둘째, 우리를 털려 하는 사람이 너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적당히 해라.

그리고 이 경우에는 둘 다다.

이건 엘리아스에게 보내는 수동적인 경고장이자, 말 그대로 ‘네 말이라면 뭐든 준비할 수 있으니 봐줄 생각이 있으면 제발 봐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응하는 순간 엘리아스 쪽에도 켕기는 것이 생기니 업주 입장에서는 상당한 행운이지.

엘리아스가 천천히 설명해 나갔다.

“수도 경찰국에서 프림로즈 패스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역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은 이제 아주 역사 있는 관행이지요. 분명 불법인데 그 지역에서는 합법이 되는 신기한 풍경이 전국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지금 그거랑 무슨….”

1분반 학생의 말에, 엘리아스가 그를 흘끗 보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는 황실의 치안본부에서 수사원 자격을 얻어 프림로즈 패스에 잠입했습니다.”

“…?!”

레오와 함께 왔던 학생들이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엘리아스가 학과장에게서 신문을 빼앗아 마법을 걸었다. 회의장 공중에 그 영상이 띄워졌다.

[‘프림로즈 패스’ 17개 업소 압수수색… 살인 및 인신매매, 범죄단체조직 등 5개 혐의 적용]

“발표된 시기가 공교롭지 않습니까? 퇴학당할 것 같아서 일정 좀 당겨 달라고 했습니다.”

권력이 좋긴 좋네….

엘리아스의 퇴학 때문에 정부에서 며칠 일찍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오해하신 게 있어서 해명하자면 저는 도박장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찌되었건, 교수님. 압수수색 명분을 잡기 위해 수사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까?”

“…….”

“그래도 문제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말 그대로 방문하기는 했으니까요.”

학과장은 머리가 아픈지 복잡한 얼굴로 이마를 붙잡았다. 함께 참가한 다른 교수들도 얼이 빠져 있었다.

당연히 퇴학감이 아니다.

이미 기사 본문에서는 황실 치안본부가 수차례 언급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치안본부랑 척져 놓고 잘도 수사원 신분증 따 왔네.’

놈은 애초에 저 거리를 털 작정으로 간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1팀에 들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해 도박판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흘러 들어간 것뿐이었으니까.

물론 수사증은 황제에 대한 방어 도구로써 겸사겸사 준비한 것이니, 지금 딴 게 아니라 2주 전에 따긴 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정리 끝났겠지요? 저 이제 가 봐도 돼요?”

“아니, 기다리세요. 그렇다면 치안본부에 연락해서 신분증이 위조가 아닌지 확인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물론 그러셔도 되죠. 그런데….”

엘리아스가 바지 주머니를 뒤져 접힌 쪽지 하나를 꺼냈다.

“다들 절 못 믿으실 것 같아서 한 장 써 달라고 했습니다.”

엘리아스가 칭찬해 달라는 듯 눈을 빛냈다. 당연히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다. 다들 지금 일어난 일을 파악하기에도 바빴다.

학과장이 엘리아스가 건넨 쪽지를 읽어 나갔다.

“치안본부에서 확인서를 썼습니다. ‘엘리아스 호엔촐레른 수사원의 프림로즈 패스 출입은 수사 활동에 필수적인 일이었으니 제국2교육원의 참작을 바랍니다’. 설마 도장을 위조하지는…?”

“에이, 교수님. 누가 그렇게까지 해요?”

“…….”

학과장은 엘리아스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미묘해 보였다.

그러는 동안 1분반 학생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 식사하러 가야 하는데, 정리나 좀 해 보죠~”

엘리아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저는 귄터 학생에게 이 불법 유흥업의 ‘실상을’ 알려 주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오해가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교내에서 뛰어다닌 부분에 대해서만 징계를 받으면 되겠지요?”

“교수님! 지금 저 말은 억지입니다!”

엘리아스가 1분반 놈의 말을 잘랐다.

“교수님께서는 마법학과 학과장 교수님이시니, 오늘 제가 속한 8팀의 훈련을 이미 보셨겠지요. 레오나르드 학생이 마법학과 교수님들께 훈련 영상을 보여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교수님은 귄터 학생이 저를 열외로 하는 과정을 보셨겠지요.”

“잠깐, 그건…!”

“교수님, 귄터 학생이 진정으로 공범자가 되길 원치 않았다면 편지를 교무실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귄터 보크 학생은 저를 괴롭히기 위해, 제가 퇴학당해 마땅하다는 것을 전교에 광고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습니다. 진의는 이것이겠지요.”

어차피 교수들은 말장난을 진작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엘리아스의 죄에 상대적으로 묻히니 깊게 신경쓰지 않았을 뿐.

이제 상황이 반대가 되었으니 다시 짚어 줄 필요도 있지.

나는 웃으며 엘리아스를 지켜봤다.

“교수님. 저의 행동에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깨끗이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논리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귄터 학생의 논리 역시 저의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1분반 학생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학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차음 마법을 걸고 교수들과 대화하고는 다시 강의대 앞에 섰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문제가 보고받은 바와 달라졌으니, 우선은 이것으로 1차 징계위원회를 마치겠습니다. 2차 일정에 대해서는 곧 교수님을 통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이제 훈련하러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

“그래요.”

그 말에 엘리아스가 1분반 놈의 앞에 섰다.

핏기가 싹 가신 1분반 놈과 달리, 엘리아스의 얼굴에는 살짝 맛이 간 듯한 장난기가 올라 있었다.

“쫓아내기 실패했네, 귄터.”

“…….”

“이제 같이 훈련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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