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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85화 (185/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85)

“…자, 잠깐. 지금 뭐….”

“뭐긴 뭐야, 네가 말한 그 마법이지. 네 코어를 묶어 뒀으니 위험한 일 생기면 너한테 신호 보내면 되겠네. 이제 됐냐?”

“하… 하하하….”

심장을 붙잡고 멍하니 나를 보고 있던 레오가 무너져 내리듯 테이블에 이마를 박았다. 그가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항상 예상 밖이네….”

예상 밖이어야지.

그런데….

나는 몸을 숙여 놈의 귀에 대고 말했다.

“왜 안 막았냐?”

“…….”

“미래에 왕 되실 분이 내 마법을 친히 맞아 주니 기쁘네. 아니면, 내가 느낀 것과 달리 정말 못 피한 건가?”

레오가 그 말에 입꼬리를 말아 올려 끝을 씹었다. 살짝 열이 뻗친 듯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들었다.

“지금 이럴 때야? 이러면 난 네가 보내는 신호만 알 수 있잖아. 안전을 논하기에는 부족해.”

“이럴 때냐니. 네 코어 내 손 안에 있다는 걸 명심해라.”

“안 터트릴 거잖아.”

“뭘 믿고?”

“네가 친구 인생 망칠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음.”

그건 그렇지. 애초에 그러면 나 살아 있을 수 있긴 하냐?

평정을 찾은 레오가 차분히 말했다.

“이런 상황이 싫었다면 내게 확신을 줬어야지. 네게는 선택권이 없어, 니콜라우스.”

나는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이 새끼가 뭘 말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짝―

“윽!”

“새끼 돌려 말하기는….”

나는 손뼉을 치고서 손을 쥐어짜듯 비틀어 맞잡았다.

“자, 잠깐만…! 루카스!”

레오가 코어를 붙잡고 몸을 숙였다. 코어를 비틀고 있는 효과가 그에게 갔을 것이다.

설득이 안 될 것 같으니 니콜라우스를 소환할 줄이야.

아델베르트에게서도 느꼈지만, 왕족 놈들은 공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에서 생각보다 서툴다.

물론, 왕실 입장에서 인적 자본 역시 왕실과 국가의 재산이지. 레오가 왜 니콜라우스를 불렀고 왜 내게 아티팩트를 심으려 하는지, 원칙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괜히 받아 줬나 싶냐? 근데 안 풀어 줄 거니까 그냥 그대로 살아라.”

“…하하하….”

레오가 넋을 놓고 웃음을 터트리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왜 후회하겠어.”

“…….”

순간 나는 숨을 참았다. 힘을 주지 않은 속삭임이었음에도 왜인지 섬뜩하게 들렸다. 그가 몸을 기울인 채 이마를 테이블에 기댄 탓에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왜 섬뜩한지 나름대로 결론 내기는 쉬웠다.

다른 놈이었으면 뭐냐고 성질낼 게 뻔한데 안타깝게도 마법에 미친 탓에….

‘나이도 어린데 벌써 미쳐서 안타깝게 됐어.’

나는 이 마법 광인을 어떻게 해야 하나 깊게 고민에 빠졌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상자를 집어 들고 그에게 던졌다.

레오가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나를 바라봤다.

“뭐 해. 빨리 뚫고 끝내자.”

“…!”

아까 왜 그가 니콜라우스를 불렀고 왜 아티팩트를 심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

그가 내 친구라 흐릿해 보일 뿐, 그는 분명히 내 상관이자 주군이다. 그와 합의한 요구를 지키지 않아 이런 대가를 받는 것은 사실 가벼운 처벌이다. 아니, 사실 따져 보면 전부 내게 이득이라 좀 미안할 지경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벙찐 채 눈만 크게 뜨고 있는 레오에게 말했다.

“너 뭘 모르나 본데 장신구는 뭐든 간에 탈부착이 된다.”

레오는 한참 말없이 있다가 그냥 환히 웃었다.

너무 고등학생답게 해맑게 웃길래, 이 예상치 못한 반응에 대고 뭐라 욕할 수는 없었다. 난 그저 헛웃음 쳤다.

“…상관없나 보네.”

“안 뺄 거잖아.”

“뺄 거야.”

“넌 귀찮아서라도 안 뺄 것 같은데.”

정확했다….

나는 침묵했다.

아까의 해맑음은 어디로 갔는지 레오가 처음처럼 어딘가 서늘한 말투로 말하며 웃었다.

“무르기 없어, 루카스.”

“뭘 물러. 빨리 끝내고 내 계획이나 들어.”

계획 소리에 레오가 멈칫했다가 평정을 찾았다.

레오가 상자에 마법을 훅 불어넣고는, 그 안에 들어 있던 바늘을 집어 들었다.

“좀 아플 거야.”

현실에서도 안 뚫어 본 걸 여기서 뚫네.

그때는 사람들이 뚫어 보라고 수백 번을 말해도 안 들었는데.

나는 숨을 참았다. 바늘이 내 귓불을 관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바늘을 뺀 레오가 바로 아티팩트를 꽂았다.

“…!”

나는 코어가 있는 심장께를 매만졌다.

한쪽만 끼웠는데도 변화가 생겼다.

비텔스바흐 특유의 치유 마법이 코어 주위에 펼쳐졌다. 이대로 코어 검사를 하면 한 등급 높게 나올 것 같다.

‘오.’

아무리 봐도 이거 나한테만 너무 이득인데?

레오에게 폭력적인 마법을 걸어서 좀 미안하네.

하지만 협박할 수단이 생겼으니 그에게 걸린 예속을 없애 줄 생각은 없다. 그냥 무덤 들어갈 때까지 그러고 살아라. 나는 그때까지 있을지 모르겠지만, 루카는 유용하게 쓰겠지. 어쩌면 나보다 루카에게 더 필요할 것 같다.

레오가 내 반응을 관찰하다 반대쪽 귀에 새 바늘을 가져다 댔다.

푸욱―

몰랐던 사실이다.

의외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나는 다른 쪽 귀까지 마무리된 것을 느끼고 고개를 저었다.

“됐어?”

“응. 끝이야.”

레오가 귀의 아티팩트를 관찰하며 내게서 물러났다.

나는 레오가 날 여기로 데려온 이유를 이제 충분히 실감했다.

통증은 잠시였다. 이곳 공기에서는 더 아프지도, 피부가 불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마력과 내 코어가 더 매끄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코어 치료를 받는 효과가 나고 있다는 말이다.

레오가 내 반응을 기다렸는지 바로 물었다.

“어때?”

“병원 온 것 같고 딱 괜찮다.”

“…….”

레오가 뭔 늙은이 같은 답변을 다 듣겠다는 얼굴로 나를 보다 말을 말자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런 것치고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레오는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살짝 맛이 간 눈으로 말했다.

“신력을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나는 뭐에다 쓰려고 그렇게 말하냐고 묻지 않았다. 안 물어도 이 새끼가 할 말은 정해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이걸 가져온 이유는 아까 말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어. 이 아티팩트에 네 피와 마력을 넣지 않았는데, 넌 병원… 참나…. 아무튼 병원 온 것 같다고 했지. 잘 녹아들었다는 얘긴데, 보통은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거든. 오랫동안 이렇게 생활하면 네 코어가 내 마력에 반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좀 더 자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음.”

“그리고 이제는 네 코어에 맞춰서 지도할 수 있겠어. 내게 지금 네 코어의 흐름이 잡히거든.”

“…아, 그래….”

이건 좋은 거냐?

내가 썩은 미소를 짓자 레오가 왜 그러느냐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놈은 벌써 훈련할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그가 한참 뒤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루카스. 앞으로는 같이 움직여.”

“뭘.”

“나는 아직 너나 엘리아스처럼 사고할 수는 없지만, 네 지향에 따를 각오가 되어 있어. 엘리아스도 나르케도 그럴 거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 행동이 그들을 믿지 않는 것처럼 비춰졌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고등학생들을 사지로 몰 생각이 없다.

자리에 앉아서 쉽게 쉽게 가면 나야 좋지. 그게 싫을 인간이 어디에 있는가?

놈이 날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의를 필사적으로 수호하길 원하는 것도, 이 세상에서 악을 멸하길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냥 눈앞에 해야 할 것이 닥쳤기에 했을 뿐이다. 그러니….

레오가 말을 이었다.

“카타콤에서 네가 내게 믿어 봐도 괜찮은 일이 있다는 걸 알려 주겠다고 했지. 잘 알았어. 그러니까 나도 네게 알려 줄게.”

그러니 나는 그에게 아직 할 필요 없는 일을 하라고 할 생각은 없다.

지향을 위해 고등학생을 사지에 내던질 만큼 그게 내게 목숨과도 같이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그를 플레로마의 먹잇감으로 만드는 것과 그를 믿는 것은 완전히 별개다.

“난 이미 널 믿고 있어, 레오.”

“아니, 믿고 있지 않아. 그리고 난 허락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나는 가만히 그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믿어 봐도 괜찮은 일이 있다는 걸, 내가 뭐라고 하든 증명해 보이겠다 이거지.

“…그래. 네 뜻은 알겠다.”

레오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소설 후반부에서 그랬듯이 놈들이 여기서 10살쯤 더 먹었으면 열심히 굴려 먹었을 텐데 좀 아쉽긴 하다.

뭐, 그래도 활용할 방법은 여럿이지.

이제 내일 뭘 해야 할지 생각할 때다.

나는 손뼉을 치며 주의를 깨웠다.

“자. 이제….”

“이제고 나발이고 자러 가.”

나는 저런 말을 웃으면서 한 레오를 빤히 바라봤다.

“내일 들을게. 됐지? 벌써 한 시인데 좀 자라.”

그래, 뭐. 어차피 급한 일도 아니고.

회장을 만나고 온 게 불과 반나절 전이다. 이곳에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피로가 몰려올 게 분명하다.

내 표정 변화를 읽은 레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짓했다.

“가자.”

* * *

오랜만에 푹 잤다.

얼마 만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떴을 때는 방 안에 햇빛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

나는 벌떡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9시?’

미친 건가?

이미 훈련 시작하고도 남았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대강 옷을 갈아입고 문을 박차고 나온 순간, 나는 교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나르케와 마주쳤다.

“…어?”

“루카스 일어났구나. 뭐 이렇게 급해~”

“너 왜 여기 있어?”

“하하, 우리 팀은 오전 훈련 뺐어. 그보다 꿈은 안 꿨어?”

그러고 보니, 그 미친 일을 겪어 놓고도 어떤 악몽 없이 잘 자고 일어났다.

나르케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네가 깨려고 할 때마다 나랑 레오가 다시 재웠거든~”

“그래? 고맙다.”

왜 자꾸 자다 깨냐고 묻지 않는 걸 보니 나르케도 이제는 뭔가 눈치챘나 보네.

전에도 워프하기 싫어한다는 걸 좀 뒤늦게 알아챘었지.

뭔가 일어났다는 걸 알면서도 자세히 묻지 않는 걸 보니 고마울 뿐이다.

나르케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다 제 귓바퀴에 있는 아티팩트를 툭툭 치며 웃었다.

“귀걸이 잘 어울리네~ 나도 여기 하나 있는데!”

신인류 중에서는 없는 인간이 없을 테니 새롭진 않다.

나르케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하나 더 뚫을래?”

“…아니. 너까지 왜 그래….”

“아, 나까지 왜 그러냐고? 하하하, 교황청에서 성직자에게 주는 아티팩트가 있거든. 아무튼 나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 주다니 영광이네.”

뭐가 영광인진 몰라도 이놈은 레오처럼 고집쟁이는 아니라서 좋다.

또 레오처럼 마법에 대한 광기가 끼지 않아서 그런지 훨씬 듣기 편한 대답이었다.

“그나저나, 훈련은 왜 뺐어?”

“너 푹 자라고 뺀 거지. 그리고 나도 널 학교로 데리고 가야 하고.”

“그랬구나. 왠지 미안하네.”

“아냐, 애들 완전 좋아하던데~ 어차피 동아리도 가야 한대서, 그냥 12시에 두 번만 맞춰 보자고 하더라고.”

좋아했다고?

‘기강 뭔 일이냐.’

3차쯤 되다 보니 이제 프로나 다름없는 실력자들만 남은 탓에….

나도 훈련하면서 2차 때처럼 난감한 일은 겪지 않았다. 다들 실력이 되는 데다 2차를 거치면서 감을 잡은 덕에, 조금만 호흡을 맞춰도 쉽게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무튼 마침 그에게 묻고 싶은 것도 있었으니, 지금처럼 시간이 날 때에 해결해야겠다.

“나르케. 내 세례 흔적 좀 봐 줄 수 있어?”

갑자기 뭐냐고 물을 법도 한데, 나르케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믿고 세례를 받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자는 정죄를 받으리라.

내 손을 어루만지는 나르케의 손에서 신력이 흘러나왔다.

그가 내 손을 한번 착 때리고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정화 한 번 해야겠네~ 세 번 태어날 수는 없으니 말이야.”

‘…다행이네.’

아직 정화 한 번으로 흔적을 씻을 수 있나 보다.

회장은 내가 반의반도 오지 않았다고 했지. 루도비카의 세례를 본능적으로 방해한 덕에, 아주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은 듯하다.

“나르케. 남들도 너처럼 주문을 외면서 신력을 쓰면 알 수 있어?”

“음, 아니.”

나르케가 턱을 쓸다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신앙교리성 소속인 건 알지? 신앙교리성 차관과도 추기경 서임 회의할 때에 만났었지. 내가 통찰력에 대한 권능을 받은 것처럼, 차관께도 비슷한 능력이 있어. 그런 권능이나 고유능력이 아니면 이런 것까지 파악할 수 없을 거야.”

그래, 괜히 이단심문소를 전신으로 하는 기구가 아니지. 거기 들어가 있는 사람만 만나지 않으면 플레로마의 세례를 받더라도 다들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한시름 놓인다.

그러고 보니 놈은 내게 플레로마의 세례가 주어진 걸 알면서도 그것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이건 배려심이 좋은 건지 뭔지.

“그럼, 나르케.”

“응?”

“오전 시간이 비니까 슬슬 학교에 다녀올까 하는데. 내 사제복 네가 가지고 있지. 가져다줄래?”

“사제복? 학교에 가는데?”

나르케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 * *

지금 입을 것은 아니다.

나는 니콜라우스의 모습으로 학교에 또다시 발을 들였다.

“어…!”

나를 발견한 학생 몇이 눈에 띄게 놀란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나를 흘끔흘끔 보다가 뒤돌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통제해 달라고 했는데.’

이제 학교에 니콜라우스가 왔다고 어딘가에 말하러 가겠지.

어쨌거나, 금방 나갈 테니 그들이 다시 찾아올 동안 여기 있어 줄 시간은 없다.

학교의 안내를 받고 내 곁에 와 있던 레오가 사람들이 사라지자 내게만 들릴 크기로 말했다.

“더 주무실 줄 알았는데 일찍 오셨군요.”

더 자고 있을 상황이 아니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귓가를 만지다, 귓불에 걸어 뒀던 인지 교란 마법이 풀리는 걸 느끼고 손을 뗐다. 레오가 그걸 보다 고개를 돌렸다.

“경은 갑자기 뭘 하러 오셨습니까? 황제 폐하께 먼저 다녀온 것도 아닌 듯한데.”

“교수님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개 모아야 하니 빠르게 움직이죠.”

“경이 무슨 정보를 얻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회장이 어떤 식으로 능력을 사용하는지 먼저 알고 싶군요.”

“피, 그리고 동의. 이 두 가지가 계시의 조건입니다. 질문이 뭐든 그와 교감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상대의 격에 따라 동의의 수준이 더 깊어져야 하는 걸로 보이고요.”

“으음…. 피라.”

레오가 살짝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교수님들의 숙소에 침입해 피를 강탈해 갔을 수도 있겠군요. 교수님들께서 그들과 내통하고 있었다면 굳이 계시를 줄 이유는 없었을 테고요. 그게 아니라면 교수님들의 피를 대체 어디서 구했단 말입니까.”

“정말 가능성 낮은 말이군요.”

“…그렇다고 했잖습니까…. 그럼 경께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켜보시면 알겠죠.”

내 말에 레오가 뭐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알기 위해 오셨다면 학교가 아니라 검찰에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교수님도 없는 학교에서 어떻게 알아내실 겁니까?”

“검찰에 간다 해도 바로 못 만날 겁니다. 그리고 얻어야 할 정보는 이것뿐이 아니라서요.”

이다음에, 바로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교수를 만나기 위해 기다릴 시간 따위는 없다.

나는 레오의 안내를 받아 미리 약속을 잡아 뒀던 교원관리처로 들어갔다.

문을 두드리자 처장이 직접 나와 우리를 반겼다.

“오셨군요, 에른스트 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급한 일인지라 어렵게 부탁을 드렸는데, 이렇게 흔쾌히 만나 주셔서 고맙습니다.”

“뭘요. 우리 학교의 일을 나서서 도와주시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마침 시간이 비기도 했고요.”

그가 자리에 앉아 양손을 맞잡았다.

“그래서, 궁금하신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최근 한 달 이내에 교원 대상 건강검진을 실시한 적 있습니까?”

“…!”

레오가 나를 바라봤다.

교원관리처장은 건강검진 따위의 질문이 나올 줄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나와 레오를 번갈아 바라봤다.

당연히 내게서 ‘플레로마에 관한 교수들의 동향이 어땠는가’ 같은 질문이 나올 줄 알았을 것이다.

“…건강검진…?”

“예. 제국2교육원 교원에 대해서 1년에 1회, 여름방학 기간에 의무 검진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언제 검사가 있었지요? 정기 검진이 끝일 리가 없을 텐데.”

그가 달력을 찾아 손가락으로 짚어 나갔다.

“최근엔… 3주 전에, 그러니까 1월 둘째 주에 비정기 검진이 있었습니다. 허허, 어떻게 아셨습니까? 처음으로 시행한 비정기 검진인데요.”

“…….”

“1월 둘째 주요. 꽤 뜬금없군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쐐기를 박을 질문을 했다.

“마법사에게는 마력 검사가 필수인 것으로 아는데요. 검사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그가 왜 당연한 걸 묻냐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피를 뽑지요? 피가 아니면 마력이 안 녹잖습니까.”

“…….”

나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처장은 어리둥절하게 나와 레오를 쳐다보기만 했다.

레오에게서 작게 헛웃음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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