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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6화 (16/473)

16화. 흔적

두두두두두두두!

적색과 청색의 탄환이 크럭커의 입으로 퍼부어졌다.

꾸룩.

그제야 위기를 느낀 건지 입안의 막을 움직여대는 크럭커.

조금 전 유한의 탄과 가시를 막았던 막이었다.

뚫려라.

다행히 아까와는 달리 리볼버의 탄에는 막이 찢겨 나가고 있었다.

꾸루루루룩!

뚫리면 죽는다는 걸 크럭커도 본능적으로 느껴서일까.

크럭커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막을 재생시켜 나갔다.

찢기면 재생시키고, 찢기면 재생시키는 줄다리기의 연속.

끈기 하나는 인정한다, 보물 박스.

그런데,

스윽.

바위에서 몸을 일으켜 앞으로 걸어나갔다.

꾸… 꾸루욱!

좁혀진 거리만큼 탄은 더 빠르게 크럭커의 막을 찢어갔고, 조금씩이지만 탄이 크럭커의 뒤쪽으로 전진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기는 건.”

두두두두두두두두!!!

“나다!!”

쩌적, 쩍. 펑!

탄이 막을 밀어내기 시작하고 잠시 후.

적색과 청색이 한데 뒤섞인 탄환이 크럭커를 관통해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꾸루….

막 생성보다 월등히 빠르게 쏘아지는 탄환.

탄환을 버티지 못한 크럭커의 윗 입, 보물 상자로 치면 뚜껑 부분이 뒤로 젖혀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쿵!!

조금씩 뒤로 젖혀지더니 완전히 꺾여 떨어져 내리는 크럭커의 뚜껑.

오.

반으로 갈라진 녀석을 보고 있자니 이게 반갈죽인가 싶었다.

툭툭.

조심스레 다가가 발로 크럭커를 건드려보았다.

쉴새 없이 들리던 소리는 물론이고 동작 자체를 완전히 멈춘 크럭커.

털썩.

“후아아아아!”

바위에 기대 참아왔던 호흡을 쏟아냈다.

호흡과 함께 몸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긴장의 끈 역시 풀어져서일까.

풀썩.

나도 모르는 사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반짝.

고개를 돌려 크럭커의 하단에서 빛나고 있는 보랏빛을 확인했다.

처음과 다를 것 없는 건강한 밝기를 보니 무사한 모양이다.

나이스.

무기에 눈이 멀어서일까.

정신없이 탄을 때려 넣으면서도 시야의 일부분은 보라색 빛에 고정되어 있었다.

두근두근.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크럭커에게 리볼버가 안 통하면 어떡하지란 걱정 때문이 아닌, 내 보라돌이가 탄에 맞고 잘못되면 어떡하지란 두근거림이었다.

“후우.”

빛이 무사하다는 것까지 확인하자 마음과 몸에 완벽한 평화가 찾아왔다.

끈쩍.

한참을 정신없이 움직여서인지 온몸은 땀투성이.

입고 왔던 옷이 땀에 절여져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휘이이.

다행인 게 있다면 잔잔하면서도 시원한 산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려는 듯 몸 구석구석을 스치며 지나갔다.

상쾌하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뜨거워졌던 몸이 시원한 바람에 의해 천천히 식혀지는 상쾌함.

이렇게 기분 좋은 거였다니.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운동 좀 할 걸 그랬네.

운동과는 거리가 몹시 멀었었다.

개방을 포기한 뒤엔 매일같이 좁고 어두운 방에 처박혀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몸이 그 지경이 됐나.

보통 햇빛을 안 보면 주름도 안 생기고 하얗게 된다던데.

회귀 전의 내 얼굴은 잘 봐줘도 60은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고, 몸 상태는 정말 오늘내일할 정도로 최악에 치달아있었다.

뭐 이젠. 운동 부족할 일은 없어 보이지만.

매번 오늘처럼 격하게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10급 헌터가 된다면 생계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데몬을 잡아나가야 했다.

물론 헌터 일이 아니더라도 무기를 찾기 위해선 싸움이 계속될 터.

스윽.

몸을 뒤집어 크럭커에게 엉금엉금 기어갔다.

정상 부근이다 보니 지원팀이 왔다 한들 벌써 올라오진 못하겠지만, 굳이 미룰 이유는 없었다.

끈적.

이런.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생물과 다름없는 크럭커.

몸을 일으켜 바라본 크럭커의 내부는 끔찍 그 자체였다.

구룡산에서 잡아먹은 뒤 아직 소화되지 않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

그 중엔 오늘 공격당한 헌터들의 일부도 남아있었다.

….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을 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죽음에 눈 하나 깜짝 안 할 만큼 냉혈한은 아니었다.

스윽.

묵념을 마친 후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최대한 다른 이들의 일부를 건드리지 않도록, 잘 살피며 빛을 찾아갔다.

으…. 제발 빨리.

끈적한 입속으로 어깨까지 들어가니 팔로 엉겨 붙는 타액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덥썩.

!!

손에 닿은 걸 천천히 꺼내 들었다.

보랏빛을 뿜어내고 있는 물건의 정체.

물고기 비늘..?

크럭커의 내부에 박혀 있던 건 커다란 하나의 비늘이었다.

산 여기저기를 들쑤시다가 삼켜버린 모양.

이런 크기를 물속에서 마주치면 무조건 기절이다.

비늘 하나가 거의 사람 얼굴만 한 크기.

깊은 물 속을 무서워하는 나로선 이런 비늘을 가진 물고기를 만나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었다.

자 그럼, 보라돌이야 넌 대체 무엇이냐.

눈을 감고 빛을 뿜어내는 비늘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 * *

쿵! 쿵! 쿵!

백운이 크럭커를 처치하기 조금 전.

정체불명의 굉음이 구룡산을 울리고 있었다.

“좀.”

쾅!

“꺼져라, 잔챙이들!”

소리를 만들어내는 건 조금 전 도착한 1급 헌터, 기태랑.

기태랑은 위에 민간인이 있다는 소리에 최대 속력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등산로가 아닌 최단 루트를 골라서일까.

“끼에에에!”

“크르르!”

기태랑의 앞으로 많은 수의 데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상주하는 팀은 주로 등산로 근처를 담당했을 테니 관리가 미흡한 길은 데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쾅! 쾅! 쾅!

기태랑의 주먹과 발이 뻗어질 때마다 앞에 있는 데몬이 터져 나갔다.

누가 보면 풍선형 데몬인가 싶을 정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데몬들.

그만큼 데몬의 몸 내구성에 비해 기태랑의 위력이 너무 강했다.

“크워어어어!

동족의 죽음 때문이었을까.

4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덩치의 데몬이 기태랑의 앞을 가로막았다.

“쯧.”

그런 데몬을 보며 혀를 차는 기태랑.

한 마리 한 마리를 잡으며 가자니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냥 지나가자.’

“크워엉!!”

엄청난 괴성과 함께 곰처럼 생긴 데몬이 기태랑에게 발바닥을 휘둘렀다.

일반 사람이라면 스치는 것만으로도 상체가 으스러질 것 같은 위력과 크기.

빠각!

“크워!?”

하지만, 으스러진 건 공격을 한 데몬의 발바닥이었다.

기태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공격을 한 데몬이 으스러진 발바닥을 안고 고통스러운 울음을 내뱉고 있었다.

빡! 빡! 빡!

이후의 공격들도 마찬가지였다.

팔을 뻗으면 뼈가 부러졌고, 손톱을 휘두르면 손톱이 부러져 버렸다.

이빨도 마찬가지.

콰득!

“크어어엉!”

늑대형 데몬이 가루가 된 이빨을 감싸며 뒤로 넘어갔다.

그런 데몬들의 공격을 받은 기태랑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당연하다는 표정.

기태랑은 눈앞으로 발톱이 휘둘리든 말든 머리 위로 이빨이 덮쳐오든 말든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국가 1급 헌터, 기태랑.

대중들에게 기태랑은 다이아몬드 인간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멈칫.

“!!”

두두두두두두두-----!!

쉬지 않고 달리던 기태랑이 걸음을 멈췄다.

구룡산의 정상 부근에서 하늘로 쏘아지는 적색과 청색의 불빛.

“저건!”

본 적이 있는 빛줄기다.

며칠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개미굴 남자의 동영상.

폭발한 조회수로 인해 해외까지 보도된 영상이었다.

기태랑 역시 뉴스에서 그 영상을 접했었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허.”

영상을 볼 때도 아름다운 빛줄기였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장관이었다.

“쿼어어!”

쾅.

“좀 가만히 있어.”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달려오는 데몬을 터뜨려버린 기태랑.

기태랑의 눈은 쉴 새 없이 쏘아져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빛줄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직접 맞아본 적은 없지만 분명 엄청난 화력.

“어이가 없네.”

기태랑의 입으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정도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건 능력이 화력에 집중되어있는, 최소 6급 이상의 헌터였다.

“저게….”

헛웃음을 터뜨렸던 기태랑의 입가로 흥미 가득한 미소가 그려졌다.

“10급이라고?”

* * *

흠.

공명을 통해 들어온 공간.

뭔가 낯익으면서도 잘 모르겠는 애매모호한 장소였다.

구룡산인가?

느낌상 구룡산이라고 추측을 해봤지만, 산이라고 하기엔 지금 서 있는 곳의 지대는 너무 낮았다.

산이라기보단 좀 높은 고지라고 보는 게 맞아 보였다.

구룡산 근처는 도심지니까 건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건물은커녕 뭔가 현대라고 여길 수 있을 만한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심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도, 멀리서도 보이는 고층 빌딩 역시 보이지 않는 장소.

마치 현대 문물이 발달하기 전으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일단 여기까지는 크게 다를 게 없는데.

황금색 빛을 뿜어냈던 면도칼이나 유리병을 만졌을 때도 어쨌든 공간은 바뀌었었다.

아직까지 보랏빛만의 특징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

스으으.

응?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중 왠지 모르게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머선 일이고, 왜 주변이 어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허.

주변이 어두워지는 이유는 간단했다.

하늘의 태양을 가릴 만큼 겁나게 큰 게 날 향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

구와아악!

[잭 더 리퍼]

빠르게 면도칼을 소환해 옆으로 몸을 던지듯 내달렸다.

쿠우우웅!

몸을 내던지기 무섭게 무언가가 고지로 추락했다.

드드드드드!

엄청난 크기 때문인지 주변의 지형 자체가 무섭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에 비례하여 자욱하게 퍼지는 먼지구름.

뒤질 뻔했다.

무기 구하러 왔다가 쥐포가 될 뻔한 상황.

꼴깍 침을 삼키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무기왕이 되기로 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쥐포사라니.

안될 말이었다.

뭐가 떨어져야 이렇게 되지?

조금씩 걷혀 가는 먼지에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무언가의 일부가 눈 바로 앞에 있었다.

반짝!

앞에 있는 물체는 햇빛을 받아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 이건.

크럭커의 배에 꽂혀 있던 거대한 청색 비늘이었다.

그 거대한 비늘을 몸 전체에 빼곡하게 뒤집어쓰고 있는 무언가.

물고기… 는 아니겠구나.

하늘에서 떨어졌으니까.

스스스스.

마침내 시야를 방해하던 먼지가 사라지고.

떨어진 것의 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빛을 굴절시키던 먼지가 걷히자 드러나는 화려한 외관.

햇빛은 청색 비늘을 만나 아름다운 푸른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사삭.

빠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눈앞의 정체를 한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몇 걸음이나 물러섰을까.

홀리….

떨어져 내린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청색 빛에 휩싸인 채 힘없이 쓰러져 있는 거대한 존재.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나 등장했던 전설 속의 존재.

눈앞에 있는 건 그런 존재의 대표자였다.

“요오오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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