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74)
“야~ 이거 큰일 나겠는데. 걔네 이미 궁지까지 몰렸는데 한 번 더 죽이겠다고?”
“그래야지.”
간절함이든 경계심이든, 확실한 무언가가 그들에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상태를 이용해 파고들 거고.
“음, 아쉽지만 그놈들이 계획하는 뭔가가 또 있는지는 잡히진 않았어.”
예상했다.
애초에 그들의 대책이 공공연히 드러났으면 엘리아스가 가만두지 않았겠지.
“그래야겠지. 멍청하게 대책까지 정부에 다 들키면 되겠냐…. 만약 그랬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눈속임일 뿐이야.”
레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끼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엘리아스는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조오오금 구멍이 있긴 하더라고?”
엘리아스가 손가락에 침을 바르고 종이를 빠르게 넘겼다.
“여기.”
나는 엘리아스가 펼친 장에 적힌 빼곡한 글씨를 읽어 나갔다.
장부였다.
손님의 인적사항과 금전이 함께 엮여 적힌 장부가 아니라, 진짜 회계 장부였다. 그것도 정부에 제출하는 대외용 장부가 아니라….
“뭐라고 쓰인 거야. 총매출 5,500만 펠?”
레오가 황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1년 총매출 5억 5,000만 원. 인신매매로 사람을 충당하다 보니 인건비라고 할 것이 크게 들지 않는 탓인지 영업이익도 약 4억 5,000만 원으로, 엄청난 마진을 내고 있었다.
엘리아스가 그런 레오에게 대답했다.
“이거 업소 하나야. 프림로즈 패스 전체가 아니라.”
안다. 검찰에서 업소를 분류할 때 쓰인 쪽지가 장부 맨 위에 쓰여 있다.
이만한 금액이면 진짜 그들이 사용하는 장부였다.
놈들도 표면상으로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처럼 행세한다.
그렇기에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을 제외하고 주류 판매액로 장부를 채운다. 일반 음식점보다도 못한 수백만 원대 연매출에서 갑자기 억 단위 연매출이 나온다는 건 이들의 불법을 증명할 단서가 하나 생겼다는 말이다.
레오가 헛웃음 쳤다.
“이 중요한 걸 털린 거야? 참나….”
“불쑥 들이닥쳐서 다 쓸어갔으니 그놈들도 어쩔 수가 없지. 귄터한테 칭찬이나 해 줘야겠어.”
엘리아스가 종이를 뒤로 넘겼다.
“자, 봐. 압수수색 들어가기 딱 일주일 전에, 자금이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
“거의 절반이 빠졌는데.”
“그래. 하루 만에 2,500만 펠이 ‘&*’라고 적힌 곳으로 빠져나갔지? 그리고 여기 뒷장에 있는 이 업소는 1년 영업이익이 3,000만 펠인데, 2주 전에 그중에서 1,000만 펠이 하루 만에 ‘중앙’으로 보내졌어.”
확실히 컨트롤타워가 있기는 하다.
그 영업이익을 올해 업장 굴리는 데에 써야지 그걸 1/3이나 다른 곳으로 내보낸다?
이들이 돈을 벌어도 함부로 그걸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겠지.
놈들은 작년 이익 중 현재 영업에 써야만 하는 돈을 제외하고 있는 것 없는 것까지 죄다 긁어모아서 보냈다.
“어디로 보냈는지는 뒤죽박죽이지만, 완전 구리잖아. 그치? 특히 루카가 말한 그 회장이라는 놈이 이걸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서 이상함을 안 느끼기가 더 어렵네. 검찰에서는 뭐라고 안 해?”
“걔네들 대화까지 듣진 않았지~ 못한 거지만. 물론 그쪽도 이것에 대해서 수사는 할 거야. 안 그래도 사업자 전원에게 출석 명령을 내린 걸로 알거든.”
그래 봤자 전부 바지사장이다.
나가서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하다가 돌아오겠지.
살짝 비웃음이 섞인 듯한 엘리아스의 표정을 보니 그도 그렇게 여기는 듯했다.
신력이라도 써 보면 좋겠는데, 검찰 측에서는 자신의 업무를 침범한다고 여기기에 신력 쓰는 마법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애초에, 결정권자의 승인이 나지 않으면 법적으로 우리가 수사에 끼어드는 건 불가하다.
‘물론 황제에게 찾아가 보면 되긴 하지.’
당장은 그도 내 말을 들어줄 테니.
엘리아스가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을 펼쳤다.
“자, 먼저 우리끼리라도 따져 보자고. 첫째로?”
엘리아스가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동시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보고 말하라고?”
“그래! 루카 너 아니면 누가 해.”
“우선은 플레로마로 보내진 것일 수도 있겠어.”
“오. 그것도 그렇겠네. 그럼 둘째로는?”
“압수수색을 예지했을 수도 있지. 물론 2주 전부터 그걸 예지했다면 돈만 챙길 게 아니라 아예 발각되지 않게 철저히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이 걸리지만.”
“그렇네. 그럼~?”
“…….”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중앙에서 새 사업을 준비 중이겠지. 그것도 자본금이 꽤 많이 드는.”
“아~ 명쾌하네. 그래서, 루카.”
엘리아스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사업이라는 게 뭔지 찾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렇지?”
* * *
그래.
그걸 무너뜨리면 되니까.
마침 레오가 바이에른에 들러 황실에서 보낸 편지를 가져와, 검찰에서의 심문도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하…. 다녀올게!”
“그래….”
엘리아스가 입을 비죽이며 대답했다.
엘리아스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그 사업이 뭔지 알아내겠다고 튀어 나가려다, 레오에게 붙들려서 병실로 돌아왔다.
대신 신력을 쓸 수 있는 나르케는 나와 함께 검찰로 가기로 했다.
‘쟤는 무슨 자신감으로 가려는 거야.’
“하하, 엘리아스는 수사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마 우리 중에서 제일 좋아할걸?”
“그렇긴 하지.”
나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 잠깐.’
이놈이 자연스럽게 내 생각에 대답했다는 걸 깨달은 건 약 30초 뒤였다. 때마침 앞서 걷던 나르케가 걸음을 멈추고 밖을 바라봤다.
“교문을 지키고 계시네. 아직 황실에서 학교를 드나드는 분들이 있으니 워프는 아직 막히진 않았겠지만….”
나르케가 나를 돌아봤다.
“워프하기 싫지?”
“아니.”
나르케는 자연스럽게 내 대답을 무시했다.
“아까 레오 교복 바꿔 줬을 때는 몰랐어. 미안해. 그럼 걸어서 나가는 게 최선인데.”
“뭐가 미안하냐. 어쨌거나 걸어서 나가면 의심 살 수도 있어. 괜찮으니까….”
나르케가 턱을 쓸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루카스. 레오나 엘리아스 모습으로 나갈래?”
변신은 안 된다.
잘못하면 꼬투리 잡힐 수도 있다. 아까 나간 사람이 교내에 돌아다니고 있으면, 안 그래도 난리 난 학교에서 더 문제가 커진다.
“워프해도 괜찮아. 그냥 가자.”
“…….”
나르케가 나를 빤히 보다가 웃었다.
“아닐 텐데~ 예전처럼 해 볼래?”
“뭐.”
“시계탑에서 추락했던 것처럼 내가 들어줄 테니까 넌 눈만 감고 있는 거지~”
“아니.”
“흠, 아쉽네. 그럼 이렇게 할까?”
나르케가 손가락을 튕기자 내 얼굴 위에 까만 마력이 덮였다. 로브 색까지 어둡게 변하는 걸 본 순간, 그가 내 손목을 잡고 마력을 훅 불어넣었다.
“…….”
“경?”
나는 그 말에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나르케가 웃으며 한 손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음.’
땅을 밟고 있다.
게다가, 내가 아는 곳이다.
황궁의 워프 검문소였다.
나는 붙들고 있던 나르케의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확성 마법을 걸고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에른스트 각하, 파르네세 각하.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
나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 검문소 옆의 길로 들어갔다.
아까 교복 대신 예복을 입고 로브만 학교 로브로 둘렀던 상태라, 그나마 차림새는 문제가 없어 다행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는 이유를 바로 알아챈 나르케가 변조 마법을 걸어 주었다.
―“고맙다.”
―“이 방식은 이르구나. 심장이 엄청 빨리 뛰는데.”
―“그걸 알아?”
―“하하, 누구나 다 알걸?”
누구나 어떻게 아냐.
그렇게 생각하자 나르케가 심장께를 가리켰다.
―“마력 말이야. 네 마력은 특이해서 모를 수가 없어. 조심해.”
―“그러냐? 고맙다.”
―“그러냐니. 몰랐어? 율리아도 네….”
나르케가 그렇게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율리아는 왜.”
―“하하, 아니야~”
자세히 물어보려던 순간, 누군가 우리를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옷차림을 보니 황제의 마법사 중 하나였다.
“오셨습니까.”
“예. 조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바이에른에 보내드렸던 대로 에리히 리브 검사장과 크리스티나 헤링겐 형사총괄부장이 프림로즈 패스와 직접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플레로마와 연관이 있던 자들은 없었습니다.”
“둘뿐입니까?”
“우선은 그렇습니다. 사실 프림로즈 패스 수사가 종료되었던 건 에리히 리브 검사장의 뜻이었기 때문에….”
그러니 둘뿐이어도 딱히 이상할 게 없다는 거지.
맞는 말이다.
“아,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입니다. 폐하께서 바로 잘라 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압니다.”
바로 잘라 내면 의심만 사지.
특히, 플레로마를 발견하는 순간부터는 더 조심해야 한다.
플레로마를 한꺼번에 자르면 그쪽에 ‘황제가 플레로마 정치인이 누구인지 파악해 제거하려 한다’는 점만 전달된다. 그들에게 방어할 시간을 벌어다 주는 셈이다.
“그럼, 저희의 검증이 옳았는지 한번 나머지 분들을 대상으로 확인만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검사장과 형사총괄부장께서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따 만나셔야 하니 다른 방으로 옮겨 드렸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 그가 이끄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 30분쯤 지난 뒤 개운하게 밖으로 나왔다.
‘다들 잘해 놨군.’
플레로마도, 프림로즈 패스에 관련된 자도 이상으로는 없다.
나르케와 함께하니 시간이 굉장히 단축되었다.
나는 아까 만났던 마법사가 이끄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쪽입니다. 시간을 충분히 드리고 싶지만 마법이 너무 오래 걸려 있으면 뇌가 손상될 수 있으니 10분만 면담하고 나오셔야 합니다.”
“압니다. 10분 뒤에 보죠.”
나는 간단히 답하고 문을 닫았다.
“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두 검사의 얼굴을 살폈다.
‘가만 보니 다른 마법사들이 나보다 더하네.’
인권이라는 게 없어 보이는 심문 방법이다.
정신 조작 마법을 몇 겹을 걸어 둔 건지, 이들은 거의 잠을 자고 있었다. 의자에 어깨를 고정해 두지 않았다면 이미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이제 시작해 봅시다.”
그렇게 말하며 책상을 손으로 툭툭 두드리자, 그들이 손끝을 움찔거렸다.
나는 아까 받아 왔던 심문 기록지를 펼쳤다. 웬만한 것들은 전부 답변이 된 상태였다.
“프림로즈 패스에서 ‘회장’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시는군요.”
문제는, 기록지를 보니 이들도 그것 외에는 아는 게 없었다.
10분밖에 되지 않으니 질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할까.
‘사업.’
새로운 사업. 분야 확장.
‘게다가 자본금이 꽤 드는 듯한데….’
그걸 로비에 사용했을지도.
일단 자본금을 가지고 질문하기에는 부적절하다.
“프림로즈 패스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되면 돈을 좀 더 받으셨겠어요. 이득이 꽤 되니 플레로마와 연관도 없으신 분들께서 프림로즈 패스를 수사 목록에서 제외시키려고 하셨겠지요.”
“…….”
“아니면 이미 받으셨습니까?”
둘 다 반응을 보였다.
거의 손가락 움직이는 것으로 대답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지만, 이제 적응해야 할 때였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그들에게서 마법을 걷어냈다.
“…음?”
“아, 정신이 좀 드십니까?”
순간 나르케가 나를 바라봤다.
여기서 또 말로 사기를 쳐야 한다.
“프림로즈 패스 소속으로 추정되는 괴한이 검사님을 공격해서,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저는 이번 일에 대해 수사 지원 요청을 받아 검사님께 온 거고요.”
“…아….”
“방금까지 검사님께서는 믿으셨던 분들께 뒤통수를 맞으셔서 굉장히 분노하셨습니다. 상당히 놀랍더군요. 검사님께서 도와주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불만이 있다고 이렇게 살해 시도를 하다니…. 아까 찔린 어깨가 많이 아프실 겁니다.”
나는 말끝을 흐리며 그들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들이 미간을 좁힌 채 입을 닫았다가 열길 반복했다. 의문을 느끼기보다는 당황한 것에 가까워 보였다.
“…좋습니다. 프림로즈 패스에서 이번에 새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검사님께 로비한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닌데 이번 수사로 차질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는 최선을….”
“물론 검사님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지요. 그래서, 그쪽에서 이번에 새로 시도하는 사업은 분야가 어떻게 됩니까? 말씀하실 수 있으시지요?”
“통과 못 할 겁니다.”
나는 나르케와 시선을 교환했다.
검사장이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막아야지요. 어디 감히…. 편지 한 통이면….”
“사업 분야가 어떻게 됩니까?”
“자세히는 아직 못 들었는데 그놈들 하는 거야… 비슷비슷하겠죠.”
“그렇다면, 누구에게 편지를 쓰실 겁니까?”
“연방위원회에 있는 내 선후배들에게만 돌려도 그놈들은 끝장입니다. 내가 얼마나 봐줬는데 이제 와서 내게….”
확실히.
플레로마가 아니라 그저 프림로즈 패스에 뒷돈을 받아먹은 놈들이라 배신도 빠르다.
플레로마였다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 살해 시도로는 이렇게 넘어오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나저나….
나는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입법을 앞두고 있나 보군요?”
“거, 아직 심의회 통과도 안 된 겁니다. 내가 잘 얘기해서 통과시켜 주려고 했더니만….”
“통과될 것 같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가 막을 겁니다.”
이 질문으로는 이제 얻을 건 다 얻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건 하나지.
“좋습니다. 협조 고맙습니다.”
* * *
[연방위원회 2월 정기회 잠정 연기]
나르케가 신문을 펼쳐 우리 앞에 들이밀었다.
그 어떤 사족도 없이 깔끔하게 적힌 기사 제목이었다.
“이야… 이거 반발이 장난 아닐 텐데~”
엘리아스가 신문을 펄럭이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반발이 장난 아니어야 맞지.
황제의 힘으로 연방위원회 정기회 개최를 막았다.
적이지만, 이번만큼은 자식의 안전이 걸려 있는 탓에 훨씬 수월했다.
‘문제는 의회를 멋대로 움직일 만큼 황권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건, 프림로즈 패스의 새 사업에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그건 이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하에 있다가 이제야 밖으로 나올 생각인가 보지?”
레오가 중얼거렸다.
“그러겠지. 자, 이제 들어갈 준비를 해 보자고.”
“이걸로 그놈들 계획 막기는 끝이야~?”
“아니. 이제 놈들이 돌파구를 찾으려 할 테니 또 움직이겠지.”
하지만 이제 의회를 털기로 황제와 약속했다.
놈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놈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신원 두 개를 병행해서 움직여야 해. 이제 어떤 신원을 만들지 고민해 보자고.”
사업, 그리고 입법.
이 두 가지를 이용해서 놈들의 니즈를 건드리면 될 듯한데.
어떤 신원이어야 성공적으로 먹힐까.
“루카, 투자자는 어때. 사실 내가 구경하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아냐! 어울리잖아. 루카는 공부만 하게 생겨서 딱 저렇게 돈 만지는 역할이 어울려. 저거 외엔 아무것도 용납 못 해.”
왜 엘리아스가 용납을 못 한다는 거냐?
얘는 내 이미지에 대해 뭐가 있나….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지만 모범생이 커서 사업가가 됐으면 좀 멀쩡한 데에 투자해야지, 프림로즈 패스 같은 곳에 돈을 날리지 않을 텐데. 엘리아스 네 말대로 루카스 생김새가 걸려. 번듯하게 살 것 같은 사람이 지금 압수수색 들어간 업장에 접근해서 돈 준다고 하는 상황이 과연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르케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내가 들어간다면~?”
“네가 들어가도 똑같아. 너라고 뭐 생각 없이 살 것처럼 생기진 않았다고. …누구면 또 모르겠지만.”
“영광이네~”
그 대답에 레오가 엘리아스를 흘겨봤다. 엘리아스가 시원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아니면 연방위원회 의원하고 커넥션이 있는 정치인은? 그것도 별로면 보좌관이나 조카 연기 나쁘지 않아.”
그 말에 나르케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그거 괜찮다. 근데 만약에라도 프림로즈 패스 쪽에서 조사하면 어떡해~”
“그냥 들어가자마자 세뇌시켜.”
“…….”
내가 헛웃음으로 대답하자 엘리아스가 알아서 다른 답을 내놓았다.
“아니면 거기서 일하고 싶은 조폭.”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일하고 싶은 놈이 다 있다…. 이 불법 업종 특성상 비전도 없는데 탈출 준비를 해도 모자란 상황이지.”
“하하, 그리고 프림로즈 패스 입장에서 완전히 도움 안 되잖아. 회장까지 만나려면 그것보다는 훨씬 임팩트 있는 인물이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긴 한데 정말로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니까~? 그러니까 투자자로 접근하는 게 제일이야.”
엘리아스가 레오와 나르케에게 제 계획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한량 연기를 좀 해야겠어.”
그렇게 말한 순간, 말소리가 뚝 끊겼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엘리아스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 모두가 나를 보는 것을 보고서 다시 나를 보았다.
“…….”
“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