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71화 (171/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71)

“…!”

아델베르트의 얼굴이 구겨졌다.

교수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광경을 보았으니 충격받았겠지.

반면 레오는 이미 몇 번 봤다고 적응했는지 무덤덤했다.

‘거의 30명쯤 되는 사람에게 주문 한 줄로 먹힌 게 신기하네.’

그 플레로마 주교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교수로 임용된 자들도 주문 한 줄에 넘어가는데. 이 정도라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그보다….

‘…예상 밖인데. 여기서 바로 막힐 줄이야.’

그들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가면 끝을 쓸었다.

일부러 ‘플레로마와 접촉하고 있냐’고 묻지 않았다.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정석대로 가 보기는 해야지.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플레로마와 만나거나 소통한 적이 있습니까?”

[…….]

“어젯밤 마법학과 기숙사 1동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

[…….]

“어젯밤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의 방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

[…….]

전부 아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내 방에 잠입하기 위한 세부 워프 좌표 접근 권한, 방바닥에 깔끔하게 설치된 워프 마법.

이것을 종합하면 해당자는 교수뿐이다.

그런데 이 중에 없다고?

나뿐 아니라 레오와 아델베르트도 살짝 당황한 듯했다.

한참 기다려도 답이 들려오지 않아, 스태프를 거두었다.

“역시 안 되겠습니다.”

[…음?]

[방금….]

교수들이 퍼뜩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교수가 항의했다.

[각하, 아무리 황명을 받으셨다 해도 저희에게 준비할 시간은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준비할 게 따로 없습니다만 충분히 여유를 드리지 못한 점은 사과하겠습니다. 저의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나는 니콜라우스의 말투로 최대한 온화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심문 상황에서 마법의 사용 시기를 자세히 알려 드리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마법을 써 본 결과 플레로마와 접촉하고 계신 분들도, 어제 기숙사에 올라갔다고 말씀하신 분도 없었습니다.”

[그럼 이곳에 혐의가 있는 사람이 없단 말이군요? 처음 제 추측대로 말입니다.]

빈터 교수가 물었다.

“예. 그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말 이곳에 범인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레오와 아델베르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특히 아델베르트는 충격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내가 이런저런 근거를 들어 자신 있게 ‘이곳에 범인이 있을 거다’라고 주장해 놓고서 이렇게 물러나고 있으니 당연했다.

“여기 계신 교수님들께 질문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말씀하세요.]

“세부 워프 좌표는 모든 교수에게 접근 권한이 있는 걸로 압니다. 좌표를 알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절차랄 것까지는…. 합당한 사유를 대야 하죠. 예를 들어 학생이 방에 있는데 안에서 마법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 아니면 마법으로 문이 잠겨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운영팀에서 좌표를 알려 줍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일은 거의 없으니 보통 우리가 알 일이 없지요.]

“그렇군요. 연락은 교수님들께서 직접 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워프 좌표는 안전 문제로 인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서 조교나 학생이 요청하면 알려 주지 않습니다.]

“철저하군요. 그렇다면 교수님께 그 좌표를 확인해 알려 주는 자들은 어디 소속입니까?”

[기숙사 운영팀입니다.]

사실 통금도 있으나 마나 하고 언제든지 워프해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 좀 허술해 보였는데 나름대로 체계가 있긴 하네. 물론 외부인은 좌표를 알아도 평소에는 여기로 워프 못 한다.

“답변 고맙습니다. 교수님 말마따나 세부 좌표는 학생들이 직접 좌표를 한 칸씩 당겨서 실험해 보면 알 수 있고, 기숙사 운영팀 직원도 알아내려면 알아낼 수 있으니…. 어쩌면 제가 전제를 잘못 세웠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니 우리 교수들만 붙잡고 이렇게 심문할 이유가 없습니다. 각하께서 이제 우리가 항변하는 이유를 이해하시니 한결 짐이 덜어진 기분이군요.]

빈터 교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측이 틀릴 이유가 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있으니 이러는 것이다.

‘그럼 더 작은 가설부터 세워서 다시 차근차근 올라가면 되는 일이지.’

나는 마찬가지로 미소짓고, 단상 끝에 서 있던 총장에게 무어라 말했다.

총장이 내 말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에른스트 각하께서는 한 시간 뒤에 돌아오실 겁니다. 많이 피로하겠지만 이곳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밖으로 나가자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총장의 수행원들이 우리 곁에 따라붙었다. 나는 그중 한 명에게 말했다.

“선생님, 기숙사 운영팀에서 일하는 분들을 한자리에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기숙사요? 알겠습니다. 이 건물에 자리를 만들 테니 기다려 주세요.”

수행원 하나가 어딘가로 워프해 사라졌다.

레오가 조용히 물었다.

“어쩔 셈입니까?”

“…….”

묻는 이유는 뻔했다.

이제 답이 없는데 어쩌냐는 거지.

“저도 궁금합니다, 각하. 분명 저 안에 범인이 있을 것처럼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델베르트가 아직도 혼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끼어들었다.

“별거 아닙니다. 교수만 추궁하기는 뭐하니 다른 곳에서도 심문을 진행해 볼까 합니다.”

“그런 단순하고 여유로운 이유로 나온 게 아닐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레오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짜식….

너무 잘 아네.

레오가 입을 열었다.

“경의 조사대로 그 텔레파시나 다름없는 계시가 사람을 조종한다고 칩시다. 만약 ‘높은 곳에서 떨어지라’는 계시가 내려왔다고 치면 경께서는 ‘피해자에게는 떨어지기까지의 기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경께서 하신 말씀을 제가 종합해 보았는데, 제 추측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추락해서 이미 숨이 끊어질락 말락 할 즈음, 그 계시를 준 자가 ‘이건 사실 네가 10여 분 전부터 삶에 비관을 느끼고 추락하길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전하면 그자는 완벽하게 그리 믿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해, 세뇌에 가까운 계시를 통해 생각을 한 번 더 조작했다.

그렇기에 교수 중 누구도 내 질문에 긍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이다.

“맞는 말입니다. 저하께서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느낌이군요.”

“…….”

순간 레오가 절로 지어지려는 미소를 억누르는 게 보였다.

레오가 헛기침하고 말했다.

“…크흠, 그렇다면 왜 그 자리에서 그걸 고려해서 다시 질문하지 않았습니까? 직원에게 좌표 접근 권한이 있다 해도, 마법을 설치한 자는 직원이 아닐 겁니다.”

“그래요? 저하께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오랜만에 이놈이 이렇게 쥐어짜 내는 걸 보니 듣는 재미가 있다.

남의 입으로 한 번 더 검토하게 되어서 좋기도 하고.

“그 워프 마법은 보통 실력자가 설치한 게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직원 절반은 구인류, 절반은 신인류입니다. 단순 사무를 보는 신인류 직원 중에서는 그만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실력자가 없습니다. …외부인인 경께서는 모르시겠지만요.”

내 방 앞에서 워프 마법을 본 것만으로도 보통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았군.

나는 이걸 알아내려고 세례받는 도중에 레오와 통화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더 뭐라고 물어야 할까요? 이미 질문을 네 번이나 했는데 단 하나도 들어맞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럼 뭐라 물어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 여기까지 오셨겠군요.”

정확하네. 이놈은 이제 너무 많은 것을 안다.

나는 그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그때, 곁에서 우리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아델베르트가 진지하게 말했다.

“각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마법학과 기숙사 1동에 방문한 적이 있냐, 그리고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의 방에 방문한 적이 있냐고 물으셨죠. 사실상 똑같은 질문을 왜 두 번 하신 건지 알고 싶습니다.”

“…….”

예리하네.

괜히 아델베르트가 황태자와 비교했을 때 늘 호평을 듣는 게 아니다.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은 어디까지나 가설 단계에 있으니, 확정된 뒤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군요.”

“그렇군요…. 그런데 정말 왜 직원을 심문하시려는 겁니까? 레오나르드 선배님의 말씀대로 범행을 위해 설치된 마법이 정교했다면 직원 쪽에는 범인이 없을 텐데, 각하께서는 의견이 다르십니까?”

그때, 아까 사라졌던 총장의 수행원이 복도 끝으로 워프해 왔다.

나는 다시 아델베르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한번 지켜보죠.”

* * *

기숙사 운영팀 직원은 대략 스물쯤 되었다.

많아 봐야 대여섯쯤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어쨌든, 교원보다는 훨씬 쉬운 상대일 것이다.

“니콜라우스 경?”

“어?”

이야기 들은 적 없는 인간이 들어오자, 그들의 표정에 당황이 서렸다.

나는 어리둥절한 직원들의 얼굴을 보며 경찰국에서 수백 번은 말했던 형식적인 문구를 내뱉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

“아니, 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이번에는 프림로즈 패스에서 만난 상급자 구인류를 심문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답변을 들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이전에 지원까지 5분 남은 걸 5시간 남았다고 말한 것처럼 사기를 좀 쳐야 한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의식을 살짝 불러낸 뒤, 그들의 몽롱한 눈을 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

뜬금없는 소리에 아델베르트가 나를 흘끗 바라봤다.

“저는 마법학과 2학년 2분반 교수입니다. 학생의 방에 문제가 생겨서 워프 좌표를 지금 당장 알아야 하는데, 혹시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의 방 세부 워프 좌표를 아십니까?”

“…!”

“아.”

레오가 짤막하게 탄식했다.

‘나와라.’

여기서 나오지 않는다면 가설 다시 세워야 한다.

다행히,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툭―

한쪽 벽 끝에 서 있던 누군가가 손끝을 움찔거렸다.

그가 내게 무언가 알리려 하듯, 손을 위로 들었다.

그러나 의식이 온전치 않아 그런지 속도가 지나치게 느렸다. 나는 다급한 목소리를 연기하며 재촉했다.

“선생님께서 알려 주시는 겁니까? 최대한 빨리, 정확한 좌표가 필요합니다.”

“233.3….”

“…….”

“…808.3:000.1입니다. 정확히 무슨 일이시죠?”

“…….”

나는 가면 아래서 미소지었다.

레오의 얼굴이 굳는 것이 보였다. 그가 장단에 맞춰 진위 확인을 했다.

“맞습니다.”

“선생님,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 학생의 워프 좌표를 아십니까?”

내 말에, 그가 초점 없는 눈동자를 방황시키더니, 힘이 풀린 듯한 목소리로 아까처럼 느릿느릿하게 중얼거렸다.

“아뇨.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급한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좋네요. 일개 학생의 방 내부로 워프하는 좌표를, 지금 이 자리에 장부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그것도 딱 내 방만.

암기할 정도로 자주 확인했다는 말이겠지.

또, 당장 어제 정보를 확인해서 넘겨주었기에 기억에 선명히 남았던 게 아니겠는가?

나는 그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글로리아 클라인]

‘좋아.’

나는 다시 손가락을 튕겨 그의 의식을 아예 지웠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당신이 해당 좌표로 이동해서 워프 마법을 설치했습니까?”

“…….”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의 워프 좌표를 알리며 명령을 준 적이 있습니까?”

“…….”

그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명령’을 준 적은 없다는 거지.

단순 정보원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아델베르트 호엔촐레른과 엘리아스 호엔촐레른 학생의 방 좌표를 확인한 적이 있습니까?”

아까와는 다른 반응.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나는 책상을 한번 내리쳐 마법을 걷어냈다.

물론 방금 있었던 대화는 전부 그들의 기억에서 지워야 했다.

나는 지울 키워드를 속으로 되뇌며 새로운 기억을 주입했다.

“끝났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나는 내내 뒤에 서 있던 황실 마법사에게 고갯짓했다.

마법사가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서 있는 글로리아 클라인에게 다가가는 동안, 나는 복도로 나갔다.

아델베르트가 다급히 물었다.

“각하! 지금 이게… 그러니까! 지금 잡아내신 겁니까?!”

“아닙니다. 워프 마법을 설치하고 당신의 방에 약을 뿌린 사람은 다른 사람입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마법을 깔끔히 쓸 수 있는 실력자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제야 아델베르트는 아까 제가 했던 말을 떠올린 듯했다.

“아… 그렇죠. 니콜라우스 경이, 아니, 에른스트 각하께서 사건을 해결하시는 과정은 처음 봐서… 생각이 좀 격해졌습니다. 그러면 저 사람은 그저 정보를 넘겨준 사람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범인 둘 중 하나는 잡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보를 활용해, 그 ‘실력자’ 범인이 누군지 찾을 차례다.

이제 시간문제다.

나는 아까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전하, 아까 왜 같은 질문을 두 번 물었느냐고 하셨죠.”

“예? 예.”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인지한 것에 의존합니다. 내가 사과를 먹었다 칩시다. 내가 사과를 포도로 배웠다면 나는 사과를 먹었냐는 질문이 아니라 포도를 먹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음… 마법을 써도 옳은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거기에 만약 ‘계시’가 주체의 의지를 거스를 만큼 강력한 명령이라면, 주체는 자신이 행동하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하나의 목표만 떠 있는, 살아 있는 시체 상태라고 보면 되겠지요.”

“…세뇌와 비슷하네요.”

“원격으로 쓸 수 있는 걸 보니 신력을 사용한 정신계열 마법은 아니지만, 유사하긴 합니다.”

나는 한번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만약 저 시체 상태로 좌표 숫자를 머릿속에 주입받고 그 자리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칩시다. 그렇다면 자신이 마법학과 기숙사 1동에도, 루카스 아스카니엔의 방에도 발을 들인 적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아, 이제 알겠습니다. 어떻게 인지했을지 모르니 같은 질문을 두 번 하신 거군요.”

아델베르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잘 아네.

일부러 길게 설명했는데 앞으로는 그냥 대충 말해도 되겠다.

“그런데, 각하. 문제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뭔데요?”

“아까 레오나르드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만약 명령이 뇌를 지배해 행위자의 기억이 없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렇다면 ‘오늘 밤 연구실에만 있었다’는 정보를 주입하면 그 빈 기억은 사후의 판단으로 채워진 상태지 않습니까?”

“그렇죠.”

아델베르트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면 정보원을 알아냈다 해도 행위자를 못 찾는 건 아까랑 똑같은 상황 아닙니까? 심지어 정보원과 행위자가 바로 연결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계시를 준 거면 정보원의 신원을 가지고 질문해도 모를 것 같습니다.”

아까부터 굉장히 키울 맛 나는 질문만 던지고 있다.

이런 놈을 악역으로 만드는 건 굉장한 낭비다.

우리는 다시 소강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보자마자 교수 몇몇이 피로한 얼굴로 물었다.

[용의자가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또 뭘 하시려는 겁니까?]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폐하께 제국2교육원 교수진은 완전히 혐의가 없다고 보고하겠습니다.”

나는 그들을 달랜 뒤 차음 마법을 걸고 아델베르트에게 말했다.

“계시를 통해 기억을 덮는다 해도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 ‘A 좌표로 이동해 마법을 설치해라’라는 명령을 주었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일을 마친 뒤 ‘너는 오늘 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너는 A 좌표로 이동해 마법을 설치한 적이 없다.’고 말해서 기억을 덮을 수 있겠지요?”

“예.”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것에 있습니다. 다른 명령으로 덮으려 해도, 그 선행된 명령은 어쨌거나 이미 주어졌습니다. 다음에 무슨 말이 들어오든 기록은 남아 있죠.”

허공을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아델베르트의 입이 조금씩 벌어졌다.

“…아.”

“지우개로 지우듯 정신조작마법으로 기억을 날리지 않는 한, 이미 그 정보가 뇌에서 처리된 전적이 있다 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 하나로 끝낼 수 있겠지요?”

나는 손가락을 접어 수를 세며, 입을 열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어젯밤 8시 30분 이후부터 자정 전까지, ‘233.3:808.3:000.1’ 좌표를 단 한 번이라도 떠올린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대답하시죠.”

레오와 아델베르트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앞을 바라봤다.

한참 정적이 이어졌다.

[…—.]

희미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새어 나왔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명백한 대답이었다.

그 목소리가 누구에게서 났는지 확인한 순간, 레오의 미간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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