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203화 (203/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203)

“…이유 말이지.”

나는 레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웃음을 흘렸다.

어이가 없으니 알아서 웃음이 난다.

그런 게 어딨어? 나도 돌아 버릴 상황이다.

내 옆에 있던 엘리아스가 사실 가짜? 언제부터? 난 왜 여기서 레오한테 붙잡힌 건데?

‘엘리아스 이 자식이 진짜….’

그래. 그 책 주인공 이런 놈이었지. 나와는 정반대인 그 돌아있는 성격 덕에 당시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걸 자꾸 잊는다. 주인공이라고 늘 귀엽게 봐줬더니만 나를 적에 넘기고 튀어?

내게 친절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해는 가는데, 솔직히….

‘미치겠다. 진짜로 이 미친놈에게 장단 맞춰 주기 힘들다. 레오가 이런 기분이었던 건가?’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블럭 위를 덮은 이끼에 얼굴을 묻었다.

“이유 같은 거 없다….”

“너도 네 옆에 있는 엘리아스가 환영인 줄은 몰랐나 보네.”

때마침 레오도 같은 주제를 꺼냈다.

몰랐으니까 환영이 사라지지 않고 모두의 눈에 보였던 거지. 아우구스테는 본인이 만든 환영이 가짜라는 걸 확신하는 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환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복수의 환영을 등장시키는 방법이 따로 있는 모양이지만, 이건 비밀인지 우리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다.

아무튼 엘리아스가 언제부터 그랬는지, 뭘 위해 이런 짓을 벌였는지 짐작은 간다. 다만 생각해서는 안 될 뿐이다.

빠직— 쨍그랑—!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나는 눈을 찡그렸다.

아티팩트가 부서져 뺨을 긁고 바닥에 떨어졌다.

“워프는 왜 안 했지?”

워프를 왜 안 했냐니. 나는 코웃음 치며 그 우스운 질문을 비꼬았다.

“알면서 왜 물어, 반장. 내 기숙사까지 직접 없애 놓고서는 잊었어?”

“음, 너 진짜로 나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구나.”

나는 그냥 눈을 감고 침묵했다.

뭘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어? 여기가 바이에른이냐? 이 자식도 엘리아스 못지않다. 교수 수십 명이 지켜보는 현장인데 사이가 그닥 좋지 않은 것쯤은 광고할 만하지 않냐고. 내 ‘반장’은 빈정거리기 위한 호칭이었을 뿐이다.

나는 학생일 때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 그에게 내 빈정거림이 통하지 않는 걸 보니 레오는 또 다른 모양이다.

나는 이끼 위에 놓인 내 손을 덮은 줄기를 뜯어내려 하다가, 식물이 생각보다 질기다는 걸 깨달았다.

마법을 쓰자니 수적으로 열세하다는 점이 걸린다. 엘리아스가 날 여기에 떨구고 간 이유도 있을 테니, 평화롭게 가는 편이 낫겠다.

“이거나 뜯어.”

“…….”

“안 들리냐? 뜯으라고.”

레오는 말없이 고개만 기울였다.

나는 불현듯 떠오른 엘리아스의 조언을 의식하고 입을 열었다.

“레오야. 이제 일어나야겠으니 식물을 좀 치워 주겠니?”

“국어책 읽냐?”

“…….”

내가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라고 했지.

엘리아스는 대체 뭘 의도한 거지.

이깟 요구쯤 잠깐만 생각해도 답이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알 것 같기 때문에 오히려 뇌를 비워야만 했다.

계속 불안한 얼굴로 주위를 확인하던 하이케가 레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레오. 미끼야. 3팀은 나르케에게만 환영을 들이댔을 거야. 그리고 나머지 우리 팀에게는 진짜 인간과 환영을 한 명씩 섞었겠지. 수색해야 할 장소는 많은데 사람은 적으니 각 장소에 한 명씩만 배치하되, 그렇다고 한 명만 두면 공격당하기 쉬우니까 다른 사람을 환영으로 만들어서 곁에 붙여 둔 거야. 그렇단 말은, 아까처럼 다른 곳에서 3팀이 무언가를 찾아내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야.”

“…….”

“3팀 애들이 루카스만 한 핵심 인력을 넘겨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하이케가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건 처음 보네. 많이 불안한가 봐?”

식물의 압력이 더 세졌다.

나는 어깨를 덮은 덩굴줄기가 바닥의 잔디로 내려가 팽팽히 휘감기는 것을 느끼며 숨을 참았다.

바닥을 향해 기려는 식물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잘만 하면 이걸로 사람 목도 졸라서 죽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자연물을 다루는 능력은 거의 사기적이다.

레오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리며 비딱하게 말했다.

“이렇게 비꼬기만 하면 우리 언제 시험 끝내, 루카스.”

“그러게나 말이다. 그러니까 빨리 놓고 가라. 못 본 척해 줄 테니까.”

레오가 하늘을 한번 보고 숨을 후 내뱉더니, 목을 가다듬고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루카스. 3팀에 불리하게 될 걸 걱정하는 걸 알지만, 피차 이런 상태로 있으면 힘들잖아. 나도 우리 반 친구가 이렇게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아. 네가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

아까의 율리아가 생각나는 말투에, 나는 입을 벌렸다.

‘아.’

이거군.

엘리아스가 뭘 의도했는지 알아 버렸다.

“…아포테케 아움 아들러, 128:208:982. 아틀리에 골드너 슈니트, 127:507:392….”

나는 빠르게 워프 좌표를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엘리아스가 ‘평소에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라’고 했던 건, 1팀의 경계심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협조할 생각이 없구나. 그럼 나도 더는 못 기다려 주는데.”

레오의 말은 한 귀로 흘러 한 귀로 빠져나갔다. 관절을 옥죄는 압력이 더 높아졌지만 지금은 중요치 않았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당황한 티를 낸다면 우리 3팀에서 나를 미끼로 내던졌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며, 당연히 노골적인 미끼가 눈앞에 있으면 그걸 잡기보다는 보내 줄 가능성이 커진다. 방금 하이케가 다른 3팀 친구들을 찾으러 가자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즉 역설적이게도 내가 3팀의 계획을 공유하고 일정한 역할을 맡은 것처럼 행동해야 1팀의 경계심이 아까와는 다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지금 ‘루카스의 계략을 파훼할 수 있다면 그를 이용해 볼 만하다’는 착각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건 1팀의 경계심을 높여 그들을 자만에 빠뜨리게 하는 방법이다.

양립할 수 없는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애먼 곳에 포커스를 맞추고 힘을 쏟게 하는 이 방식은 내가 즐겨 사용하는 수법인데, 엘리아스 역시 이런 부분에서는 나와 사고방식이 비슷했다.

‘이미 의식했으니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수밖에.

이번에는 대사를 잘 골라야 한다. 한 방에 엘리아스의 목적을 이뤄 줄 대사로, 무엇을 말해야 할까.

나는 숨통을 확보하려 애쓰며 차분히 말했다.

“레오.”

“왜.”

“아무리 참아 보려고 해도 아픈데.”

싸늘한 정적이 생겼다.

몇 초 뒤, 레오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벌떡 일어나 세 걸음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뭐야?”

“왜?”

하이케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레오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분수대 물 마시더니 벌써 어떻게 됐어. 엘리아스를 학폭위에 넘겨야 해. 미메시스 끄면 돌아오는 게 맞겠지?”

“…….”

“…미쳤다는 말이야? 설마. 루카스 말대로 정말 아파 보이긴 해. 벌써 손가락 관절 아래쪽은 피가 안 통하잖아. 식물이라고 해서 공격력이 높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피해를 줄 수도 있구나.”

하이케는 나와 그리 오랜 시간 알지 않아 그런지, 레오처럼 반응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상황 분석이나 하고 있었다.

반면 레오는 아까보다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훈련할 때마다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말이다.

훈련할 때뿐이냐? 스트라우치 앞에서도, 아인시델 앞에서도, 아브라함 앞에서도 앞에서도 한 적 없다.

지금도 그만하라는 뜻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다.

이곳은 무대고, 나는 성공을 위해 내 배역에 맞는 대사를 쳐야 했다. 그뿐이다.

레오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인시델이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프다는 게 그렇게 충격적인 말이야? 왜지? 내가 보기에도 엄청 아파 보이는데. 루카스는 그런 말을 안 하는 편인가?”

“하하…. 아픈 걸 아프다고 하지 그러면 뭐라고 해? 하이케 너도 여기 내 손가락 봤잖아. 떨어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라고.”

나는 호감도 수급하고 다녔던 때처럼 최대한 온화한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하이케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다시 나를 내려다봤다.

“그러게.”

“그래, 그러니까 레오 좀 설득….”

“그런데, 그러고 보니 아까도 웃고 있었지.”

“응?”

하이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완드를 든 손목을 까딱여 차음 마법을 치고 레오에게 다가갔다.

“레오. 계획이 있는 게 맞아. 루카스가 뭔가 꾸미고 있어.”

루카스에게서 뒤돈 레오가 이마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알아. 지금 연기하는 중이야.”

하이케가 턱을 쓸며 루카스가 있는 곳을 흘끗 바라봤다.

“루카스는 레오 네가 저 줄기들을 풀어 주게끔 유도한 거야. 네가 힘조절하는 틈을 타서 우리에게 공격을 날릴 생각이었겠지.”

“…….”

하이케는 계속해서 생각에 잠겼다.

역시, 지난 2차 시험의 두 1등을 적으로 배치한 만큼 이 시험은 점점 전략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 시험에서는 계속해서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

루카스가 뭘 의도하고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레오도 마찬가지다. 같은 팀이지만 그는 그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자신이 떠올린 것이라도 전부 말해 보는 수밖에.

“레오. 내 생각에는 3팀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어. 그래서 시간을 벌려고 루카스를 보내서 공격하게 시킨 거야. 안 그래도 루카스는 지금 생각하는 것이 나르케에게 전부 넘어가는 상황이라서, 굳이 3팀 자리에 두어 봤자 낭비가 될 뿐이니 차라리 우리 팀에 보내 타격을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겠지.”

사실 시작부터 쭉 능력을 원거리의 루카스에게 집중한 나르케는 이제 계속 졸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루카스가 너무 많은 정보를 머리에 입력할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그러나, 여전히 3팀에게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적이다.

“…그래, 하이케.”

“응?”

“네 논리는 깔끔해. 좋은 조언 고마워.”

레오가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하이케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무리 남의 감정을 읽는 데에 서툴러도, 이게 진담이 아니라는 것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레오는 내 가설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것을 고려하는 중이다.

같은 시각, 루카스는 저 멀리서 대화하는 하이케와 레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열심히도 대화하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레오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참 기대된다.

내 연기를 알아챘으면서도 넘어올지, 아니면 처음의 경계심을 그대로 가지고서 나를 두고 떠날지.

‘개인적으로는 그냥 두고 가도 되는데.’

엘리아스 이 자식은 고생 좀 해 봐야 한다.

그때, 레오가 손가락을 튕겨 차음 마법을 흩어 냈다. 그러고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좋아, 루카스. 네가 뭔가 알았다면 그게 나르케에게 전달이 됐겠지.”

“그래…. 정말 아무것도 몰라. 이제 됐으면 식물 좀 치워 줘.”

나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 제레마이야 신원에 집중했던 탓에, 나도 모르게 그쪽의 연기톤이 자꾸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손가락을 휘감고 있던 잔디가 탁 풀려, 압력이 조금이나마 낮아졌다.

레오가 손짓했다.

“하이케, 주변 좀 봐 줄래?”

“그래.”

레오가 다시 내게로 눈을 돌렸다.

“3팀의 계획이 뭐든 상관없어. 우린 아스카니엔 네가 필요했고, 마침 내 앞에 시기 좋게 붙잡혀 줬지.”

“…….”

“누가 봐도 우리의 손해가 코앞에 있는 게 분명해 보이는데. 그렇지?”

레오가 제 친구들에게 짓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햇살이 그의 목 뒤로 비쳐왔다.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풀들이 제자리로 꾸물꾸물 돌아가기 시작했다.

“손해를 입어도 상관없어. 너희 3팀 마음대로 하게 해 줄게.”

나는 그의 손을 무시하고 내 힘으로 일어나 앉았다.

“꼭 내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말하네.”

“그런데… 아까 아프다고 했지.”

레오는 내 말을 무시하고 뜬금없는 말을 했다.

의문에 눈썹을 들어올린 순간 시야 바깥쪽에 있던 무언가가 사방에서 잽싸게 날아왔다.

“…!”

잠깐이나마 풀렸던 손가락에 다시 피가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던 풀들이 내 손바닥을 감싸 옥죄었다.

“미안, 그냥 참아. 우리도 보험은 있어야지.”

* * *

하나도 안 미안해 보인다.

그럴 것이다.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놈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거짓말에 진심으로 미안해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역시나 내게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다.

엘리아스가 날 여기에 던진 순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어쨌거나, 성공이네.’

레오는 미끼를 경계하는 대신, 잠깐은 받아먹기로 결정했다.

나를 1팀 집합지로 설정된 공원에 데려갔다는 말이다.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담담한 얼굴로—레오와 나르케가 보기에는 벌써 귀찮아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제 손을 내려다봤다.

“루카스 잡아 왔어?!”

“와, 진짜네.”

그때, 주위에 학생 몇몇이 워프해 왔다.

루카스가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풀을 조종해 손에 칭칭 감고 있던 레오가 물었다.

“3팀은?”

“없어. 분수대는 정말 아니었나 봐. 시청에도 신문만 남기고 사라졌어.”

“우리도 후보에서 분수대 지우자.”

“…….”

레오는 턱을 쓸었다.

그렇다는 말은, 3팀이 지금 루카스에게 의존하고 있거나 다른 무언가를 꾸미는 중이란 뜻이다.

“이곳에 모두가 있을 필요는 없어. 대신 공격 당할 것에 대비해서 여분 아티팩트 챙겨 가고, 하이케, 요제핀, 힐데가르트 셋이서 같이 다녀. 구호소는 다녀 왔어?”

“다녀왔는데 증거는 못 찾았어. 하이케 능력으로 판단을 좀 해 봐야겠어.”

“그래. 어쩌면 교수님들이 그 둘이 만났던 과거까지 설정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그러니 항상 여지를 두고 생각하도록 해.”

“알겠어. 돌아가면서 보고할게!”

1팀 셋은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제 자리에 남은 사람은 루카스와 레오, 나르케, 그리고 울리케가 전부였다.

루카스가 제 팔을 칭칭 감은 초록색 덩어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길리슈트 만들 수 있겠다.”

“응?”

“그런 게 있어.”

“아~ 위장복.”

나르케의 깨달음에 루카스가 질린 얼굴을 했다.

그런 단어가 아직 이 세계에 없기에, 나머지 둘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가만히 루카스를 들여다보던 울리케가 갑자기 장난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숲에서 50년 산 사람 같다.”

“50년 살면 이렇게 되냐?”

“나도 해 볼래!”

레오가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갑자기 뭘 하겠다는 거야? 위장복 만들어 달라고?”

“아니, 이거 어릴 때 다들 한번씩 생각해 본 적 없어? 풀이 날 덮고 자라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얘들아~ 벌써 1시간 다 되어 가서 집중력 떨어지는 건 이해하지만, 우리 시험 중이야!”

나르케가 손뼉을 치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다른 3팀 친구들은 못 잡았지만 그래도 루카스만큼은 데려왔으니까,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열심히 해 보자.”

“좋아. 이제 우리가 맨 처음 세웠던 계획을 이뤄 볼 수 있겠네.”

울리케가 턱을 괴고 자리에 편히 앉아 웃었다.

그렇다.

루카스가 전략을 세우는 즉시 그것을 인터셉트해 3팀의 진로를 막고 점수를 얻겠다는 계획.

이것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나르케는 약간 심통난 듯한 루카스의 분홍색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뭘 봐.”

“하하, 루카스 나랑 친한데 오늘은 영 아니네~”

“지금 친분 따질 상황이야? 능력 그만 써라. 눈도 다 빨개져 가지고는….”

루카스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사람 흰자가 붉은색이 되어 있는 걸 보니 소름이 돋는다. 물론 그 감상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나르케가 당황한 듯 가만히 있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짠~ 이제 괜찮지?”

신력으로 위장 마법을 쓴 건지, 어느새 눈은 이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루카스가 장난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나르케가 웃으며 말을 돌렸다.

“자,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야. 루카스 네가 뭘 아는지 우리가 좀 알아야겠어. 우리가 지금까지 세워 둔 가설을 나열해 줄게.”

“잘 듣고 머리 굴려 줘, 루카스~ 마법약 실험대회 때 네가 우리 도와준 걸 아직도 잊을 수가 없더라.”

울리케가 눈을 찡긋거렸다.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네. 루카스가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나르케가 그의 앞에 신문을 밀며 말했다.

“전부 오늘자 기사 기반으로 세운 가설이야. 자, 첫째. 주류세 50% 폭증으로 암시장에서 오염된 술을 사 마신 뒤 폭주했다. 둘째, 노점의 오염된 음식에 접촉한 뒤 폭주했다. 셋째, 플레로마가 환경단속원으로 분한 채 공무원과 거지를 만났다. 넷째, 공무원이 거지 단속을 하기 위해 구빈원에 들이닥쳐, 둘이 만났다. 이 경우에는 플레로마가 구빈원 자원봉사자로 위장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겠지.”

“…….”

“다섯째, 공무원과 거지가 각각 분수대 및 식수대 수질 점검과 생활용수로의 사용 등등 여러 이유로 분수대 물에 접촉한 뒤 폭주했다.”

나르케가 종이를 내려놓고 루카스를 바라봤다.

루카스는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자연히 지금 들은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 테고, 나르케는 그것을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다.

퇴로가 없으니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했다.

울리케가 거기에 기름을 붓듯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첫째부터 반박해 주시죠~”

레오와 나르케의 시선이 루카스에게 따갑게 닿았다.

루카스가 한숨을 푹 쉬고는, 그런 울리케를 보며 미소지었다.

“…경제를 잘 모르나 본데 암시장이 형성된다고 무조건 우리 시장의 물건 가격보다 싸지지는 않거든. 시장 가격에 불만을 가져서 형성되는 암시장이라면 술의 질이 우리 시장의 하한선을 넘어 급격히 떨어지게 되어 있어. 공무원쯤 되는 인간이 주류세 550% 증가도 아니고 50% 증가로 암시장까지 기어 들어가서 메탄올을 섞었을지도 모를 질 낮은 곡주를 사 마실 일은 없겠지.”

“신랄하네~ 그럼 둘째는?”

“장난하냐? 노점 단속하는데 그 노점에서 파는 음식을 공무원이 먹는다고? 그래, 공무원도 사람이니까 단속이고 뭐고 맛있어 보이면 좀 사 먹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게 제국2교육원 학생군사단 최종 선발 시험에 나올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하….”

한심함이 느껴지는 루카스의 깊은 한숨에, 레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턱을 괸 손으로 입을 누른 채 고개를 돌렸다.

울리케는 왜인지 슬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거 우리 팀 친구들이 최선을 다해 세운 가설들인데…. 너희 팀은 얼마나 잘했는데!”

“우리 팀도 너희랑 뭐 다르겠냐? 똑같이 이렇게 세워 놨겠지.”

루카스의 심드렁한 목소리에 울리케는 할 말을 잃고서 쭈그러들었다.

“하하하, 그러면 이건 어떨까, 루카스? 노점에서 굳이 음식을 사먹지 않더라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사연으로 오염된 것일 수도 있잖아.”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루카스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아니라는 걸 알잖아, 나르케. 그 사연에 대한 증거는 찾았고?”

나르케는 웃는 얼굴 그대로 침묵했다.

‘역시, 이래서지.’

이래서 루카스가 지난 시험의 1등이었던 것이고, 이래서 학교가 이번 시험의 난이도를 극악으로 올려 버린 것이다.

이래서, 우리 팀이 기를 쓰고 루카스의 안대를 벗기려 했던 것이기도 하고.

저 가설들이 빈약하다는 건 우리도 이미 느꼈다. 그렇기에 맨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고 속도와 정확성에는 언제나 늘 감탄하게 된다.

이제 승리가 코앞이다. 그는 우리가 세웠던 그저그런 가설에서 그치지 않고, 분명한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좋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루카스 네 말대로야. 증거는 없어. 하지만 하이케와 오스왈드가 현장에서 미처 알아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면? 굳이 먹는 것에 집중하지 마. 오염 수준이 심할 경우 손에 닿기만 해도 폭주할 수 있다는 걸, 바덴바덴의 사례로 알 수 있잖아.”

“…….”

루카스가 눈만 돌려 옆자리의 나르케를 바라봤다.

“이때는 또 고려할 게 있지~ 무언가를 마시고 먹어 폭주하는 것과 피부에 묻은 물이 체내로 흡수되어 폭주하는 것은 달라. 접촉하는 것만으로 폭주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약이 뿌려진 상황이라면, 이미 수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터져 죽었어야 해. 즉 우리는 접촉하는 것만으로 폭주할 만큼 강력한 소스가 있었다고 가정해야 하고, 그게 공개적인 장소에 있지 않으며, 그 둘이 그 소스에 어떤 식으로든 접촉했다고 봐야겠지.”

“어떤 식으로든?”

“실수로 같은 물에 빠졌거나, 물이 손에 닿았거나. 어떤 식으로 접촉했는지에 대한 가능성은 너무 많지.”

그때, 울리케가 무언가를 깨달은 얼굴로 말했다.

“몸싸움을 벌인 거 아니야? 물에 완전히 빠졌다면 조금은 의문이 덜어져. 그냥 단순히 만진 정도가 아니라 빠졌으면 그게 눈코입으로 들어갔을 거고, 폭주가 딱 세 건만 터졌다는 문제도 해결되잖아! 흐르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 있는 물이라면 더더욱 그 적은 폭주 건수가 말이 돼.”

표정 없이 대화를 듣고 있던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물에 빠졌다면 벌금 청구서가 젖었거나 찢어진 채 옷 안감에 말라붙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지. 메모의 잉크도 그대로였어.”

“그래? 빠진 게 아니라고…?”

“그래도 만약 접촉 가설이 맞다면, 그게 흐르지 않는 고인 물이라는 건 맞다고 봐야 하겠지.”

루카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울리케를 바라봤다.

멍하니 있던 울리케가 눈을 굴렸다.

더 딴지가 들려오지 않자 루카스가 가볍게 말을 끝냈다.

“증거가 없는 것에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어.”

“좋아, 잘 알겠어. 그럼… 루카스.”

루카스가 눈썹을 올리며 나르케를 바라봤다.

나르케가 불쑥 루카스의 머리를 붙잡고 눈을 바라봤다. 뭘 하려는지 알아챈 루카스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빼려 했지만 마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간 셋을 상대로 그런 시도가 통할 리 없었다.

나르케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정보를 읽어 냈다.

“…40대 신인류, 남색 체크무늬 재킷, 탈취제 냄새, 껌 종이, 명함, 만년필, 손가락 하나 크기의 휴대용 향수병, 접혀 있는 벌금 청구서 다섯 장, 손바닥만 한 수첩.”

“…….”

“좋아, 고마워. 좌표라도 외워 줄 줄 알았는데 친구 건강도 신경 써 주고, 루카스는 친절하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루카스가 대충 대꾸하며 나르케를 떨쳐 냈다.

의외로, 루카스는 정보를 읽혔음에도 태평했다. 울리케가 그런 루카스를 관찰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뭐가 있나? …아냐, 그랬으면 나르케가 벌써 알아챘을 텐데.’

“하하, 다음으로 세 번째 가설에 대해서는?”

한참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레오가 테이블에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식물이 더 세게 손가락에 감기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눈으로 잠깐 욕을 하고서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셋째와 넷째 가설은 똑같이 다뤄도 되겠지. 내 답변은 똑같아. 증거가 없는 것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어. 플레로마를 만났다는 증거가 없는데 그 가설에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

“좋아. 루카스 네 말대로 둘째 피해자에게서도 특별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니 두 가설도 폐기해야겠네~”

벌써 넷째 가설까지 완료됐다.

이제 남은 건, 다섯째.

분수대와 식수대 가설뿐이었다.

승리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레오가 아티팩트를 두드려 팀원들에게 무어라 말하자, 금세 이 자리에 아까 나갔던 세 학생이 돌아왔다.

루카스가 그런 레오와 학생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무언가를 계산하는 게 분명하다는 직감이 든 나르케가 능력을 쓰려 하자, 곧바로 좌표 암기가 들려왔다.

루카스도 금세 평소처럼 귀찮은 눈으로 돌아왔다.

좌표를 외운대도 능력을 쓰려면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지금처럼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나르케가 반쯤 포기하고 웃으며 원래의 주제로 돌아갔다.

“다섯째는? 엘리아스가 이걸 검증하려고 네게 분수대 물을 먹였지~? 아직 다 먹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

루카스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모두가 그의 답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에, 루카스가 나지막이 긍정했다.

“가장 가능성 있네. 이래서 엘리아스가 그런 짓을 했구나.”

그가 이제야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착각했어. 내가 마신 건 분수대 물이 아니야.”

“그럼?”

“엘리아스가 분수대 물처럼 꾸며 놓은 식수겠지. 나뭇잎이 떠다니길래 뭔가 했는데 그건 그냥 아무거나 주워서 띄웠던 거겠어. 왜 이런 짓을 했겠어?”

1팀 팀원들이 눈을 굴리다 대답했다.

“…글쎄다? 우리 때문에?”

“그래, 너희 때문이야. 후…. 피곤하네. 너희에게 들어가는 정보를 교란해야 했겠지.”

루카스가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는 듯 가볍게 웃고는 1팀 학생들을 바라봤다.

“이걸 검증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돌아야 할 거야. 하이케, 분수대와 식수대가 있는 곳을 다시 처음부터 돌아. 내 생체실험은 처음부터 가짜였으니까.”

자연스러운 명령에, 하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레오의 제지를 받고서야 뒤늦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챘다.

“우린 아직 대답을 못 들었는데.”

“무슨 대답? 내 판단력이 필요한 것 아니었나? 알아서 빼 가지 그래.”

“가장 가능성 있다는 게 곧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지. 이 시험의 질문에 대한 네 대답은 뭐지?”

“정확하네.”

루카스가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실망이다, 얘들아. 건진 게 가설 하나라니.”

“하하하, 루카스 너도 뭐 생각난 거 없으면서 그러기야~?”

나르케가 머리를 붙잡으며 웃었다.

루카스가 그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

“없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르케의 코에서 피가 죽 흘러나왔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루카스의 말에 반박하려던 나르케는 증거가 겉으로 드러나고서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너희 뜻대로 하나씩 차근히 생각해 보자고. 나도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루카스가 시선을 허공에 두며 신발로 바닥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의 행동에 집중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지, 도시미관과 공무원…. 벌금, 미화, 시청. 오염된 물…. 접촉, 음수. 흠….”

거기까지 말하던 루카스는 나르케를 흘끗 바라봤다.

여유롭게 턱을 괸 채 루카스를 바라보는 그는, 누가 보아도 능력을 쓰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루카스가 시선을 돌리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망이네. 도시미관과 공무원이 어디 살고 어디서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집착하더니, 거지가 어디 살고 어디서 목숨을 연명하려 하는지는 왜 신경을 쓰지 않지?”

“했잖아! 구빈원 무료급식소.”

“장난하나….”

루카스가 질린 눈으로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르케가 직접 내 머리에서 둘째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빼서 주기까지 했는데 아직도 생각나는 게 없나? 첫 번째 폭주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달리 두 번째 인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꽤 많았지. 왤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아직 감을 잡지 못한 학생들과 달리, 나르케와 레오의 얼굴은 점점 더 진지해지고 있었다.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중복되는 증거가 잡혔어. …탈취제 냄새, 손가락 하나 크기의 휴대용 향수병. 왜 그게 필요했을까. 벌금 딱지 주는 장소가 꽤 비위생적이라 냄새가 배기 쉬운 환경인가 보지?”

“…….”

학생들이 눈가를 좁히고 서로를 바라봤다. 루카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대신, 레오는 미간을 좁히고 나르케를 나지막이 불렀다.

“나르케.”

“아직.”

루카스도 결론을 내지 않았다.

루카스는 무언가에 홀린 듯 쭉 말을 이었다.

“앞선 정보를 종합할 때가 됐어. 유독 전투에 불리한 지형이 이어졌는데, 특히 맨홀이 열려 있었지. 아까 너희가 내 앞에 들이민 신문에도 상하수도 노후관 교체 기사가 있었는데 기억은 나나 몰라.”

“…그래서…?”

“했던 말을 또 해 줘야 하나? 거지가 어디 살고 어디서 목숨을 연명하려 하는지는 왜 신경을 쓰지 않냐고.”

루카스가 생각을 방해하려는 듯, 웃으며 곧바로 말을 이었다.

“실망인 건 레오, 나르케, 너희도 마찬가지야.”

“뭐?”

“너무 많은 걸 알아서 방심했겠지. 그래도 내가 심심해서 좌표 책자나 암기하고 있었던 게 아닌데.”

어쨌거나 생각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밖에.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루카스의 마력이 공기 중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나르케와 레오의 시선이 루카스의 심장께로 스쳐 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반응을, 루카스가 보이는 경우라면….

상황을 깨달은 레오가 완드를 빼든 순간, 루카스가 짓궂은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다리도 묶었어야지, 레오.”

“…!“”

“나중에 보자.”

콰아앙—!!

루카스가 발로 거세게 땅을 구르자마자, 새빨간 마력이 솟구쳤다.

섬광과 충격파가 모두의 앞에 들이닥쳤다. 나르케가 장막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미 때는 늦었다.

투둑—

루카스를 붙들고 있던 식물 줄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빛이 걷힌 자리에 남은 것은 마력뿐이었다.

경악에 빠져 있던 1팀 학생들의 얼굴이 굳었다.

당했다.

이제 와서는 모를 수가 없었다.

어차피 들킬 것, 적진에 떨궈 놓고 거기서 결론을 내게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방심시키기에 제격인 방법이다.

이것이, 엘리아스의 계획이었다.

이를 꽉 깨문 레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빨리 하수도 좌표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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