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206화 (206/220)

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206)

“뭐야?”

“뭔데? 7명이라고? 7등까지 1팀이야?”

“3학년은 다 6명이었잖아. 이래도 돼?”

객석이 걷잡을 수 없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온갖 의문이 터져 나왔다.

하이케는 굳은 채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하이케 아인시델 학생. 자리에 없습니까?]

“…….”

[하이케 아인시델….]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하이케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를 바라봤다.

그가 목을 가다듬고 차분히 말했다.

“교수님, 방금 7등을 부르셨습니다. 7등부터는 2팀이라고 공지해 주셨는데, 착오가 있으셨던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면….”

[2학년 1팀은 1등부터 7등까지, 총 7명입니다.]

“예?”

너무나 당당한 규칙 파괴에, 객석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하이케와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이케의 얼굴이 점점 희게 질리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누구나 바라던 그 1팀에 들었음에도 전혀 반갑지 않아 보였다.

“…….”

[아인시델 학생, 위로 올라오세요.]

“교수님, 저는 2팀에 만족합니다. 왜 7등인 제가 1팀에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국2교육원과 1교육원 마법학과 교수진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입니다. 정해진 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 교수진은 학생을 이번 선발 시험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허.’

제외? 놀리는 것도 아니고, 3차까지 다 치러 놓고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멍하니 교수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던 하이케가 귀신에 홀린 듯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옆을 보니 팀원들이 전부 당황에 절어 있었다.

“…갑자기 7명?”

“우리 팀원 하나 더 생겨?”

나 역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교수와 하이케 아인시델의 얼굴을 번갈아 응시했다.

한 달 전부터 못 박아 두었던 규정이 말 한마디에 깨졌다.

학교의 변덕이 지나치다. 학생 1,500여 명과 제국신문 기자까지 출입한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학교가 지금까지 부여한 등수와 그들이 앞으로 내리는 모든 결정의 신뢰성이 점차 떨어지게 되어 있다.

물론, 이것 하나로 완전히 불신이 생기는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다.

‘왜 다른 누구도 아닌 하이케 아인시델을?’

학교가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하이케 아인시델을 1팀에 욱여넣은 이유가 무엇인가?

물건의 기억과 역사를 읽는 그의 고유능력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는 아우구스테처럼 고유능력을 전문으로 훈련받고 자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 여겨질 만큼 울리케처럼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차라리, 굳이 나머지 18명의 학생 중 1팀에 끼워 넣을 학생이 필요하다면 아우구스테가 이 자리에 들어오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객석에서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쟤가 1팀 갈 실력이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누군데? 나 쟤 몰라.”

“쟤 지난번 시험에서 10등이었대.”

“굳이 넣을 거면 힐데가르트랑 아우구스테가 더 나은 거 같은데 왜…?”

수많은 속삭임이 간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크기로 귀에 꽂혀왔다.

하이케가 얼어붙은 얼굴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얼떨떨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던 데다, 객석의 반감 탓에 잡담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이 공간에는 침묵만이 이어졌다.

사회자는 하이케가 울리케 옆에 선 것까지 확인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완드를 꺼내 허공에 내질렀다. 금빛 마력으로 글자가 적히기 시작했다.

[ 2학년 1-3 / 3학년 2-4 / 3학년 1-3 / 1학년 1-3 / 1학년 2-4 / 2학년 2-4 ]

우리가 치른 시험이 맨 앞에 적혀 있었다.

[이번 학생군사단 최종 선발 시험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 동일하게 치러졌습니다. 지금 보여 드리는 목록은 각 시험의 점수를 종합하여 산출한 최종 순위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2학년 1-3팀은 제국2교육원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능력을 보여 주었으며,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모두 출중했습니다. 이에 본교는 기존의 인원 제한 규정으로 인해 2학년 1팀의 완성도를 낮추는 것에 안전상의 아쉬움이 있다고 판단하여, 예외적으로 2학년 최종 합격자를 총 18명이 아닌 19명으로 확대하여 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2학년 1팀을 포함한 모든 학년의 최종 합격자는 총 19명이며, 2팀은 결원 없이 그대로 6명으로 선발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하이케가 1팀에 끼어듦으로 해서 한 명의 학생에게 더 기회가 생겼다. 그 덕에 2학년 시험 참가자들의 표정은 한결 누그러졌다.

그래, 사실상 가산점 팀이 곧 1팀이 되었다는 건 잘 알겠다.

그러나 굳이 왜? 그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

나는 이 홀을 둥글게 감싼 수많은 객석을 바라봤다.

2학년 시험 참가자를 제외한 다른 천오백 명의 학생들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누군가 손을 들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님! 학생군사단 선발 인원은 분명히 한 달 전부터 공지하신 사항입니다. 안전을 고려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1팀은 4급 폭주자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숙련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여섯 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학년 1팀도 여섯 명이 아니었습니까?”

교수는 약간은 과격하기까지 한 청중의 표정과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본교는 2학년 1-3팀, 그중에서 1팀의 하이케 아인시델 학생의 고유능력이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판단하였으며, 해당 학생의 뛰어난 상황 판단력과 전투 마법 실력을 고려하여 1팀에 배치하였습니다.]

교수와 우리가 선 자리 뒤로 학교가 준비한 시험 영상이 흘러갔다.

하이케가 차음 마법을 걸고 레오에게 말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레오의 덩굴에 붙잡혀 길바닥에 엎어져 있었을 때, 하이케는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말을 레오에게 하고 있었다.

물론 반은 틀렸대도, 레오가 그의 조언을 따랐다면 1팀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꽂힌 건가? 아냐…. 이 정도 추론은 다른 학생들도 할 수 있다고.’

분명히 이건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는 별다른 추가 설명 없이, 영상이 끝나자 바로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이의제기는 1교육원 학생군사단 관리국에서 받겠습니다.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부터 하이케 아인시델 학생까지,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7명의 학생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앞으로 제국2교육원의 얼굴로서 신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으로, 2학년 1팀 발표를 마칩니다.]

“허, 아니….”

귀가 따가울 만큼 커다란 박수 소리 사이로, 당황스러운 듯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교수는 2팀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2학년 2팀, 8등입니다. 아우구스테 로젠하임.]

그 뒤로는 익숙한 이름들이 줄줄이 불렸다.

멜빈 클로크너, 힐데가르트 블롬베르크, 필립 괴링, 오스왈드 슈미트, 귄터 보크.

멜빈은 필립의 이름이 같은 팀으로 불리자마자 거의 죽어 가고 있었다. 나는 뒤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멜빈을 최대한 외면하며 발표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3팀에는 플로리안이 포함되었다.

2학년 발표가 한바탕 지나고, 1학년 1팀부터 3팀이 발표되었다.

아델베르트의 최종 순위는 2위였다.

다시 객석에 내려온 나는 박수도 치지 않고 심드렁한 얼굴로 제 사촌을 바라보는 엘리아스 대신 그에게 호응해 주었다.

긴장한 채 굳어 있던 아델베르트가 미소를 지으며 살짝 손끝을 까딱거렸다.

“아델베르트가 너한테 손 흔들어 주네, 루카~”

“봤어.”

“너무 친해진 거 아냐?”

“그런가. 친해지면 좋지.”

“아, 안 돼. 루카는 저런 놈이랑 친해지면 안 된다고. 호엔촐레른 중에서는 나랑만 놀아~”

엘리아스가 어깨에 팔을 얹고서 양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저런 놈이라니. 저놈보다는 첫째를 더 경계해야 한다. 비록 그 첫째는 나와 친해지려 하고 있지만 말이다.

웃음으로 대답을 때우자 엘리아스가 미소 지으며 주제를 바꾸었다.

“우리 이제 기숙사도 새로 받는 거 알아? 교복도 안 입고 다른 거 맞춰 입는대.”

“우와, 어디서 들었어~?”

옆자리에 있던 나르케가 눈을 빛냈다.

“1교육원 학생군사단 관리국. 그쪽은 학군단 이미 있었잖아.”

“흠…. 자원 낭비 대단하네. 모든 팀이 그런다고?”

“하하하!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자원 낭비는 진짜 확실하긴 하네. 이거 황실 소속 마법사 따라 하는 거니까. 그래 봤자 학교인데.”

그렇다.

형이 몸담은 마법사 단체도 황실 소속이었지.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들은 황제의 이름으로 묶여 활동한다.

황실 아래로 들어가는 것은 마법사로서 인생에 다시없는 출세이자 영광이다. 물론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여겨진다는 말이다. 여기에 들어가려고 다들 대학까지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제국2교육원 학생군사단은 어디까지나 학교 소속이지 황실 소속이 아니다.

제국1교육원도 황실 소속이 아닌 마당에 무슨.

“그래서… 하이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엘리아스가 나르케와 나를 둘러싸고 차음 마법을 걸며 말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항의 아닌 항의를 전부 뭉개 버린 뒤로 계속 생각하고 있던 주제였다.

“찝찝한데. 루카 너도 그렇지.”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의 변명은 썩 와닿지 않는 변명이다.

하이케의 고유능력이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아우구스테도 마찬가지다. 필립과 오스왈드는 또 어떻고?

학교는 왜 애매한 변명을 해 가면서까지 하이케를 1팀에 넣어야만 했는가. 왜 2팀도 아니고 1팀에? 왜 공교롭게 하이케 ‘아인시델’인가?

내 옆에 앉아 있던 나르케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 생각에도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야.”

“…….”

“그래도… 경계는 확실히 하되 너무 티 내지는 말자. 하이케도 아는 게 없어서 당황스러워하는 중이야.”

그래. 하이케는 대놓고 비난을 들어서 그런지 드물게 시무룩해진 얼굴로 있더니, 지금은 뒷줄 저 멀리에서 몸을 푹 숙이고 있다.

1,500여 명의 야유—까지는 아니었으나 당사자에게는 충분히 그렇게 보인다—를 받고서 정신이 멀쩡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르케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하이케를 몰아붙여서 나올 것은 없을 테니 일단 잘 달래 놔야겠네.’

[…이것으로 2교육원 학생군사단 1기생 최종 발표를 마칩니다.]

“야, 이제 끝?!”

엘리아스가 좀이 쑤셨는지 당장 자리에서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발표는 마쳐도 나가려면 또 온갖 길고 긴 단계를 거쳐야 할 텐데.

온통 긴장이 감돌았던 이 발표장에서, 너무나 유력한 1팀 합격권에 있었던 탓인지 그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건 나와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뭔 일거리 하나 끝낸 얼굴로 앉아 있네.’

2팀과 3팀 학생들은 구사일생한 얼굴로 있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제국2교육원 학생군사단 1기생 대표 마법사 팀을 발표하겠습니다.]

“엥?”

“…음?”

당장 튀어 나가려 팔걸이를 양팔로 붙잡고 있던 엘리아스가, 다시 슬그머니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늘 이 자리에서 총 9개 마법사 팀이 탄생했습니다. 우리 교수진은 1차부터 3차 시험의 결과를 종합하여, 9개 팀 중 제국2교육원과 재단의 얼굴을 대표하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마법사 팀을 선정했습니다.]

“왜 그런 짓을?”

그렇게 말하면서도 엘리아스의 시선은 진지하게 사회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살짝 당황한 듯해 보였던 율리아와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저 멀리, 3학년 합격자 자리에 앉아 있던 선배들과 눈이 마주쳤다. 리히트호펜이 무감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 사회자가 손에 든 쪽지를 한번 보고서 관객들을 바라봤다.

[2학년 1팀, 제국2교육원 대표팀입니다.]

“…….”

통로에 서 있던 직원이 우리에게 위로 올라가라 손짓했다.

의외로, 당장이라도 발표장 밖으로 도망칠 것처럼 굴던 엘리아스가 제일 먼저 일어나 무대 위로 향했다.

레오가 새로 결성된 우리 팀 팀원들을 이끌어 무대로 올려보낼 때, 나는 뒷자리 끝에서 반쯤 죽어 있는 하이케를 데리고 나와 무대로 데리고 올라갔다.

모두 자리에 온 것을 확인한 교수가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모든 학년이 같은 시험을 치렀으나 이처럼 짧은 시간에 최고의 성과를 낸 팀은 없었습니다. 학생 여러분이 시험 중 우리 교수진에게 보여 준 치밀한 전략과 행동은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 그리고 헌신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탁월한 지식과 뛰어난 역량으로 앞으로 어떤 도전이든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졸음 나는 덕담을 알아 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교수가 나를 바라봤다.

[루카스 아스카니엔 학생.]

“예.”

[가장 짧은 기간 마법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승리로 이끌고 모든 학년에서 최단 시간으로 시험을 종료시킨 학생의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제국2교육원은 학생이 본교를 넘어 제국과 황실을 빛내는 마법사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황실까지 빛내야 하는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따라서 우리 재단은 제국2교육원 대표팀의 대표자 자리를 아스카니엔 학생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

음?

팀원들의 시선이 일시에 내게 꽂혔다.

물론, 팀원만은 아니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던 나는 1,500여 명의 시선과 제국신문 카메라의 작은 셔터음을 의식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광스러운 제안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교수와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다른 학생에게 이 기회를 돌리고 싶습니다. 저보다 오랜 시간 친구들을 이끌어 온 레오나르드 학생이 우리 2학년 1팀을 더 훌륭히 통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레오나르드 학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오가 나를 흘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찬성합니다.”

엘리아스가 잽싸게 말했다.

꼭 난감한 문제가 제게 돌아오기라도 할까 봐 서두르는 말투였다.

“다른 팀원들의 의견도 모두 같을 겁니다. 그렇지요?”

“네.”

“예, 좋습니다.”

울리케와 체링겐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다른 학생들도 당연히 레오에게 맡길 생각을 하는지, 뭘 또 묻고 있냐는 눈으로 교수를 바라봤다.

레오는 왜인지 애매한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늘 하던 일이라 그런지 딱히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는 듯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만족하고 교수를 바라봤다.

‘다행이네.’

어디 감투를….

대표자? 이런 귀찮은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시키는 게 제일이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레오나르드 비텔스바흐 학생이 2학년 1팀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팀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예, 그러겠습니다.”

[다음으로….]

아직 안 끝났군.

나는 생각을 비우고 허공을 바라봤다.

그때, 교수가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길었던 시험 끝에, 비로소 여러분은 자신의 미래와 제국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를 대표하고 제국의 안전을 수호할 대표팀의 이름을 발표하겠습니다.]

“…?”

나는 팀원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대표팀을 뽑을 때까지는 좀 놀랐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름까지 지었다고? 물론 부를 이름을 짓기는 해야 하는데, 이렇게 급하게?

‘…말 안 해 준 뭔가가 있나?’

쓸데없이 이런 낭비를 하지는 않을 텐데.

왜인지 그런 의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교수가 완드를 스태프로 바꿔 내더니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여태까지 안내가 나왔던 방식 그대로, 황금빛 글자가 필기체로 허공에 적혔다.

[Eszett]

“…?!”

“어엉?”

친구들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아마 객석에 앉아 있는 모두의 표정이 전부 볼만해졌을 것이다.

나 역시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에스체트, ß.

독일어 알파벳에만 존재하는 글자다.

‘작명 센스 뭐야.’

마치 이건 ‘이제부터 너희 팀명은 히읗이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발음은 우리가 듣기에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처음 봤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운 감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는 우리 언어권에서만 사용하는 독자적인 글자이지요. 우리는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2학년 1팀이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런 거 왜 담는지 물어봐 줄 사람?”

엘리아스가 차음 마법을 걸고 복화술을 썼다.

나는 엘리아스의 헛소리를 외면하고 공허한 눈으로 글자를 바라봤다.

‘애초에 팀명이랄 게 왜….’

그래, 아까도 생각했듯 언제까지고 2학년 1팀, 2학년 2팀 이런 식으로 부를 수는 없긴 하다.

황실과 바이에른에서도 특수한 마법사 팀은 숫자로 된 이름과 더불어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형이 속한 팀도 이름이 있고.

‘학교에서 제대로 대우해 주겠다는 뜻이기는 하네.’

100명 중 19명. 그중에서도 또 7명.

힘든 시험을 거쳐 올라왔으니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또다시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2월 10일을 기점으로, 에스체트는 제국2교육원 소속이 아닌 황실 소속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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