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93화 (193/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93)

“자네와의 첫만남은 좀 더 격식 있고 건강한 자리이길 바랐는데.”

그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테이블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금속 팔찌가 닿아 울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났다.

“내 눈앞에 앉은 건 웬 망나니 성직자고, 점잖음과는 거리가 먼 데다 듣도 보도 못한 최악의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야. 니콜라우스로서의 능력이 한계를 모르고 계속해서 정점에 오르고 있다는 건 지금 내가 직접 겪어 잘 알지만, 솔직히 이런 방식까지 감수할 줄은 몰랐네.”

“뭘 말씀하시든 그럴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계획한 대로 사는 인간이 있을 것 같은가? 변수가 생겼을 때 그걸 기회로 활용한 것이 자네의 유별난 특징이지. 아, 이제 보니 이것이 핵심이군.”

그가 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고는 나를 꾀어내듯 속삭였다.

“남들이 감수하지 않는 위험을 거쳐 왔기에 여기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거야. 자네는 평생 저 범인들의 파도 속에서 적응하지 못했겠군. 내 말이 틀린가? 자네의 차원은 남들보다 하나 더 높기에, 자네와 저 범인들은 섞일 수 없고 섞여 본 적도 없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하지. 자네는 저 군중의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을 이해해 본 적이 있는가?”

대답하지 않자 그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우리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군. 그래서, 누가 경의 본모습을 알지? 누가 부관인지 모를 경의 상관은 경의 옆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으니 당연히 알 테고, 바이에른의 국왕 전하께서도 알겠지.”

그가 눈을 접어 웃었다.

“영광이네. 자네가 누군지 아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으니. 이왕이면 내가 처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 수는 없었겠지.”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알겠다.

예상했던 바다.

그는 내가 니콜라우스라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아드리안 아스카니엔 마법부 차관께서는 굉장히 심경이 복잡해지셨겠군.”

루카스 아스카니엔이라는 것까지 안다.

그럴 수밖에. 모른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20년의 역작이 자아를 가지고 모든 판을 때려 부수고 있는데, 이걸 알면서도 이미 시기를 놓쳤으니 손을 쓸 수가 없지. 심지어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이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이미 동생이 제국의 성자가 되었다는 걸 알면… 볼 만하겠어. 이제 그쪽에서 뭘 준비하고 있을지가 참 궁금해지는군.”

“별게 다 궁금하시군요.”

“물론 아드리안 아스카니엔 차관 각하께서는 무탈히 공작위를 계승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을 거야. 자네가 날 공격한다면 내가 니콜라우스 에른스트를 보낼 생각이니 말이네.”

“…….”

“이만하면, 저울은 비슷한 무게로 기울어졌을 테지.”

나는 조소를 띠고 고개를 저었다.

“허풍이 대단하십니다. 전하는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왜인지 이유를 듣고 싶군.”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의 지지율이 전하의 지지율을 한참 뛰어넘는 지금,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

“어떻게 그 좋은 일을 시켜 줄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전하는 니콜라우스가, 내가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의 공작위 계승을 방해하면 감사히 여기고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나는 씹듯이 말하며 비웃었다.

내 마력의 기류를 느꼈는지, 그가 놀랍다는 듯이 눈썹을 올리고 작게 웃었다.

“저 인민들은 엘리자베트 호엔촐레른이 황제가 되는 것보다,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이 황제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입만 놀리는 수준이라지만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은 마법사이면서도 비마법사의 삶을 고려할 줄 알고, 인민의 위험에 제 몸을 직접 던져 나섭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하가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의 배만 불려 주는 리스크 높은 행동을 할 것 같지는 않군요?”

이 나라 사람들이 보는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은, 진정한 위로부터의 개혁가, 즉 평민을 진정으로 생각해 주는 유일한 귀족에 가깝다.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이 지지도를 얻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노선이다.

“단어 선택이 조금 놀랍군.”

“인민에 놀라신 건지 입만 놀리는 수준이라는 것에 놀라신 건지 말씀을 정확히 해 주시지요.”

“둘 다일세. 제국의 1억 인구는 호엔촐레른 황가에 복종하는 충실한 신하라네. 호엔촐레른의 종이 아닌 독일인은 이 세상에 없네. 인민도 국민도 아닌 신민이라는 용어가 가장 적절하지. 아마 자네는 제국의 정치체제가 절대군주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생각 하에, 국민이라는 용어 역시 황가에 종속된 제2제국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복종적 의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겠지. 그러니 호엔촐레른의 사람도, 제2제국의 사람도 아닌 ‘그냥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거야.”

“잘 아시는군요.”

“하하하….”

그가 고개를 저었다. 흥미가 잔뜩 차오른 노란 눈동자가 번득였다.

빗소리와 함께 속삭임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반역일세, 경.”

“…….”

“다른 무엇도 아닌 이게 반역이야. 내게 아드리안 아스카니엔의 지지율이 훨배 높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네. 자네가 1억 인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가장 결정적이고 중대한 반역이지.”

그렇겠지. 놀랍지 않다.

그가 한참 미소지은 채 나만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황태자로서의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지.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 생각의 뿌리는 자네와 다르지 않아.”

그는 무언가를 곱씹듯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마음에 들어.”

“…….”

“인간은 인간이어야 하지. 인간의 기본 정체성을 누군가의 신하나, 국가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아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집단을 위해 살게 되고, 집단의 이념과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내재화하고, 결국에는 집단이라는 허상의 소모품으로 죽네. 하지만 인간에게서 저 소속을 빼앗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제 유토피아가 펼쳐지나?”

그에게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의 주장은 일부 나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므로.

“아니. 우리에게는 민족이 남아 있고 인종이 남아 있고 여자와 남자가 남아 있고 신세대와 기성세대가 남아 있으며 부르주아와 노동자 계층이 남아 있네.”

그가 나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경의 시도는 부질없는 짓이야. 인간은 분류에서 벗어날 수 없어. 내 한 몸 의존할 수 있는 집단을 찾아내는 것이 인간 삶의 기본 원리고, 외집단을 멸하는 데에서 오는 야만적인 안정감이 본능으로 작용하며 인간을 추동하게 하네.”

“…….”

“황실은, 제국은 인간이 부여한 것이네. 인간은 안락한 집단을 가지기 위해 그들 각각을 지배할 권리를 우리에게 넘겼고, 우리는 그들의 본능에 응해 줄 필요가 있네.”

결국 그와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그와 나는 같은 생각에서 출발해 몇 번 교차하다, 결론에서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벌린다.

이 시대 이후의 역사를 아는 내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그의 통찰은 꽤 날카롭고 정확하지만, 그는 그 통찰을 절대군주정을 옹호하는 데에 사용한다.

대중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그의 통찰은 인간이 그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향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때마침 그는 이전처럼 길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지 빠르게 말을 정리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야.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지.”

“그럽시다.”

“경은 오늘 나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라고 했지.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나는,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경을 죽일 생각이 없네.”

그의 팔은 여전했다. 그는 아직 멀쩡한 흰 손목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왜인지는 알겠지.”

“전하에게는 내게 말하지 않은 목표가 있을 것이고, 그 일을 이루는 데에 내가 필요하겠지요.”

‘필요하겠지’가 아니다. 필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추론한 바에 따르면, 그는 나를 죽여서는 안 된다. 그의 능력에는 내가 필요하다. 회장의 통찰력을 고려하면 그의 앞에서 말하는 중에는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아야 하고 그에게 말해서도 안 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먼저 분명히 할 수 있다.

그는 아브라함이라는 용광로에 나를 녹이는 것이 목적이다.

“음, 자네의 생각은 항상 예상 밖이라 좋아. 보통 이럴 때는 ‘내가 살해당할 경우 네 정체를 폭로할 장치를 마련해 뒀으니, 넌 날 죽일 수 없다’…고 하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은가?”

“왜 그렇게 말하지 않는지는 전하도 알지 않습니까?”

내가 미소지으며 묻자 그도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물론이지. 정교한 증거와 논리를 가져와 아브라함이 황태자라는 걸 밝히는 순간, 발표를 약속한 모든 언론사는 일제히 자네와 연락을 끊을 것이네. 황제와 제국 정부는 아브라함에 대한 수사를 종료하고, 아브라함 대역을 찾아 그를 처형시킬 것이며, 자네는 허위를 보도한 대가로 처형장에 들어가게 될 걸세.”

“잘 아시는군요.”

“내가 순순히 처벌받을 의향이 있어도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나를 처벌시키지 않을 걸세. 벌은 구조보다 진실을 우선한 자에게 주어지지. 그래서 자네는 나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대신, 플레로마 의원과 손을 잡고 아브라함에 대해 폭로한 것이네.”

황태자가 중요한 일을 끝냈다는 듯 숨을 길게 내뱉으며 창밖을 구경했다. 빗방울이 창을 세차게 때리는 가운데, 그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님. 이제 서로 원하는 바가 명확해졌군요.”

다시 말투가 바뀌었다.

나는 그의 기행에 살짝 눈썹을 올렸다.

물론 저것은 날 니콜라우스로 대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내 데이터를 수집하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예측하기 위함이고, 곧 나를 죽일 정보를 얻기 위함입니다. 당신의 목표는 황태자의 몰락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죽음입니다.”

“새삼스럽군요. 전하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요.”

“그래요.”

뱀의 목소리 같은 것이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당신의 앎은 내 인지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나로서는 당신이 어떻게 마르코 슈라이버에게 세례를 주었는지, 또 어떻게 라비린스를 통해 그의 저항을 키워 놓았는지 전부 의문스러울 뿐입니다. 나는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추측컨대 당신에게는 나와 같이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능력이 있겠지요.”

예를 들면 시간을 돌린다든가.

남의 라비린스를 볼 수 있다든가.

정확한 말이었다.

그가 제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동맥이 있을 자리에 다시 정확히 조준해 끼웠다.

“카에타니 신부님. 제안 하나 하지요. 앞으로 나와 사이좋게 지냅시다.”

“…….”

“이 대화에 접근한 당신은 이미 나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 내가 하는 모든 말을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고 거부할 것입니다. 설령 내가 당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말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내게서 오류를 찾아내고 동의하지 않을 거리를 찾아내려 하겠지요. 인간의 인지란 그렇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것을 전제하고 가야겠습니다.”

황태자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편향되어 있습니다. 나는 객관적으로 옳지도 그르지도 않고, 당신도 그렇습니다.”

나는 그저 미소지었다.

밑밥 하나는 잘 까네.

그가 다 식은 찻잔을 천천히 흔들며 말했다.

“신부님, 다시 말씀드리지요. 당신은 동의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우리는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서로 이해받지 못할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저 우둔한 군중을 이해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압니다. 나는 니콜라우스의 본모습을 처음으로 본 사람은 아니더라도, 당신의 본질을 유일하게 이해한 사람이 될 수는 있을 겁니다.”

그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더욱 깊게 빛났다.

“신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코웃음쳤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황태자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대답은? 내 이 질문도 당신이 계획에 있던 일이 아닙니까?”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나는 부러 그렇게 말했다. 계획에 있던 일이다.

없었을 리가.

아브라함의 지위가 기업가나 일반 정치인 수준이 아니라 이 제국의 황태자인 이상, 그를 당장 죽이는 것은 불가하다.

또, 그를 죽일 방법은 내게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그것은 내 손에 달려 있지 않다. 그는 무조건 날 끌어들이게 되어 있으니, 나는 그것을 기다리면 된다. 그는 제 손으로 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계획에 있었던 일이라고 말 한 마디를 하는 순간, 그는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 열 가지 정보를 깨닫게 된다.

정보를 줄 수는 없지.

“대답은 이미 알겠지요. 뜻대로 합시다.”

황태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약속하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경이 니콜라우스라는 걸 밝히지 않을 것이고, 당신을 죽일 준비를 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당분간은 아브라함으로서도 활동하지 않도록 하지요.”

그의 손목은 여전했다.

나는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정확한 표현으로 정정해 주었다.

“‘활동하지 않는’ 게 아니고 못 하시는 겁니다, 전하. 어디 하려면 해 보시지요.”

“하하… 그건 그렇군요. 신부님께서 아주 성대히 일을 끝장내신 덕에 그렇게 되었군요.”

그가 적당히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확인한 나는 찻잔을 앞으로 밀며 말했다.

“이제 많이 늦었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무시하고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방을 나가 도서관에 이르자, 그가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워프하겠습니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뜬 사이, 이제 우리가 선 곳은 다시 아까의 수사 현장 앞이었다. 그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미소지었다.

“경과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기쁘군요.”

“그러셨다니 다행입니다.”

“곧 각하의 사무실로 편지를 보낼 테니,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짜를 알려 주십시오. 각하께서도 이대로 다시 연락하지 않을 작정은 아닐 테니.”

“아뇨, 내일 이 자리에서 보죠.”

조금의 고민도 없는 내 대답에, 황태자는 표정 변화 없이 그대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 * *

나는 가면을 고쳐 쓰며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읽었다. 아니, 필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이틀 만에 아브라함 발표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집중받았던 알렉산더 클루거 의원이 어제도 보았던 그 특유의 열정적인 말투로 방송하고 있었다.

[신민 여러분께 발표드린 내용은 아브라함에 대해 제가 수사했던 기본적인 지식에 더해, 니콜라우스 에른스트 각하께서 프로이센 수사국과 협력하여 밝혀낸 사실이 대부분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 제국신문에 에른스트 각하께서 제국신문에 직접 출연하시기로 하셨으니….]

어제와 같은 거리, 같은 시각.

이번에는 저지선 근처까지 다가갔음에도 누구도 나를 뜯어말리지 않았다. 한 형사가 나를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에른스트 각하.”

“그래요. 여기서 다시 만나는군요.”

“이전에 황립중앙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뵈었죠. 임명 축하드립니다, 각하.”

“고맙습니다.”

어제 본 신문에, 황태자가 아브라함 수사를 총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가 나를 자극해서 프림로즈 패스로 부르기 위해 자원해 나간 것이다.

본인이 본인을 수사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줄 수는 없지.

나는 수사 기록지를 형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어제 하루 동안 이뤄진 수사 기록은 전부 확인했습니다.”

“아, 오늘 임명되셨는데 빠르십니다. 그럼 지금 바로…?”

“바로 움직여야지요.”

그래서, 나도 수사반장 자격을 가져왔다.

“어제 하루 황태자 전하께서 취합한 증거 물품이 있을 겁니다. 전부 옮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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