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깡촌의 천재 작가-68화 (68/126)

생일선물(3)

*

지금 우리가 탄 비행기는 뮌헨행.

루마니아 직행이 없는 만큼, 시카고에서 뮌헨을 경유해서 가는 항공편을 택했다.

“와, 드디어.”

우리는 조금 일찍 보딩을 마치고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이게 얼마 만에 타보는 비행기인지 모르겠네.’

회귀 전에는 해외로 나갈 일이 꽤 많았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나 런던 도서전 때문에 출장도 자주 다녔고, 무엇보다-

‘<잊혀진 성자들>의 대성공 이후 한동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시피했지.’

그 석 달이 결코 좋게 끝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방에서 루마니아 여행책자 몇 개와 이북용 킨들을 꺼냈다.

긴 비행시간 동안 심심함을 달래줄 나의 킨들에는, 아델이 선물로 준 네이비색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유진, 생일 미리 축하해! 당근 무늬 그려진 걸로 사려다가 참았어.’

그리고 그 커버를 열어보면, 신간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킨들 화면이 나타나는데.

‘나도 생일 축하! 아 이건 아마존 상품권이야, 너 좋아하는 책들 그냥 쓸어담으라고.’

네드가 준 선물로, 그간 읽어야지 생각만 했던 책들을 잔뜩 질러 킨들에 담아서 왔다.

거기에 케이트가 사준 반팔 셔츠와 얇은 데님바지를 입은 채-

“유진아, 너 손에 그건 뭐냐.”

“···아.”

안 그래도 언제 물어보시나 했는데.

나는 씩 웃으며 아버지에게 손목을 내어 보였다.

귀여운 부엉이의 몸에 시침과 분침을 어설프게 그려놓은, 클로이 말로는 ‘부엉이 시계’.

“클로이가 팔에 그려준 시계예요, 오빠 생일 선물이라고. 귀엽죠?”

“···.”

“아, 사인펜으로 그린 거라 금방 지워질 텐데. 그렇다고 샤워를 안 할 수도 없으니···.”

물론 사진은 당연히 찍어놨다- 라고 하자.

“···.”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안 했지만, 눈빛만 봐도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푸흐, 부러워하시긴.’

슬슬 승객들이 하나둘씩 좌석에 앉던 그때.

지잉- 진동음과 함께 막성스 라미 감독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막성스_라미 : 에곤 작가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잘 지내셨어요? 저 네뷸러 시상식 너무 잘 봤어요 XD 영상 속 귀염둥이··· 넘 귀엽던데요ㅋㅋㅋ]

그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어놓다가, 곧바로 본론을 꺼내는 감독.

[막성스_라미 : 아 그리고 저희! 촬영 드디어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덕분에 예정보다 단축됐다는 것.

[막성스_라미 : 아 진짜··· 얼른 보여드리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네요 ㅋㅋ 이제 바로 후반작업 들어가는데 그간의 내공을 다 끌어내겠습니다 후후]

메시지만 봐도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이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문의 답장을 보내는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생일 선물 같네.’

양쪽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채, 이번에는 ‘찐친방’에 올라온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아.”

픽 웃으며 곧바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자, 저절로 몸이 들썩거린다.

그런 나를 돌아보는 아버지.

“뭐 듣고 있냐?”

“아버지도 들어보실래요?”

아버지의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자마자 노래의 후렴구가 흘러나온다.

-토끼 남작 베니~ 용감한 친구~ 동생이 너무 많아서 싫어~

그 순간 푸웃-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아버지.

“···크, 풋, 아니 이거, 아델··· 목소리 맞지?”

“잘 아시네요.”

아델이 직접 작사, 작곡, 녹음까지 한 것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해서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거라 하니.

아버지의 눈이 커졌다.

“아델에게 그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는걸.”

“저희도 얼마 전까지 몰랐···.”

그렇게 대답하던 나는, 사운드클라우드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한순간 말을 멈췄다.

-와 노래 너무 좋아요!

-청량한 목소리에 중독적인 멜로디가···.

-이거 혹시 <토끼 남작> 동화책이랑 관계 있는 건가요?

-이 책 북톡에서 본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차일드북스입니다, Ash님의 메일주소로 메일을 드렸으니···.

-혹시 노래의 저작권이 아직 유효할까요? Ash님이 소속된 레이블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

···이거, 아델이 이 부분에 관해서도 미스터 케빈이랑 이야기해봐야겠는걸.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어느새 승객으로 꽉 찬 기내가 시야에 들어왔고.

-손님 여러분, 뮌헨 공항까지 가는 알파 에어라인 항공편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시간은 약 8시간 30분으로···.

기장의 영어 멘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내승무원이 육성으로 안내를 덧붙였다.

“전자기기는 가급적 전원을 꺼주시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은 비행기모드로 전환해주시길···.”

그 말에 승객들 대부분이 핸드폰을 꺼내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Schalten Sie Ihre Smartphones und Tablets in den Flugmodus···.”

승무원이 같은 멘트를 독일어로 반복하던 그때.

내 건너편 자리에 앉은 나이 든 승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보였다.

···보아하니 방금 전의 영어 멘트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Are you from Roumania?(루마니아에서 오셨어요?)”

또박또박 천천히 묻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노인.

“오, 예스!”

나는 무릎 위에 펼쳐놓은 책을 슬쩍 봤다가 노인에게 띄엄띄엄 말했다.

“푸네-치, 텔레포눌, 은 모둘 아비온(Pune-ți, telefonul, în modul avion)···.”

그제야 이해한 듯, 노인은 아- 소리를 내며 자신의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했고.

“오, 감사합니다!”

땡큐를 연발하며 활짝 웃어 보인다.

괜스레 뿌듯한 기분으로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버지가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 돼 있다.

“너, 방금 그건···.”

“네? 아아.”

나는 무릎 위에 펼쳐둔 책을 들어 아버지에게 제목을 보여줬다.

[한 시간 만에 익히는 루마니아어 여행회화]

“여기 나와 있잖아요?”

“···.”

자고로, 여행지에선 그 나라 말을 몇 마디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

권상준과 권유진.

두 부자의 이동 경로는 상당히 복잡했다.

시카고공항까지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뮌헨을 경유해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 공항에 도착, 이후 택시를 타고 트란실바니아 대학 근처의 호텔에 간신히 도착했는데.

이동하는 매순간이 상준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얘가 꼭 해외를 많이 다녀본 것 같단 말이지.’

그것은 다름 아닌 아들 권유진의 태도 때문이었는데.

사실, 상준은 아들이 좀 더 놀라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진이 녀석은 해외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아니, 이민 올 때 미국행 비행기를 탔으니 이 부분은 정정해야겠다.

그들 가족의 역사는 조금 복잡한데, 상준은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케이트와 재혼했다.

클로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해도 다같이 한국에서 살았지만, 상준이 운영하는 KMC 에이전시 업무의 대부분이 점차 해외 쪽으로 집중되면서-

‘아예 미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니, 다같이 미국으로 가서 사는 게···.’

이민 얘기에 아들 유진은 격렬하게 반항했다.

‘난 안 가.’

‘권유진.’

‘전에도 얘기했잖아요, 이민 갈 생각 없다고. 왜, 매번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럼에도 결국, 상준은 유진이 중 2가 될 무렵 미국 이민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시기적절하게 내린 결단 덕분에 KMC에이전시는 미국 현지에 자리를 잘 잡았지만, 아들과의 관계는 영영 회복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

지난 기억을 떠올린 권상준은 자신을 반성했다.

고집불통에 가까웠던 태도는 물론.

아이를 이해하려고 먼저 다가간다거나, 따로 오붓한 시간을 내보려고 하지도 못했으니까.

‘늘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서이긴 했지만···.’

그 유명하다는 나이아가라 폭포 한 번 데려가보질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유진은 ‘해외여행’이라는 것 자체에 놀라기보단-

‘김하연 작가님을 만나다니!’

‘브란 성! 브란 성이 있잖아요.’

김하연 작가와, 중세의 성을 본다는 것에 더 기뻐하는 느낌.

그리고 분명, 몇 년 전 유진이 한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모든 것에 다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아버지, 수속은 저쪽에서 밟는 게 빠를 것 같아요.’

‘아, 감사합니다. 무릎담요 하나만 주시겠어요?’

‘우리 짐부터 찾아야죠. 아, 수하물은 저쪽이네요.”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부터 이곳에 오기까지, 해외 출장을 밥 먹듯이 가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아닌가.

호텔에 투숙할 때도 비슷했다.

‘상준, 권 고객님이시라고요. K, W, O, N··· 왜 안 나오지.’

뭔가 호텔 예약에 문제가 있는지 프론트 직원이 곧바로 예약 건을 확인하지 못하자.

‘잠시만요, 아버지. 제가 얘기해볼게요. ···실례합니다. 혹시 이름 말고, 단체명으로 검색해보시겠어요?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서.’

그러자 정말로 ‘트란실바니아대학’으로 예약된 건이 확인되었고.

호텔 측은 몇 번이나 사과하며 룸을 업그레이드해줬던 것.

그래. 그런 태도가 하나부터 열까지 고등학생, 아니 대학생이래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했다.

‘이제는 뭐, 한두 번 느끼는 것도 아니지만.’

예전의 유진이가 아니구나- 또 한 번 느끼는 한편, 그런 것 하나 하나가 참 대견하고 기특해 아버지로서는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객실에서 정신없이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대표님, 시차 적응은 좀 마치셨어요?”

···이틀 먼저 도착한 김하연 작가를 트란실바니아 대학에서 만난 터였다.

“하하, 아직 좀 피곤하기는 한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작가님이야말로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네요.”

“고생은요 뭘, 즐거운 시간이었죠.”

안경 너머의 눈동자에서 총기가 반짝이는 가운데, 김하연 작가의 지성미 넘치는 얼굴에 즐거운 미소가 떠올랐다.

PC통신 시절에 데뷔한 이래, 오늘날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낸 작가, 김하연.

대표작 <녹슨 검 끝>은 한국에서만 150만 부가, 이후 동아시아 시장에서도 백만 부 넘게 팔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밀리언셀러’ 작가이자 한국 판타지문학의 대모라 불렸지만, 여전히 한국 출판계에선 변방에 머물던 존재였는데.

‘김하연 작가님의 작품들을 제가 꼭 미국 시장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평소 김하연의 팬이었던 권상준은 대뜸 그녀의 책을 낸 문학마을 출판사를 찾아가 그런 제안을 했고.

이후 미국 출판사들에게 수없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대표작 <녹슨 검 끝>의 영문 번역판을 출간할 수 있었다.

‘처음만 해도 소리 소문 없이 출간됐지만.’

영문판 <녹슨 검 끝>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퍼져나갔고, 어느 유명 리뷰어의 소개를 계기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더니-

‘세계환상문학상! 번역부문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작가님!’

그 후로 이제 김하연의 위상은 한국 안에서나 밖에서나 완전히 달라진 상황.

“우리 스타작가님을 이렇게 해외에서 뵈니, 이건 또 이것대로 반갑군요.”

“권 대표님도 무슨 그런 말씀을, 근데 이분은 아드님?”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안 그래도 유진을 소개하려고 했던 권상준이 당황하자 김하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딱 봐도 닮았잖아요, 너무 신기하다. 안 그래도 정 팀장님이···.”

문학마을의 정연희 팀장이 권상준 대표와 똑 닮은 잘생긴 아들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돌 같다고, 엄청 신이 나서 얘기하던데요?”

“하하, 그랬군요.”

“안 그래도 권 대표님이 문학마을 편집자들 사이에서 인기 많으신데-”

“작가님도, 무슨 그런 말씀을···.”

권상준이 손사래를 치며 옆을 돌아보자.

“···.”

그런 얘기를 난생 처음 들어본다는 듯한 아들의 표정에 조금 민망해졌다.

“아드님과 사이가 참 좋아 보여요. 단둘이 이렇게 해외로 나오기 쉽지 않은데···.”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역시나 민망해서 꺼낸 말에, 대뜸 유진이 끼어들었다.

“왜요, 저희 사이 좋잖아요.”

“아, 어, 그렇지.”

저렇게 너스레를 떠는 아들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가운데.

권유진은 김하연 작가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안녕하세요 김하연 작가님, 권유진이라고 합니다. 저, 작가님 쓰신 작품들 전부 다 너무 감명깊게 읽었어요.”

대표작 <녹슨 검 끝>은 물론.

데뷔작인 <시간의 수도원>을 비롯해 작품 리스트를 줄줄이 읊는 모습에 김하연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와, 놀랍네요. 지금 고등학생, 맞죠? 이렇게 어린 독자님이 계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대표작들 대부분이 20년 전에 출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

유진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떤 책들은 시간을 거슬러서 살아남는 법이니까요.”

그가 덧붙인 말에 김하연은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미소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래요, 정말 힘이 되는 말이네요.”

*

간단한 인사를 마친 세 사람은 곧바로 함께 이동했고.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 이거 진짜 맛있군요.”

“입에서 살살 녹아요···.”

고기와 양파, 밥 따위를 다진 것을 양배추로 싸서 만든 사르말레.

다진 고기를 소시지 모양으로 말아서 구워낸 미시···.

그 외에도 다양한 루마니아 전통 디저트까지 배불리 먹은 뒤.

“아 맞다. 이번에 비행기 타고 오면서 읽은 책이 있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완전히 홀린 듯이 읽었는데···.”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든 김하연 작가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반짝거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보고-

“···!”

권상준과 권유진 부자는 한순간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에곤 K 장편소설| 서이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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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2쇄 돌입, 베스트셀러 순위 역주행 중!

아마존 청소년 SF 부문 연속 2주 1위, <사라진 여름> 막성스 라미 영화화 확정]

···띠지의 화려한 문구가 눈에 띄는, 에곤 K의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한국어 번역판이었다.

“···어, 이거.”

유진이 먼저 반응을 보이자, 김하연이 생긋 웃으며 물었다.

“유진 군도 읽어봤어요?”

“아, 네.”

“아까 보니까 원래도 책을 많이 읽는 편 같은데, 혹시 아버지처럼 이쪽으로 갈 생각이?”

김하연 작가가 던진 질문에 권상준은 -몹시 자랑스러운 기색으로- 대답했다.

“저희 아들도 소설을 씁니다.”

“어머, 정말요. 언제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김하연의 그 말에 권상준은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이미 읽으셨습니다, 하하.’

그러면서도 떠오르는 입가의 미소는 어쩔 수가 없었는데.

‘···아버지도 참.’

그런 아버지의 팔불출스러운 모습을 보며 권유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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