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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3화 (23/473)

23화. 깊은 산속 옹달샘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먹고 가나… 아아아악!

부우우우우!

제트모터의 출력을 최대치로 올렸다.

울음소리를 내뱉는 건 나보다 더 아래에 있었지만, 이미 깊숙이 들어 와버린 상황.

이제 와서 뒤를 돌아 다시 올라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뒤에서 쫓기면 더 답 없다.

정확히는 견딜 수 없이 무서울 것 같았다.

울림통만 봐도 크기가 거대할 것이라 예상되는 녀석.

이런 깜깜한 물속에서 그런 놈한테 뒤를 쫓긴다?

심장마비다.

용납할 수 없는, 내 심장이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웅!

머리에 달린 라이트가 비추는 약간의 시야 범위.

무언가가 그 범위를 순식간에 헤엄쳐 지나갔다.

아래에 있는 무언가야.

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의상 얼굴이라도 보여라.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슉슉 지나가기만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후우우웅.

빠르게 왔다 갔다 하더니 내가 내려가고 있는 방향에 멈춰 선 거대한 녀석.

착한 녀석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았다.

지금까지 왔다 갔다 거리기만 하고 공격하지 않은 거 보면, 어쩌면….

부우우우!

시발.

멈춰 섰던 녀석이 빠르게 내 쪽으로 돌진해왔다.

서서히 드러나는 녀석의 정체.

거… 거북이?

거북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며 기묘한 울음소리를 뱉어내는 녀석은,

물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거북이는 아니었다.

삐죽삐죽 솟은 등딱지와 붉은 눈, 그리고 잔뜩 화가 나 있는 얼굴과 이빨까지.

데몬이다.

저건 거북이지만 거북이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부우우!

어깨에 메고 있던 화기를 올라오는 괴물 거북이에게 조준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

이렇게 된 이상, 싸워주마.

철컥!

* * *

양재의 스킨 스쿠버 가게.

가게의 주인 오창우가 콧노래를 부르며 선반을 닦았다.

요새 장사가 안돼서 죽을 맛이었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렸다.

‘스킨 스쿠버를 얼마나 하드하게 하시는 분이지.’

낮에 방문했던 백운이 사간 장비는 프로 스쿠버도 혀를 내두르는 수준이었다.

오리발이나 산소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제트모터까지 사가다니.

물속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무기도 사갔었지?’

다시 생가해보니 물속을 사랑한다기 보단 물속에 있는 걸 사냥하려는 사람 같았다.

데몬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물속으로 들어가 사냥이라니.

생각하던 것보다 더 하드코어 매니아였다.

뭐 어쨌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오창우는 네 개의 산소통과 오리발, 물안경, 제트모터, 거기다 육지용 지원화기까지 판….

“어?”

신나게 먼지를 털던 오창우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진열대에 그대로 걸려 있는 수중용 화기.

저 화기가 여기에 걸려 있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잘못 팔았다.’

꿀꺽.

너무 신이 났던 걸까.

육지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수중용이라고 팔아버렸다.

“하하하….”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오창우가 문밖을 바라보았다.

“별일… 없겠지?”

* * *

이런 씨이이빠아아알!

어깨에 메고 있던 화기를 냅다 집어 던져버렸다.

조금 전 올라오는 거북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지만, 발사는커녕 당기기 무섭게 완전 분해가 되어버리는 화기.

슈아아아악!

어느새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거북이가 커다란 입을 벌렸다.

지금 와서 오리발질을 한다 하더라도 늦은 상황.

화악.

달고 있던 산소통 하나를 잡아당겨 밸브를 풀었다.

푸화아아악!

순간적으로 산소가 터져 나오며 몸이 옆으로 이동되었다.

솨아아악!!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가 버리는 데몬 거북이.

저곳에 있었다면 이빨에 찢겼던가 몸통 박치기를 당해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가야 돼.

거북이와 위아래 위치가 바뀐 상황.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어떻게든 달려서 거북이가 들어오지 못하는 U자형 물길까지 도달해야 했다.

제트모터님 제발!

최대 출력의 제트모터에 더해 산소통의 힘을 빌리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거북이를 만나기 전까지도 꽤 내려온 상태.

조금만 더 가면 물길이 나올 터였다.

부우우우!

가까워진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빠른 속도로 커져가는 그림자.

그만큼 거북이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대체 거북이가 느리다고 누가 그랬던가?

아, 그건 육지에서의 이야기인가.

잠깐 동안의 의미 없는 잡념을 마치고 등의 고리에 제트모터를 고정 시켰다.

제트모터는 계속해서 나를 바닥으로 이끌었고, 난 위에서 내려오는 거북이를 바라보고 있는 포지션.

[앤 보니&메리 리드]

보니 님, 리드 님.

제발 한 번만 더 살려주십쇼.

마음속으로 기도를 마친 후 거북이에게 리볼버를 조준했다.

철컥.

만약 이것마저 나가지 않는다면.

이제는 진짜 거북이 먹이 행이다.

신이시여.

신을 찾음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두!!

우려한 게 무색할 정도로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탄환의 빛줄기.

눈앞에 보니와 리드가 있었다면 바로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뒈져라!!

얼마나 탄을 갈겨댔을까.

워낙 많은 탄이 지나가서인지 물속엔 많은 기포가 생겨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해치웠나.

불길한 말을 내뱉은 입을 치며 정면을 응시했다.

제발 분쇄되어 있어라.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

부디 탄에 찢겨 조각조각 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스르르.

시야를 가리던 물속의 기포들이 사라지고.

!!

목과 팔이 사라진 거대한 등딱지가 눈에 들어왔다.

보니와 메리의 탄환에도 뚫리지 않는 높은 강도의 등딱지.

보이지 않는 거북이의 머리가 탄에 맞아서 날아간 것이기를 간절히 바라보지만.

쑤욱.

나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듯 등딱지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재등장했다.

조졌다.

부우우우우!

화까지 난 건지 다시 나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한 거북이.

뒤를 돌아 바닥과의 위치를 살폈다.

라이트의 가시거리에 샘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물길에 닿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거북이가 더 빨랐다.

이번엔 멈추지 않고 샘의 바닥까지 처박을 기세인 녀석.

대체 산속 샘에 저딴 게 왜 살고 있단 말인가.

일단, 물길로 달린다.

U자 물길을 향해 제트모터를 틈과 동시에 남은 산소통 세 개를 바라봤다.

리볼버의 탄에도 뚫리지 않는 걸로 보아 산소통을 터뜨린다 해도 거북이가 데미지를 받을 일은 없었다.

오히려 아까운 산소통을 낭비하는 셈.

그렇다면.

산소통 하나를 풀어 발아래 쪽에 위치시켰다.

공격 수단이 될 수 없다면 이동 수단으로라도 이용해야 했다.

어느새 지면까지 거의 도달한 거북이.

철컥.

리볼버를 산소통에 조준했다.

하나.

둘.

부우우우!

세다 보니 셋까지 셀 여유는 없었다.

타이밍에 맞춰 발사된 리볼버의 탄환.

탄환이 산소통을 맞추고,

퍼어엉.

통에 압축되어 있던 산소가 터져 나오며 근처에 있던 날 날려 보냈다.

제트모터의 속도와 산소통이 터지며 생긴 가속력까지 붙은 상황.

엄청난 속도를 느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철컥.

두두두두두두두두!

어차피 못 죽이겠지만 상관없었다.

제트모터가 날 U자형 물길로 데려다줄 때까지만 녀석의 움직임을 멈추면 된다.

꿀렁.

잠시 멈췄나 싶었던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하고,

스으으.

리볼버의 시계 초침이 거의 끝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아직 물길까지는 약간의 거리가 남은 상태.

찰칵.

남은 두 개의 산소통 중 하나를 발밑으로 보냈다.

이제 무언가를 망설이고 할 시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철컥. 탕.

퍼어엉.

산소통이 폭발하며 생긴 마지막 가속력.

스륵.

손에 있던 리볼버가 사라졌다.

내게 남은 건 조금 전에 붙은 가속력 뿐.

이제 물길에 도달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수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철퍽철퍽.

이번엔 열심히 오리발까지 내저었다.

제트모터와 오리발, 그리고 마지막 가속력까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하고 있었다.

제발.

발아래로 점점 커지는 그림자를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게 다가오든 말든 쳐다보고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제발!

어금니를 깨물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발을 내저었다.

부우우우우우!!!!!

정말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녀석의 울음소리.

얼마나 가까이 다가온 건지 오리발 끝으로 놈이 발생시키는 물살이 느껴지고 있었다.

제발 좀.

가까워진 좁은 수로의 입구가 보였다.

닿아라아!!!

콰직!

* * *

꿀렁! 꿀렁!

후우.

물길의 좁은 틈으로 일렁거리는 녀석의 그림자가 보였다.

눈앞에서 놓친 먹이가 못내 아쉬웠는지 수로의 입구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거리고 있는 놈의 그림자.

고개를 내려 발을 쳐다봤다.

끝에 부분이 댕겅 잘려나간 오리발.

조금만 더 늦었다면 못 걸어 다니는 신세가 될 뻔했다.

또 물에 들어오면 성을 간다.

옹달샘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가 물 공포증이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렸지만.

이제 그딴 건 중요하지 않게 됐다.

조금 전 완벽하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거북이 극혐.

동시에 거북이에 대한 혐오가 피어났다.

파충류에 속하지만 똘말똘망한 눈과 느릿한 움직임 때문에 귀여워했었는데.

이젠 아니다.

돌돌돌돌.

혼자서 열일하고 있는 제트모터에 몸을 맡긴 채, 잠시 눈을 감았다.

진짜 죽을 뻔했다.

크럭커한테 쫓길 때도 식은땀이 줄줄 나긴 했지만, 이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다.

수 틀리면 잭 더 리퍼의 면도칼을 꺼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번엔 정말 죽을 뻔했다.

카이안이 다시 뺏어 가도 인정이다 이건.

왕이 될 거란 놈이 거북이 하나를 어쩌지 못하다니.

왠지 모르게 분함이 느껴졌다.

- 힘의 한계 때문에 무언가를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카이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힘이 없어서 목숨을 놓칠 뻔하다니.

그리고 내가 바꿨어야 할 모든 걸 놓칠 뻔하다니.

거 참. 더럽게.

쎄지고 싶네.

반짝.

?

내 강한 바람이 들려서일까.

감고 있는 눈으로 눈부신 황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스르륵.

눈을 뜨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U자 물길의 꼭대기로 보이는 공간.

공간 전체가 물과 함께 황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개고생 끝에 도달한 공간.

비늘을 통해 봤던 장소였다.

슈우우우.

공간까지 올라간 뒤 제트모터의 시동을 껐다.

비늘에서 내 시점이 있었던 위치.

잠시 후,

!!

눈앞으로 거대한 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 만났던 거북이가 작다고 느껴질 정도의 엄청난 크기였다.

그리고 뼈 주변을 감싸고 있는 청색의 비늘들.

물속인데도 뼈를 따라 가지런히 정렬된 비늘들이 청룡의 옛 형태를 유지 시키고 있었다.

번쩍.

너무 밝아 공간 전체가 빛난다고 느껴질 정도의 빛.

빛은 청룡의 비늘에까지 반사되어 황금색과 청색이 섞인 말도 안 되게 화려한 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스르르.

천천히 발을 굴러 용에게 다가갔다.

정확히 나에게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리겠다 말했던 청룡.

청룡님,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청룡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저딴 거북이 새끼는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스아아아!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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