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199화 (199/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199)

“…이게 무슨?”

출제자 대기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교수들이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한 교수가 멍하니 영상을 보다 자기가 뭘 봤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시험을 치는데 눈을 가리겠다?”

“…….”

영상 속 루카스 학생이 느슨해진 천을 다시 당겨 묶고는, 팀원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반면 1팀의 영상에서는….

학생들 모두 경악에 빠진 얼굴로 나르케 학생 주변에 얼어붙어 있었다.

주 출제를 맡은 1교육원 교수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돌파구가.”

“있었군요.”

뒷자리의 2교육원 교수가 그 말을 이었다. 2분반 담임인 요하네스 론 교수였다.

1교육원 교수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파구가 있었다.

교수 중 누구도 돌파구가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저런 선택지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단 말이다.

저도 모르는 사이 1교육원 교수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듯 입을 열었다.

“…눈을 가리면 머릿속이 혼란으로 채워지겠지요. 오랜 시간 맹인이었던 전투마법사라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행동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저 학생에게는 모든 것이 전부 중요한 정보로 각인될 겁니다.”

“그렇겠지요.”

귓가에 스치는 한 줄기 바람마저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르케 파르네세 학생이 읽는 정보는 필드에 대한 판단이나 팀원들의 전략 대화가 아니라, 아스카니엔 학생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위험 요인으로 가득 차게 된다.

예를 들면 무언가가 발끝에 걸렸다거나, 팀원의 마력이 등 뒤에 느껴진다거나.

완벽하게 쓸모없는 정보다.

쓸모없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나르케 학생의 움직임마저 방해하는 정보가 된다.

누군가 귀에 대고 쓸데없는 말을 속삭이는 상황에서 시험 문제를 푸는 꼴이지 않은가.

“…….”

“허허… 거참.”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화면을 보던 누군가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 한 방 먹였다.

1팀에게 한 방 먹인 것뿐 아니라,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교수진에게도 말이다.

이제 3팀은 패배가 예정된 팀이 아니다.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의 예상치 못한 판단은 이 일방적인 손해가 예정된 게임을 해 볼 만한 게임으로 변화시켰다.

‘2차 시험 때에도 그랬지.’

우리 출제자의 눈으로는 쉬운 문제였지만 실전을 겪어보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난감한 난도였던 그 문제를, 우리의 시각에서 단숨에 풀어냈다.

게다가 아무리 노련한 마법사라도, 아무 대비도 안내도 없이 맨몸으로 추크슈피체에 떨어져 두 폭주자를 처리해야 했다면 과연 그 상황에서 저 학생만큼의 판단이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마법을 쓴 지 20년도 되지 않은 학생들이 보일 수 있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달리 마법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원석이야.’

오랜시간 현장에 있던 자들의 노련함에 필적하는—때로는 능가하는—정확하고도 신속한 판단과 누구도 찾지 못한 해답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떠올리는 능력, 그리고 더 큰 이득을 위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담함.

이것이 바로 재능이다.

다른 무엇도 이 앞에서는 초라해질 뿐이다.

이전에 추크슈피체에서 확인했던 그 재능은 내 착각도 우연도 아니었다.

1교육원 교수의 시선은 계속해서 아스카니엔을 쫓았다.

그때, 뒷자리의 요하네스 론 교수가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닮았군요.”

“누굴 말입니까?”

“에른스트 각하 말입니다.”

교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1교육원 교수가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음, 그분께서 교수님을 빼내어 주시는 데에 크게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무죄를 소명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도 내 무죄를 증명해 주셨지요.”

“아, 비슷한 상황이군요. 지금도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교수님께 도움을 주신 분과 닮았다니, 학생이 들으면 아주 기뻐할 칭찬이네요. 우리 재단에서 잘 갈고닦으면 저 친구도 에른스트 각하처럼 될 겁니다.”

그 말에 교수들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2학년 2분반 담임의 눈은 영상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1교육원 교수도 다시 영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1팀이 처음 세워 둔 계획이 무너졌으니 다른 플랜을 꺼낼 텐데, 이제는 3팀과 직접 마주치는 수밖에 없겠지요. 세워 둔 계획이 전부 무용지물이 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이니, 두 팀의 실력을 날것 그대로 판단할 수 있겠군요.”

당혹과 놀람에 물들었던 교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아까의 여파로 옅게나마 흥분이 남아 있었다.

주 출제를 맡았던 1교육원 교수가 그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제 시작이니 잘 지켜봅시다.”

* * *

루카스는 눈에 감았던 붕대를 살짝 들어 친구들을 바라봤다.

팀원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보였다.

뭐 저렇게까지 하냐는 표정을 지을 법도 한데, 한 차례 답이 없는 상황을 겪은 뒤라 그런지 그런 식의 태클은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우리도 이제 해볼 만한 상황이 되었다’는 생각만이 그들의 뇌를 지배한 듯했다.

‘자신감 좋네.’

루카스는 팀원들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때, 귓가에 걸어 둔 아티팩트에서 시험 시작 안내음이 들려왔다.

[알립니다. 잔존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해당 구역 내 세 명의 폭주 2차 피해자가 확인되었습니다. 신속히 피해자를 구조해 황립 중앙병원으로 워프해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이제 정말 본격적인 시작이다.

루카스는 뒤돌아 천을 풀어 다시 팽팽히 묶었다.

뒤에서 팀원들이 아래 상황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앞이 안 보이니 마력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것도 사실 레오 덕이었다.

눈에 땀이 흘러서 더는 앞을 볼 수 없을 때까지 몰아붙이고서도 훈련을 끝내지 않던 레오의 그 근성 덕분에, 마력에 얻어맞지 않기 위해 시각 대신 마력의 흐름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단련되어 있었다.

‘생각하니까 빡치네 이 새끼….’

아무튼 그 덕분에 이렇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잘 쓰겠다.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 공기 흐름에 집중했다. 준비를 마치자마자 체링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스.”

“왜?”

“놀랍네. 그렇다고 눈을 가릴 줄은 몰랐는데.”

“나도. 루카스 너 뭐야 진짜?!”

오스왈드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외치며 루카스 옆으로 껑충 뛰어왔다.

“뭐긴 뭐야. 미리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다면 안 보면 그만이지. 안 그래?”

“하하하! …그래, 맞아. 역시 루카스 넌 매번….”

“매번?”

“아냐.”

루카스는 체링겐의 마력이 제 얼굴 아래에 밀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대, 뭘 해 달라는 건지는 뻔했다. 루카스는 그의 손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체링겐의 산뜻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잘해 보자.”

“그래.”

“아~ 얘들아. 감동적이긴 한데 우리 빨리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하거든.”

엘리아스가 손뼉을 치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여기가 어떤 필드인지는 딱 봐도 알겠지? 이건 1팀도 파악했을 테니 그냥 루카한테도 말할게. 여기는 베를린이고, 광장 시계탑이 동쪽에 하나 더 있어.”

“하나 더 있다고?”

“그래. 도심 일부를 복사해서 옆에 그대로 붙여 넣은 것 같아. 아니면 반전시켰을 수도 있겠지.”

“반전시킨 거야. 저 옆 시계탑 초침이 반대로 돌고 있어.”

아우구스테의 목소리다.

“오~ 관찰력 좋은데.”

“뭘. 북쪽에 슈프레 강이 있고, 남쪽에는… 별 볼 거 없고. 서쪽에 국회의사당이랑 전승기념탑이 있어. 전승기념탑 너머에는 결계가 쳐 있는지 안 보이네. 동쪽에는 알렉산더 광장이 있는데, 거기에 시청 건물 있지? 그게 옆에 하나 더 있어. 알렉산더 광장을 경계로 복제된 것 같아.”

“음, 좋아.”

서쪽에 전승기념탑, 동쪽에 알렉산더 광장의 시청. 그리고 또 광장의 시청, 전승기념탑.

이 구조라는 거지.

범위는 이 정도면 됐다.

루카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손짓했다.

“자, 얘들아. 차음 마법 치고 전략부터 수정해.”

“우리가 전략 수정해야 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럼, 이따 보자~”

엘리아스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루카스는 전략을 알 필요 없다. 우리가 직접 데리고 다닐 거니까.

좀 불합리해 보이지만 전부 그가 원한 것이었다. 어차피 루카스는 눈앞에 무언가 닥친 직후부터 생각해도 양질의 대책을 뽑아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나르케가 미리부터 생각을 읽어 팀원들을 우리 앞으로 배치시키는 미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아무리 나르케가 생각을 읽어도 기습까지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엘리아스는 루카스를 뒤로하고 팀원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피해자는 총 셋이지. 피해자의 위치를 확인할 방법은 없고, 이 탑은 5분, 아니, 이제 4분 뒤에 닫혀.”

그 말에 오스왈드가 웃으며 헛소리를 했다.

“아, 계속 여기 있으면 좋을 텐데.”

“너무 이득이잖아~ 학교가 닫는데 어쩌겠어. 아무튼 필드가 이렇게 넓다면 오스왈드 네 후각에도 한계가 있겠지? 그렇다고 여기에 대략적인 위치라도 찾아낼 능력자가 있는 것도 아니야.”

엘리아스가 팀원들을 둘러보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율리아가 자신있는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올렸다. 다른 팀원들의 표정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씩 웃은 엘리아스가 저 멀리 있는 다른 시계탑을 응시하며 말했다.

“지금부터 1팀 하이케 아인시델을 찾아 보자고.”

1팀은 무조건 하이케의 고유능력을 활용할 것이다.

사물의 과거를 읽는 능력이라니, 딱 이 필드에 최적화된 능력 아닌가? 학교는 일부러 여러 폭주 사건을 설정하고, 어느 거리에 폭주 사건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어디서 폭주가 일어났는지 알면 2차 피해자의 위치도 대략 알 수 있지.

그 좋은 능력을 침만 흘리면서 지켜봐 줄 생각은, 당연히 없다.

* * *

“붕대~?!”

머리를 짚은 채 능력을 쓰고 있던 나르케가 불쑥 소리치더니 허리춤의 클러치에 넣어 뒀던 의료 키트를 꺼내 털었다.

머리에 세 번은 감고도 남을 거즈 붕대가 손에 들어왔다.

“…하… 하하.”

어이가 없어 웃음이 피식피식 흘러나왔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을 본 이미 1팀 팀원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했다.

4팀에서 올라온 힐데가르트가 이마를 짚으며 뒤돌았다.

“…젠장….”

“아니, 시험을 치면서 눈을 가리겠다는 미친 생각을 대체 누가 해?! 눈 가린 거 맞아? 나르케가 잘못 읽고 있는 거 아니고?”

멍하니 굳어 있던 울리케가 웃음을 터트리며 학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누구라도 좀 긍정적인 말을 해 주길 바라는 듯했다.

그러나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울리케는 포기하고 헛웃음을 치며 자리를 빙빙 돌았다.

“…대회 때도 느꼈지만… 걔 진짜 보통이 아니네. 진짜? 이게 진짜라고?”

“후우….”

미간을 누르고 있던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고서 날카로운 눈으로 팀원들을 둘러봤다.

“…이미 일어났어. 아스카니엔이 거기까지 대비를 안 하고 있는 게 더 놀랍지. 빨리 전략부터 다시 수립하자.”

학생들이 진지한 얼굴로 다시 레오의 곁에 모였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

어차피, 이건 3팀 전력에서 한 명이 빠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섯이고 상대는 다섯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들은 모두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설령 여섯을 상대해야 한대도 문제는 없었다.

이득을 보지 못하게 됐을 뿐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작할 시간은 충분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수십 가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스카니엔의 생각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가 부실했어. 그렇다면 지금 뭘 해야 할지 알겠지.”

“3팀이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 봐야지.”

하이케 아인시델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부터 생각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야 한다.

레오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조금 뒤 입을 열었다.

“좋아. 일단 3팀은 하이케 아인시델, 널 마크할 거야.”

“…….”

하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에 손을 대면 기억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지난 2주간 너와 함께 훈련했던 루카스와 오스왈드가 알지. 그쪽에는 이 광범위한 필드 내에서 피해자를 찾을 만한 고유능력을 가진 자가 없어. 그렇단 말은 우리 팀이 있는 이 지역을 향해 올 거라는 말이야.”

“그래.”

“이제 아스카니엔을 생각해 보자. 루카스 아스카니엔은 최대한 후방에 있을 거야. 잠깐 안대를 푸는 사이에 또 자신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굴려서 무슨 전략을 세우게 될지 모르니, 계속해서 그걸 끼고 있으려 하겠지. 눈이 안 보이니까 직접 싸우기에는 무리가 많아.”

레오가 팀원들을 보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렇게 몸을 숨기게 두면 안 되지.”

“그래.”

“맞아. 그럼 한둘은 아스카니엔 찾으러 보낼 생각이야? 내가 갈게.”

레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무리 눈을 가렸어도 루카스는 루카스다. 그 실력은 아무나에게 꺾일 실력이 아니다.

물론 예의상 그걸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레오는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아스카니엔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그쪽은 신경도 쓰지 마.”

그 말에 팀원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럼?

아스카니엔의 안대만 벗기면 승리는 코앞으로 다가온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는 정답을 찾아낼 거고, 그 정답을 우리가 먼저 부수고 막는 순간부터 그 팀은 페이스를 놓치고 패배의 길을 걷게 된다.

게다가 레오도 아까 ‘몸을 숨기게 둘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신경도 쓰지 말라니?

학생들의 의문 섞인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레오는 그것까지 예상했다는 듯, 동요하지 않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하이케.”

“응.”

“이제부터 동쪽은 남쪽이야.”

“…?”

쭉 표정 변화가 없던 하이케의 입이 벌어졌다.

팀원들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레오를 바라봤다.

* * *

폭주 사건의 여파로 텅 빈 거리.

엘리아스의 눈은 빈 상가 건물 복도의 미닫이창에 붙어 있었다.

1팀 학생 둘이 바깥에 보인다. 오스왈드를 피해자 수색에 투입하는 대신 내 곁으로 끌고 온 보람이 있다.

몸을 낮추고 창 틈에 완드를 가져다 댄 엘리아스가 숨을 참고 수를 셌다.

‘셋, 둘…. 하나.’

빠직—! 쨍그랑—!

“악!”

“뭐야?!”

“지, 지금… 위에서 뭐가 날아왔는데. 아티팩트 깨졌어…!”

“뭐?!”

옆에 있던 1팀 학생이 재빨리 완드 끝에 장막을 설치하고 하늘을 향해 들었다. 어디서 마법이 날아왔고 어디에 3팀 학생이 있는지 찾으려는 게 분명했다.

‘안 되지.’

엘리아스가 입에 손가락을 대 차음 마법을 걸고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내가 가는 길을 다 알고 계신다.]

새파란 마력이 유도마법식에 걸려 잔뜩 굽이치며 장막 아래로 들어가, 다른 한 학생의 귓가로 솟구쳐 올랐다.

쨍그랑—!

“윽! 뭐야?! 어딨어?!”

“너까지 깨졌어?! ”

엘리아스가 그 소리를 듣고 휘파람을 불며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오스왈드가 후문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게 보였다.

“오케이~ 두 개~”

[와, 벌써 두 개나 부쉈어? 엘리아스 잘하네~]

율리아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아스가 웃으며 깐족거리기 시작했다.

“전투의 기본이 뭘까? 총질? 머릿수?”

[집중이나 해.]

루카스의 타박에도 엘리아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휘파람을 불며 말을 이었다.

“정보다, 이 말이야~ 뭘 알아야 이기지.”

[…그래, 잘했다.]

살짝 포기한 듯한 루카스의 웃음이 들려왔다.

“그런데 루카스는 아티팩트 왜 연결했어? 이거 나르케가 알면 당장 막으러 올 텐데.”

[잘 나가다가 뭘 간과했나 본데 연결 끊기면 그쪽도 바로 알거든.]

“그건 그렇지~ 그래서? 왜 율리아가 네 회선을 연결해 줬을까? 그뿐이 다가 아닐 거라고.”

[하하, 빠르네, 엘리아스. 지금 와 봐야겠는데.]

두 시계탑의 중심, 알렉산더 광장 옆에는 그랜드 호텔이 있다.

호텔 옥상에 올라가 몸을 낮추고 있던 율리아가 귓가의 아티팩트를 만지며 엘리아스에게 말했다.

율리아가 내려다보는 길 한쪽 바닥에 하이케 아인시델이 무릎을 굽히고 손을 대고 있었다. 호텔이라고 해도 층이 높지 않아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시 범위 안에 있었다.

하이케 아인시델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티팩트에 손을 올렸다.

“…찾았어. 출발 지점으로부터 서쪽. 알렉산더 광장 아래쪽이야.”

희미하지만, 귀에 마력을 집중시키니 분명히 들렸다.

하이케는 그렇게 말하고 한참 자리에서 팀원들을 기다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저 자리에서 폭주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 주위에 아직 구조되지 않은 2차 피해자가 있다.

계속 그를 지켜보던 율리아가 엘리아스에게 말했다.

“엘리아스, 위치 찾았어.”

[좋아. 거기가 어디지?]

“그랜드 호텔에서 남쪽으로 두 블럭. 네 기준 북쪽이야.”

[좋아. 1분 안쪽으로 간다.]

율리아가 그 말에 미소지으며 아래를 계속 바라봤다.

‘…흠.’

이상하네.

아인시델이 팀원들에게 연락한지 2분이 넘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

저 멀리를 봐도 아무도 없었다.

“인기척이 안 들리네.”

때마침, 곁에 앉아 있던 루카스가 율리아의 머릿속을 읽어낸 것처럼 말했다.

“그렇지. 나도 그게 좀 의문이었는데, 역시 걸리네. 엘리아스.”

[으응?]

“우선 기다려. 함정일 수도 있겠어. 여기로 1팀 애들이 오면 다시 연락할게.”

“아니.”

루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안대를 살짝 들어 하이케가 서 있는 자리를 확인했다.

“엘리아스, 오스왈드 데리고 당장 북쪽으로 가.”

* * *

“…이야~ 역시 빠르네.”

나르케가 고개를 들어 건물 너머를 바라봤다.

동쪽은 남쪽.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다. 동쪽은 남쪽이고 남쪽은 동쪽이다. 그리고 서쪽은 북쪽이며, 북쪽은 서쪽이다.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를 3팀 학생들을 교란시키기 위한 계획이었다.

나르케가 아티팩트에 손을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레오. 루카스가 벌써 알아챘어. 빨리 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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