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63화 (163/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63)

“시간이 없어. 아마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프림로즈 패스 수사가 종료될 거야. 압수수색으로 가져간 증거물은 도로 반환되겠지.”

엘리아스가 목소리를 낮췄다.

“반환되면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잿더미 되겠지.”

“잘 아네~ 남는 것 하나 없겠지. 다시 잡아들일 건수도 사라지는 거고.”

엘리아스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그걸 막아야 해. 그쪽 좀 심상치 않아.”

“그래.”

내가 순순히 동의할 줄 몰랐는지 엘리아스가 눈썹을 올렸다.

“엊그제에 말했을 땐 좀 생각이 달라 보였는데.”

그걸 캐치했네.

그건 어디까지나 ‘프림로즈 패스가 보복을 위해서 아델베르트와 엘리아스를 폭주시키려 했을 것이다’라는 가설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프림로즈 패스가 수사를 피해 갔다는 말은 처음부터 엄청난 권력자가 있었거나, 새로 붙었다는 말이다.

“아니. 애초에 살인 얘기 나오는 곳이 심상치 않을 리가 있나. 상당한 권력자들이 뒤에 있거나, 이제 더 잃을 것도 없어서 미친 짓을 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범죄를 죄다 은폐하려는 지금도 마찬가지고.”

“좋아. 그러면 누가 지금 이 수사를 중단시켰다고 생각해?”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폐하. 아니면 경찰국 관계자, 그게 아니라도 연관된 사람은 많이 있겠지.”

프림로즈 패스의 대표 산업은 성매매이며, 이는 신인류 등장 이후 불법화되었다.

‘신인류는 구인류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바른길로 선도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현재 지배층의 논리다. 그렇다면 열등함의 증거를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가?

신인류와 구인류 사이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성이다. 정확히는 성에 대한 관심도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신인류는 사람 사이에서 사람을 낳지 않기 때문에 번식 활동에는 관심이 없으며, 마력으로 사람을 만드는 것이 그리스도가 성령으로 잉태된 방식과 가장 유사하다고 여기기에 더 우월한 형태로 인식한다. 따라서 성에 있어서 사고방식 자체가 구인류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신인류가 고른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매춘이다.

신인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산업이며 대부분의 경우 포주가 존재하기에 파생되는 범죄가 많고, 구인류 전체의 25%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고객이 존재하는 데다, 그러면서도 그리 떳떳한 행위로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신인류의 우월함을 빠르고 쉽게 납득시킬 수 있는 도구다.

이 산업을 밟을 때에 신인류의 이득이 커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인류로 이루어진 내각에서 수사를 종료하는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우생학적 지배 논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무엇이었겠는가?

신인류의 우월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 대규모의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상황에서 손해를 보는 신인류가 대체 누구인가.

‘반대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프림로즈 패스를 공격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이가 누구인가?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다.

이것까지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잠입 수사를 해서 압수수색을 이끌어 낸 장본인인 엘리아스가 가장 큰 이득을 얻을 것은 분명하다. 그의 지지도와 이미지 상승이 예정되어 있으니까.

결국 이 사건에서는 다른 무엇도 아니라 정의를 이끌어 낸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황제는 엘리아스 호엔촐레른이 정의를 가져가게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치안본부 난리났겠네.’

황제에게 털릴 일밖에 안 남았다.

“와~ 루카 시원하네.”

황제를 지목하자 엘리아스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나르케 넌?”

“난 일단 좀 얼굴을 봐야겠는데. 하하, 미안.”

“아냐, 뭐가 미안해.”

엘리아스가 대충 답하고 손가락을 접어 나갔다.

“내 생각도 루카 너랑 비슷해. 큰아버지가 내 이름이 뜨는 걸 막기 위해서 뭔들 못하시겠어? 내가 여기 꼈다는 보도는 아직 안 나갔지만… 징계위 때문에 내가 프림로즈 패스에 잠입 수사 했다는 걸 알았겠지.”

그래. 보아하니 치안본부가 엘리아스의 실적에 업혀 가 보려 했거나 그의 생떼에 못 이겨 수사증을 넘겨주었을 텐데, 잘못을 해 놓고 뒤늦게서야 황제에게 이실직고했을 가능성은 적지. 황제가 징계위 소식을 전해 듣고 알아서 판단을 내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폐하의 윤리관이 이렇게 갈대 같은지는 처음 알았네. 과연 저런 사람이 황제여도 괜찮은가?”

엘리아스가 빈정거렸다.

카타콤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일까지, 여러 의미에서 동의한다.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지금까지 프림로즈 패스를 지원하지는 않았을 거야. 프림로즈 패스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 개입하기 시작하셨겠지.”

내 말에 엘리아스와 나르케가 나를 동시에 쳐다봤다.

“프림로즈 패스의 뒷배와 수사를 종료하라고 압박한 쪽은 다를 수 있어. 수사를 종료시킨 건 폐하라 해도, 프림로즈 패스가 지금까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건 다른 사람의 공일 가능성이 커.”

“…….”

엘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인간이 아델베르트한테 그런 걸 먹일 놈은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여전히 그게 프림로즈 패스 짓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네.

물론 지금으로서는 꽤 가능성 있지만, 여지는 남겨 두는 게 낫지 않을까. 그 말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엘리아스가 내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냈다.

“그리고, 그 약물이 프림로즈 패스 짓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건 또 있어. 프림로즈 패스를 잡는 건 큰아버지에게도 이득이야. 제국신문에 그렇게 크게 기사가 난 이유가 있다고. 구인류 포주가 뇌물로 바치는 푼돈 따위를 황제가 욕심낼 이유도 없어.”

엘리아스가 헛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큰아버지는 오로지 나를 막기 위해서…. 루카 네 말대로겠네. 지금까지의 뒷배는 큰아버지가 아니었을 거야. 다른 놈이었겠지. 특히 그 경찰국 놈들 말이야.”

이해가 빠르네.

내가 생각한 가설이 하나 있는데, 그도 내 가설 쪽으로 생각을 수렴시킨다면 내가 굳이 말할 이유는 없겠다.

나는 그가 어디까지 말하나 지켜보기 위해 가만히 기다렸다.

한참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던 엘리아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어.”

“그러면 지금까지 뒤 봐 준 놈은 뭣 때문에 봐 준 거냐?”

엘리아스가 눈을 희번득 뜨고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역시 주인공도 이쪽에 의문을 가지네.’

“그래. 폐하는 너 때문에 결국 프림로즈 패스 좋은 일을 해 줬다 쳐도, 이미 범죄가 가시화된 이상 다른 신인류에게는 그들을 도울 이유가 없지. 이게 바로 실적이고 선전거리인데.”

엘리아스가 반쯤 장난식으로 대답하며 한숨을 쉬었다.

“…돈 때문인가? 경찰국장 생각보다 가난할지도?”

“하하하, 그 자리까지 갔는데 가난할 수가 있나? 그래도 프림로즈 패스 정도면 거의 돈을 쓸어담고 있을 테니, 경찰국장이 더 많은 돈을 원한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는 있겠어.”

“그래. 그런데 그 거리가 신인류도 존재를 알게 될 만큼 커졌는데… 왜 그동안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야.”

굉장히 주인공답게 정의만 챙긴 발언이었다.

그건 그 자체가 프로파간다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금지시켜 놓았는데도 굳이 기어 들어와서 촌락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 신인류의 이익이 되는 일이다.

결국 프림로즈 패스를 비롯한 업소들은 ‘구인류에게는 보다 이성적인 신인류의 통제와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증거로 활용된다.

물론, 엘리아스의 문제제기를 뒷전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실제로 여기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프림로즈 패스의 뒤를 봐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러는 동안 엘리아스가 중얼거렸다.

“그러면 큰아버지를 막는 게 답인데…. 생각 좀 해 봐야겠어. 큰아버지가 수사를 막았다는 증거를 찾아서 터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받아주는 언론사가 없겠지.”

잘 아네.

그래도 소설에서처럼 제국신문 국장 커리어 잡아서 협박하겠다는 소리는 또 안 해서 다행이다.

“엘리. 폐하께도 이득이 돌아간다면 수사 종료를 막을 수 있겠지. 수사를 유지할 경우 황제 폐하께서도 이득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따져 보자고.”

“이득이라.”

엘리아스가 턱을 쓸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빛나는 것을 보아하니 그도 황제에게 어떤 걸 들이대면 통할지,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바로 떠올린 모양이다.

“이야~ 계속 내 아이디어 탐탁지 않게 생각했으면서~?”

“이용할 건 이용해야지.”

나는 그의 짐작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각하던 것을 입 밖에 냈다.

“우선 내 생각은 이래. 현재 폐하의 최대 관심사는 플레로마야.”

“그래. 지금 아닌 정치인이 없을걸.”

“그리고 아델베르트와 네 방 공기가 오염되어 있었던 건 확실히 플레로마의 수법이지. 아직 황제 폐하께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말이야. 그게 프림로즈 패스와의 연관이 있든 없든….”

“아하하! 아직도 내 가설 틀렸다고 생각하는구나~”

틀렸다기보다는 확신할 증거가 부족한 것에 가깝지.

어쨌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식이 플레로마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건 황제 폐하께서 더더욱 신중히, 그리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움직일 만한 사안이야.”

“그래, 루카 네 말은 지금 이거지? 프림로즈 패스에서 아델베르트한테 손댔다고 큰아버지한테 말하러 갈 거잖아. 그러면 무조건 수사 재개할 테니까. 증거물 불탈 일도 안 생기지.”

엘리아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미묘한 미소를 지은 것이, 동의는 하나 무어라 말할 것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지금까지 그 말 한 거 아냐?”

“프림로즈 패스의 짓이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그걸 이용해서 너를 공격할 수도 있어. 그 논리라면 자식이 조카 때문에 공격받았으니 조카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아도 어느 정도 용서되는 상황이야.”

“…음. 좋아. 나까지 고려해 주다니 친절하네. 그러면, 어떤 식으로 프림로즈 패스와 플레로마를 엮어서 큰아버지의 관심을 돌릴 거야? 황자를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신중히 결정해라, 이런 말을 하려는 거야?”

“맞아.”

말은 하기 나름이지.

그리고 제대로 된 증거로 내밀기는 어렵지만 황제의 경각심을 깨울 만한 것이 하나 있다.

“엘리아스, 그날 게시판에 붙어 있던 사진 가지고 있어?”

“아, 귄터가 붙였던 그거?”

엘리아스가 재킷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냈다.

나는 그것을 테이블 가운데로 밀면서 말했다.

“그냥 보면 머리가 희다는 것밖에 안 보이지.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머리가 흰 것도 흰 건데, 분위기가 엘리 널 닮지 않았어?”

“…하하하…. 재수없지만 좀 그렇긴 해. 처음엔 나도 나 찍힌 줄 알고 놀랐다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도 처음 아인시델을 만났을 때 네가 제일 먼저 떠올랐거든.”

“…?! 뭐? 닮았어?!”

“느낌만, 느낌만~”

나르케가 엘리아스를 달랬다.

어쨌든 아니라는 말은 아니었기에, 엘리아스의 얼굴색이 흙빛이 되었다.

정말 재수가 없는 모양이다.

“다시 말해서. 이게 아인시델일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 난 살면서 머리가 이렇게 흰 사람은 너랑 아인시델 둘밖에 못 봤어.”

“…….”

“물론 이게 아인시델이라 확신할 증거도 없고, 맞다고 해도 뭘 하러 갔는지는 몰라. 하지만 폐하의 경각심을 일깨울 거리는 되겠지.”

엘리아스가 그저 사진만 내려다보며 침묵했기에, 나는 바로 말을 이었다.

“폐하께 이 이야기를 하면서 엮는 게 훨씬 안전해.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거야. 프림로즈 패스의 뒤를 봐 준 게 정말 경찰국 사람들뿐인지 알아봐야겠지.”

“이야~ 솔직히 분명히 더 있을 것 같다니까. 그거 알면 좋겠지만 알 방법이 없지 않나? 혹시 다 같이 잠입이라도~?”

잠입 이야기가 나오자 나르케가 눈을 빛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어. 마침 플레로마가 전국을 적합자 실험장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보류해 둔 계약이 하나 있었지.”

“…아.”

나르케가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제국 정부에 플레로마가 있었지. 운 좋게도 정치인들한테 합법적으로 신력을 쓸 기회를 따 놨으니, 이용해야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