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 차남으로 살아남는 법 (213)
하이케의 피를 가져오라고.
하이케 아인시델을 마르코 슈라이버처럼 만들 생각이다.
황태자의 말대로, 그는 그가 원하든 아니든 미래의 아델베르트보다 더 질 나쁜 악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하이케 아인시델을 잡아 넘기는 게 옳은 결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해가 안 되는군요.”
“음.”
황태자는 내 말에 오히려 본인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하더니, 말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 플레로마를 저지하기 위해 아인시델을 끌어내리려 하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가 왜 이런 결과로 나타나야 하는지는 납득할 수 없군요?”
“말했다시피….”
“같은 고유능력, 좋다 이 말입니다. 말하는 걸로 봐서 플레로마에게는 그 고유능력이 가치 높은 능력인 모양이군요. 그런데 왜 나를 통하게 하려 하는 겁니까? 또, 당신은 굳이 에스체트라는 단체를 거치지 않아도 융커 가문 사람 하나쯤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건강검진까지 이용하던 작자가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하는지… 나로서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군요.”
샛노란 눈동자가 제 주위에 둘러싸인 내 차음 마법을 흘끗 보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는 내 바뀐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반응이 재밌군. 어디까지나 제안일세. 교주 아인시델이 평범치 않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평범치 않은 일이라.”
“나라고 자세히 알지는 못하네. 중앙이 아인시델을 극심히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면 설명이 되나?”
믿어야 하는가?
아니, 그런 식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지.
아브라함의 행적으로 보아서 저것이 거짓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실제로 아인시델은 중앙 몰래 카타콤과 계약을 맺고 기술을 독점하려 했으니까.
그러나 이것이 충분한 답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대의를 위하겠다? 우스운 말이군요.”
내 말에, 황태자는 여전히 미소지으며 손깍지를 끼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추측을 말해 보죠. 당신이 마르코 슈라이버로 쌓아 놓았던 10년의 세월이 무너진 탓에, 당신은 대체품이 필요해졌을 겁니다. 특히 플레로마를 벗어나 새 교단을 만들려다 아예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으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겠지요. 내 생각에는 하이케 아인시델의 몸을 취해 그걸 플레로마에 투입할 생각으로 보이는데. 주교 아인시델과 하이케 아인시델 사이에 유대감이 있다는 전제 하에, 겸사겸사 주교 아인시델에 대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또 그 능력을 이용해 플레로마 내부에서 좋은 자리를 얻을 수도 있겠군요.”
나는 거기까지 말하다,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아, 이제 보니 그 능력으로 오스나브뤼크의 아인시델을 쫓아내는 것도 가능하겠군요. 특히 주교 아인시델이 중앙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이득을 취하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중앙은 같은 능력을 가진 새 인물인 당신을 환영하겠지요. 어떻습니까. 내 논리가 틀렸습니까?”
“…….”
“정답인가 보군요. 여기까집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명령을 듣지 않겠다면 어쩌실 겁니까?”
내 말에 황태자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나는 그를 빤히 보며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라면 이런 상황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황태자가 아닌 회장은 그렇게 했다.
물론, 그렇게 막 나간다면 나도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지.
그는 내 정신조작마법이 그에게 닿지 않도록 마력으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 철저한 방어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때나 가능하지, 자신이 이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행동을 취할 때에는 깨지기 쉽다. 그가 날 공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신조작마법을 걸어 정보를 빼내는 게 좋겠지. 그 뒤 시간을 돌리면 된다.
그러나 그는 빙긋 웃기만 했다. 그가 내 말을 곱씹다 입을 열었다.
“하이케 아인시델을 통제 아래에 두어서 평화를 찾겠다. 이게 왜 그리 어려운 일이지? 플레로마가 그의 고유능력을 원하니, 그 학생은 세상에 풀어 둘 수 없어. 직계로 입양될 만큼 강한 힘을 가진 그자가 플레로마에게 거둬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겠지.”
그가 내게 몸을 가까이 하며 말했다.
“자네가 3주 전 아인시델 가문에 방문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다면 주교 아인시델이 직계라는 증거가 없단 걸 알고 있을 텐데, 직계인 하이케 아인시델은 주교 아인시델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세 살도 알아들을 법한데.”
내 뒷조사를 한 건 차치하고….
그가 순수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 명확하다.
첫째로, 그걸 나를 통해 이뤄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
둘째로, 하이케 아인시델을 에스체트에 포함시킨 이유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 저도 세 살도 알아 듣게 설명해 드리지요. 그렇게 걱정이시면 전하께서 직접 피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하하하!”
황태자가 웬일로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의 웃음을 무시한 채 말했다.
“왜 날 여기에 끌어들이려는 건지 말하시죠. 또 융커 가문 하나쯤은 쉽게 다룰 수 있는 당신이 왜 하이케 아인시델을 대표팀에 넣어서 황실에 입성시켰는지도. 그렇지 않으면 저는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
“하이케 아인시델에 대한 내 경계심을 이용해 내 동의를 이끌어 낼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거양득이니 효율은 좋은 전략이군요. 그런데….”
나는 그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제 피가 없으신데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 말에 황태자가 우스운 말을 들었다는 듯 웃었다.
“자네 피 하나 뽑는 게 그리 어려울 줄 아는가?”
“…….”
“물론 난 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어. 자네가 직접 내게 바칠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 관계도 끝나 버리고 말 테니.”
“현실을 직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뭐든 끝까지 가 봐야 아는 법이야.”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그가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자네는 정말 다루기 어렵군.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 버리니 원, 무슨 말을 할 수가 없겠어. 그런데 이건 놓친 모양이군.”
그는 미소지은 채 나를 빤히 보다 말했다.
“하이케 아인시델의 능력으로 자네를 비롯한 팀원들의 정보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나? 여섯의 기억과 정보를 가진 자가 플레로마의 손에 넘어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
“…….”
나는 별다른 감정이 없던 표정에 미소를 띄웠다.
이래서군.
그가 하이케 아인시델을 팀에 넣은 이유 하나는 알겠다.
내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하이케 아인시델을 내 손으로 그에게 잡아 넘기도록 하기 위해서.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졌으니 내 입장에서는 그를 하루빨리 털어 버리길 바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말 나를 통하려는지, 이것이 내가 알아야 할 문제가 되겠다.
물론 감은 잡힌다.
‘내게 빚을 지울 작정인가.’
자신의 힘으로 나를 위험에서 구제해 준다면 나에 대한 본인의 영향력이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해서?
아브라함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나오는데 내가 왜 전하의 말을 들어야 하겠습니까? 결국 하이케 아인시델을 팀에 넣은 건 전하의 결정이었습니다.”
“난 자네에게 기회를 수없이 선물했는데 나야말로 이런 대우를 받으니 놀랍군.”
기회는 잘 썼다.
하지만 내가 언제 달라고 했던가? 오히려 내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던 일을 플러스로 전환한 것에 가깝지.
나는 찻잔을 앞으로 밀며 말했다.
“실례지만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제가 먼저 멈추지 않는 이상 전하의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되겠군요.”
“자네에게는 내 제안이 꼭 필요해질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그 조용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뜻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한 채 말했다.
“하이케 아인시델이 의심스러워진다면 언제든지 내게 오게. 자네의 편에 설 의향이 충분하니 말이야.”
“꼭 언젠가 의심스러워질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나는 한참 침묵한 뒤, 대답했다.
“기억해 두죠.”
* * *
미끼다.
하이케 아인시델로 하여금 교주 아인시델을 협박할 미끼?
아니. 날 잡기 위한 미끼다.
‘선공을 날린 느낌이 강한데.’
내 제안이 꼭 필요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는 하이케 아인시델을 교주 아인시델의 협박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증거조차 내게 설명하지 않았다. 뜻을 함께하길 바랐다면 그 계획에 들어가는 근거쯤은 내게 분명히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말하지 않아도 내가 제발로 그를 찾아올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겠지.
또다시 그 말은, 그가 생각하기에 내게 아브라함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거란 뜻이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연회장이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내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대화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응? 루카스 왔네~”
저 멀리, 와인을 마시고 있던 나르케가 잔을 입에서 떼며 환히 웃었다.
내가 연회장에 완전히 들어서자, 연회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울리케가 반갑다는 듯 웃으며 인사했다.
“루카스! 뭐 하고 왔어?”
“그냥 좀. 잠깐 나르케 좀 데려가도 될까?”
“응? 어어, 그래.”
당황한 울리케가 나르케와 나를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나르케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바라보다, 상황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엘리아스에게 귓속말하더니 금세 내게로 다가왔다.
“갈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내 팔을 잡고 워프 마법식을 외웠다.
눈을 떴을 때는 엘리아스가 소개해 준 게 분명한 방에 도착해 있었다. 엘리아스의 방인 듯했는데, 마지막으로 사람이 드나든지 오래 지난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의 마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자, 여기서 대화하자.”
나르케가 의자를 빼 나를 앉혔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의 상태창의 특성창을 열었다.
특성: 신력, 예지(Lv.2)*, 통찰(Lv.3)*
각각, 얼마 전까지만 해도 1과 2였다.
예지와 통찰 레벨이 하나씩 올랐다.
이미 지난 금요일 확인했던 것이다.
‘합격자 발표식이 있던 날에 나한테 ‘하이케도 아는 게 없으니 몰아세우지 말자’고 했지.’
하이케가 1팀에 들자 당황했을 때, 나르케가 내게 했던 말이다.
분명 2차 시험을 치를 때만 해도 나르케는 하이케의 생각이 잘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능력이 제대로 통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었을까.
레벨이 올라서 통찰의 구동 범위가 넓어진 것 외에는 말이 되는 것이 없었다.
“나르케. 통찰 능력이 좀 더 수월하게 써지는 모양인데.”
“아? 어. 눈치챘네~”
그 밝은 반응에 미소짓자 그가 내 궁금증을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그날 시험 때 능력을 너무 많이 써서 그렇게 됐어. 한계를 넘어서 힘을 끌어다 쓰면 능력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하거든.”
“그렇구나. 그날 네가 많이 아파 보이기는 했어.”
나는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확인차 물었다.
“그럼, 나르케. 네 고유능력 가동 범위가 넓어진 게 전부 그것 때문이야?”
“다른 이유가 있냐는 말이지? 하하, 그것 때문이 맞아.”
나르케가 빤히 나를 보더니 웃었다.
“능력을 너무 오래 쓰면 둑이 터지거든. 정말 그게 전부야.”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르케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 노란 눈동자 역시 내 눈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물어야 할 진짜 질문을 꺼냈다.
“나르케. 몇 가지만 물을게. 하이케가 지금부터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르케가 머리를 싸매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적어도 예지가 통하는 기간까지 그런 기미는 없는데…?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말이야.”
“타인에 의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응. 그냥 이대로 활동할 것 같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도움이 됐어.”
“뭘~ 그나저나, 전하께서 하이케 얘기를 하셨구나.”
“맞아. 어떻게 생각해?”
“음, 전하를 직접 뵙지 않은 상태로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나르케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논리적으로 틀린 조언을 한 것 같지는 않아. 특히 하이케가 적에게 넘어갈 경우 우리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점 말이야. 지금으로서 변수가 생긴다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해.”
“…….”
그렇게 생각하며 생각에 잠기자, 나르케가 손뼉을 치며 내 주의를 환기시켰다.
“어떻게 할 거야? 말해 주면 내가 한번 예지해 볼게!”
“괜찮겠어? 술도 마셨는데.”
“능력 될 때 많이 써야지. 마음껏 부려먹어도 돼.”
나르케가 답지 않게 농담을 하며 미소 지었다. 나는 똑같이 미소 지어 답하고 말을 꺼냈다.
“아브라함 말을 들을 생각은 없어. 나르케 네 말대로 아브라함의 조언에는 분명히 맞는 부분이 있지만, 그게 하이케를 잡아다 넘겨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
“으음.”
“제2의 마르코 슈라이버를 만든다? 아브라함도 플레로마 못지않게 영향력 큰 능력을 가진 존재야. 플레로마를 막자고 아브라함의 힘을 빌리는 건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짓이야.”
그는 의로운 목적을 대 가며 내게 하이케를 데려와야 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았지만, 내가 그에게 말했듯이 아브라함에게 있어 하이케 아인시델은 플레로마로 재입성해 기반을 다지기에 좋은 도구기도 하다.
회장을 어떻게 죽였는데 그런 존재를 또 만들게 둘까 보냐. 그가 신원을 새로 만들 때마다 내가 격파해 죽여야 할 판에.
뭐가 됐든, 그가 내 의구심과 불안을 자극해 이득을 얻으려 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아, 좋아. 그럼 답 나왔네~”
나르케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나도 루카스 네 의견이 좋아 보여. 일단 오늘은 루카스 네가 많이 피곤할 테니 생각은 그만하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짓했다.
“아브라함의 말이 실현되기 전에 우리가 직접 고쳐 보면 되지. 하이케부터 만나러 가자.”
“그래.”
“아, 잠깐만. 루카스.”
내가 그의 손을 잡으려던 순간, 나르케가 손을 휘저었다.
“하이케랑 만나기 전에, 네가 걜 찾는다고 내가 먼저 말해 둘게. 괜찮지?”
“어… 뭐. 그래라.”
“좋아. 무슨 말을 해도 상관 없지?”
무슨 말?
의문스러웠지만,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르케는 우리가 직접 미래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낙관적이라 좋다.’
아브라함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하이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국 아브라함은 하이케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문제를 일으킬 테니 그의 몸을 자신이 조종하겠다고 주장한 셈인데….
‘이 새끼는 이거나 저거나 다 문제라는 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그럼 하이케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문제를 일으키는 걸 막는 수밖에. 에스체트라는 팀이 생긴 것은 이런 점에서 다행이었다. 하이케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여섯이나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러니 그전에 하이케를 보호해도 우리가 안전할 수 있는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에게 혹시 모를 플레로마와의 커넥션이 있는지, 아인시델이 혹시 혈연의 정보를 빼 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의가 아님에도 하이케를 통해 실시간으로 우리의 정보가 넘어가는지 등등.
필요하다면 신력도 동원할 것이다. 내 신력을 경계하고 있는 아브라함과 달리 이쪽은 마법 면에서 제압하기 쉬운 상대니까.
‘그리고….’
나르케는 그의 예지 능력이 올랐어도 내가 물은 것 외의 미래까지 예지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하이케를 데리고 온 나르케가 당황한 눈으로 내 쪽을 기웃기웃대다 뒤로 물러서서 에스체트 팀원들에게 이동했다.
나는 이제 막 연회장에 도착해 얼굴을 비춘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아까 인사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이제야 내게 몰려들고 있었다.
“저는 3학년 1분반 스테판 쿠퍼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인사해 본 적이 없어서요.”
“예, 반갑습니다.”
나는 그와 악수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황실 입성 한번 했다고 이미지 확 달라졌네….’
특히 이 연회장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밖에 없었기에 더했다.
이들이 에스체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미 나는 특별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20분째 인사에 시달리다,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다.
아델베르트가 날 향해 오자, 곁에 선 학생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선배님.”
그가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아이스크림 컵을 건네며 인사했다. 이런 걸 줄 놈이 아니라 뭔가 싶었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이득이다.
“황실 입성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공연 배역 관련해서….”
“뭘요. 그보다 잘했습니다.”
“예?”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나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하이케!”
그때, 저 멀리서 나르케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던 하이케가 휙 뒤돌았다. 놀랍게도 그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상기되어 있었다.
왜인지 나르케가 옆에서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둘다 미심쩍었지만, 그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내 앞에 나타난 창이었다.
띠링—!
호감도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