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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61화 (161/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61)

내 의문 담긴 시선에도 엘리아스는 굴하지 않았다.

“나르케도 가!”

‘아주 다 끌고 가는구나.’

“음… 그 친구는 날 좀 불편해하는 것 같아.”

“에이~ 나랑만 가면 좀 애매한데? 3차 진출한 친구들이랑 두루두루 친해진 것처럼 해야지.”

“아, 일리 있네~”

“얘들아. 집주인 의사는 묻지도 않고 뭘 정하는 거야.”

그때, 저 멀리서 엘리아스네 팀 학생이 소리쳤다.

“야, 엘리아스! 이제 들어와!”

“루카! 잘 부탁해~”

엘리아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그의 팔을 붙들었다.

“어엉?”

“기다려. 같이 갈 거면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나는 그에게 귓속말하고 그를 훈련장으로 떠밀었다.

‘다 같이 가면 좋지.’

엘리아스와 나르케는 아인시델을 경계하고 있으니, 뭔가 알아내야 할 게 있다면 대화도 그쪽으로 유도하기 쉬울 것이다.

엘리아스는 카타콤에만 있었기에 아인시델을 직접 보진 않았지만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

그때, 복도 끝에서 1분반 아인시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왜 이렇게 빨리 와.’

방금 가지 않았나?

설마 까였나 생각한 순간, 아인시델이 웃으며 말했다.

“루카스. 된대.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네가 온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시더라.”

“그래? 다행이다.”

나는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그런데, 하이케. 엘리아스 데려가도 돼? 너 보고 싶대.”

“엘리아스…?”

“아, 불편하면 괜찮아. 알잖아…. 어떻게 됐을지.”

“음, 알지. 같이 가도 상관없어. 난 그 친구도 마음에 들어.”

그냥 대충 뭉개 본 건데 이놈도 아는구나.

그보다….

“엘리아스는 왜?”

“그냥.”

그렇게 대답하면 더 묻기가 애매해지는데.

일단 엘리아스에 대한 반응은 잘 알겠다.

“나도 가도 돼?”

나르케가 불쑥 물었다.

아인시델이 말없이 그를 보기만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읽기 어려운 표정이지만 탐탁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

“으음…. 원한다면 와도 돼. 어차피 같은 팀도 되었고. 루카스는 괜찮아?”

“나도 뭐, 같은 팀이니까.”

나르케가 웃는 낯으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 내가 괜한 자리에 낀 건가~? 미안해.”

“아냐. 친구가 많으면 좋지. 더 재밌잖아.”

아인시델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갈 준비하자. 내일 아침에 돌아오면 되겠지?”

* * *

‘당연히 자고 갈 거라고 생각하네.’

이미 오후 6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라 그런 듯하다.

우리는 아인시델 영지 끝자락으로 워프한 뒤, 그쪽 가문에서 보낸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이동했다.

짐가방 하나 없이 잠옷 위에 교복을 껴입고 온 엘리아스가 웃으며 무릎을 두드렸다.

“와~ 재밌겠다! 살다살다 ‘아인시델’ 집에 놀러가게 될 줄이야~”

“…….”

나는 엘리아스가 말하는 아인시델이 어떤 아인시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1분반 아인시델이 단어 선택에 의문을 느꼈는지 눈썹을 들어올렸다.

“쟤가 원래 좀 저래.”

아인시델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끝과 저택은 그리 멀지 않았다.

마차로 10분쯤 달리고 나서, 우리는 저택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저택의 사용인과 귀족 한 명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보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였다. 그게 눈에 띄었던 건 1분반 아인시델도 마찬가지였던 듯했다.

“뭐지. 이거 아까는 없었는데.”

1분반 아인시델이 그걸 마법으로 끌어당겨 뒤집었다.

[Auszurichtendes Cookies Diebs]

[Auszurichtendes Cookies Diebs]

[Auszurichtendes Cookies Diebs]

“뭔데… 어.”

뒤집자마자 타자기로 한 면 가득 찍힌 문장이 보였다.

엘리아스가 편지에 적힌 글씨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아인시델도 나를 돌아봤다.

“이상한 문장. 네가 찾던 거 아냐?”

“…….”

‘정렬하기 쿠키 도둑.’

이번에도 말이 안 되는 문장이다.

심지어 쿠키는 영어다.

‘Audience도 그렇고… Cookies가 또 나올 줄이야. 정말 영어를 더 편하게 쓰는 사람같단 말이지.’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이거 필요한 거야?”

“어. 나 이상한 문장 수집하고 있어서.”

“그럼 가져.”

그렇게 말하자 아인시델은 내게 종이를 건넸다.

놈은 딱히 이 이상한 문장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야 그렇지.’

나도 카타콤에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그냥 넘겼을 것이다.

그보다 저게 대체 무슨 경고인가.

쿠키를 정렬하는 도둑? 쿠키 도둑을 정렬하기?

‘곧 도둑이 든다는 건가.’

이렇게 단순히 해석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루카.”

엘리아스가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중얼거렸다.

“너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거야~?”

“아마 아닐걸.”

카타콤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거기에 적히지 않았던가.

마리안 바움이 내게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게 적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와 ‘엮였던, 엮이는, 엮일’ 무언가라면 말이 달라지지.

물론 생각해야 할 게 또 있다. 카타콤에서 그랬던 것처럼 담벼락에 적혀 있는 게 아니라면 신고를 할 이유가 없다. 지금 아인시델이 그런 것처럼 대충 읽고 버리는 게 보통이겠지.

그러니 나와 관계없이 이상한 문장을 받은 이가 몇몇 더 있을 수도 있다.

“엘리아스. 너 저런 거 받은 적 없어?”

“…내가 잘 모르고 그냥 버렸을 수도 있는데. 일단 저렇게 대놓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종이는 손에 들어온 적 없어.”

대화하는 동안 저 멀리서 집사장으로 보이는 사용인이 다가왔다.

“오셨군요. 작은 주인님 친구분들이시지요.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하인 몇몇이 다가와 우리의 모자와 가방을 받아 들었다.

집사장이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속삭였다.

“그런데, 작은 주인님. 분명 한 분이라고….”

“아…. 그렇게 됐습니다.”

그때, 그의 옆에 서 있던 귀족이 우리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하이케의 친구분들이시지요. 저는 하인리히 아인시델입니다.”

이 사람이 삼촌인가.

확실히 이쪽은 하이케와 닮았다.

머리색과 눈 색이 똑같아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 엘리아스 공작 저하와… 파르네세 자제분도 함께 오셨군요. 하이케가 이렇게 대단하신 친구분들을 사귀었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 친구분들이 오시는 것을 일찍 알았다면 더 성대하게 대접해 드릴 수 있었을 텐데, 면목이 없습니다.”

대단하신….

귀족 사이에도 위계가 있다는 것을 이제 다시 체감한다.

국가를 통치하는 가문과 그 안에서 영지를 관리하는 가문은 다를 수밖에 없지.

썩 편안하지는 않았다.

엘리아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대충 주제를 돌렸다.

“아니에요! 저 근데 배고파요~”

“식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들어가서 드시지요.”

그가 둘에게 미소짓고 나를 바라봤다.

“부디 계시는 동안 편히 쉬다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나는 짧게 인사했다.

길게 대화해 봤자 나나 엘리아스의 집안 이야기로 빠질 것이다.

―“저분은 고유능력이 아예 없네.”

나르케가 신력을 써서 중얼거렸다.

그 뒤로 우리는 하이케 아인시델의 삼촌과 함께 식사했다.

예상대로, 하인리히 아인시델은 식사 내내 집안 어른들 안부를 물었다.

“안할트 공자 저하를 직접 뵙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게오르크 공작 전하께서는 잘 계십니까? 마지막으로 뵈었던 때가 3년 전이군요.”

“플레로마 탓에 많이 바빠지시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건강하십니다.”

과연 그 정신을 가진 인간을 건강하다고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그렇군요. 그 고충을 잘 압니다. 안부 전해 주세요.”

“그러겠습니다.”

하인리히 아인시델이 이제 엘리아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엘리아스 저하의 아버지께서도 잘 지내시는지요? 의원직을 내려놓고 나서는 뵌 적이 없군요.”

“잘 계십니다. 저희 아버지와 아는 사이셨나요?”

“물론이지요. 15년 전에 의원직을 내려놓았으니 공작 저하께서는 모르실 만도 합니다.”

“그렇군요~ 아인시델 경께서는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저는 마을 경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교에서 교수직을 제안해서 고려하는 중인데, 그건 어찌될지 모르겠군요.”

“와~ 교수님 멋지네요. 근데 여기 가족 묘지 있어요?”

“커헉….”

나는 그대로 먹은 것을 뱉을 뻔했다.

‘이렇게 말한다고?’

나르케도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물론 이건 내가 주문한 말이기는 했다.

주교 아인시델이 이 가문 사람이라면,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플레로마 측에서 시체를 가져가 부활시켰다.

둘째, 아인시델이 제 발로 플레로마에 들어갔다.

첫째의 경우 묘지 도굴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안쪽의 기간에 일어났을 것이다. 플레로마가 만들어진지 10년쯤 되었으니까.

‘그걸 하이케에게 떠 보라는 뜻이었지, 가주에게 대놓고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역시 엘리아스다.

분명 뜬금없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그가 해서 그런지 썩 이상하지 않다.

하인리히 아인시델은 이상한 주제에 살짝 당황했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가족 묘지…?”

“아인시델 가문 공동 묘지요.”

“당연히 있지요.”

“보안이 어때요? 요즘 플레로마 때문에 다들 보안을 강화했다고 들었는데, 저희 아버지가 무덤 걱정이 많으세요.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시더라고요.”

엘리아스가 자연스럽게 접시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는 동안 나르케의 눈이 하인리히 아인시델에게 꽂혔다.

무덤에서 누군가 유골을 빼 가는 일이 일어났다면 그의 반응에서 티가 날 테다.

살짝 눈을 찡그린다든지, 말을 시작하기 전에 입맛을 다신다든지.

플레로마에게 제대로 털렸는데 아예 감출 수는 없지.

“결계는 여러 겹 쳐 뒀습니다. 아예 묘지 외곽을 따라 건물을 하나 지을까 생각 중이기도 합니다. 요즘 많이들 그렇게 하지요~”

“…….”

엘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읽히는 게 없다는 거겠지.

내가 보기에도 그에게서는 아무런 동요도 느낄 수 없었다.

“아버지께 그렇게 해 보자고 해야겠네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렇게 사려 깊은 자제분이 있으시니 공작 저하의 아버지께서 정말 기쁘시겠습니다.”

“기쁜 건 모르겠고 최근에 혈압이 좀 오르시긴 한 것 같은데….”

“…흐흠….”

“왜… 아닙니다. 근데 저 아인시델 가문 가족사진 봐도 돼요?”

“…….”

나는 또다시 사레에 들릴 뻔했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나르케는 이제 그냥 웃으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이놈은 제대로 대화할 수 있으면서 일부러 이러네.’

하지만 좋은 자세다.

나는 혹시나 해 하이케를 바라봤다.

이쪽도 좀 어이가 없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가족사진…?”

“예. 하이케랑 아버님 보니까 궁금해졌어요. 하이케 되게 멋지게 생겼잖아요.”

그렇게까지?

어쨌든 아인시델이 제 발로 플레로마에 들어간 인물이라면 아무리 멀리 잡아도 10년 전에는 이 가문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진 한 장쯤은 남아 있을 법하다. 이미 사진 기술이 나온 지 한참 되었으니까.

만약 플레로마가 아인시델을 죽이고서 무덤에 묻힐 새도 없이 시체를 가져갔다고 해도, 사진에는 남아 있을 것이다.

“안 될 것까지는 없지요. 공작 저하께서는 호기심이 많으시군요.”

“고맙습니다! 이따 하이케랑 같이 볼게요!”

“그러십시오.”

‘이걸 이렇게 쉽게 따낸다고?’

역시 데려오길 잘 했다.

그 이후로는 다행히 엘리아스가 모든 대화를 가져갔기에, 딱히 가주와 대화할 필요는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그제야 하이케 아인시델이 지내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엘리아스가 계단으로 올라가기 전, 주방에서 과자를 굽는 걸 보고 눈을 반짝였다.

“나 과자 먹을래!”

“야 이 새끼야….”

“…아하~!”

엘리아스가 고개를 저으며 뒤로 휙 물러났다.

방금 쿠키 어쩌고 하는 문장을 봐 놓고 잘도 넘어간다.

하이케 아인시델은 이미 머릿속에서 그 문장을 깔끔히 지웠는지 무심히 말을 던졌다.

“먹으려면 먹어. 너희 온다고 해서 굽는 거니까.”

“그래? 아냐~ 하이케 많이 먹어.”

“맛있는데.”

하이케가 그렇게 말하고는 두툼한 앨범을 들고 우리를 방으로 이끌었다.

그가 테이블에 앨범을 내려놓고 말했다.

“자, 구경해도 돼. 근데 바로 이거 볼 거야?”

“응? 그럼 뭘 해?”

나는 엘리아스의 입을 치고 웃으며 말했다.

“하이케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어? 그거부터 하자.”

다행히 하이케의 눈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술부터 마시자.”

* * *

‘어제 술을 마셔 놓고 또 술이 들어가냐….’

식사 중 와인 한두 잔이면 또 몰라도.

나는 계속해서 채워지는 그의 맥주잔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

하이케가 게임은 술을 마시면서 해야 한다느니 자기만의 철학을 설파하기 시작했기에 그냥 받아들였다.

“폴드.”

“또?”

“패가 후져….”

엘리아스가 테이블에 엎어지며 카드를 던졌다.

그러고는 게임에서 빠져 앨범을 펼쳤다.

그가 유심히 사진을 뜯어보더니, 앨범을 덮고 하이케의 쪽으로 밀었다.

“잘 봤어~ 다들 너처럼 생겼네!”

“…….”

나는 엘리아스와 눈짓했다.

그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이케는 이미 취기가 올랐는지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 삼촌은 손님도 거의 안 받는데. 오늘은 신기하네.”

“왜?”

“일하는 데에 방해되니까.”

아인시델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 너희가 방해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알지~ 너희 삼촌이 매번 그렇게 말씀하셨겠지.”

엘리아스의 말에 아인시델이 미소지었다.

그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재미있다.”

“우리 아직 제대로 한 게 없는데…?”

내 말에 하이케가 고개를 기울였다.

“술도 마시고 카드게임도 했잖아.”

“아, 그치~ 재미있지! 게임 자주 해?”

“아니.”

“왜?”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정적이 흘렀다.

이걸 입 밖에 낸다고…?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말 안 하려고 하지 않나?

취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엘리아스가 눈치를 보다 손뼉을 쳤다.

“이제 우리랑 같이 하면 되겠네! 그치?”

“응.”

아인시델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자정이 될 때까지 계속 게임만 했다.

그 말은 자정까지 계속 자연스럽게 알코올을 부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시간이 늦었네. 난 이제 잘게.”

놈은 하나도 취하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치기는커녕 더 즐거워 보였다.

“옆방 가서 자면 돼. 하인들이 정리해 놨을 거야.”

“알겠어.”

나는 엘리아스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뭘 원하는지 바로 알아챈 엘리아스가 차음 마법을 걸고 말했다.

“머리색 밝은 사람 없어. 나르케도 앞에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생긴 사람 없대.”

없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로 평민층에도 사진 찍는 게 유행이 되었는데, 돈이 넘쳐나는 융커가 사진을 찍지 않았을 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도 기록용 증명사진 하나쯤은 남아 있을 법한데.

‘…흠….’

공략 불가능과 별개로 이건 또 이것대로 이상하네.

하지만 더 알아보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었기에, 나는 전부 정리하고 방에 들어갔다.

씻고 나오자 엘리아스가 불쑥 제 방에서 튀어나와 차음 마법을 걸고 외쳤다.

“자면 안 돼! 프림로즈 말할 거 있어.”

“알겠어.”

나도 지금 잘 때가 아니다.

분명 혈연인데, 그런 사람이 이 집에 없다?

그리고, 아까 하인리히 아인시델의 상태창을 열어 봤다. 그의 호감도 창에는 평범하게 ‘공략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가문이어도 하이케만 공략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문장이 이곳에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잘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나는 그걸 생각하며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냥 눈만 감고 있어야지.’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 밖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적당히 30분쯤 지나서 올 줄 알았는데.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고개를 들었다.

‘…아니.’

누군가 앞에서 계속 서성대는 중이다.

나는 협탁에 풀어 뒀던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 뒤로 또 10분쯤 지났을 때, 문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덜컥― 끼익―

“…….”

누군가 침대 옆까지 다가왔다.

서늘한 기운이 내 손에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놈의 옷을 잡았다. 그가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

“하이케.”

“…….”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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