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돌아가라
어디까지 내려가려는 것인지 끝도 없이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빛과 소리를 차단하려고 이러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짧은 캐스팅을 끝내고 마법으로 작은 광원을 만들어냈다.
아주 작은 광원이긴 하지만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이러면 아무리 지하로 내려간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소리도 마찬가지다.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스스로 내는 소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법을 사용할 것이라면 굳이 이렇게 지하로 내려갈 이유가 없었고 그것이 아니라면 흡음 시설이라고 하던가? 그런 것이 나오는 것이 맞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위에 구멍이 아주 작게 보일 정도로 깊게 내려왔다. 트레시아의 말대로 어쩌면 절대로 살려 보내지 않는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쿠쿵!
그런 의심이 스멀스멀 생겨날 때쯤 굉음과 함께 한없이 지하로 내려가던 것이 멈췄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거의 100미터 정도는 내려온 것 같다. 여전히 빛과 소리는 차단되지 않았다.
설마 마법사가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을 계산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마법사가 아니라도 횃불 같은 것을 들고 올 수도 있었다.
몇분인가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순간 공중에 띄워놨던 광원이 팟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순간 어둠이 찾아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위쪽의 구멍에서도 어느새 빛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이제 뭔가 시작된 모양이다.
“오, 이런 방법이 있었나?”
일부러 육성으로 말을 했지만, 내가 말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흡음인지 뭔지 뭔가 장치가 가동된 모양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주위를 관조했다. 마나가 움직이지 않는다. 원래 세상의 대기에는 마나가 조금이라도 존재한다. 그런데 그 마나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어딘가로 모든 마나가 빨려 나가는 느낌이다. 이러면 마나도 오러도 사용할 수 없다. 마법인지 무엇인지조차도 알 수 없지만 대단한 장치였다.
만약 이곳으로 유인할 수만 있다면 7성이나 8성 기사도 일반인처럼 만들어서 죽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술을 가졌던 제국은 왜 망했을까? 그보다 이런 기술이 존재하긴 했던 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이명조차 들리지 않는 무소음의 세계에 나는 빠져들었다.
겨우 하루다. 이 정도는 조금 심심하기는 해도 버티지 못할 것도 없다. 정 뭐하면 실컷 잠이라도 자면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읽히지 않는다. 연공 같은 것도 할 수가 없고 아공간에 들어있는 것을 꺼낼 수도 없다. 손에 부싯돌 같은 것이라도 들고 있었으면 시험을 해봤을 텐데 아쉬웠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잠을 자거나 혹은 명상을 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잠이 오지 않기에 후자를 택했다.
원래 잡념이 많은 인간이다 보니 생각할 것이야 무척이나 많았다. 마신교의 문제, 왕실과 정치에 연관된 문제, 사업에 관한 생각, 지구의 변이체를 상대할 생각 등 꽤나 많은 생각을 했다.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체감상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명상을 시작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관조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승님은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어야 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정작 본인이 자신에 대해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이다. 나 자신을 가장 깊은 곳의 근본부터 파헤쳐본다. 원래 스승님의 지시로 가끔 하던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좋은 조건이었던 적은 없었다.
지구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강한수와 생존자였던 강한수를 거쳐, 머리는 좋았지만, 어딘가 이상했던 소년인 빅터 하네스로 건너왔다. 그리고 지금의 빅터 하네스에 도착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피곤하다. 마나를 전혀 쓰지 못하는 공간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다시 명상을 시작했다. 이번엔 내가 사용하는 검술에 관한 것이다. 내가 모자랐던 부분 혹은 내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어디를 더 보강하고 무슨 장점을 살릴 것인지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한 상대인 스승님을 상대로 심상 대련도 수십차례나 해봤다. 결과는 당연히 모두 나의 패배다.
그래도 전보다는 꽤 스승님의 전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고 났는데도 시험이 끝나지 않는다.
슬슬 피로감이 밀려온다. 감각에 이상이 온다거나 우울증이 온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감각은 초감각이 자기 일을 해주고 있었고 우울증 같은 것은 전생에 20년 이상은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우울증이 정말 심했을 때는 1초 간격으로 그냥 자살을 할까 하는 충동이 밀려왔었다. 그래도 버텨냈었다. 그렇게 지구의 인간 중 마지막 생존자라는 타이틀도 얻어내었다. 그런데 겨우 24시간 정도 빛과 소리가 없다고 나에게 우울증이 온다?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그냥 누워서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면 시험이 끝나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떴다. 꽤 오랜 시간을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잠에 민감한 내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시험이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주 저 멀리 작은 빛이 보이고 있었다. 이 공터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이 정도 거리감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문득 느껴진 것인데 초감각이 기능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바닥에 손을 대고 사이코 메트리를 발동해 보았지만, 이것도 역시 발동하지 않았다.
이곳은 이능력 조차도 봉인이 가능한 것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현실이 그렇기에 일단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잠이 들기 전만 해도 보이는 것은 어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초감각으로 여전히 바닥이 있고 벽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촉각으로 이것이 바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어둠이 찾아왔다.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이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빛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저 멀리 작은 불빛을 향해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거리감도 없고 시간도 알 수 있었기에 속으로 걸음 수를 세었다. 백보를 넘어섰다. 그리고 천보를 넘어섰을 때 이곳은 내가 시험을 치르던 그 공터가 아님을 깨달았다.
자는 사이에 어딘가로 이동이라도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분명히 깨어났을 것이다.
어느덧 만보를 넘어섰다. 작은 빛은 전혀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성인의 발걸음으로 만보면 거의 6~7km 정도다. 그런데도 가까워질 기미가 없다면 이곳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혹시 내가 목표로 하는 불빛이 움직이고 있어서 내가 빙빙 돌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봤지만 나는 분명히 일직선으로 걷고 있었다. 그래도 걸었다. 달리 할 것도 없었기에 계속 걸었다.
10만보가 넘었을 때 또 한가지를 깨달았다. 이미 시험의 정해진 시간이었던 하루가 훨씬 지났다는 것이다.
사람이 10만보를 걸으려면 거리가 거리인 만큼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육체적인 소모도 상당하다. 덕분에 나는 지금 발이 꽤 아프다. 단련된 몸이라고는 하지만 오러도 쓸 수 없고 재생력이 발동하지 않은 덕분이다.
목이 마르고 배도 고프다. 어쩌면 트레시아의 말대로 던전의 설계자는 이런 식으로 이번 관문에서 도전자를 전부 죽일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읽었던 정보에는 분명히 11단계와 12단계 시험도 준비되어 있었다.
11단계의 시험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전생의 영상매체에서 많이 보았듯이 본인과 모든 것을 따라 하는 분신 같은 것과 싸우는 것이 아닐까 해서 나는 내심 이 시험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시험을 준비해놓고 10단계에서 다음 시험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무조건 죽인다? 그럴 리는 없다. 악랄하지만 분명히 어딘가 이 시험을 통과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저 불빛이라고 보았다. 아주 미세하지만, 불빛은 분명히 조금은 가까워졌다. 나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걸었다.
갈증과 배고픔을 참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전생에는 자주 겪었던 일이다.
발과 다리가 아픈 것도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 고통은 익숙하다. 얼마나 걸었는지 세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저 걷는 것만 계속했다.
걷는 시간과 잠을 잔 시간을 생각하면 6일 정도 지나지 않았을까 추정해보았다. 이것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슬슬 몸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인간은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면 생각보다 쉽게 죽는 생물이다. 그런데 반면에 극한 상황에 놓이다 보니 그렇게 노력해도 잘 안되었던 무아의 영역에 수시로 드나들게 되었다.
그러나 깨달음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뿐이다. 하지만 작은 불빛이 이제 꽤 가깝게 보이기 시작했다. 목표가 멀지 않았다.
불빛의 형태도 어렴풋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사각형의 테두리로 빛이 새는 모양이다. 마치 문틈으로 빛이 새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하루 혹은 그 이상이 지났을 수도 있다.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이제는 거의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 확인은 되지 않아도 발은 피투성이가 됐을 것이다. 신발 안에서 미끈거리는 기분 나쁜 감촉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의식은 이미 반쯤은 날아갔다. 나는 이제 쓰러져 쉬지도 않았다. 한번 앉거나 누우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은 목표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확연하게 문의 형태가 보이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의식이 거의 없이 좀비처럼 걸었기에 알 수 없지만 나는 마침내 도착했다.
긴 여정이 끝나고 걸음이 멈췄다. 만약 이것이 시험의 끝이 아니라면 나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스름한 빛이 눈이 멀 것처럼 눈부시다. 가까이에서 본 문은 무척이나 낡아 보이는 나무 문이었다.
손잡이에 손을 얹고 문을 잡아당겼다.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내 모든 것을 쏟아낸 힘이었다.
“어?”
안에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있었다. 내가 문을 열자 둘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내부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오두막집 같았다. 낡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술인지 몰라도 문을 열자마자 독한 주향이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누구 올 사람 있었어?”
“아니 없는데?”
두 사람은 뜻밖의 방문자에 태연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이런 미친’
입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기도에 눌렸다. 아니 이것을 그냥 기도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이것은 스승님이나 에인프라흐 공작 정도가 아니다. 감히 나 같은 것이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초월자’
생각나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단순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
죽음을 떠올렸다. 내 몸은 지금 이런 압력을 버텨낼 정도로 강하지 않다. 아니 최상의 상태였더라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시작으로 귀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몸의 구멍에서도 무언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이쿠, 쟤 죽겠다.”
두 명 중 우락부락하게 생긴 중년인이 말하자마자 압력이 사라졌다.
“끄어어헉! 헉!”
막혔던 숨이 트이자 미친듯이 숨을 들이켰다.
“쟤 아직 여기 올 애가 아닌데?”
“그러게 또 뭔가 잘못된 모양이다.”
중년인의 앞에 앉아있던 미남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정말 미남이다. 미남이라는 수식어로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의 사람이다. 내가 본 사람 중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부교주가 가장 잘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세상에 잘생긴 놈들이 너무 많다.
“환생자구나?”
내 앞에 선 사내의 입에서 내 가장 중요한 비밀 중의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왔다.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압력이 사라졌다고 해도 아직 몸을 내 맘대로 가눌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미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음, 대충 알겠어.”
무엇을 알겠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내 상태가 문제다. 숨조차 쉬지 못하게 만들던 압력이 사라졌다고 해도 내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이미 문을 열기 전부터 반쯤은 요단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큰 충격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때 미남이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찍었다.
“흡”
순간 온몸을 쥐가 갉아먹고 있는 듯 했던 고통이 사라졌다. 허기와 갈증도 사라졌다.
이능인가? 그런데 그 효과가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을 벗어났다. 전생에 치유계 이능을 발현한 사람에게 치유를 받아본 적도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은 네가 올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미남의 선언과 함께 내 정신과 육체가 급격히 오두막으로부터 멀어졌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듯한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몸은 시험을 시작하기 전처럼 최상의 상태였고 주위는 밝아져 있었다. 그리고 열한번의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 *
빅터 하네스가 사라지고 문이 닫힌 오두막에는 다시 두 사람이 남았다.
“뭔데?”
우락부락한 중년인이 묻자 미남이 대답했다.
“부스러기를 좀 맛본 놈이 장난을 친 모양이야. 그런데 그게 완전하지 않았지.”
“아, 저번에 그놈? 그때 처리를 하지 그랬어.”
중년인의 말에 미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네가 해야 할 일 아니냐?”
“아니, 힘세고 능력 있는 친구가 있는데 연약한 내가 그런 힘든 일을?”
뻔뻔하게 말하는 중년인을 미남이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저놈은 어때? 저번에 올라오라고 했더니 거절한 녀석 냄새가 조금 나는데?”
“누가 개코 아니랄까 봐 냄새도 잘 맡네. 맞다. 그 녀석 후계자 정도 되는 녀석이지.”
“그럼 저 녀석도 곧 올라오겠네.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부족한데 마침 잘 됐군.”
“그런데 쟤는 아마 올라오지 못할 거야.”
“왜? 뭐 문제 있어?”
중년인의 물음에 미남이 웃으며 대답했다.
“삶에 대한 미련이 너무 많아.”
“과연, 그런 애들은 올라오지 못하지.”
중년인은 의외로 쉽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미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문 쪽을 향했다.
“그럼 나는 부스러기 주워 먹은 녀석 손 좀 보러 가야겠다.”
“오! 도와주는 거야?”
“네가 일을 제대로 안 하니까 자꾸 이런 일이 생기잖아.”
“그냥 지워버리는 것은 안되지?”
“알면서 왜 물어?”
미남은 중년인을 한번 노려보고는 문을 열었다. 중년인은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다음에 올 때는 저번에 그 요정족 술이나 좀 가져와. 그게 입에 착착 감기더라.”
“주는 대로 처먹어 짐승 같은 놈아.”
“귀신 나부랭이가 출세하더니 이렇게 친구를 괄시하는 거야?”
중년인의 불평을 뒤로 하고 미남이 오두막의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러자 중년인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중얼거렸다.
“간만에 나도 일을 좀 해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