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88)
“…….”
그가 나를 빤히 보다 입을 열었다.
“나는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남들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군요. 내가 틀렸습니까?”
역시 능력을 사용한 기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 능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상대의 생각을 아는군.
속아 넘어가면 장단 좀 맞춰서 정보나 얻어 볼까 했는데.
뭐, 상관은 없다. 기회를 걷어차면 놈만 아쉬운 거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죄라고 말한 것을 그대로 행하면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깁니다. 이런 모순에 내 동의를 바라십니까?”
“…….”
“대신 내게 당신의 구인류 사상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할 마음이 있습니다. 뜻은 달라도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다는 말이지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합의점을 찾기 어렵군요. 모르는 사이 내게 세례를 줄 만한 능력자라면 곁에 두기 좋을 것 같았는데.”
결국 본인 논리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이거지.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루도비카가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회장 처리를 우선으로 한 것은 이래서다.
상식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니까.
이런 자는 하루라도 빨리 처단하는 게 좋지.
‘물론 내 타깃이 회장이라는 걸 루도비카가 알고 있는 건 좀 의외였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회장은 자신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고 프림로즈 패스 내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를 감시하기 위해 붙여진 인력인 루도비카는 회장이 평소와 다르게 군다는 것을 눈치챘을 거고.
그 상황에 시기 좋게 사제복을 입고 나타나는 한량은… 결코 프림로즈 패스의 일과 무관할 수 없다.
특히 루도비카는 ‘회장이 우리를 추적한다’, 즉 내가 프림로즈 패스에 들어온 뒤부터 나를 쫓는 걸 알고 있었지. 그는 그것을 통해 나와 회장 사이에 무언가 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 덕에 시간을 절약하고 바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아까 생각했던 대로 그의 상황 판단력은 높게 살 만했다.
그때,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왜 신인류 된 분이 구인류의 곁에 서려는지 나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쨌거나….”
그가 지팡이로 바닥을 세 번 두드렸다.
방이 사라지고 아까의 프림로즈 패스 거리가 나타났다. 그것을 인식하고 방어할 새도 없이, 무언가가 내 등을 강하게 떠밀었다.
콰앙—!
일어나려 했지만 누군가가 내 등을 짓밟고 있었다. 비트리올이 내 손가락 마디를 휘감아 옥죄더니, 스태프를 빼앗아 가져갔다.
회장의 발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누구도 모르는 사이 내게 세례를 주었던 그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패역한 족속의 곁에 선다면, 나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것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누군가가 내 공간에 균열을 내고 있군요.”
나는 손끝을 바닥에 마찰했다.
작은 불꽃이 튀었다.
‘좋아.’
나르케가 도와주니 타이밍이 적절하네.
전에도 이랬어야 했는데.
물론, 이전 시간대에서 레오가 날 찾아온 것도 나르케의 덕일 것이다.
“마법을 쓸 수 있으니 만족스러우십니까?”
“…….”
“만족하기는 이릅니다, 제레마이야 씨. 내가 비밀 하나 알려 드릴까요?”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건 내 몸이 아닙니다.”
“하하하….”
“당신이 신력을 쓸 수 있어 내게 세뇌를 건다 해도, 나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을 겁니다. 공격을 한다 해도 이게 내 몸이 아닌데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쿵—!
회장의 지팡이가 내 얼굴 바로 옆에 콱 내리 찍혔다.
몸을 숙여 말하는지, 말소리가 이제는 꽤 가까이서 들려왔다.
“표정이 여유로운 것과 달리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군요. 당신은 심장 박동까지 컨트롤하는 게 좋을 겁니다. 너무 알기 쉬워서 말이지요.”
“압니다.”
“아시나요? 그럼 여태 당신이 플레로마 앞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건지도 아시겠군요.”
내가 뭘 했는데?
가만히 있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스카우트할 생각 하는 게 내 탓이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회장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내가 추측 하나 해 보지요. 왜 당신이 내 몸에 세례를 주었을까요? 또, 어떻게 이런 능력자가 교황청에 있었을까요.”
“…….”
“아마 날 만나기 위해 세례를 주었겠지요. 카에타니라는 성씨가 진짜든 가짜든 당신은 적어도 성직자의 후손이 맞겠군요. 그러니 이런 한량 짓을 하고 다니면서도 교황군으로 등용될 수 있었지요.”
역시 이자의 통찰력은 높이 살 만하다.
그는 이미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만나기 위해 세례를 주었다는 걸 알아챘다.
‘그나저나, 내가 사제인 이유를 당연히 그쪽으로 생각하는군.’
아마 루도비카도 그랬겠지. 파문 받아 마땅한 내 행실을 봐 놓고도 날 사제로 받아들이는 건, 내가 성직자 혈통인 데다 마침 신력을 쓸 수 있어서 혈연으로 자리에 꽂혔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일 테다.
“교황군이라니. 언제 적이죠?”
“허허… 가끔은 시간 감각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착각할 걸 착각하셔야지. 이제 무덤 들어갈 때 되셨군요.”
내 비아냥에 그는 미소만 짓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당신은 원래의 내가 누군지 알고 싶겠지요?”
“…….”
“대답이 없군요.”
콰앙—!
“…!”
그가 내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오른쪽 이마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 새끼 전부터 자꾸….’
곧바로 머리칼이 뜯기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그가 내 머리칼을 손에 휘감아 들어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습관적으로 그만. 직업병이 되었군요.”
동의를 얻기 위한 직업병인가.
이전 시간대에서 조금 말 안 통한다고 바로 폭력으로 들어갔던 그 행태가 그대로 나온다.
야만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여기에 있는데 뭘 구인류에게까지 가.
“당신이 나를 없애고 싶다 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세상은 앞으로 수많은 나와 내 후손으로 이루어질 것인데, 당신이 저 별의 수만큼 많은 내 후손을 전부 처단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
“역시 아니시겠지요. 그러니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이고요. 당장 나를 처단하고 싶을 테니까요.”
괴롭힘은 내가 당하는 게 아닌지….
나는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아직도 그리 마음이 편안하시다면, 마법 한번 걸어 보시지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해 보시란 말입니다.”
그가 비트리올로 덮여 있던 내 오른손을 당겨 완드를 손에 쥐여 주었다.
그저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자 등에 실리는 무게가 더 늘어났다. 나는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완드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밟힌 것은 등인데, 또다시 내 손가락이 부러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났다. 나는 완드를 꽉 쥐고서 손목을 들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이 짧은 주문에, 그의 눈이 탁 풀렸다.
“네 이름을 말해.”
“하하하… 질문이 참 소박하군요. 아브라함이라고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습니까?”
순간 소름이 돋아 웃음이 튀어나왔다.
반쯤 맛이 간 얼굴로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그는 마르코의 몸에 빙의한 게 아니다. 능력이 강해서 결과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텔레파시와 빙의가 같은 능력일 수는 없지.
내 마법은 마르코의 정신력을 공격했을 뿐, 회장의 정신을 공격한 게 아니다.
“좋은 능력이군.”
“통하지 않는 걸 봐 놓고도 기가 죽질 않는군요?”
눈알이 사방을 향해 돌고 턱뼈가 삐걱거렸다. 그가 지팡이를 쥐기 위해 잔뜩 굳은 손가락 뼈마디를 하나하나 계산하듯 펼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내 정신건강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그에게 걸린 정신조작마법을 해제했다.
초점이 사라져 귀신 같았던 눈이 다시 총기를 되찾았다. 외관상의 변화 외에는, 그의 말대로 변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한번 공격해 보시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한다면 당신의 마력만 낭비하는 꼴이 되겠지요. 나야 내 몸이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통각도 아니고, 위급한 상황이면 다른 몸을 시켜 이 몸을 구조하면 될 테니까요.”
“구조한다라.”
구조.
그는 내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아니면, 날 만나기 위해 내게 세례를 준 것처럼 또 신기한 방식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공간 보수도 해야 하니, 슬슬 준비하지요.”
비트리올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누군가 내 손에 구속구를 채웠다.
아스만 때처럼 감사하게도 한손용이었다. 다른 손의 것과 이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까와 같은 사람인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수단 소매를 칼로 길게 찢었다. 바늘이 팔꿈치 안쪽 혈관을 찔렀다.
계시 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봤자 동의 단계에서 막힐 테지만.
회장 대신, 그의 밑에서 가장 높은 놈인 게 분명한 이가 제 부하들에게 말했다.
“몸수색 좀 해 봐. 반응 보니까 뭐 있나 본데.”
회장의 부하 중 한 명이 내 수단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주머니에서 약병이 빠져나갔다.
“뭐야?”
“회장님.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부하에게서 병을 건네받은 회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플레로마가 남의 잔에 타려고 들고 다니는 건 이해해도, 가톨릭 사제가 이걸 왜? 자살용입니까? 아니면 내게 먹일 것이었나?”
“…….”
“모르는 것 같은데, 나 같은 적격자들은 이걸 마신다고 해도 죽지 않습니다. 잠깐 혼란을 겪을 수는 있어도 말이지요. 반면 당신 같은 미확인자에 비트리올도 없는 사람은… 확률의 신에게 운명을 맡기는 수밖에요.”
그가 병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만한 양은 딱 1인용인데. 설마 내가 부하를 대동하지 않았을 거라 믿은 건가? 그렇게 멍청하게 나왔을 리는 없는데, 뭘 믿고 여유로울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나는 표정을 굳혔다.
내 표정을 흥미롭게 보던 회장이 껄껄 웃으며 내 앞에 병을 던졌다.
툭—
“이게 그 비장의 개수작일 테니 본인이 한번 마셔 보시지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내 턱뼈와 목 사이를 잡고 힘을 실었다. 다른 이가 다리를 붙잡는 게 느껴졌다. 온 힘을 다해 목을 뒤로 뺐다. 내 반응이 격했는지 누군가 내 머리를 바닥에 꽉 눌렀다.
나는 숨을 빠르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저으려 했다. 시야 끄트머리에 회장의 미소가 스쳤다.
물 같은 액체가 내 입가로 떨어졌다.
“컥…!”
“혹시 또 모르지요. 폭주하고 살아남으면 내 말에 쉽게 찬성하게 될지도 모르….”
회장이 여유롭게 말하다가,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무슨….”
쿠웅—
저 멀리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내 주위에 있던 자들이 행동을 멈추고 바닥에 푹 쓰러졌다.
숨을 들이마시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조금 들어간 공기 탓에 코어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내 코어를 억누르는 비텔스바흐의 마력이 거세졌다.
—눈부신 감각을 속이는 환상의 지배에 저주를 내리노라!
나는 회장이 다급하게 주문을 외는 것을 보며 웃었다. 아까의 평정도, 웃음도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회장이 당장 자리를 벗어나려 손가락을 튕겨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무슨 짓을…!”
통할 리 없었다.
그야….
‘성공했네.’
전부 막아 놨으니까.
루도비카에게 부탁했던 것이 이것이다.
이 거리의 공기에 폭주 약품을 녹여 내는 것.
그리고 플레로마에서 사용하는 폭주 약품 병.
당연히 이 유리병은 속임수다. 내 입에 떨어진 것도 약이 아니라 그냥 물이다.
그리고 아까, 회장은 내게 ‘적격자들은 잠깐 혼란을 겪을 수는 있어도 죽지는 않는다’ 고 말했지.
금방 일어나더라도 상관없다.
내게는 그 잠깐의 혼란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도비카와 나르케에게 부탁한 건, 이 공간의 마력을 뒤틀어 워프를 막는 것이었다.
루도비카는 급이 높은 플레로마라 쉽게 약품에 접근할 수 있고, 또 이 거리를 가장 잘 아는 자이니 내 계획을 성공시키기에 제격이었다.
나는 공기를 마시지 않으려 애쓰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니 사람의 아들아. 네가 비록 가시와 찔레 속에 함께 처하며 전갈 가운데 거할지라도….
손목이 불타는 것 같다. 구속구의 마력이 내 손을 지지고 있었다.
비텔스바흐의 치유 마법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 폭주 약품에 저항했다. 레오의 큰 그림이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이게 아니었으면 내 정화 마법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구속구를 끼운 자의 옷을 뒤졌다. 재킷 안주머니에 아스만 때에 쓰였던 것과 같은 해제 도구가 들어 있었다.
탁— 투둑—
나는 천천히 구속구를 해제하고, 계속해서 속으로 정화 마법을 외며 정면을 바라봤다.
회장은 코를 막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온몸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그를 응시했다.
마르코 슈라이버의 코어가 요동치고 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비트리올이 닥쳐왔다.
콰앙—!
나는 저 멀리 떨어져 있던 내 스태프를 잡아채 그의 공격을 쳐냈다.
내가 따로 그를 공격하지 않아도, 그는 알아서 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넌 내가 뭘 하든 새 육신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네가 바라는 일이 아니겠지. 그러니까 다른 몸을 시켜 마르코 슈라이버의 몸을 구조할 거라고 말한 거야. 안 그래?”
다른 몸에게 계시를 주어서 그 몸으로 살면 된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만약 이렇게 나온다면 이건 허세다.
그 육신으로 회장이라 불릴 만큼 오래 자신의 삶을 꾸려 놓고서, 이제 와서 다른 몸으로 잘도 살 수 있겠다.
당장 내가 이 몸으로 21세기 한국에 돌아가 사람들 앞에 선다고 해서, 그들이 날 받아 줄 것 같은가? 웬 미친 외국인이 내 행세를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것과 같다. 회장에게 마르코 슈라이버의 육신은 본인의 몸이나 다름없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뭘 준비했느냐고 했지.”
전에, 마리안 바움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희생자의 코어에 함께 오염되면 나의 내면에 갇히지, 에른스트 경처럼 희생자의 내면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왜 또 나만 남들과 달리 이런 능력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그걸 이용할 때가 왔다.
회장은 다른 플레로마들처럼 바닥에 쓰러져 입만 간신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입 모양을 읽었다.
뭘 하려고.
거기까지 읽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걸 네가 알 필요는 없지.”
나는 그의 코어에 손을 대고 신력을 밀어붙였다.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
“기다리고 있어라.”
* * *
[…87년 12월 31일 오전 3시 현재 긴급 속보 전해 드립니다. 프랑스군이 제국 남서부 국경을 넘어 제국령 엘자스-로트링겐 남부를 점거했습니다. 이 시간부터 베를린의 신민 여러분께서는 프로이센 라인 지방과 바덴 대공국, 바이에른 왕국에 접근하실 수 없습니다.]
10여 년 전.
“…….”
시야가 침침하다.
나는 코 위에 걸쳐진 테 없는 안경을 살짝 들어 올렸다.
손에 잔뜩 주름이 져 있었다.
“하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에 비친 얼굴을 확인했다.
성공이다.
마르코 슈라이버의 얼굴이 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