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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9화 (9/473)

9화. 포격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송유빈입니다. 현재 송도 도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목에 나와 있습니다.”

마이크를 든 리포터, 송유빈이 손짓으로 개미굴을 가리켰다.

“현재 개미굴에 시민 한 명이 고립된 상태이며 이를 구하기 위해 대산의 헌터들이 파견되었습니다!”

차가 추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산했었던 개미굴.

개미굴 앞은 현재 사람이 들끓고 있었다.

송유빈이 속한 CBC 방송을 제외하고도 각 곳의 방송사가 촬영을 나온 상태.

“앗! 저쪽으로 대산의 헌터들이 보입니다!”

개미굴 근처에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대산 소속 헌터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인터뷰를 위해 빠르게 달려간 송유빈이 그중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 김대석이다!

@ 대산의 용병대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그 김대석?

@ 시민 한 명 구하자고 저 김대석이 오다니, 엄청난데?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는 뉴스에선 빠르게 댓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산의 용병대 중 한 개 팀을 맡고 있는 팀장, 김대석.

괴력의 소유자로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사용해 시원한 전투를 펼치는 인물이었다.

“안녕하세요! 김대석 팀장님.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거대한 덩치와 깔끔하게 넘긴 올백 머리, 단정하게 차려입은 제복까지.

팀장 김대석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데몬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 차가 개미굴로 추락했습니다. 그 안에 있던 시민 한 명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고요.”

@ 개미굴요? 개미 계열 데몬들 드글거리는 곳 아닌가요?

@ 거기에 떨어졌으면 이미 죽었다 봐야지.

@ 벌써 개미 밥 됐을 듯하네요.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은 살아있을까요?”

송유빈 아나운서의 질문에 김대석이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살아 계실 거라 믿습니다! 지금 바로 제가 들어가서 구해내겠습니다. 반드시! 구해내겠습니다!”

굳은 다짐을 한 김대석이 개미굴로 향하고.

잠시 생긴 틈에 송유빈이 마이크 스위치를 내렸다.

“지랄하네.”

“선배, 좀!”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에 마이크 소리만 송출되지 않는 상태.

카메라를 들고 있는 후배 진유석이 송유빈을 말렸다.

“재수 없는 새끼. 그렇게 구하고 싶으면 기자들 기다릴 게 아니라 들어갔어야지. 진유석, 그래 안 그래?”

“에휴… 그렇긴 하죠.”

기자들은 기업 대산의 홍보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개미굴로 온 것.

이유는 뻔했다.

개미굴로 떨어진 민간인 한 명을 위해 대기업인 대산은 이렇게 노력을 한다!

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쯧… 떨어진 사람이랑.”

송유빈이 카메라 경로 밖에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 사람들만 불쌍하지.”

송유빈이 바라보고 있는 곳.

“왜 아직도 안 들어가는 거예요! 저희라도 가게 비켜 주세요!”

그곳에선 김소연과 김희연이 자신을 막고 있는 대산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곧 들어갈 거니까 좀 가만히 계세요.”

“곧이 대체 언젠데요! 저 사람들 도착한 지 30분은 더 지났잖아요!”

“아 글쎄 좀!”

그런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는 남자, 전국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대던 전국현이었지만, 지금은 완전 딴사람이 되어있었다.

자신보다 높은 직급인 김대석에게 잘 보이기 위한 극한의 딸랑이.

“대현 님!”

“….”

김소연의 호소에 이대현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미지 개선하자고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김대석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대현은 일개 사원일 뿐이었다.

기업에 소속되어 있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것.

“이런 쓰레기 새끼들….”

김희연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개미굴을 빠져나온 직후, 김희연은 백운을 지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었다.

그런 김희연을 강제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대산의 헌터와 홍보팀 직원들.

이유는 단순했다.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 영웅의 역할.

그 역할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산의 헌터들이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훼방을 놓은 뒤에도 김대산은 개미굴로 들어가지 않았다.

헌터 전원을 대기시키며 방송국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것.

저벅.

악을 쓰고 있는 김소연과 김희연에게 김대석이 다가왔다.

그런 김대석을 노려보는 김희연.

“이러고도 아무 일 없을 줄 알아요? 각오하세요. 인터넷이랑 방송사에 다 알릴 테니까.”

“풉.”

비웃음을 터뜨린 김대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김대석이 손을 휘둘러 도착해 있는 방송사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 당신 목소리를 못 들어서 안 찍는 줄 알아?”

“!”

“우리 찍으러 온 거야, 우리. 당신들이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 질러도 아무도 관심 없다고.”

인상을 찌푸린 김희연에 김대석이 어깨를 으쓱 올려 보였다.

“그리고 당신들 친구, 벌써 죽었어. 개미굴에 데몬이 몇 마리 있는지 알아? 헌터도 아닌 일반인이잖아. 벌써 천등분은 됐을걸.”

“키킥. 팀장님, 천등분은 좀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

“아! 그런가? 하하하!”

사람의 목숨을 두고 농담하며 비웃어대는 인간들.

역겨운 인간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김소연과 김희연은 말을 잃고 말았다.

“자 인터뷰도 했고, 카메라들도 모였으니 슬슬 들어가 볼까.”

“예!”

김대석이 여유로운 자세로 개미굴을 바라봤다.

숫자만 많을 뿐 전투력 자체는 낮은 녀석들.

대형을 갖추고 천천히 진압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데몬이었다.

카메라를 의식한 건지 멋드러지는 대형을 갖춘 채 개미굴로 걸어가는 대산의 헌터들.

“선배, 김대석 들어가려나 봐요. 빨리 마이크 켜요.”

“어휴 십새끼 저거.”

마지막으로 욕을 휘갈긴 송유빈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여러분! 드디어 김대석 팀장이 개미굴로 향하고 있습니다!”

@ 드디어 김대석의 시원한 칼질을 볼 수 있는 건가?

@ 역시 대기업 대산. 정부보다 빠르게 움직이다니 대단하네요.

@ 그런데 안에 있는 사람은 벌써 죽었을 듯하네요.

사람들의 관심사는 개미굴에 있는 백운이 아니었다.

곧 개미굴로 가 데몬들을 시원하게 썰어버릴 김대석과 헌터들의 활약상이 주요 관심사였다.

“자 느긋하게 가보자고!”

바로 앞까지 다가간 김대석과 팀원들.

드드.

“…?”

그들의 발아래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팀장님?”

김대석이 몸을 숙여 땅을 짚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

드드드드.

저 아래서부터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는 진동.

아래에는 떨어진 백 뭐시기란 일반인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을 텐데.

어째서 이런 진동이 생기는 걸까.

드드드드드!

“어어…!”

“뭐야? 지진인가?”

처음보다 훨씬 강해진 진동에 당황하기 시작한 기자들.

드드드드드드!!!

“뭐야? 밑에서 뭐가 일어…”

당황한 김대석이 개미굴로 눈을 돌린 순간,

콰아아아아아!!

개미굴에 있었을 다량의 데몬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런 데몬들을 밀어내며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는 정체불명의 탄환.

일반적인 탄환의 빛이 아니었다.

붉은 색과 파란 색이 섞인 빛줄기.

수백, 수천의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쏘아지며 경로에 있는 개미들을 분쇄하고 있었다.

“….”

갑작스럽게 일어난 엄청난 광경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물론,

@ ….

실시간으로 시청 중이던 대중들까지 말을 잃고 말았다.

두두두. 두.

타겟을 모두 섬멸해서일까.

하늘로 쏟아지던 빛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장으로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침묵을 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침묵에 쌓여 있는 상황.

저벅.

“어… 누군가 개미굴에서….”

기자의 더듬거리는 말에 김대석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들의 앵글이 개미굴 입구로 쏠렸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백운이 개미굴 입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 … 뭐임?

* * *

총을 쥐고 있던 손을 내려다봤다.

성능 확실하구만.

찰박. 찰박.

조금 전까지 개미들로 가득 차 있던 길을 올려다봤다.

깔끔 그 자체.

더 이상 길을 막고 있는 녀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겁나 시원한 무기네, 이거.

사실 처음 손에 들려진 두 자루의 권총을 봤을 땐, 뙇! 하고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과연 저놈들을 다 녹여버릴 때까지 탄환이 받쳐 줄 것인가.

쏘는 중에 탄피가 걸리거나 기능 고장을 일으키진 않을 것인가.

등등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까지 잡다한 걱정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발이 쏘아지기 시작한 후, 벌어진 입은 포격이 끝날 때까지 다시 다물어지지 않았다.

포격.

그냥 총이 아니었다.

두 자루의 총에서 쏘아지는 빛줄기는 엄청난 속도로 개미들을 꿰뚫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여왕 개미까지 녹여버리며 길을 깨끗하게 치워버린 상태였다.

예전에 미국의 수많은 항공모함에서 쏘아지는 포격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대현 님이랑 소연 님, 희연 님은 잘 도망갔으려나.

먼저 올라간 세 사람을 걱정하며 걸음을 옮겼다.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비명을 꽥꽥 질렀던 전국현은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그런 류의 인간이 목숨줄 하나는 매우 질기기 때문이다.

하이고 다리야.

아픈 다리를 꾹꾹 누르며 얼마 남지 않은 출구를 바라봤다.

아 샤워하고 싶다.

온몸이 땀과 데몬의 피로 찐득찐득한 상태.

샤워가 몹시, 몹시 절실했다.

뭐, 원래 샤워를 좋아하거나 청결을 중요시하는 건 아니었다.

유물관에서 지날 땐 그다지 깔끔하진 않았었기 때문.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조금 많이 더러웠었다.

하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방에 하나 있는 세면대라곤 얼음장 같은 찬물만 뿜어냈으며, 유물관 안에 있는 직원 샤워실에도 가끔을 제외하곤 뜨신 물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난 여름에도 따듯한 물로 씻는 사람인데.

그런 나에게 찬물 샤워는 너무 가혹했다.

저벅.

“후우… 겁나 높네.”

발에 걸리는 개미 조각을 툭툭 밀어내며 고개를 내밀었다.

스아아아.

얼굴을 비추는 따스한 햇살과 뺨을 간지럽히는 상쾌한 공기가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잃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개미굴에 처박힌지 얼마나 됐다고 밖의 공기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두두!

눈을 감은 채 햇살과 바람을 즐기고 있던 중.

옆으로 진동과 함께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또 데몬?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던 훈련소 교관님도 10분씩 쉬는 시간을 줬는데 말이다.

제발 아니길 바라며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비비적.

비현실적인 광경에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것들.

아니지, 것들이라 하면 안 되지.

사람들.

두두두두두!!

마이크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엄청난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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