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깡촌의 천재 작가-85화 (85/126)

금메달리스트(1)

*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의 관객 시사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뒤, 여기저기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공식) 영화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

[에곤 K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천재 신예감독의 선댄스 첫 진출]

[잘 만들어진 영화의 효과? 에곤 K 소설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 역주행 중]

···

기자 시사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호평 가득한 리뷰는 말할 것도 없고.

선댄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는 소식 덕분에 영화를 향한 기대감이 팍 치솟은 상황.

[3.1k 영화판 <호수괴물> 시사회 다녀온 사람 있냐]

└평 되게 좋던데··· 매우 궁금

└그거 아이오와시티인가 거기서 하지 않았음?

└나 신청했는데 떨어졌어 빨리 개봉하면 좋겠다

└근데 감독님이 에곤 K 엄청난 팬인 듯 ㅋㅋㅋ 인터뷰에서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어

└https://www.theguardian.com/film/maxence-lamy-director-interview

└ㅋㅋㅋ 뭔가 소원 성취한 덕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에곤 K 신작은 언제 나오나

└난 에곤 K가 쓰는 판타지가 넘 기대됨

···

···이 같은 기대감이 에곤 K의 팬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나던 와중-

[5.4k 대박! 다들 이거 봤어? 젬마 도노반이 인스타에 <호수괴물> 게시물 올림]

└미친, 진짜로?

└ㄷㄷㄷ 진짜네

└젬마 도노반이 언제부터 에곤 K 팬이 된 거냐

···

어마어마한 셀러브리티이자, 유명 배우 겸 모델 겸 영화제작자인 젬마 도노반이 이 영화를 자신의 인스타에 소개했다.

[@_gemma_donno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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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시사회 티켓과 책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를 함께 찍은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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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ma_donnovan

[에곤 K의 팬으로서, 영화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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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과 짤막한 설명이 전부였는데도.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뮤즈라 불리는 셀럽답게 그 영향력이 가히 어마어마했다.

해당 게시물이 기사로 수없이 작성되고 그것이 또 다른 SNS에서 퍼져나감에 따라 영화를 향한 기대감은 물론, 원작소설의 인기까지 치솟는 가운데.

SF서브레딧과 에곤 K 서브레딧은 또 한 번 축제 분위기였다.

그 시각, 아이오와시티에서는-

“···미쳤다, 선댄스영화제 초청이라니. 유진, 너도 이거 봤지?”

네드의 말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안 그래도 감독님한테 축하 메시지 보냈지, 그건 그렇고 우리 <토끼 남작> 출간 이벤트 말인데.”

그는 지금 네드와 새어머니와 함께, 곧 다가올 <토끼 남작의 모험> 2권 출시 이벤트 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마리사네 아버지는 사인회를 추천하시더라고.”

사인회는 아마도 LA에서 하게 될 텐데, 주말에 여유롭게 다녀오려면 미리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린이 독자들이 올 거니까 현장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될 듯?”

네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진.

“그것도 그렇고, 애들이 재밌어할 만한 이벤트를 구상 중이라 하시더라고.”

“말하자면 우리 클로이나 클로이 친구 같은 애들이 잔뜩 온다는 거지? 크으, 너무 귀엽겠는데.”

신나하는 네드와 달리 케이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흐음, 현장에서 아이들 통제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과연, 아이들의 귀여움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베테랑 어머니다운 지적.

“애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 사인받는 애들한테 토끼 남작 그림이라도 그려줄까?”

“그러면 니가 힘들 텐데, 괜찮겠어?”

“뭐 그거야···.”

네드와 유진이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는 동안, 가만히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찾던 케이트가 둘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기, 이건 어떨 것 같아?”

그녀가 보여준 핸드폰 속의 사진을 본 유진과 네드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바로 생쥐 모습의 거대한 인형탈이 아이들에게 사인해주는 모습.

“이게 뭐야 고모?”

네드가 어리둥절해하자, 유진이 씩 웃으며 케이트에게 물었다.

“이거 제로니모 작가 맞죠?”

“응, 맞아.”

<제로니모 스틸턴> 시리즈.

오늘날 아동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시리즈 중 하나로, 이 작가는 늘 이런 식으로 제로니모의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에게 사인해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오! 이거 괜찮은데? 잠깐, 우리 지금 세 명이잖아? 그럼···.”

유진과 케이트를 돌아본 네드가 눈을 빛냈다.

“한 명은 베니, 한 명은 버터컵 경, 마지막 한 명은 안킬로 백작 어때?”

“···!”

세 명의 공동저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처럼 <토끼 남작>의 저자들이 뜻을 하나로 모으던 시점.

영국 런던 맥밀란 산하의 머핀북스 출판사 또한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국판 <토끼 남작의 모험> 1, 2권의 출간이 2주 뒤로 다가온 가운데.

“···.”

머핀북스 편집장 제이 리암의 시선은 책상 위의 보고서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게 지금 미국판 판매 부수라는 거지?”

“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합니다.”

중년의 편집장은 씰룩이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미국의 라이터스홈이 <토끼 남작> 시리즈의 3권짜리 북딜을 영국 출판사들에게 오픈했을 때.

머핀북스가 무려 20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른 것을 두고 다들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미국판 책이 나온 후로, 그런 말은 쏙 들어가버렸지.’

···1권이 단숨에 미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한 덕분이었다.

이제 영국 출판사인 그들 입장에서는 미국 출판사와 합을 잘 맞춰 이벤트를 진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

‘이거, 잘만 하면 해리 포터나 윔피 키드를 잇는 또 하나의 거대한 아동서 프랜차이즈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는걸.’

이미 그 예감이 너무 강렬해 확신에 가깝게 느껴지는 가운데.

고개를 끄덕이던 제이 편집장의 시선이 또 다른 보고서의 한 대목으로 향했다.

-미국 해즈브로에서 ‘토끼 남작 베니’ 및 여러 캐릭터의 캐릭터 완구를 제작 중인···.

그중에서도 봉제인형 시리즈를 최우선으로 제작 중이라는 문구에, 편집장의 눈이 반짝였다.

“···바로 이거야 이거!”

안 그래도 그는 미국 출판사와 공동 이벤트로 무엇을 할지 내내 고민하고 있던 터.

‘지금 당장 해즈브로 측에 연락해봐야 한다!’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

···그것은 바로 <토끼 남작의 모험> 2권의 영국판, 미국판 동시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 한정판 굿즈를 이 해즈브로와 콜라보하여 진행하는 것이었다.

*

···<토끼 남작의 모험> 2권 출간을 기념해 ‘인형탈’ 사인회를 해보자는 것.

그렇게 우리끼리 내린 결론에 관해 우리는 마리사의 아버지 그러니까 대니얼 앤더슨 담당자와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작가님들께 차까지 대접받다니, 초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서는 그냥 동네 카페에서 만났다면, 차라도 꼭 한 번 대접해야겠다며 기회를 노리던 새어머니가 우리 집 응접실에 초대했던 것.

“아 그리고 이건, 저희 와이프가 드리라고···.”

“아유 뭘 이런 걸 다 가져오셨어요. 애니한테 고맙다고 해주세요~”

“하하, 안 그래도 안부를 전해달라더군요.”

새어머니와 원래도 친한 사이라는 마리사네 어머니가 직접 구웠다는 파이까지 곁들인 채.

우리는 티타임 겸 비즈니스 미팅을 시작했다.

“일단, 저희가 지금 준비 중인 이벤트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유서 깊은 아동서 전문서점 ‘브로먼스북스토어’.

어린이책 저자들이 다양한 출간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이곳에서-

“낭독회 겸 사인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대니얼 담당자의 말에 네드와 케이트의 눈이 커졌다.

“낭독회요?”

“와 그럼 현장의 독자들에게···.”

“네 맞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1권과 2권의 내용을 낭독해주고.”

낭독회가 끝난 후에는 사인회 이벤트가 이어진다는 것.

그 외에도 어린이 독자를 위한 선물 추첨, 동물 모양 풍선을 만들어주는 전문 광대 고용 등···.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현장 방문 독자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려고요, 하하.”

마리사네 아버지의 말에 케이트가 활짝 웃었다.

“듣기만 해도 좋은걸요? 이 얘기 들으면 저희 클로이도 가고 싶어할 것 같아요.”

“그럼요, 클로이도 와야죠! 저희 마리사도 데려올 겁니다.”

그러자 자연스레, 이번에는 온 가족이 캘리포니아에 다녀오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고모, 가는 김에 나도 아빠한테 같이 가자고 해야겠어.”

“그래 그래, 조셉 오빠도 그날 하루만 가게를 쉬면···.”

···어쩌다 보니 두 가족이 모두, 아니지 마리사네까지 꼽으면 세 가족이 전부 캘리포니아로 주말 여행을 떠나게 생겼다.

“그나저나, 저희가 오늘 담당자님께 보여드리려고 한 건···.”

[제로니모 스틸턴 팬사인회 이미지.jpg]

그것을 본 마리사네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와, 이거 진짜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

“그렇죠? 제로니모 스틸턴 때도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는데.”

“그럼요, 여기 사인회에 온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됐을 겁니다.”

사진을 보며 흐뭇하게 웃던 대니얼 담당자의 눈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 저자분들께 이런 부탁을 드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 말이 맞긴 하다.

이런 인형탈은 쓰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니 부탁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뭐, 온종일 하는 것도 아니고 한두 시간 정도 앉아 있는 건데요.”

새어머니가 웃으며 하는 말에 나 또한 말을 보탰다.

“날씨도 선선하니까 인형탈을 써도 그렇게 답답하진 않을 거고요.”

그러자 마리사의 아버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정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이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제 관건은 ‘토끼 남작 베니’와 ‘수탉 버터컵 경’, ‘안킬로 백작’의 인형탈 및 의상 제작인데.

사인회까지는 3주 정도 남았으니, 조금 타이트하긴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라는 것.

“그럼 잠시 저희 직원과 통화하고 오겠습니다!”

빠르게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마리사네 아버지가 이내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저희가 영국 출판사와 함께 준비 중인 이벤트를 설명드리자면···.”

그리고 이번엔 우리 쪽에서 놀랄 차례였다.

“와, 이거 엄청난데요?”

“해즈브로와 콜라보 굿즈 이벤트라니!”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하네요···.”

<토끼 남작의 모험> 2권의 초판 예약본 한정판 굿즈.

···이 굿즈를 해즈브로 측에서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이자면, 이는 영국 출판사 머핀북스 측에서 먼저 제안해온 아이디어라고.

“저희 입장에서야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죠! 다행히 해즈브로와도 곧바로 이야기가 잘됐고, 여러 일정이 착착 맞아 떨어진 덕분에···.”

신나는 기색으로 설명을 마친 대니얼 담당자의 두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지금까지의 이 스노우볼을, 2권 출간 때는 좀 더 거대하게 키워볼 생각입니다.”

그 야심찬 포부에 우리 세 사람의 눈 또한 희망으로 빛나는 가운데.

‘그것도 그렇지만, 해즈브로에서 직접 만드는 스페셜 굿즈라니.’

벌써부터 기대되는 마음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

그로부터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아마 지금쯤 <토끼 남작> 신작을 준비하는 원더테일도 그렇고, 영국의 머핀북스도 그렇고.

2권 출간이 가까워지는 만큼 정신없이 바쁘지 않을까.

···하지만 나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만큼이나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그동안 <캐슬>을 계속 집필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주말에는 또 다른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진, 다 준비됐니?”

“네, 그럼요.”

지금 나와 함께 이동하는 사람은 바로 레너드 선생님.

우리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세 시간 정도면 뉴욕 공항에 도착할 거다. 거기서 에어트레인을 타고···.”

최종 목적지는 뉴욕 카네기 홀.

어쩌다 내가 레너드 선생님과 단둘이 뉴욕까지 가게 되었냐 하면.

‘드디어 스콜라스틱 시상식이로군요, 유진군! 난 사실 내가 직접 유진 군과 같이 가고 싶었는데, 하필 그때 다른 일정이 겹쳐서···.’

볼이 축 늘어진 교장 선생님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듯했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레너드 선생님과 가게 된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비행기표는 스콜라스틱 측에서 지원해주는 거라고 했던가.’

사실, 나는 이 스콜라스틱 시상식에 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말이 전국상 수상자라고는 해도 1천 명 가까운 인원이니 시상식이래 봤자 줄 서서 상장과 상패를 받고 돌아오는 게 전부가 아닐까 했는데.

얼마 전 우리 힐크레스트 고등학교에 추가로 온 공문에 따르면-

‘뭐, 뭐라고요? 우리 유진 학생이··· 단편 부문 대표로 시상을 한다고요?’

교장 선생님이 즐겁게 비명을 지른 대로, 내 작품 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단편 부문 1위작으로 뽑혔으며.

그 덕에 -각 부문을 대표하는-‘금메달리스트’로 선정된 내가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수상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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