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91)
병원이다.
프림로즈 패스의 길바닥도, 마르코의 라비린스도 아니었다.
내내 그랬듯 비텔스바흐의 마력이 코어를 감쌌다.
‘…아니.’
아티팩트에 저장된 마력과는 다른 느낌이다.
고개를 들자 진짜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나르케와 엘리아스와 파이까지 모여서 넷이 똑같이 나를 보고 있었다.
레오가 치유 마법을 마치고 조용히 말했다.
“전부 네가 말한 대로 했어, 루카스.”
엊그제, 나는 레오와 했던 약속을 지켜 그날 저녁에 그와 전략 회의를 했다.
회장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최대한 많은 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레오는 회장과 부하들이 공기를 마시고 쓰러진 틈을 타서, 부하들을 수사국에 넘기고 마르코와 나를 병원으로 옮겨 주기로 했다.
나르케가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들 플레로마라 그런지 진짜 빨리 일어나더라~ 바로 튀어 가서 잡아야 해서 진땀 좀 뺐어.”
“힘들었겠네. 문제는 없었고?”
“하하하….”
나르케가 웃음으로 대답을 때웠다.
거기서 대치 좀 했나 보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했다. 마르코 슈라이버는?”
“옆방에.”
나는 곧장 나가 옆방 문을 열었다.
마르코 슈라이버는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코어에 손을 올려, 아직 다 읊지 못한 언약 주문을 완성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
속눈썹이 움찔거렸다. 마르코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그 상태로 한참 가만히 있던 마르코는 마치 오랜 꿈을 꾼 사람처럼 제 손을 들어 살폈다. 남의 손을 보듯 하는 시선이 그의 지난 10년을 예상하게 했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내게 향했다.
“예레미야.”
“…….”
“당신이 방금 나와 대화했지요.”
풀렸다.
이제 그에게 걸렸던 아브라함의 계시는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
급히 뒤따라온 친구들이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반응을 보아하니 나르케에게 회장과 아브라함 이야기를 전부 들은 듯했다.
나르케가 웃으며 말했다.
“성공했구나.”
아이들을 살리고자 하는 집념으로 마르코의 정신력은 극한까지 치솟았고, 그는 아이들에게 해가 될 인물에게 더는 동의하지 않는다.
회장의 계시 능력은 아무리 사용해도 리스크가 바닥을 긴다. 본체를 찾을 수 없으니 당연하다.
라비린스에 잠식당할 때도 그는 마르코의 몸에서 나가지 않고 내게 ‘뭘 하려 하느냐’고 물었지.
아브라함은 내가 무슨 수를 쓰든 마르코의 육신에 준 계시를 유지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이득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여기에 없다는 건….
“당신이 회장을 죽였군요, 슈라이버 씨.”
언뜻 들었을 때 섬뜩한 말임에도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좋은 의미로 말했다.
마르코의 몸이 없으면 아브라함은 회장이 될 수 없다.
이미 교단을 만들어 왕성히 활동하고 있었으면 다른 육신으로 나타나 ‘내가 다른 몸으로 부활했다’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며 신도들을 이해시킬 수 있었겠지만, 고맙게도 그의 교단은 아직 준비 단계에 있었지.
그의 교단도 입지도 커리어도, 10년간 공들여 쌓아 온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갔다.
아브라함은 처음부터 다시 10년간 노력해야만 한다.
“내 생각에 당신은 ‘회장’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을 듯합니다. 그렇습니까?”
“…두 가지 기억이 공존하는군요. 아브라함이 내게 주입했던 기억과, 그로서 활동했던 기억 모두 말입니다.”
“잘됐군요. 당신이 바탕을 만들어 주셨으니 이제 제가 약속을 이행할 차례네요. 아브라함의 처치를 돕겠습니다.”
마르코가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물론 아브라함을 만나는 건 나뿐이겠지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눈짓했다.
“쉬십시오. 쉬고 계시면 수사국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러 오실 겁니다.”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자아가 아니었다지만 제 몸으로 벌인 범죄에 대해 이미 잘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방 밖으로 나오자, 레오가 말했다.
“루카스. 또 어디 나갈 건 아니지? 일단 좀 쉬지 그래.”
“쉴 거야.”
진심이다.
마르코의 기억으로부터 나온 감정은 아직도 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353명의 국민이 죽도록 내버려 둔 10년 전 제국의 범죄는 되돌릴 수 없고, 플레로마가 되어 살아난 마르코의 아이들은 영원히 그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가 그들을 위해 10년간 기꺼이 살아 있는 시체가 되었다고 해도.
이 무거운 진실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아까 내가 일어났던 침대로 돌아가 숨을 돌리자, 레오가 내 옆에 앉아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움직일 거라고 생각해? 10년 동안 공들인 탑이 무너진 건 아브라함에게 미칠 노릇이기는 하겠지만, 아브라함은 이미 자기 원래 몸으로도 상당한 입지를 쌓아 놨을 거야. ‘회장’ 몸으로 24시간 생활한 게 아니란 걸 알잖아.”
“너 나보고 쉬라고 하지 않았냐?”
“응?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이었지.”
레오가 뭐가 문제냐는 듯 부드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역시 머리 쓰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모범생답다… 생각도 열량을 소비하는데.
물론 내내 놈이 내 몸에 치유 마법을 쓰고 있었으니, 내가 딱히 육체적으로는 피로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다.
웃으면서 듣고 있던 엘리아스가 틈이 생기자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 루카는 그만 돌아다녀. 앉아서 저기 네가 갖다 놓은 그레고리우스 교황 책이나 읽으라고. 우리 엊그제도 봤는데 왠지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않아~?”
“그러네.”
시간을 자주 돌린 탓에, 내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 루카만 발로 뛰게 내버려 둬야 한다니. 프림로즈 패스에 찍히지만 않았어도 내가 가는 건데. 나 좀 써 줘!”
“안 돼.”
“단호하네. 어떻게 해야 루카 계획에 쓰일 수 있을까~”
나는 가볍게 웃었다.
미친 짓이 필요할 때에만 쓸 것이다.
또 저놈은 말만 저렇게 하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것저것 파내고 다닐 놈이다. 지금도 나 모르게 뭔가 파고 있을지도.
그리고….
“이제 끝이야. 내 계획에 쓰일 생각 안 해도 돼.”
이 길고 길었던 프림로즈 패스와 교내 폭주 사건이 아브라함이라는 한 인물로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비록 아브라함과는 이제 시작일지라도.
나는 생각을 떨치고 친구들과 파이를 보며 말했다.
“신경 끄고 너희들도 학교생활에 집중해라. 안 그래도 곧 3차 시험이잖아.”
“혹시 교수?”
“진짜 같긴 하다.”
엘리아스의 깐족거림에 레오가 진지하게 말을 얹었다.
할 말이 없다. 나도 학생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굳이 따져 보면 원래 세계에서도 마지막까지 학생이기는 했는데.’
고등학생 때를 제외하면 인생 중 어느 시기를 봐도 학교보다 일터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이라는 자각이 크지 않았다.
어쨌거나 한바탕 폭풍이 걷히고 좀 쉴 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나는 복잡한 생각을 거두고 친구들의 대화를 들었다.
물론 친구들이 곧바로 대화 주제를 이쪽으로 끌고 오기는 했다.
“루카, 아까 저 사람한테 아브라함 생김새라도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거 아니야. 맨땅에 헤딩하는 거 응원하지만 이번엔 좀 심할 것 같은데~”
옳은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도 몰라.”
“뭐?! 피 전해 주고 그랬다며!”
“그래. 직접 마시지는 않았지. 하지만 직접 전하지도 않았을 거야. 아브라함에게 전해 주는 과정에서 하인을 시켰겠지.”
내 말에 나르케가 고개를 기울였다.
“추측~?”
“마르코 슈라이버에게 정신조작마법이 걸려 있었어. 아브라함의 얼굴을 봤으니 신력 마법사를 데려다가 기억을 일부 지우게끔 했겠지. 아니면 당시에 인지 교란 마법을 씌웠거나.”
친구들에게는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부 말할 수가 없어서 조금 불친절하게 들릴 뿐, 내 입장에서는 추측이 아니라 거의 확실한 사항이다.
만약 마르코가 아브라함의 얼굴을 알았다면 내가 그것을 라비린스에서 정확히 인식했어야 했다.
10년이나 자기 몸을 쓰고 있던 중요한 사람인데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이미 정신에 손을 댔다는 말이니 여기서 더 그에게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없다.
“뭐하면 직접 슈라이버 각하께 물어봐도 돼.”
엘리아스가 고개를 저었다.
“루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지. 그런데 아는 게 아브라함이라는 이름뿐인데, 이러면 찾느라 시간만 오래 걸리잖아! 이번에야말로 날 써먹을 타이밍이 아닐까~?”
엘리아스가 웃으며 몸을 가까이 했다.
뭘 어떻게 알아내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후환이 두려워질 뿐이다.
“고마운데 나서지 않아도 돼.”
“왜?”
“이미 아브라함이 누군지 알아.”
레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엘리아스가 눈을 크게 떴다.
혼자 풀만 뜯어먹고 있던 파이도 분위기를 보고 나를 바라봤다.
“안다고?”
* * *
무슨 근거로 안다고 하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근거는 확실히 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지.
지금은 그냥 장례식 구경이나 하면 된다.
아브라함을 만나기 전까지는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을 필요도 있다. 그리 오래 편안히 있지는 못하겠지만.
다음 날 저녁, 아티팩트 너머로 수사원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른스트 각하, 각하께서 말씀하신 것이 옳았습니다!]
“옳았다고요?”
[아니,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전에 교수님들께 계시를 준 사람이 있을 거라고 하셨지요? 알렉산더 클루거 의원님께서 지금 제국신문에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보셨습니까? 각하와 똑같은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음.”
나는 아티팩트의 음량을 키우며 신문을 팔락였다.
어제 내가 협박했던 플레로마 의원이 제국신문에서 열심히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을 아브라함 또는 그레고리오라 소개하는 마법사가 현재 사회 곳곳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피가 있으면 사람들의 뇌에 직접 명령을 줄 수 있습니다. 펜탈론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범죄가 일어날 수 있으니 신민 여러분께서는 각별히 조심하시고….]
‘잘하네.’
진짜로 신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의 만남 모두 내 앞에서 질질 짜는 것만 봐서 별로 기대 안 했는데 플레로마여도 의원은 의원이다 이건가.
아무튼, 사람들은 저자가 플레로마인 줄 모르지. 자리가 주는 신뢰감은 자산이다. 그러니 니콜라우스뿐 아니라 연방위 의원의 입까지 빌려 전국에 공표해야만 했다.
[그자는 이름과 모습을 언제든지 바꾸고 나타날 수 있습니다. 2시간 전에 마르코 슈라이버 전 차관께서 10년간 아브라함의 통제 아래서 사셨다고 폭로하셨지요. 피를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자를 신고하시고, 모르는 사람이 대화를 시도한다면 최대한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마르코의 기사도 저녁 6시에 발표되었다.
급하게 발표할 필요는 없다 말했고, 실제로 나는 마르코의 정신력과 이미지를 고려해 여론을 더 지켜본 뒤 터트리길 원했지만, 그의 뜻은 완강했다.
하루라도 빨리 아브라함이 가진 패를 꺾어 버리기 위함이겠지.
나는 제국신문을 읽으며 신문 가판대를 뒤적였다. 다른 신문도 좀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
“오, 신부님이세요?”
나는 가게 주인의 말에 아티팩트를 쳐서 소리를 껐다.
주먹으로 귀를 때리는 것을 본 가게 주인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기에, 나는 빠르게 표정을 바꿔 웃었다.
“네, 맞아요~”
“어느 교구?”
“여기가 아니라 미국이에요. 미국인이라서요.”
“아~ 그러고 보니 좀 그런 느낌 나네요.”
뭐가 그런 느낌이 나….
나는 대강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거 엄청 화제네요. 발표된 지 알마 안 됐는데.”
“아브라함이요? 그럴 만도 하죠. 저런 고유능력은 제국 역사상 처음이잖아요. 아마 다른 나라에도 없을걸요.”
그렇다.
아브라함의 능력은 아직 제국에 보고된 적 없는 능력이다.
이전에 교수들을 대상으로 심문할 때, 같이 있던 황실 마법사가 내 추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시선이 닿는 대로 각종 신문의 1면을 읽어 내려갔다.
[엘리자베트 호엔촐레른 황태자 ‘프림로즈 패스 수사 현장 직접 감독할 것’]
[10년간 ‘아브라함’ 통제에… 마르코 슈라이버 의원 충격 폭로]
[아브라함이 누구인가—신인류 우월주의자 및 사이비 종교 교주?]
[‘아브라함’의 초능력, 인간 뇌를 조종하는 능력은 진짜인가?]
[마르코 슈라이버 전 마법부 차관, ‘미확인 능력 가진 마법사에 10년간 통제당해’]
[프림로즈 패스 ‘회장’, 마르코 슈라이버 전 마법부 차관? 배후는 따로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그 덕에 기사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다른 신원을 이용하더라도, 아브라함은 이제 더는 예전처럼 활동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르코가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상당했다.
나는 신문을 하나 사서 적당한 기사를 읽었다.
[프림로즈 패스에서 붙잡힌 조직원은 전원 플레로마로, 그가 프림로즈 패스의 모든 업소를 관리하고 지원금을 대 온 회장이 맞다고 증언했다. 조직원 중 하나는 슈라이버 전 차관의 주장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의심이었다.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그리고, 지금의 내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나를 찾으러 온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 손에 술병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신문을 읽으며 휘적휘적 걸었다.
다행히 붙잡히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 대로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럴 만했다.
여기는 프림로즈 패스 앞이고, 지금은 마르코와 아브라함 사건 탓에 긴급 수사반이 꾸려진 직후다.
수사국에서 나온 형사가 인지 교란 마법을 건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인상을 썼다.
“사제 아니십니까?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봐! 그런 거 물을 시간 없어. 들어와!”
다른 형사가 저지선 안쪽에서 소리쳤다.
형사가 내게 대강 손짓하고 뒤돌았다.
“돌아가세요. 여기는 당분간 못 들어가십니다.”
안 된다는데 떼를 쓸 수는 없지.
어차피 이곳에 들어가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자, 한손에 종이 뭉치를 든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레몬색 머리칼, 그리고 황금색 눈.
복장과 손에 든 것을 보아서 수사에 연관된 자인 게 분명했다. 그중에서도 꽤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그 훤칠한 신인류가 흥미를 담은 눈을 하고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사하는 것 구경이나 좀 해 볼까 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아니네요.”
“하하, 똑같은 상황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수사하는 것은 왜 보러 오셨습니까?”
그가 바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를 찾으러 온 사람이 있을 거라서요.”
“으음? 하하하.”
“뭘 웃고 계십니까. 당신도 똑같은 이유일 텐데.”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렇지 않습니까? 황태자 전하.”
아델베르트와 같은 황금색 눈이 형형히 빛났다.
나는 그 깊은 홍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내 말을 정정했다.
“아니, 아브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