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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64화 (164/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64)

엘리아스가 눈만 깜빡이다 불쑥 내 위로 떨어졌다.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놈이 포효하면서 일어나 나를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그걸 여기다 써먹을 생각을 했어?! 야, 시기가 딱이네~”

“…….”

“루카스 얼굴 하얘졌어….”

뒤로 넘어질까 봐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엘리아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아니었어도 엘리아스는 돌파구를 찾았을 것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커리어가 획기적인 방식으로 위협받았겠지만….

‘그게 더 재밌긴 한데.’

그런데 이 세계에 떨어지고 보니 그걸 가만히 두기는 어려웠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과 내가 불 옆에 서 있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루카한테 말하면 다 해결되네. 고마워.”

“아니, 아직 안 끝났어. 다녀와 봐야 알겠지. 그리고….”

나는 친구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플레로마와 확실히 연관이 있다는 말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수사를 연장시키기 위한 거야. 혹시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봐.”

“아, 알지~ 관계있다고 받아들인 건 아니었어. 전수조사하면 어차피 모두에게 능력을 쓰게 되어 있으니까, 겸사겸사 프림로즈에 유착 있는 정치인 찾아보려고 하는 거잖아.”

잘 알아들었네.

엘리아스가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그거 두 마리 토끼가 아니고 골칫거리 두 배 아니야…. 나타난다고 해도 때려잡긴 애매하다고.”

“너도 애매하다는 걸 아는구나.”

“에이, 나도 알 건 알아! 때려잡기 쉬웠으면 네가 진작 오스나브뤼크를 날리고 왔겠지. 오스나브뤼크를 대놓고 날렸다는 말은 곧 플레로마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는 말인데, 쉬울 리가 있나.”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플레로마 교단 전체를 이길 만큼 실력을 갈고닦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국의 모든 마법사가 붙는다 해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가만히 미소를 띠며 듣고 있던 나르케가 말했다.

“운명을 거스르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응? 근데 그거 거스를 수 있는 거야? 성서 보면 알고 보니 그것까지 신의 안배, 뭐 이렇던데.”

“하하하, 잘 아네. 성서를 너무 많이 읽었구나.”

전부 됐다 쳐도….

‘모태신앙 추기경이 이런 말 해도 되는 거냐?’

가끔 파문당할까 봐 무서워진다.

나르케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싱겁게 말을 끝냈기에, 엘리아스가 가볍게 주의를 돌렸다.

“음~ 마음 같아서는 프림로즈고 뭐고 그냥 놀고먹고 뒹굴뒹굴거리고 싶다. 그렇지?”

“그렇지~ 여름방학만 기다리는 중이야.”

“아, 우리 여름방학 때 내내 훈련 나갈 것 같은데….”

그 말에 나르케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이런 것까지 예지를 쓰지는 않았나 보다.

어쨌거나, 이제 둘이서 나를 빼놓고 열심히 잡담하기 시작했다.

‘놀고먹고 싶다니 의외네.’

미래의 황제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새삼 낯설게 다가온다. 소설과 많이 달라진 이 세계에서도 그가 황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놈은 천성 때문에라도 뒹굴뒹굴 놀 일 없다.

신인류로, 왕족으로 태어났으면서 그 자리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 천성으로 어떻게 놀고먹냐.

아무튼 그게 마음에 들어서 그 미친 분량의 소설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어 제꼈던 나로서는 지금 엘리아스의 뜻에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친구들도 내 장단에 많이 맞춰 주었기도 했고….’

어쨌든, 지금 이런 생각을 할 시간은 없다.

‘지금이 새벽 4시네.’

오늘 폐하를 뵈려면 바이에른에 언질이라도 해 줘야 한다.

나는 혹시나 해서 아티팩트를 눌러 레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때, 신호가 끝나기도 전에 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스?]

“오.”

빠르네.

[왜?]

“너 안 잤냐? 목소리가 쌩쌩하네.”

[잘 수가 있겠어? 거기 간다는 거 엘리아스한테 들었어.]

그래, 이놈도 하이케를 경계하고 있긴 마찬가지였지.

“다행히 아무 일 없었으니까 이제 자라. 그런데 하나 이야기할 게 있어서. 오늘 폐하께 니콜라우스 신분으로 알현 요청을 드릴 건데, 너는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알아야 하는 걸 알긴 아는구나, 루카스.]

“…….”

워낙 평소에 이것저것 알아서 처리했더니….

어쨌든 나는 왕실 소속이고, 이놈이 내 상관이다. 황제가 니콜라우스를 이용하면서도 견제하는 이 상황에서 내 뒷배가 되어 주는 바이에른 왕실은 내 스케줄을 전부 알고 있어야 안전하다.

[알겠어. 저녁 때 폐하께 편지 보내 놓을게.]

“고맙다.”

연결을 끊자, 엘리아스가 사진을 흔들었다.

“이거, 한번 하이케한테 기억 읽어 달라고 해 볼까? 누가 찍었고, 누가 학교에 갖다 놨는지 궁금한데.”

“좋은 생각이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생각을 덧붙였다.

“그런데 하이케가 플레로마랑 접촉하는 게 진짜 미래라면, 어떤 정보든지 최대한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주 큰 문제까진 되지 않더라도, 어떤 정보가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지.

엘리아스는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나를 바라봤다.

“루카. 그런데 하이케가 그놈들한테 잡혀가기 전에 막아야 하지 않겠어~? 나는 그렇게 할 건데.”

“…….”

공략 불가능이 곧 ‘우리 힘으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뜻이라면.

그것에 매몰되어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지.

아직 해 보지도 않았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나르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한번 읽어 볼까? 좀 쓸데없는 정보라도 괜찮다면 읽을 수 있는데.”

“그래!”

엘리아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르케에게 사진을 넘겼다.

나르케가 사진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마를 붙잡았다.

“이 사진 찍은 거 찍힌 당사자가 알면 큰일나겠는데. 그보다, 찍은 사람도 엘리아스 너인줄 알고 찍은 게 아닐까 싶어.”

“…왜 나인줄 알아? 저기 찍힌 사람 진짜 아인시델이야?”

그 말에, 나르케가 한참 턱만 쓸었다.

“엘리아스. 화내지 말고 들어 봐.”

“그래. 내가 너한테 화를 왜 내~”

“너야.”

“뭐?”

정적이 이어졌다.

체감상 1초가 1분 같았다.

나르케가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우선 능력으로는 그렇게 읽히는데… 사실 아닌 건 내가 더 잘 알지~ 그때 내가 머리도 검은색으로 염색해 줬잖아. 추측이지만 사진을 찍은 주체가 저 사람을 너로 착각한 바람에 내게도 그렇게 읽힌 게 아닐까 해. 어쨌든 다들 너로 착각할 정도면, 정황상 아인시델이 맞지 않을까 싶네~”

“…대체 얼마나 닮은 건데? 그 사람 특징이 어떤데! 마음의 준비 좀 하게 말해 봐. 똑같은 사람 만나면 죽는다며~”

그때, 나르케가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한 엘리아스에게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하나지. 프림로즈 패스에서 엘리아스 네게 엄청난 적의를 가지고 있네. 그거 하나는 확실해.”

“…그래.”

착각했든 뭐든 ‘엘리아스’의 사진을 찍으려 했던 건, 이걸 협박용으로 쓰려고 했던 것 아니겠는가.

엘리아스도 이제 똑같은 생각인지 한참 머리만 싸매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너희도 조심해. 프림로즈 패스는 이제부터 나를 죽이려 들 거야. 물론 실제로 죽이는 건 아니겠지.”

엘리아스의 말에 나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적으로 죽이겠지~ 특히 귀족들은 물리적으로 타격을 줘 봤자 오히려 공격한 쪽만 손해니까… 특히 최근에는 주변인부터 서서히 털어 내는 게 일반적이잖아.”

“뭐, 왜 알지? 혹시 신앙교리성에서 그런 거 하는 건 아니지~?”

“…….”

침묵이 이어졌다.

혹시나 해서 던져 봤던 엘리아스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올랐다.

“하하, 난 아니고 몇백 년 전 사람들이…. 아무래도 내가 속한 곳 역사 공부 정도는 하니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요즘 신앙교리성은 절대 그런 거 안 해!”

이단심문소 시절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래…. 아무튼, 나르케 말대로야. 내 주변의 인간관계를 서서히 잘라 내려 할 거야. 물론 너희에게 실체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못하겠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귀찮아질 테니까….”

깡패들 수법이야 뻔하지.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혀서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게, 피 말려 죽이는 게 그놈들 수법이지 않은가.

그런 건 엘리아스의 잘못이 아니다. 그는 그냥 범죄를 막으려 했던 것뿐, 깡패짓하는 그 범죄집단이 잘못된 것이지. 어쨌든 소설에서도 그랬듯 이 모든 일이 그의 즉위에 영향을 줄 것이니 나는 크게 반대할 이유도 없고 빠질 이유도 없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나르케에게 말했다.

“나르케. 학교에 가면 네가 해 줘야 할 게 있어.”

“응?”

“폭주 사건 말이야, 그동안은 교내 수사가 전부였지. 교수님에게 피해 소식을 알렸을 때는 네가 친구인 레오의 힘을 빌려 바이에른 마법의학센터에 약물 감정 의뢰를 맡긴 상태였고.”

“그래, 그런 식으로 얘기를 맞춰 놨었지~”

“아델베르트를 설득할 테니, 이제 교수님들께 전해 줘. 황자가 이제 폐하께 상황을 전부 말씀드릴 준비가 되었다고.”

* * *

아델베르트는 살짝 고민하더니 결국 내 뜻에 따랐다.

저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가족에게도 약을 먹고 폭주할 뻔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했다.

어차피 모두에게 알릴 생각은 아니다. 제국2교육원의 교수 서넛과 황제. 이 정도만 알아야 한다.

‘지금 범인이 정신을 못 차리고 엘리아스까지 건드렸지.’

그건 놈이 아직 방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상황을 흘려보낼 수는 없지.

그날 저녁, 나는 니콜라우스의 모습으로 황제에게 찾아갔다.

저녁 식사가 있을 시간에 편지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황제는 30분도 되지 않아 나와 즉시 만나겠다고 했다.

‘자식이 폭주할 뻔한 충격이 상당했던 모양이지.’

그는 지금 내가 어떻게든 해결책을 내줄 거라 생각하고 있다.

나는 처음 와 보는 방 앞에 섰다.

가장 외진 곳에 있는 데다 방 전체가 특수한 마법으로 덮인 것을 보니 그가 얼마나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하인이 내가 도착했음을 알리자, 곧장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동안 건강히 지내셨습니까, 폐하.”

“그래요.”

황제는 더 이상의 인사 없이 간단하게 말을 마쳤다.

나는 그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불미스러운 소식을 접해서 어쩔 수 없군요. 양해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대답할 새도 없이 황제가 바로 말을 이었다.

“경도 알고 있지요? 내 조카도 이번 일의 피해자이니 말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황제가 제 앞에 놓인 찻잔을 천천히 들어 차를 한 모금 삼켰다.

평정을 찾으려는 시도가 무색하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붉었다.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니, 화가 치미는군요. 일주일이나 지나 이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말입니다.”

“…….”

“물론 이제서야 보고받은 건 아델베르트의 뜻이었으니 용서할 수 있지만, 제국2교육원의 안일함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가 한숨을 내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범인이 교내에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내 아이에게 그런 시도를 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머리가 아프군요.”

확실히 경황이 없어 보인다.

서론도 없이 다짜고짜 자식 이야기부터 하다니.

‘이러나저러나 해도 이 사람도 자식을 둔 아버지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제 자식에게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이가 제국의 지도자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국민인 구인류를 밟아 죽이는 것이 토악질 나올 뿐이다.

신은 인간을 위해 독생자의 피를 흘렸는데, 이 사람은 조카 하나 견제하고자 구인류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제 자식의 폭주 위기 앞에서는 한없이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비록 이 생각을 하는 나는 무신론자지만 어쨌든 황제는 신교도다. 이 사람은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을 정반대로 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겨움을 그의 앞에서 드러낼 수는 없다.

“폐하, 그것에 관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황족에게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인물이 아닐 것입니다. 플레로마와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은 분명하고요.”

“그렇겠지요.”

“일전에, 제국 정부에도 플레로마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약속했던 대로 제국 정부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전적으로 폐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황제가 다시 차를 마시고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경. 우리가 그 검증을 미룬 이유는 플레로마가 우리 신민의 삶을 망가뜨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주해 죽어 나가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

그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이 상황에도 자신의 정치 생명을 고려하다니.

황제가 천천히 말했다.

“검증은 극비로 진행하도록 하지요. 검증이 종료된 후에도 이 이야기는 어디에도 새어 나가지 않아야 할 겁니다.”

내가 바라던 바다.

오늘 프로이센 정부 털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당연히 대비하겠지.

황제가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굴면 끝장인 검증인데, 그가 먼저 이렇게 나온다면 나야 환영이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번 살해 시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플레로마가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시기가 공교로워 이것도 알아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뭡니까?”

황제의 눈썹에 살짝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이 이야기를 흘려 들을 생각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끝났네.’

나는 엘리아스에게 받아 온 사진을 테이블에 올렸다.

“프림로즈 패스에 플레로마 주교가 방문했습니다.”

* * *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압수수색으로 얻은 자료는 반환되지 않았다. 아까 엘리아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황제는 주교 얼굴따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내게 가지고 있던 ‘플레로마 처리반’ 이미지는 확실했던 모양이다.

애초에 의심해 봤자 뭐 더 얻을 게 있는 상황도 아니고, 믿어서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 보는 상황은 아니니 당연했다.

그리고, 나는 당장 오늘부터 검증을 위해 경찰국에 방문했다.

황실 소속의 신력 쓰는 마법사와 함께 말이다. 이건 황제도 나를 어느정도 견제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정부 요인에게 잘못된 사상을 심는지 아닌지 감시하라는 의미니까.

‘물론 나야 이득이지.’

뒤늦게 내게 누명을 씌우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바이에른에서 국왕의 수행인을 하나—양국의 허락을 받고—끌고 왔으니, 이걸로 문제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참 경찰국장과 대화하다, 슬슬 얻을 게 없어졌을 때 그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중얼거렸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음?”

말을 마치기 무섭게 경찰국장의 눈에 초점에 돌아왔다.

이 한마디로 마법이 통하는 걸 보니 그도 썩 정신력이 강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보다 진짜 사고방식이….’

더 엮이고 싶지도 않군.

어쨌든, 그에게서는 플레로마와의 연관을 읽을 수 없었다.

대신 프림로즈 패스와의 유착은 있었다.

‘돈을 대체 얼마나 받아 처먹은 거야.’

나는 손가락을 튕겨 그에게 남은 세뇌의 여파를 제거하고 말했다.

“협조 감사합니다.”

“뭘요. 플레로마의 동향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질문 주십시오.”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내가 주입한 가짜 기억이 잘 녹아든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인사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황제가 붙인 신력 마법사가 내 뒤를 쫓았다. 어차피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그도 알았겠지만, 나는 한 번 더 정리했다.

“우선 오늘까지 만난 사람 중 플레로마와 관련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황자 전하와의 연관도 마찬가지로 없었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나는 그와도 간단히 인사하고 바로 황제가 마련해 준 마차에 탔다.

‘피곤하네.’

신력을 하루에 너무 많이 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이지.’

순조롭다.

어떻게 이렇게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한참 지나, 엘리아스가 잡아 준 여관 앞에서 마차가 멈췄다.

나는 그곳에서 곧장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로 워프했다. 당장 어제 보았던 익숙한 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음을 놓기도 전에, 다리가 땅에 붙박인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

폭주는 아니다.

공기에 수를 쓴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나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생소한 마법이지만, 이게 무엇인지는 안다.

누군가 바닥에 워프 마법을 걸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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