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205)
앞서 이름이 불릴 때마다 쏟아지던 함성과 박수갈채는 없었다.
곳곳에서 희미한 응원이 들려오긴 했으나, 다들 눈치를 보다 그쳤다.
긴장 어린 정적이 공기에 흘렀다.
10년 전부터 늘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던 유력한 1위가, 마법을 배운 지 5개월 된 초짜 중 초짜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이 명백한 사실에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개중에는 엘리아스와 율리아를 흘끗대는 이들도 있었다.
2학년은 이미 루카스 아스카니엔의 실력이 어떤지 지난 한 달간 뼈저리게 체험했지만, 다른 학과와 다른 학년, 1교육원과 3교육원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루카스를 하나의 마법사로 여기기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갖췄기는 하나 여전히 플레로마의 위험이 남아 있는 존재로 여긴다.
‘이걸 고맙게 여겨 줘야 할지.’
루카스의 진가를 아는 이가 아직은 우리 2학년 학생들뿐이라니.
레오는 담담하게 무대를 바라봤다.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은 2학년 합격자 자리. 루카스는 저 자리에 먼저 설 자격이 있다.
그는 가설을 세우면서도 그것에 붙잡혀 사고하지 않는다. 다른 팀원들과 그의 결정적인 차이, 즉 그 사고력의 쓸모는 이 미세한 요소에서 나온다.
한번 틀이 만들어진 사고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피해자로부터 나온 단서를 종합하기에 앞서 기사를 보고 가설을 세운 것이 우리 1팀의 실패 원인이었다.
‘…엘리아스도 우리가 가장 말이 되는 분수대 가설에 매몰될 걸 예측하고 분수대에 접근했던 거겠지.’
역시나, 학교는 기사를 폭주 소스를 찾는 근거가 아니라, 세 번째 피해자의 위치를 찾는 단서로 활용했다.
어쨌거나 루카스가 날 꺾고 올라서는 것은 크게 기분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의 마법 실력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손길이 닿아 있고, 내가 니콜라우스를 경외하고 신임하는 만큼 문제 상황에서의 그의 판단력이 나보다 우월하다는 걸 쉽게 인정할 수 있었다.
나는 부족하다.
루카스의 마법을 처음 본 그날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마법은 사람을 공격하기보다는 살리는 마법이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피나게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의 배움만으로도 내가 걸어온 지난한 길을 어렵지 않게 넘어 오는 소꿉친구에게 따라잡혀 왔다. 한때 내게 엘리아스는 소중한 친구인 동시에 좌절과 자괴감의 원인이었다.
나는 죽었다 다시 살아나도 루카스와 엘리아스처럼 마력다운 마력을 구현할 수 없을 것이며, 지금처럼 인생의 절반을 훈련에 바친다 해도 30대쯤에는,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엘리아스와 루카스에게 완전히 따라잡힐 것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영영 그들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게 될 터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이번에도 공동 1등인가?”
“…아니…. 밀린 거 같은데…?”
2학년 타 학과 자리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레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무례한 시선을 느끼며 생각을 이어 갔다.
한계가 명확한 내 재능은 악마와 영혼을 바꾸지 않는 한 변화할 일 없고,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한 한계를 앎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을 모르는 것처럼 나의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번뇌와 질투와 모멸은 시간을 깎아 먹는 독이며 그로 인해 무기력의 늪에 갇히는 것은 내가 나의 꿈과 각오에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큰 모욕이다. 그럴 여유로 나는 더없이 찬란한 그들의 재능에 감탄할 것이고, 닦이지 않은 날것의 자질에 빛을 부여한 그들의 치열한 노력과 인고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나의 각오에 나 스스로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예의를 갖추는 것, 나는 그 외에 아무것도 택하지 않겠다.
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정적에 당황한 듯해 보였던 사회자도 나를 바라봤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학생들을 깔아 보던 루카스의 눈이 내게 향했다. 그 눈에 순식간에 놀람이 차올랐다.
나는 앉은 자리 그대로, 루카스의 눈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
멍하니 나를 보던 엘리아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증폭 마법을 걸고는 미친 듯이 손뼉을 치며 악을 썼다.
“우와아악! 으아아아아악!”
“…?!”
지금 이 자리에 1,500명이 앉아 있는데 대체 무슨 짓을?
뜯어말리려던 차에, 금세 박수 소리는 2학년 자리 전체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1학년 자리로 번졌다.
이내 여태까지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이 이 드넓은 1교육원 공연장 사방에서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던 루카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드넓은 암흑을 바라봤다. 그의 무표정이 살짝 녹아 부드러운 미소가 드러났다.
[…2등입니다.]
박수갈채가 꺼지고서야 사회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들고 있던 시트를 한번 내려다보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
“와아아아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아스가 장난스럽게 내 손을 잡아 휘적휘적 흔들고는, 등을 세게 쳤다.
율리아와 나르케가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기에, 나는 내 친구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늘 그래 왔듯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 자리에 오르니 드넓은 1교육원 발표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온통 컴컴한 관객석과 달리 무대는 뜨겁고 지나치게 밝았다.
자리에 선 나는 전과 달리 정면을 응시했다.
저번처럼 악수를 해 루카스를 피로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선전포고하지 않아도, 약간의 안전장치가 있으니 괜찮았다.
그때, 익숙한 마력이 차음 마법의 형태를 띠고 앞에 깔렸다.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루카스와 눈이 마주쳤다. 유일하게 그 분홍색 눈동자에는 분명한 웃음이 녹아 있었다.
의외의 광경에, 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가 내민 손이 내 앞에 있었다.
“선생 이기기 참 힘드네.”
아마도 내 눈은 놀람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루카스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러면서도 여전히 만족한 눈으로 말했다.
“즐거웠다.”
“…….”
나는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존중을 담아 웃었다.
“나도.”
* * *
“…….”
나는 레오의 화사한 웃음을 보다 어처구니가 없어져 손을 뗐다.
‘아니 이 새끼….’
악수하랬지 누가 만면에 친한 티 내래? 아주 그냥 동네방네 이미 친해진 지 오래라고 광고를 해라.
다행히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나르케가 다급히 손가락을 튕기는 게 보였다. 레오 앞에 인지 교란 마법이 걸렸을 것이다.
시험의 앙금이 남지 않은 걸 확인해서 그런지, 흐뭇한 얼굴로 우리를 지켜보던 사회자 교수가 몸을 돌렸다.
[좋습니다. 다음으로….]
차음 마법을 유지한 채 레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루카스. 3등 누구일 것 같아?”
3등이라.
글쎄다.
나는 객석 첫 줄과 둘째 줄, 2학년 시험 참가자 자리의 학생들을 훑으며 대답했다.
“나르케는 아닐 테고.”
“음,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엘리아스겠지.”
레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회자의 안내가 들렸다.
[3등입니다. 엘리아스 호엔촐레른.]
“우와아아아—!”
“와, 뭐야?! 나 3등~?”
엘리아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방에 손을 펄펄 흔들었다.
“이예~ 감사합니다~! 6등 할 줄 알았는데 3등이라니 전혀 몰랐….”
[학생. 조용히 하세요.]
“넵!”
대답과 달리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엘리아스가 발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것처럼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레오 옆에 섰다.
“레오! 나 3등이다!”
“알아.”
“나랑도 악수!”
엘리아스가 레오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고생했다~ 너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 뒤지게 굴리는 바람에 나 뇌 터질 뻔했는데. 대체 뭘 먹고 살길래 동쪽을 남쪽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그래, 너도 고생했다. 네 덕분에 뒤통수 많이 맞아서 이제 아무것도 못 믿겠으니까 앞이나 봐.”
레오가 그의 말을 잘랐다.
내가 가볍게 웃자, 엘리아스가 레오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 레오가 차음 마법을 더 짙게 깔았다.
“루카! 우리 앞으로 졸업 때까지 쭉 같이 활동할 수 있어. 신난다~”
“그래.”
과연 졸업 때까지 내가 여기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발표식이 끝나면 오랜만에 생존 가능성이나 확인해 봐야지.
“너희는 또 누구랑 같이 희생자 처리하러 다니고 싶어~? 이제 우리 앞으로 학교도 자주 못 올 텐데.”
“흠….”
또 누구랑 같이 다니고 싶냐고?
최대한 강한 학생들과 같이 다니고 싶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현장에 투입된다면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다. 오랜 시간 이 직종에 있었던 마법사들도 현장에 나갔다 하면 부상을 입고 돌아오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미메시스처럼 깔끔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생각 안 해도 이미 거의 정해져 있지 않나?”
레오가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확성 마법을 건 진중한 목소리가 널리 퍼져 나갔다.
[4등입니다. 나르케 파르네세.]
그렇다.
우리가 누구와 활동할지는 이미 확실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곳으로 올라오는 나르케를 바라봤다.
그나마 이처럼 강한 친구들이 제일 높은 급수의 폭주자를 상대하는 팀에 들어오니 마음이 놓인다.
무대에 올라온 나르케가 엘리아스 옆에 서서 속삭였다.
“하하, 내가 너무 고유능력에 의존하긴 했나 보다.”
“100명 중에서 4등이면서~? 그런 말 하면 안 돼~”
엘리아스의 장난스러운 말에 나르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르케가 엘리아스 아래인 건 당연했다.
내가 보기에, 이번 3팀의 우승은 8할 이상 엘리아스의 작품이었다.
날 적진에 던지는 것은 비록 내 입장에서는 최악이기는 했어도 팀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다.
좌표 암기를 하면서 해답을 생각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여기에는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좌표 암기를 남용할 경우, 나르케가 ‘지금 3팀이 중요한 정보를 생각하고 있으며 그걸 감추려 한다’는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들어오는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으므로 좌표 사이의 생각도 읽으려면 읽을 수 있다.
그러니 그보다는 방심시키고 기습해 튀는 게 낫지.
‘그나저나, 이제 슬슬 불릴 때가 됐는데.’
[5등입니다. 율리아 체링겐.]
함성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축하해, 율리아!”
레오 때처럼 3교육원과 1학년, 3학년 자리에서도 큰 호응이 들렸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바른 미소를 지은 체링겐이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내게 향하기에, 나는 그와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가 내가 있는 쪽으로 하이파이브 하는 동작을 취하고는 씩 웃었다.
‘그래.’
만족스럽다.
팀에 바른생활 인간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래야 균형이 잡히지.
내게 바른생활 인간이란 다른 게 아니라 엘리아스나 레오처럼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지 않고 범상치 않은 면모가 덜한 이들을 뜻한다….
물론 체링겐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저놈에게도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기는 해야 한다.
‘또 레오처럼 잘 나가다가 어딘가에서 미쳐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길 빌 뿐이다.
무대 위로 올라온 체링겐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붉은 기 도는 그의 머리칼이 흔들렸다.
“하하, 감회가 새롭네. 너희처럼 뛰어난 친구들과 졸업 때까지 함께 하게 돼서 기뻐. 앞으로 잘 해 보자.”
“나도 잘 부탁해~”
“이야~ 여기 내 소꿉친구 다 모였네.”
그러고 보니 나르케와 나를 제외한 학생들은 서로 어릴 때부터 많이 알고 지냈으니 훨씬 팀 생활이 반갑겠다.
물론 서로 잘 알면 출동해서도 호흡이 잘 맞을 테니 안전상 좋은 일이기는 하지.
사회자가 무어라 다른 안내를 하고 있을 때, 엘리아스가 호들갑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얘들아.”
“으응?”
“지금 다섯 명이 2분반이야. 미친 거 아냐? 좀 기대되는데?”
나는 그 말에 혀를 차며 속삭였다.
“별게 다 미치네…. 분수대 물 마신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에이! 그거 그냥 생수야!”
“근데 나뭇잎 올렸잖아.”
“모래도 탔는데.”
아….
그걸 왜 말하는가?
마찬가지로 그 물을 마셨던 체링겐이 소름이 돋은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아, 어쩐지 맛이…. 그럼 맛만 내고 알갱이는 걸러서 줬던 거야?”
“우리가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율리아.”
나는 구역질이 나는 기분으로 대답했다.
우리의 표정이 좋지 않자 반성이 드는지, 엘리아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미안해, 얘들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뭐 어쩔 수는 없고 이따 위스키로 씻어 내자.”
“…….”
“스읍….”
엘리아스의 헛소리에 레오가 눈치를 주었다.
“발표나 들어. 이제 마지막이네. 6등이야.”
“그러게.”
사실 이번에도 누가 될지 이미 알고 있다.
1등부터 6등까지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할 수는 있어도 그 구성은 변하지 않는다.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 체링겐도 우리의 말에 대답했다.
“유일하게 1분반이네. 그래도 우리 팀에 그 애랑 친한 친구들이 많아서 다행이야.”
체링겐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지막 등수라고 뜸을 들였는지 한참 시간을 끌던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6등입니다. 울리케 클라이스트.]
“예에~”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초록색 눈을 반짝 빛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법약 실험대회 때도 저런 성격이었는데 여전하다. 같이 갔던 1분반 두 놈이 전부 다 저런 스타일이었지. 그나마 이번에는 한 놈이라 다행이다.
마치 엘리아스를 연상시키는 감탄에 옆의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저놈과 한 팀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함을 느끼는 듯했다.
‘사실 나도 그런데.’
정확한 팀 활동 방식에 대해서는 학교의 발표를 들어야겠지만, 이제부터 이 사람들과 종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것만큼은 분명히 안다.
그나마 율리아와 나르케가 있으니 분위기가 잡히리라 믿어 보겠다.
“교수님! 저 진짜 떨어지는 줄 알고 놀랐어요.”
[허허, 축하합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 처음 보는 교수에게 말을 걸고 무대로 올라왔다.
‘떨어지는 줄 알았다?’
뭐, 그럴 만하다.
2차부터 3차까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만 냈으니까.
울리케는 2차 때 엘리아스 팀의 원래 팀장이었다. 귄터와 그 친구를 제어하지 못해 팀을 말아먹을 뻔했던 장본인이다.
확실히 지도력과 전술에 부족한 친구다.
그러나, 적어도 실기만큼은 완벽한 합격권이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지막에 하수도에서 홀로 학생 세 명을 제압했다고 들었다.
전략 세우는 사람도 물론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전투마법 직무인 만큼 울리케처럼 싸움에 능한 이도 꼭 필요하다. 성격이 지나치게 쾌활해 좀 부담스럽긴 해도, 우리에게 좋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얘들아~ 뭐야, 차음 마법 쳐 놓고 있었네. 저기서는 잘 안 보였는데 너희 계속 말하고 있었어?”
울리케가 신기하다는 듯이 슬쩍 기웃대자 중간쯤에 서 있던 나르케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인지 교란 마법 씌워 놓고 있었거든!”
그랬냐….
어쩐지 너무 많이 떠들더라.
교수도 알면서 그냥 봐주고 있었던 듯하다.
마법사 키우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법으로 맥주 무한 리필하는 놈이 있질 않나, 발표장에서 인지 교란 마법 씌우고 속닥대는 놈들이 있질 않나….
“그런데 너희 다 2분반이네? 야, 진짜 대단하긴 한데 외롭다. 그나마 엘리아스라도 원래 1분반이었으니까….”
“싹 다 2분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웬일로 건조한 엘리아스의 말투에, 울리케가 입을 쩝 다시며 말없이 웃음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체링겐이 그런 그들을 흘끗 바라보고는 미소 지으며 분위기를 풀어냈다.
“하하, 그래도 이대로 확정됐으니 앞으로 잘해 보자. 이제 차음 마법도 해제하고. 이제 7등부터 2팀 친구들이 올라올 시기가 되어서 말이야.”
“아, 그래. 2팀 구성 궁금하다.”
나르케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웃었다.
레오는 2팀 구성이고 뭐고 조용해질 시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겨 마법을 걷어 냈다.
[…전략 부문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으나 직접 전투 부문에서는 단시간에 상대방의 능력을 파악하고 제압하는 방식이 아주 능숙하였습니다.]
6등까지의 등수 산정 근거를 짧게 들려주던 해설도 마침 끝나 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1등부터 6등입니다.]
이렇게, 2학년 1팀이 구성됐다.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다음으로….]
“‘이것으로’는 안 하시나?”
엘리아스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이것으로 3학년 1팀 발표를 마칩니다’. 3학년 차례 때 매번 교수가 했던 말이다.
“잊어버리셨나 보지.”
레오의 심드렁한 대답과 달리, 나르케에게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왜?”
[7등입니다. 하이케 아인시델.]
“…?!”
자신이 불릴 줄 몰랐는지, 아무 표정 없이 자리에 앉아 있던 하이케가 눈을 크게 떴다.
7등?
하이케가?
물론 실력이 뛰어나기는 하지. 고유능력도 훌륭했고. 가산점도 받았으니 2-4팀의 비슷한 실력자들을 제쳤을 것이다.
물론 아우구스테나 힐데가르트, 요제핀 등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더 있다는 걸 고려하면 그 등수에도 약간은 의문이 생기지만.
‘그런데, 좀 이상한데.’
나는 교수의 말을 복기하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7등을 이어서 소개하다니, 이건….
엘리아스를 비롯한 우리 팀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의 얼굴에 나와 같은 당황이 담겨 있었다.
큐시트를 보고 있던 교수가, 고개를 들어 관객석의 학생들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2학년 1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